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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폴 “내 속도로 살고 싶어 제주에서 살아요”

『모든 삶은, 작고 크다』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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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느릿느릿 살고 싶진 않아요. 다만 제 속도로 살고 싶어요. 매일매일 바쁘고 치열하고 촘촘하다고 해도 그게 나랑 맞는 속도라면 문제가 없을 거예요. 서울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내가 살고 싶은 속도를 내가 제어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어요. (2017.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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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일을 하다 짬이 나면 동화를 썼다. 매일 산책하며 벚나무와 앵두나무, 동백나무와 인사했다. 루시드폴은 뭘 시작하면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노래도 열심히, 귤 농사도 열심히, 책도 열심히 썼다. 화학 분자학을 연구했던 화학자, 이제는 제주에 사는 농부 루시드폴이 정규 8집 앨범이 담긴 에세이집 『모든 삶은, 작고 크다』를 펴냈다. 2년간 쓰고 만든 글과 노래가 한 편의 시처럼 담겼다. 책 제목을 듣자마자 “루시드폴스럽다”고 생각한 건, 쉼표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루시드폴에게 ‘꿈’을 물었다. 그는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내가 좀 더 단단한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또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이 건강하고 상처받지 않았으면, 제주의 작은 과수원이 지금처럼, 혹은 지금보다 더 평화롭고 조용한 곳으로 남아 있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 꿈이야말로 작고 큰 삶이 아닐까, 루시드폴의 글을 다시 읽고 싶어졌다.

 

“어떤 ‘시절’의 내 모습이든, 그 시절이 고스란히 앨범 속에 있다. 그리하여 나의 과거는 앨범의 연대기로 남는다. 유학 시절을 생각하면 2집이, 지금은 세상에 없는 한 친구를 생각하면 3집이 떠오르고, 2년 동안 살았던 한옥 처마와 쪽빛 하늘을 떠올리면 6집이 떠오른다. 처음 서울에 둥지를 텄던 10평짜리 집 앞 골목을 생각하면 금세 4집이 떠오른다. 반대도 그렇다. 7집 속에는 처음 이 섬에 왔던 시절의 온갖 기억으로 빼곡하다. 나에게 앨범과 노래란, 픽션이 아닌 다큐멘터리이다. 그래서 나의 노래 속에는 나의 모든 것이 남아 있다.” (1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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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가볍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

 

제주 공연은 어땠나요? 서울에서 하는 공연과는 달랐을 것 같아요.

 

출퇴근하는 기분이 좀 다르죠. 제주에서 사는데 제주에서 공연을 하니까요. 이번 공연에는 그동안 작업하느라 잘 못 봤던 친구, 형들이 많이 왔어요. 마치 출정식 같은, 혹은 투어의 시작과 앨범 작업의 끝을 축하해주는 기분이 들어서 더 ‘홈 그라운드’ 같은 느낌이었어요. 공연장이었던 돌문화공원의 극장은 뒷무대가 유리로 되어 있거든요. 언제나 특별한 느낌의 공간인데, 작년에 노루가 와서 노래를 듣고 갔는데 올해는 안 온 듯해서 조금 서운했어요. 근데 어떤 페친이 글을 남기셨더군요. 두 번 째날 앵콜곡을 부를 즈음 노루가 뛰어다녔다고요. (웃음)

 

책이 꽤 묵직해요. 앨범도 들어있지만, 사진도 많이 실렸어요.


사진이 많이 들어 있는 책은 판형이 너무 작으면, 사진에 눈이 잘 안 가더라고요. 그렇다고 잡지처럼 너무 크면 도록 같아서요. 타협점을 찾은 게 이 사이즈였어요.

 

노랫말을 원고지에 쓰셨더라고요.


원래도 종이에 글을 쓰는 편이에요. 제 딴에는 정서를 한 건데요. 책을 받아보니 정서가 아니더라고요. (웃음) 띄어쓰기가 틀린 곳도 있는데 한 문장으로 읽혔으면 하는 문장은 그대로 살렸어요.

 

제목을 읽고는 “루시드폴 이야기 같다”고 생각했어요.


영어 제목으로는 ‘Living small and tiny farm’인데요. 처음에는 그냥 ‘Living small’을 생각했어요. 굳이 표현하자면 ‘적당히 만족하는 삶?’ 거창하게 말하는 ‘심플 라이프’가 아니고요. 원래 부제로 생각했던 제목이었는데 책이 나오기 직전까지 마땅한 제목을 찾지 못했어요. 별의별 제목이 다 나오는 와중에 출판사 분들이 이 제목이 적당하겠다고 판단하셨나 봐요. 조금 무겁지 않나 생각하기도 했는데, 이 이상의 제목을 못 찾겠더라고요. 아직은 저조차도 낯선 데요. 어떤 문장이든, 하다못해 밴드 이름도 낯설다가 익숙해지는 순간이 있잖아요. 이 시간이 곧 오겠죠. 눈에 익숙해지고 입에도 익숙해지는 순간이요. 의미보다는 하나의 심볼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난 앨범 타이틀곡이 「누군가를 위한,」이었잖아요. 이번 타이틀곡 「안녕,」에도 쉼표가 들어갔어요.

 
그냥 ‘안녕’이라고 쓰니까 ‘Goodbye’ 느낌이 나서요. 너무 길어지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괜찮다고 해주셔서요. 그러면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웃음)

 

책의 첫 장이 새 이야기(‘땅으로 내려온 날개’)로 시작돼요. 타이틀을 지우고 책을 보았다면 생태학자의 에세이인가, 싶었을지도 몰라요.


이 글은 꼭 앞에 넣고 싶었어요. 지금 저한테 가장 마음 아픈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 같은데요. 우리 일상에서 항상 마주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들이에요. 글과 함께 나오는 비둘기 사진이 있는데, 우연히 찍은 한 쌍의 비둘기예요. 전 둘의 관계는 몰라요. 친구인지 연인인지. 다 크지 않은 어린 새들이었는데요. 한 마리는 보통 사이즈. 다른 한 마리 목선이 가늘고 예쁜 멧비둘기였어요. 목선이 확연히 보이더라고요. 아직도 해가 질 무렵 제가 찍었던 사진을 보면 ‘이 친구들은 어디서 뭐 하고 살고 있을까’ 생각이 들어요.

 

글과 곡 작업을 함께 했나요?


완전히 별개로 작업했어요. 글 같은 경우에는 원고지를 앞에 두고 펜을 들 때까지,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 지 생각이 쉽게 들지 않았어요. 뭐라도 써보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썼는데, 나중에 모인 글들을 읽어보니 곡과 연결이 되더라고요.

 

앨범을 책으로 내야겠다는 생각은 일찍부터 한 것 같아요.


제주로 내려오면서 앞으로 책만 내는 일은 안 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뭐랄까 책을 내는 일련의 과정들이 좀 낯설었어요. 책을 내면 본의 아니게 연예인으로 분류가 되잖아요. 인터뷰를 해도 그렇고요. 제가 소속된 회사에서 앨범을 내는 일은 익숙한데 출판 쪽은 또 그렇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책을 낸다면 앨범과 함께 낼 것 같다는 생각은 있었어요. 이 앨범 바로 전에 제가 직접 책을 만들었잖아요. 의미가 있었고 또 재밌는 작업이었지만, 전문가가 만들어주시는 책은 아무래도 다를 테니까요.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사진도 많이 실렸어요. 귤, 아내, 곡을 만들고 녹음한 작업실까지.


모두 제가 찍은 사진이에요. 제가 나온 사진은 아내가 찍어줬고요. 사진을 찍는 걸 즐기는 편인데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찰나를 기억할 수 있으니까요.

 

‘노래하는 집’ 오두막을 짓기까지의 과정이 꽤 자세히 나와요. 사진만 보면 굉장히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힘들었겠구나, 쉽지 않겠구나 싶었어요.


귤 수확이랑 같이 했거든요. 귤 주문을 받고 배송하는 일을 올해 1월까지 했는데, 눈이 떨리기 시작하더니 멈추지를 않는 거예요. 뭘 먹어도 소용이 없고. 병원에 가니까 막걸리, 커피 같은 걸 먹지 말라고 했어요. 겨우 커피와 막걸리를 통해 에너지를 대출받고 있었는데, 의사 분이 전부 끊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평생 먹을 비타민, 마그네슘을 먹은 것 같아요. 그렇게 약발로 버티면서 완성했는데, 몸은 진짜 힘들었지만 마음은 항상 즐거웠어요. 아침만 되면 오두막을 함께 짓는 친구들 만날 생각부터 했으니까요.

 

몇 달 정도 걸렸나요?


작년 12월 1일에 착공했으니까 딱 4개월 걸렸어요. 오두막이 아래층 4평, 위층이 8평이라 총 12평이에요. 평당 3일을 생각하면 된다고 해서, 딱 1달 조금 넘는 계획을 세웠어요. 그런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거예요. 설계가 너무 엽기적이라서요. (웃음) 과수원 사이에 작은 공간으로 만든 거라 주변 나무들을 피해야 했고 또 비가 오는 날은 쉴 수밖에 없었어요. 책에 친구들과 쫑파티한 사진이 나오는데요. 정말 정신 없었어요. 하지만 정신 없게 행복했어요.

 

내가 지은 공간에서 직접 한 녹음, 이건 뮤지션에게 굉장히 특별한 경험일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홈 레코딩이 아니라, 팜 레코딩이잖아요. 악기도 모르고 프로그램도 쓸 줄 모르는데, 내가 다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맡길 수도 없는데? 일단 10월이라는 달이 나에게 올까? 고민이 정말 많았어요. 앨범이 나오는 날을 확실히 정했었거든요. 일단 체력이 정말 힘들었어요. 전날 늦게까지 녹음을 했더라도 아침에는 농장 일을 해야 했으니까요. 12월까지는 공연도 있고. 그래서 체력을 배분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낮에는 죽어도 곡을 못 쓰겠더라고요. 그래서 밤에도 해봤는데 그러면 다음 날 컨디션이 너무 안 좋고요. 결국 새벽에 작업을 했는데, 새벽에 쓴 곡이 엣지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심지어 내가 곡을 다 쓴 다음에도 좋은지 나쁜지 모르겠고. 또 다른 좋은 노래를 들으면 좌절하고. 그러다 하나씩 녹음하고 악기가 입혀지면서 조금은 여유가 생겼어요.

 

“내 노래가 태어날 ‘노래의 밭’이 갖고 싶었다”고 말했어요.


돈으로 살 수 없는 유일무이한 소리를 담을 수 있는 곳, 나무를 돌보듯 키워낸 노래를 거두는 곳을 원했어요. 그리고 그곳의 빛과 향기와 계절과 울림, 모든 걸 고스란히 담을 수 있으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근사한 여행지에서 영감을 받고 아무리 좋은 스튜디오에서 깨끗하게 녹음을 해도 그것보다 좋을 것 같진 않았어요.

 

책에 실린 앨범의 곡 순서와 음원의 순서가 달라요.


다른 호흡으로 들었으면 해서 바꿔 놓았어요. 글이 없는 상태에서 음악을 들었을 때의 호흡과 글과 함께 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엘범의 호흡이 달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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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테나뮤직

 

1.jpg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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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즈덤하우스

 

천천히 느릿느릿 살고 싶진 않아요

 

「안녕,」 가사가 특히 좋았어요. 침묵이 더 편해졌다는 이야기가 참 좋았어요. 앨범이 나오고 책이 나왔으니, 그래도 한동안은 침묵할 수 없잖아요. 요즘 어떠신가요?


저는 말하는 일이 ‘충전’보다는 ‘소진’에 가까운 사람이에요. 물론 말하면서 더 에너지를 얻는 사람들도 있죠. 이를 테면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이요. 제게 말이란, 늘 즐겁지만은 않지만 제 작업이나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는 건 크게 거부감이 없어요. 인터뷰 질문이 아무리 엉터리라고 해도요. 제 작품을 조금이라도 더 잘 알리고 싶고, 더 잘 보아달라고 부탁도 하고 싶으니까요. 공연장에서 멘트를 해야 하는 일도 괜찮아요. 팬들이 모인 곳이니까요. 하지만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 앞에서, 그것도 제 작품이나 작업물과 관계없는 말을 하는 건 여전히 곤혹스러워요.
 
2년 전 직접 재배한 귤을 홈쇼핑에서 팔아 화제가 됐어요. 아직도 루시드폴 포털에 검색하면 검색어로 홈쇼핑이 떠요. 그 때 굉장히 이슈였어요. 팬들은 무척 놀랐고요.


(웃음) 사실 처음에는 너무 하기 싫었어요. 글쎄요.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방송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서 서울을 떠난 것도 있어요. 방송을 하지 않아도 음악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 땐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음악과 관련 없는 활동을 너무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썩 좋게 보이지 않았어요. 지금은 아니고요. 2년 전에도 이런 생각들이 있었고, 제주에서도 완전히 자리를 못 잡은 상태였거든요. 이런 저를 제가 너무 잘 알잖아요. 그런데 희열이 형이 “짧고 굵게 하나만 하자”고 했어요. 홈쇼핑 하나만 하면 딴 거 안 해도 된다고. (웃음) 그래서 하게 된 거죠.
 
새벽 시간 방송이었던 것 같아요. 7집 앨범과 동화책, 사진 엽서, 그리고 귤을 팔았어요. 재밌는 아이템이지만 홈쇼핑에서 썩 반길 상품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너무 소량 판매라서요.


굉장히 부정적이었어요. 홈쇼핑은 자본주의의 첨병 같은 존재잖아요. 시간대별로 금액도 다르고요. 채널을 얻기가 무척 힘들었는데 결국 했죠. 처음에는 귤이니까 농수산홈쇼핑에서 팔려고 했어요. (웃음)
 
안테나뮤직 소속 뮤지션들이 대거 출연해 귤을 까먹는 장면을 연출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안테나뮤직이 사옥을 옮기고 포맷을 새로 기획할 때였어요. 당시 제 앨범이 첫 앨범이었고요. 그래서 새벽 2시에 동료, 후배, 선배들이 대거 총출동했죠. 되게 고마운 만큼 미안한 마음도 많았어요. 제주에 살면서 연락도 잘 못했는데, 많이 친하지도 않은 후배들한테 이런 부탁을 해도 되나 싶고. 어쨌든 고맙고 좋은 추억을 만들긴 했죠.

 

제주에서의 일상은 어떤가요? 서울보다는 좀 느린 속도로 살고 있나요?


저는 천천히 느릿느릿 살고 싶진 않아요. 제 속도로 살고 싶어요. 매일매일 바쁘고 치열하고 촘촘하다고 해도 그게 나랑 맞는 속도면 별 문제가 없을 거예요. 서울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내가 살고 싶은 속도를 내가 제어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어요. 내가 기어를 쥐고 있는 것 같지가 않았어요. 굉장히 많은 관계가 있으니까 내가 그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어요. 내 속도로 살기 위해서는 이 관계들 속에서 떨어져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적어도 핸들은 내가 쥐고 있어야겠다, 생각한 거예요.
 
제주에 살면서 방향과 속도를 분명히 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제가 조절할 수 있는 속도니까요. 농부의 하루는 굉장히 일찍 시작돼요. 특히 여름에는 해가 빨리 뜨니까 일을 빨리 해야죠. 굉장히 일찍 일어나야 해요. 그리고 하루 3끼를 해먹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에요. 매일 뭘 먹을까 궁리만 해도 하루가 훌쩍 가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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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쓰고는 제 삶이 이야기가 안 되더라고요

 

제주에서 살겠다고 결정한 계기는 특별했나요? 아니면 우연이었나요?


그게 좀 희한해요. 저희가 2014년 2월에 제주에 내려갔는데, 2012년 가을쯤 제주도로 여행을 갔어요. 서귀포를 많이들 가잖아요. 시내에 있는 이중섭미술관을 갔는데 바다가 보이더라고요. ‘아, 저기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애를 시작한 지 4달이 되던 때였는데요. 아내는 일본에 있었고요. 통화를 하면서 “우리 나중에 결혼해서 제주에서 살까?” 물었더니, 아내가 “좋지”라고 했어요. 되게 낭만적인 수준에서의 대화였는데 아내가 일본에서 유학하다가 이런저런 상황 때문에 한국에 들어오게 됐어요. 2013년 봄이었는데 당시 저는 북촌에서 살고 있었고요. 앨범 작업을 하느라 바쁘게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제주에 대한 생각이 묻혔는데, 작업이 끝나자마자 여행을 갔어요. 아내랑 둘이 제주로요. 김녕, 조천 등을 돌아다녔는데 저희가 어느새 집을 알아보고 있더라고요.

 

책에 아내 이야기가 꽤 많아요. 첫 만남부터요.


안 쓰고는 제 삶이 이야기가 안 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사적인 이야기잖아요. 꼭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면 안 하는 편인데요. 하지 않고서는 아무 이야기도 할 수 없었어요. 쓰고 싶은 이야기니까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내는 제가 곡을 쓰던, 글을 쓰던 가장 먼저 보고 피드백을 주는 사람이에요. 이미 원고는 수없이 읽었는데, 이런 꼴로 보는 건 며칠 전이 처음이었어요. 굉장히 좋아했어요.

 

아내 분이 이미 책을 두 권 쓰셨죠?


독립출판물로 출간해서 저희가 직접 찍었어요. 가장 최근에 낸 책은 『아가풀과 노루별』이라는 시집인데요. 가끔 라이킷, 유어마인드 이런 서점에서 문자가 와요. 책이 팔렸다고 입금해준다고요. (웃음) 첫 번째 책은 50권 정도 찍었을 거예요. 글은 아내가 삽화는 제가 그렸어요. 아내는 계속 글을 쓰고 있으니까 작가죠. 저희 농장의 대표님이시기도 하고요.

 

아내와 함께 책을 쓸 계획은 없나요?


쓰고 싶어요. 독립출판으로 낼지 기성출판에서 낼지는 모르겠고요. 가능하다면 어디선가 내주시면 좋겠지만 굳이 또 내달라고 하고 싶진 않아요. 아내가 원고는 계속 쓰고 있으니까요. 정리되면 한 번 생각해 봐야죠. 아마 동화, 동시가 될 것 같고요.

 

“나에게 앨범과 노래란, 픽션이 아닌 다큐멘터리”라고 했어요. 이번 작품집은 루시드폴에게 어떻게 기억될까요?


지난 앨범 이후 지금까지의 나를 기록한 다큐멘터리가 되지 않을까요?

 

요즘 고민이 있다면요?


다음 앨범의 마스터링은 어디서 할까, 생각하고 있어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이 있나요?


비슷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 그냥 말수가 좀 적고 좀 멍청하고, 그러면서도 귀여운 할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

 


 


 

 

모든 삶은, 작고 크다 루시드 폴 저 | 예담
2년 만에 발매하는 정규 8집이자 루시드폴의 첫 에세이인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어나는 생명과 자연에 대한 경탄, 그리고 놀랍도록 찬란한, 모든 ‘작은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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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모든 삶은, 작고 크다 (에세이+정규 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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