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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놓치지 않고 출판하는 법

때를 놓치지 않는 방법 중 최고는 때를 길게 잡아 과녁을 키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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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처럼 빠르게 흘러가는 SNS 속에서 해류를 찾아내 글자로 고정시킨 책을 보면 그 통찰력과 순발력에 감탄하게 된다. (2017.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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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에 때가 있다


때가 있긴 한 것 같다. 모든 일에 때가 있다는 말은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의미의 격언이겠지만, 살면서 '아, 지금이 때로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일은 흔치 않다. 대부분 한참 지나고 나서야 너무 늦거나 심히 일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현재는 ‘아이고, 늦었네’와 ‘조금 더 기다릴걸’ 사이에 게으른 모양새로 있다.

 

주식을 파는 것부터 팬케이크를 뒤집는 순간까지 나는 때를 놓치는 일에는 일가견이 있어서 삶의 많은 시간을 후회하는데 쓴다. 물론 후회하느라 시간을 쓴 것을 다시 후회하곤 한다.

 

휴대 전화나 스타일러 같은 전자 기기는 욕망을 만들어 내는 산업이라 소위 ‘고객의 니즈'에 대해서 무관심해 보이기까지 한다. 어떤 산업 규모에서 니즈는 제품과 광고로 '생산'해 낼 수 있는 것이 되었다. 그러나 출판은 그 정도 규모는 아니다. 출판물을 기획하고, 필자를 섭외하고, 저자가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데 아무리 속도를 내어도 석 달, 족히 일 년은 걸리는 일인데 미리 알고 출판 기획을 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때를 좇기 급급한 사람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신간 출간은 책에 있어 거의 유일한 홍보 기회인데, 이때에 맞춰 화제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전 홍보를 통해 산업 규모에 맞는 ‘니즈’를 만들어 내는 것도 무한정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시기에 꼭 맞는 출판물을 보면 존경과 놀라움이 든다. 좁은 속으로 운 좋게 때를 만난 기획이라며 가재미 눈으로 흘겨 보기 십상이다.


때를 안다는 것이 행운의 문제가 아니라면 때를 놓치지 않는 방법에 무엇이 있을까 고민한다. 많은 기획자들처럼 일본이나 미국의 출판 현상을 참고하는 방법이 있다. 적절한 간격을 두고 해외의 경향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SNS를 열심히 따라가기도 한다. 물결처럼 빠르게 흘러가는 SNS 속에서 해류를 찾아내 글자로 고정시킨 책을 보면 그 통찰력과 순발력에 감탄하게 된다.

 

기회가 인생을 스쳐 지나갈 때 냉큼 움켜 잡을 순발력이 없다면, 미리 통발을 쳐놓고 때가 걸려들 때까지 지켜보는 방법도 있다. 유행은 돌고 돈다니 아예 늦었다면 한 바퀴 돌아올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린다. 어린이 책은 학년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독자들이 유입되고 학기에 맞춰 필독 도서가 제시되기 때문에 출간 이후에도 일 년을 단위로 새로운 기회가 오기도 한다. 어린이 책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스테디셀러 비중이 높은 것은 그래서일 거다.

 

때를 놓치지 않는 방법 중 최고는 때를 길게 잡아 과녁을 키우는 것이다. 월 단위나 분기 단위로 생각하지 말고 일 년 단위로 때를 본다. 아예 7년 대운이니 9년 대운이니 하는 식으로 느긋하게 사주가 풀리기를 기다릴 수도 있다. 이쯤 되면 한 생애를 단위로 삼을 기세다.

 

브라이언 그린의 대중 과학 강연을 보다가 우주적 때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먼 우주에서 오는 빛을 통해 우리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허블 망원경 덕에 그 팽창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도 알려졌다. 공간의 팽창 속도를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은하는 점점 관측할 수 없어진다. 먼 미래 어느 날에는 밤 하늘에서 다른 은하를 하나도 발견하지 못하는 때가 올 수도 있다. 그때의 천문학자들은 텅 빈 우주를 보며 우주가 멈춰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때마침 우주의 팽창을 확인할 수 있는 과학기술을 가진 시대에, 때마침 관측 가능한 크기의 우주를 만났다. 멀어지는 것이 별이든 기회든 이런 때라는 것은 충분히 아름다우니까, 넋을 놓고 때를 놓치며 좀더 겨울 별자리나 바라보기로 한다.

 

천문학적 변명을 할 만큼 적시의 출판 기획은 어렵기만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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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고여주

'그래, 난 취했는지도 몰라'라는 변명 아래 책과 전자책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작년부터 알코올 알러지를 앓고 있는데 개가 똥 알러지 같은 소리라는 핀잔만 듣고 있습니다. 고양이 4마리, 개 1마리와 살며 책에 관한 온갖 일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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