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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책방] 순수하게 강렬했던 첫사랑이 기억나요

『그해, 여름 손님』,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자비 없네 잡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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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책이었으나 끝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코너죠. 삼천포 책방 시간입니다. (2018. 0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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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하게 강렬했던 첫사랑의 기억이 떠오르는 소설  『그해, 여름 손님』 , 마르크스주의자의 자본주의 생존기를 담은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 2030세대의 노동 현실을 이야기하는 『자비 없네 잡이 없어』 를 준비했습니다.

 


톨콩의 선택 - 『그해, 여름 손님』
안드레 애치먼 저/정지현 역 | 도서출판 잔

 

굉장히 화제가 됐던 작품이죠. 영화도 있고 책도 있는데요. 많은 분들이 ‘콜.바.넴’이라고 줄여서 부르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원작을 가지고 왔습니다. 저는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었는데, 영화가 너무 아름다웠어요. 1980년대의 이탈리아가 배경인데 화면도 너무 아름답고 음악도 너무 좋고,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영화였어요. 게다가 첫사랑을 다루고 있잖아요. 사랑이라는 감정을 처음으로 겪는 내용이 담겨 있으니까, 그것 또한 아름답죠. 굉장한 볼거리나 눈으로 봤을 때 쾌감이 있는 것을 ‘아이 캔디’라고 부르잖아요. 저는 이 영화를 ‘아이 미슐랭’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책은 작년에 아끼는 후배에게 선물을 받았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야 제가 이 책을 갖고 있다는 걸 깨닫고 읽기 시작했어요. 책 또한 아름답고, 달콤하고, 다방면으로 즐길 거리가 많았습니다. 저에게는 2018년 상반기에 만난 작품 중에서 손에 꼽을 만한 영화와 책이었어요.


그런데 영화와 책의 마지막이 달라요. 영화에는 강렬한 엔딩씬이 있고 책은 그 이후를 보여줘요. 첫사랑 그 이후, 20년이 지난 시점까지 보여주는데요.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던 책의 4부를 읽으면서 제 안에 있던 ‘순수하게 강렬했던’ 기억이 떠오르더라고요. 저도 첫사랑을 겪었고 이후에도 사랑을 했고 이제는 40대가 되었는데, 시간의 풍화작용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것들이 있잖아요. 잊혀진 것들도 있고, 이제는 멀어져서 뿌옇게 보이지만 그래도 내 안에 남아있는 것들도 있고요. 그런 것들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어요. 영화를 보고서 책을 읽었더니 더 깊이감이 생기기도 했고요. 그래서 이 작품은 영화와 책을 꼭 같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책 속에 이런 부분이 있어요.


“우리는 반대편을 보았다.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알고 있었다. 지금 아무 말도 하지 않음으로써 확인되었을 뿐. 우리는 한 때 별을 찾았다. 나와 당신. 일생에 한 번만 주어지는 일이다”


이 작품의 중요한 주제는 ‘하나 됨’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랑으로 인해서 바운더리가 완전히 부서지고, 오히려 당신이 나보다 더 나에 가까운 것 같은 느낌 있잖아요. 우리는 둘이되, 둘이 아니고 하나인 것 같은 느낌이요. 그게 착가이라 하더라도 말이죠. 인생에서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아주 아름다운 일인 것 같아요.

 

 

단호박의 선택 -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임승수 저 | 서해문집

 

이 책을 쓴 임승수 저자는 원래 공대생이었다고 해요. 반도체 소자 연구로 석사까지 마쳤는데,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고 머릿속에 지진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이후에 인생의 방향을 바꿔서 민주노동당에서 활동도 하고,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 작가로 활동하면서 여러 권의 책을 썼는데요. 스테디셀러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을 비롯해서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 , 『나는 지금 싸이질로 세상을 바꾼다』 , 『글쓰기 클리닉』 등 다양한 종류의 책을 쓰셨습니다.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의 부제는 ‘생계형 마르크스주의자의 유쾌한 자본주의 생존기’예요. 마르크스주의자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 쓴 책입니다. 마르크스의 이론을 이야기하는 내용은 많지 않고요. 대부분은 저자 자신이 어떤 식으로 생활을 바꿔나갔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회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월급쟁이는 돈을 자신의 시간과 맞바꾸는데요. 저자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매우 쉽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마르크스가 했던 이야기도 쉬운 용례로 설명을 해주고요. 심지어 자본도 돈보다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고 해요. 최근의 변화만 보더라도, 물질적 소비에서 체험용 소비로 바뀌고 있잖아요. 돈을 써서 여행을 하고 배우는 활동들을 하는데, 체험을 산다는 건 결국 그 체험을 하는 시간을 사는 것이죠. 저자가 말하는 건 시간의 중요성은 자본도 알고 있고, 그러니까 돈에 메일 필요 없이 시간을 구입하라는 거예요. 이 책을 통해서 ‘시간을 사는 삶’에 대해서 같이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한 가지 내용을 더 소개해 드리면, 우리가 로또를 구입하고 나서 ‘1등 되면 뭘 할까?’ 하는 상상을 많이 하잖아요. 그때 상상하는 생활과 지금의 생활 사이에 괴리가 클수록 불행하다고 합니다. 그렇게 괴리될 거라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는 게, 로또 1등이 되는 것보다 더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에요.

 

 

그냥의 선택 - 『자비 없네 잡이 없어』
최태섭, 주수원, 김민아, 김빛나, 김정민 저 외 4명 | 서해문집

 

일자리가 없는 현실의 무자비함을 담고 있는 책이에요. 부제는 ‘생존, 그 이상을 꿈꾸는 2030세대 노동 이야기’인데요.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허덕여야 하는 시대에, 그 너머에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부제부터 마음이 아팠는데요.


이 책은 서로의 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나눠야 한다고 주장해요. 어떤 환경에서 일을 하는지,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그럴 때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대화를 해야 한다고요. 그러다 보면 자신만 겪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즉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걸 알게 되기 때문이죠. 거기에서부터 대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고요. 그런 의미에서 8명의 전문가가 모여서 2030세대의 노동 현실에 대해 대담을 나눴는데요. 그 내용이 책에 실려 있습니다. 고용 안정, 충분한 휴식, 안정적 소득, 조직 노동, 조직 밖 노동, 전문성, 가치 지향 노동, 구직자의 알 권리 등 8개의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자비 없네 잡이 없어』 는 2030세대보다 기성세대가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책에 실린 정보에 따르면, 이렇게 심각한 취업난 속에서도 대졸신입사원의 27.7%가 1년 안에 퇴사한다고 하는데요. 이를 두고 기성세대는 ‘너희가 눈만 높아져서 쉽게 취업 안 하고, 취업해도 쉽게 금방 두는 거야’라고 말하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책을 읽어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세대가 다른 만큼 성장한 환경이 다르고 주입된 인식이 다르거든요. 서로 가치관이 달라요. 그러니까 회사에 들어간 후에도 마찰이 심한 거죠. 기존의 질서에 적응하지 못하는 거예요. 기성세대가 이 책을 읽고 2030세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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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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