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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교회를 아시나요?

묵직한 저음이 주는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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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6일부터 31일까지 러시아 정교회를 대표하는 성가대가 우리나라를 찾는다고 한다. (2017.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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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BY Jeremiah Higgins on Unsplash

 

2017년은 러시아 혁명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해 제정 러시아에서 일어난 볼셰비키 혁명으로 인류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 소련이 탄생했다. 이어진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이 끝나자 세계는 미국을 앞세운 서방의 자유 진영과 소련이 주도한 동쪽의 공산 진영으로 나뉘어 서로 대치하는 동서 냉전 시대로 접어들었다.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고 공산주의를 추종하는 국가들도 씨가 말라버린 지금, 국제 사회에서 러시아의 위상과 역할은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그들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언젠가는 다시 세계 역사의 중심에 서는 날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는 그다지 주목하지 않는 사실이지만 500년 전에도 러시아는 기독교가 지배한 유럽의 절반을 대표하는 나라였다. 그때도 유럽은 동과 서로 나뉘어 있었고, 냉전 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러시아는 동쪽의 중심이었다. 서쪽의 로마 가톨릭과 갈라선 비잔틴 교회, 즉 동방 정교회는 동로마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에 그 중심을 두었으나 동로마 제국이 투르크에 무너지자 그 본거지를 모스크바로 옮기고 러시아의 군주를 그 수호자로 삼아 그때부터 러시아의 왕을 황제라 칭했다.

 

로마 제국의 붕괴 이후 유럽 여러 나라의 군주 가운데 황제의 칭호를 사용했던 나라는 두 곳뿐이다. 서로마가 무너진 후 이민족의 침입을 막아 로마 가톨릭 교회를 수호한 공로로 로마의 대주교, 즉 교황으로부터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로 봉해진 동프랑크의 왕이 그 첫 번째이고, 모스크바로 근거를 옮긴 동방 정교회의 대주교로부터 로마 황제의 후계자로 인정받은 러시아의 왕이 두 번째이다. 동프랑크는 독일이 되었고 한동안 여러 제후국으로 나뉘어 있다가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으면서 합스부르크 왕가가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 지위를 세습했다. 그런 까닭에 황제를 뜻하는 독일어 ‘카이저’와 러시아어 ‘차르’는 모두 로마 제국의 황제를 일컫는 ‘카이사르’에서 비롯되었고, 카이사르는 바로 로마 제국의 초석을 다진 시저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초기 기독교가 온갖 박해와 시련을 지나 392년 마침내 로마 제국의 국교로 선포될 즈음, 제국 안에는 5대 주교구가 자리 잡고 있었으니 예루살렘과 알렉산드리아, 안티오키아, 콘스탄티노플, 로마가 그들이다. 그 가운데 예루살렘과 알렉산드리아, 안티오키아 주교구가 7세기 중엽 이후 이슬람의 정복으로 무너져버리자 로마와 콘스탄티노플이 남아 교회의 중심축을 형성했다. 로마 제국의 두 중심지이던 로마와 콘스탄티노플은 초기 기독교 역사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공생과 경쟁의 묘한 관계를 이어갔다. 476년에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고 그 빈자리를 채울 만한 절대 강자가 나타나지 않는 동안 로마 교회는 정치 권력의 간섭 없이 독자적인 위상과 세력을 키워갈 수 있었기에 다른 교회에 대한 로마 교회의 우위를 주장하며 로마 교구의 주교를 교황이라 부르게 된다. 이에 반해 콘스탄티노플의 교회는 교리상 모든 교구가 동등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실제로는 동로마 제국, 즉 비잔틴 제국의 지배하에 있었기에 제국의 황제는 콘스탄티노플 교회뿐만 아니라 로마 교회까지도 자신의 통제 아래 두려고 했다. 이렇듯 서로 다른 입장과 교리의 차이는 두 교회를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들었고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는 사건들이 잇따라 벌어지면서 1054년 두 교회는 서로가 서로를 파문하여 갈라섰다.

 

로마 교회와 결별한 이후 동유럽을 중심으로 교세를 넓혀간 비잔틴 제국의 콘스탄티노플 교회는 교리와 예배 의식, 조직을 정비하며 점차 독자적인 성격을 확립해갔다. 콘스탄티노플 교회는 로마 교회에 대해 스스로의 정통성과 우위를 주장하기 위해 정교회라 일컬었고, 그 지역의 방위를 앞세워 동방 정교회(Eastern Orthodox Church)라 부르거나 그 지역의 문화권을 가리켜 그리스 정교회라 부르게 된다. 9세기 불가리아에 교회를 세운 정교회는 10세기에 이르러 키예프 공국의 러시아인들을 개종시켜 러시아 정교회의 발판을 만들었다. 그리고 1453년, 비잔틴 제국이 오스만 투르크의 침략으로 몰락하자 러시아의 국왕이 비잔틴의 황제를 이어 정교회의 모든 교회를 대표하는 수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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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스크바 스레텐스키 수도원 합창단. 이건창호 제공.

 

10월 26일부터 31일까지 러시아 정교회를 대표하는 성가대가 우리나라를 찾는다고 한다. 종교가 다르고 그 가사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 가을, 그들이 들려주는 묵직한 저음의 깊은 울림을 온몸으로 느끼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벗어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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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승찬(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학 교수)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음악학과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서양음악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전공 교수, (사)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사로 일하고 있으며 음악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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