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심으로 기획했습니다
『황상민의 성격상담소』 편집 후기
‘나는 나를 이해하고 싶은 그만큼 다름을 이해하고 싶었다.’ 『황상민의 성격상담소』의 씨앗이 된 애초의 내 욕망은 이거였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결혼을 하고 가족을 꾸리면서, 수시로 부딪치는 그 수많은 ‘다름’을 이해하는 것. (2017.11.24)
내 기획은 대부분 사심에서 비롯된다.
사람이 대체로 비슷하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남도 좋아하겠지, 다른 사람도 남 앞에 나서는 걸 싫어하겠지, 내가 그렇듯 통하는 소수와 내밀하게 교류하는 일을 더 좋아하겠지, 그리고 인간은 누구나 대체로 나처럼 게으르겠지.
그 ‘대체로 비슷하겠지’라는 생각은, 사회생활을 하며 깨졌다. 묘하게 나랑 비슷한 사람도 묘하게 나와 달랐다. 출판은 업의 특성상 사람과의 연결을 통해 일을 도모해야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출판사에는 사람 만나는 일을 꺼리는 사람들이 자석에 이끌리듯 모여든다. 물론 나도 그중 하나다. 그런데 그걸 꺼리는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용건이 없으면 만나기 싫다는 사람, 일대일은 괜찮은데 5인 이상 모인 자리에선 용건이 있어도 머릿속이 새하얘진다는 사람, 낯선 사람과 맺는 새로운 관계가 부담스럽다는 사람, 그냥 일단 귀찮다는 사람 등.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는 걸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언제나 주인공으로 대접받길 원하는 사람이 있었다. 누군가는 사려 깊었고, 누군가는 타인에게 무관심했다.
‘인간은 대체로 비슷하지’라는 생각을 완전히 박살낸 결정적 사건은, 결혼과 육아였다. 꽤 비슷한 사람과 결혼했다고 생각했는데, 비슷하다고 생각한 그만큼 서로 안 맞았다. 여기저기 나와 닮은 구석이 많은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닮았다고 생각한 그만큼 나와 달랐다.
‘나는 나를 이해하고 싶은 그만큼 다름을 이해하고 싶었다.’ 『황상민의 성격상담소』의 씨앗이 된 애초의 내 욕망은 이거였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결혼을 하고 가족을 꾸리면서, 수시로 부딪치는 그 수많은 ‘다름’을 이해하는 것.
이 시리즈는 저자의 오랜 숙원 사업이기도 하다. 사회 갖가지 영역에 심리학을 접목해 여러 권의 책을 내고 성공도 한 저자는, 방송 출연과 강연으로 독자들에게 ‘신기한 대중심리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스스로의 정체성을 ‘연구자’로 생각하는 분이다. 그렇게 심리‘학자’로 생애 대부분을 ‘한국인의 성격 유형’을 연구하는 데 쏟아왔다. 자신의 ‘에지’라고 생각하는 학문적 성과를 세상과 가장 대중적으로 만나는 방법을 고민하던 저자의 욕망과, 편집자의 ‘나를 이해하고 싶다, 다름을 이해하고 싶다’는 애초 욕망이 만나 이 시리즈가 탄생했다.
나는 이제, 아주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다름’을 받아들이는 일을 시도하고 있다. 나를 이해하는 일뿐 아니라 타인을 이해하는 일도 아주 조금, 되는 기분이다. 이게 꼭 이 시리즈의 도움 덕이라고는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수많은 선배들께는 죄송하지만, 이를테면 나이를 먹어서일 수도 있긴 하다. 그렇든 저렇든, 나를 이해하고 다름을 이해하는 일은, 삶의 질을 높이고 일상에 만족감을 주는 데 두말할 나위 없이, 좋다. 물론 사람이나 상황을 바꾸지는 못한다. 그러나 그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 그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를 모르는 것과 아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아는 것만으로 괜히, 안심이 된다.
조율할 수 없는 그 누군가 때문에 좌절하는 사람에게, 그리고 받아들일 수 없는 그 무엇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에게, 이 시리즈를 빌려 내 안심하는 마음을 조금 떼어주고 싶다.
황상민의 성격상담소황상민 저 | 심심
[황상민의 성격상담소]는 각 유형별 고민 상담을 긴 맥락으로, 깊이 있게 다루며 비슷한 문제와 고민, 갈등 상황에 놓인 독자에게 충분하면서도 흡족한 이야기를 안겨줄 뿐 아니라, 실질적인 해법도 제시한다.
관련태그: 황상민의 성격상담소, 좀 예민해도 괜찮아, 독특한 게 어때서, 오지랖 넣은 게 어때서
푸른숲에서 책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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