[세계를 가기 전에, 세계를 읽다] 궁금했던 그 문화 이야기 - 두바이 편
올드 두바이와 뉴 두바이
<세계를 읽다> 시리즈는 장소보다는 사람, 그리고 그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 본격적인 세계문화 안내서다. 그곳에서 직접 살아보며 문화적으로 적응하는 기쁨과 위험을 몸소 겪었던 저자들이 이방인의 눈에는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현지인의 생활문화, 관습과 예법들을 쉽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이 칼럼에서는 매주 한 나라의 책에서 한두 가지 주제를 선정해 여행자들이 궁금해할 법한 그 문화 이야기를 속 깊게 들려주려 한다. (2018. 05. 17)
두바이 마리나의 야경. 주거, 외식, 쇼핑의 3박자를 모두 갖춘 인공 운하 도시, 두바이 마리나에서는 어디서 자고, 먹고, 쇼핑할 것인지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수백 가지나 된다. ⓒ Shutterstock
‘중동의 맨해튼’ 두바이에서 체험하는 에미리트 문화
두바이는 어떤 곳?
두바이는 페르시아만 연안의 아랍에미리트(이하 UAE) 토후국 중 북동쪽에 위치해 있다. 면적은 4114제곱킬로미터로 UAE 수도가 있는 아부다비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남쪽으로 아부다비와 국경을 맞대고, 북동쪽으로 샤르자와 만나며 남동쪽으로는 오만 왕국과 만난다. 오늘날 두바이의 영토는 바다를 메우고 인공 섬을 만든 덕분에 상당히 확장되었다. ‘팜’으로 시작하는 3개의 인공 섬(팜 주메이라, 팜 아일랜드, 팜 제벨알리)과 더 워터프런트, 더 월드, 더 유니버스가 모두 인공 섬이다.
두바이의 자연자원이라면 단연 석유를 꼽아야 하겠지만 두바이 내륙을 굽이쳐 흐르는 젖줄, 크릭을 빼놓을 수 없다. 폭이 좁고 수심은 얕지만 페르시아만 해역에서 두바이 내륙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흐르며 두바이를 둘로 가르다시피 한다. 크릭의 북쪽 줄기는 데이라(Deira)에 이르고 남쪽 줄기는 부르 두바이(Bur Dubai. 소위 ‘뜨는 동네’로 재력가들이 눈독을 들이는 지역)로 이어진다.
두바이통계청은 내국인과 외국인을 불문하고 두바이의 지리적 경계 안에서 영구 거주하는 인구를 날마다 월마다 집계한다. 2017년 6월 기준으로 두바이의 인구는 약 279만 명이다. 이 중 현지민은 고작 15~20퍼센트이고 대부분은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유럽연합 등지에서 온 외국인이다.
이곳이 살 만한 곳인가 묻는다면, 두바이에 와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살아보고 싶다고 답할 것이다. 동양과 서양의 좋다는 것은 모두 모였으며, 삶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만드는 모든 것이 있다. 두바이를 ‘중동의 맨해튼’이라 부르는 이방인들에게 이곳은 환상적이다. 커다란 집, 깨끗한 거리, 소득에 대한 면세, 세계 최고의 진미들,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조화, 공연장 등, 생활은 안락하고 먹거리와 즐길거리가 풍족하다. 일 때문에 두바이에 살고 있는 수천 명의 외지인들은 입을 모아 이곳에 오길 잘했다고 얘기한다.
두바이 구시가지 풍경. 이곳의 전통 건축 양식은 건물 위쪽에 바람 탑을 세우는 것으로, 바람 탑이 집안으로 공기를 흐르게 해서 실내온도를 떨어뜨린다. ⓒ Shutterstock
올드 두바이와 뉴 두바이
두바이는 사람으로 치면 40대 남성과 비슷하다. 그의 기억 속에는 현재의 두바이와 옛 두바이가 공존한다. 올드 두바이(지금의 구시가지에 해당)에는 두바이가 거쳐 온 세월이 있다. 거대한 성과 요새가 있고, 전통적인 진주 잡이로 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두바이의 모래사막에 세계적인 도시가 세워지기까지 흘러온 세월이 더께로 쌓여 있다. 오늘날까지 개발의 바람에 사라지지 않은 채 두바이 고유의 정취와 건축물, 역사, 생활상을 보여준다. 그 옛날 무역상들이 몰려들어 수입과 수출이 번성했던 이곳에서 진주를 거래하던 무역상들은 깊은 바다의 보물을 내주고 돈을 벌어들였다.
두바이 남부에 위치한 부르 두바이, 카라마, 사트와, 주메이라 그리고 북부의 데이라, 호르 알 안츠, 알 구사이스가 구시가지에 해당한다. 1980년대 초 외국인들이 물밀 듯 들어올 당시 구시가지 인구도 크게 늘어났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보면 앞으로도 살고 싶은 곳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곳은 화려하고 세련되진 않아도 사람 냄새가 난다. 인공적인 느낌을 풍기는 것이라곤 없다. 이곳에서 뉴 두바이, 즉 신시가지까지는 두바이의 생명선이라고 할 수 있는 셰이크 자이드 로드로 차를 타고 30분 거리다.
두바이 생활을 이제 막 시작한 외국인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신시가지다. 두바이 신시가지는 곳곳에 인기 관광 명소들이 즐비하고 의류에서부터 레저, 오락, 숙박까지 웬만한 유명 브랜드 숍은 모두 진출해 있다. 세계 일류 도시에 대한 두바이 국왕의 남다른 비전 덕분에 건축물과 거대 건설 프로젝트는 평범함을 거부한다. 일례로 야자수 잎 17개를 본떠 디자인된 인공 섬 팜 주메이라는 하늘에서 보면 커다란 야자수 형태를 띤다.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 두바이 마리나, 주메이라 레이크 타워스(JLT), 그린스, 메도우스, 스프링스, 주메이라 비치 레지던스(JBR), 두바이 실리콘 오아시스, 모토 시티, 아라비안 랜치스는 모두 외국인들이 주로 사는 주거단지다. 캐나다의 폴스 크릭(False Creek)을 따라 개발된 콩코드 퍼시픽 플레이스에서 영감을 얻어 지었다는 두바이 마리나는 두바이에 처음 온 외국인들이 가장 선망하는 지역 중 하나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460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드넓은 땅에 전방으로는 3.5킬로미터 길이의 운하가 잔잔하게 흐르는 풍경이 지중해 해안의 리비에라를 연상시킨다. 이 휴양지다운 풍광이 하늘 높이 솟은 마천루들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두바이 크릭에 정박된 전통 목선 아브라. 두바이를 둘로 가르는 폭 200미터의 수로를 따라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 Shutterstock
에미라티의 생활
두바이 현지 주민을 ‘에미라티’라고 부른다. 두바이 문화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이슬람은 이들 에미라티는 물론이고 외국인 거주민의 생활까지도 지배하는 삶의 규범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예가 라마단이다. 이슬람의 성월(聖月)인 라마단 기간이 되면 에미라티와 외국인 할 것 없이 이곳에 사는 사람이라면 한 달 동안 해가 떠서 지기 전까지 금식을 실천해야 한다. 이슬람은 그들이 다른 종교를 존중하는 만큼 타지에서 온 거주민들이 자신들의 종교를 존중하길 원한다.
에미라티 남자들은 인사를 나눌 때 서로 코를 맞대고 부빈다. 이 낯선 광경을 보고 웃는다거나 야유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면 곤란하다. 이 나라에서 남자들끼리의 전통 인사법일 뿐이니 괜한 수선을 떨지 마라. 대개는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악수를 한다. 그러나 여성과는 악수를 하지 않는다. 에미리트 문화에서 말하는 ‘사적인 거리’는 유럽 문화에서 말하는 것과 다르다. 이곳에서는 주로 이성 간의 사적 거리를 중시하며 지킨다. 사실 이슬람에서는 여자를 매우 존귀하게 여긴다. 그런 만큼 여자는 늘 몸가짐을 조신하게 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슬람 여성과 사진을 찍을 때는 먼저 허락을 구해야 뒤탈이 없다. 허락 없이 찍었다간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여성의 신체에 접촉하는 행위도 몰상식에 속한다. 관심을 표현하고 싶을 때는 미소를 짓거나 말로 하는 것이 좋다.
사막 사파리 캠프에 가면 아라비아 전통 춤도 관람할 수 있다. 모래사막에 아라비아 전통 다실인 마즐리스를 꾸며놓고 남자들이 추는 민속춤 아이얄라(Ayyala)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 Shutterstock
외국인이라 할지라도 이슬람 전통을 존중해야 한다. 서구 문화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이 이곳에서는 종종 용납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여자들의 옷차림이 그렇다. 서구에서는 어떻게 입든 개인의 자유이며, 몸매든 옷이든 뽐낼 게 있다면 뽐내는 것이 미덕이다. 그러나 이슬람 문화에서는 점잖고 조신하게 입는 것이 미덕이다. 한여름에도 머리를 가리고 긴 팔 옷을 입는 이슬람 여성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복합쇼핑센터나 관공서에 가면 입구에 팔과 다리를 가리는 옷을 입었는지 상기시키는 안내판이 있다. 다만 호텔, 술집, 호텔 안의 수영장에서는 복장 규정이 엄격하지 않은 편이다. 예상하다시피 누드 비치는 없다.
한편, 이런 종교적 엄격함과는 대조적으로 두바이는 중동에서 유흥의 천국으로 꼽힌다. 카발리, 아르마니, 네오스, 360 등 세계적 브랜드의 카페와 레스토랑, 주점들이 이곳에 모여 있다. 물론 음주는 허가 받은 특정 영업점에서만 비이슬람인에 한해 허용되며,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
이 글을 쓴 리나 아셔(Leena Asher)는 두바이에 사는 3세대 인도인으로, 그녀의 집안은 할아버지 때 두바이로 이주해 왔다. 리나의 할아버지는 당시 인도의 일부였던 카라치(현재는 파키스탄의 영토)에서 ‘진수(進水)’라는 뜻의 ‘론치(launch)’호를 타고 1158킬로미터 바닷길을 항해해 두바이 해변에 도착했고, 그 후 리나의 아버지 나라인다스 아셔는 두바이에서 일가를 이루고 사업을 시작해 지금까지도 데이라의 번화한 바니야스 시장에서 성업 중이다. 대학원까지 전 교육 과정을 두바이에서 마친 리나는 두바이 학교들의 교육의 질을 높이 평가하며, 두바이에서 활동하는 명망 높은 사업가이자 그녀의 일을 든든히 지지해주는 남편 사나울라 칸과 함께 세계 각지를 두루 경험했지만 두바이만큼 좋은 곳은 없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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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읽다> 시리즈는 장소보다는 사람, 그리고 그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 본격적인 세계문화 안내서다. 그곳에서 직접 살아보며 문화적으로 적응하는 기쁨과 위험을 몸소 겪었던 저자들이 이방인의 눈에는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현지인의 생활문화, 관습과 예법들을 쉽고 친절하게 알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