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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특집] 맥주와 고양이.. 하루키의 신비한 취향 사전

<월간 채널예스> 8월호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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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팬들은 하루키가 즐겨먹는 음식부터 즐겨 듣는 노래, 그가 좋아하는 작가 등 그의 세세한 취향을 꿰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키만큼 자신의 취향에 대해 많이 쓴 작가도 없기 때문, 자신의 취향에 대해 쓴 맛깔나는 그의 글을 읽자면 어느덧 그 세계에 동참하고 싶어진다. (2017.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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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팀 야쿠르트 스왈로즈


하루키가 야구장의 외야에서 날아가는 야구공을 보다 문득 ‘아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소설가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의 응원팀은 ‘야쿠르트 스왈로즈’로 전통은 있으나 매년 순위는 그닥인, 그래서 응원하는 팬들도 어느 정도는 체념하고 있는 팀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요즘의 한화 이글스 같달까. 그런 야쿠르트 스왈로즈가 2015년, 15년 만에 우승을 했을 때 하루키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홈구장인 진구구장 외야에 간다면 탕탕 공을 튕기는 배트소리를 감상하며 맥주를 마시는 하루키를 찾아보자.

 

던킨 도너츠


하루키는 흰 쌀밥 대신 두부를 주식으로 몇 가지 채소나 생선을 위주로 한 건강한 식생활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좋아하는 몇 안 되는 디저트는 바로 도넛. “막 튀겨낸 도넛은 색깔이며 향기며 바삭한 느낌이며 뭔지 모르게 사람을 격려하는 듯한 선의로 가득 차 있다." (『무라카미 라디오』 中) 음식을 묘사하는 하루키의 글 솜씨는 단연 일품이어서 하루키의 글에 나온 음식은 무엇이든 먹고 싶어지는데 이 도넛도 마찬가지이며,. 다이어트 같은 것은 금새 잊어버리게 된다. 하루키의 추천 브랜드는 던킨 도너츠다. _『야구와 고래와 도넛』에서 하루키는 “보스턴에 있을 때만은 항상 다리가 지극히 자연스럽게 던킨 도너츠 로고 쪽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얼굴을 찡그리며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도넛을 베어물고, <보스턴 글로브>를 펼쳐 어젯밤의 경기 결과를 확인한다.”라고 했다.

 

삿포로 맥주


역시 맥주하면 하루키, 하루키 하면 맥주다. 그의 소설 어떤 것을 펼쳐도 반드시 주인공이 맥주를 마시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그의 처녀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는 맥주를 마시는 장면이 무려 56번이나 나온다. 일본에서도 하루키의 맥주 사랑은 유명한지 맥주 회사에서 그에게 CF모델 제의를 한 일화도 있다. 물론 거절했지만 후에 ‘삿포로’ 맥주 광고의 카피라이팅을 하기도 했다. 하루키가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로 알려진 것은 ‘삿포로’와 ‘마루이 브로이’,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달리기 후 땀 흘리며 마시는 맥주가 제일이라고 한다. 

 

재즈 뮤지션 마일스 데이비스


하루키가 소설가가 되지 않았더라면 역시 재즈바 사장으로 남지 않았을까? 재즈 애호가인 그는 대학 졸업반 무렵인 이십대 중반부터 작은 재즈바인 ‘피터캣’을 운영했다. 작은 그 바에서 하루키는 내키는 대로 음악을 틀었는데 손님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루키가 가장 좋아하는 재즈 뮤지션으로 꼽는 사람은 마일스 데이비스, 자신의 음악 취향에 대해 많은 글을 쓴 하루키는 "마일스 데이비스 음악에 깃든 뛰어난 자기 혁신성은 지금도 내가 문학적 규범의 하나로 우러르는 것이다.”라는 말을 했을 정도니 음악이 그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짐작할 만 하다. 하루키는 재즈를 가장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 외 다양한 장르의 음악도 즐겨 듣는데 락에서는 짐 모리슨, 팝에서는 비치 보이스 등등을 좋아한다 이야기 한 적이 있다. 많은 이들이 소설 ‘노르웨이 숲’ 때문에 하루키를 비틀즈의 팬이리라 짐작하지만 정작 그는 비틀즈를 크게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소설가 레이먼드 카버


미국 현대 단편소설의 대가로 우울한 현대인의 자화상을 쓸쓸한 풍경 속에 포착해내는 레이먼드 카버. 단편 소설의 귀재로 불리는 그 이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하루키의 공이 크다. 스스로 그의 열렬한 팬임을 자처하는 하루키는 83년부터 카버의 단편 소설 7가지를 모아 번역했고 이 책은 일본에서 『내가 전화를 거는 장소』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다. 카버를 문학적 스승으로 모시는 하루키는 레이먼드 카버의 책이 일본에서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 84년에 직접 카버의 미국 집에 방문하기도 한다.

 

소설 롱 굿바이


레이먼드 카버 만큼이나 하루키가 좋아하는 작가로는 『빅슬립』, 『기나길 이별』 등으로 유명한 레이먼드 챈들러가 있다. 미국 하드보일드범죄 소설의 대가로 불리는 챈들러의 작품 중 하드보일드의 걸작이라고 평가받는 『롱 굿바이』는 하루키가 그 뛰어남에 대해 몇 번이나 극찬하며 이 작품이 자신의 작품 세계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고 했다.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과 마찬가지로 직접 번역까지 했다.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 숲』에서는 주인공 와타나베가 대학 시절 레이먼드 카버를 좋아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는 1960년대에 나의 영웅이었다. 나는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이 혼자 힘으로 살아가고, 매우 독립적인 것에 영향을 받았다. 그들은 외롭지만, 고상한 삶을 찾는다.” 하루키가 레이먼드 챈들러에 대해 한 말을 보면 하루키의 소설 속 주인공들이 떠오른다. 외롭지만, 독립적인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이들 말이다.


달리기


직업 글쓰기인으로서 하루키의 가장 큰 장점은 성실함에 있다. 하루키가 소설가로서 갖추어야 할 중요한 자질로 꼽은 세가지도 재능, 집중력, 그리고 지속력이다. 재능은 타고 나는 것이지만 집중력과 지속력은 훈련으로 생기는 것으로 하루키는 달리기를 통해 소설을 계속 쓸 수 있는 집중력과 지속력을 향상시켰다고 한다. 매일 달리며 마라톤과 울트라마라톤, 트라이애슬론까지 도전한 하루키는 자전적 에세이를 모은 책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주어진 개개인의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켜 가는 일, 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 그것은 또 사는 것의(나에게 있어서는 글쓰기) 메타포(비유)이기도 하다.”라고 이야기 하기도 했다. 하루키는 ‘무라카미 하루키/작가(그리고 러너)/1949∼20**/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라고 묘비명을 미리 정해놓기도 했다.

 

고양이


오래도록 고양이를 키워온 하루키, 그의 젊은 시절 재즈바 이름 ‘피터캣’ 또한 그가 기르다 잃어버린 고양이의 이름에서 따온 것일 정도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그는 그의 베스트 프렌드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안자이 미즈마루와 함께 고양이에 관한 동화책 후와후와』를 출간하기도 했다. ‘해의 온기를 한껏 빨아들이고 눈부시게 빛나는 고양이’ 같은 표현을 보자면 그의 사랑을 짐작할 만 하다.

 

안자이 미즈마루


하루키 하면 동시에 떠오르는 안자이 미즈마루의 일러스트. 단순한 선 안에 그리고자 하는 핵심이 담겨 있는 특유의 무심한 듯한 위트 넘치는 그림체는 하루키의 에세이와 찰떡궁합으로 맞아 떨어진다. 안자이 미즈마루의 일러스트와 작품세계를 다룬 책의 제목 『최선을 다해 못 그린 그림』이 정확하게 그의 일러스트를 설명할 수 있는 문구다. 하루키의 책 다수를 맡아 작업한 그는 하루키와 가까운 친구이기도 해 하루키의 에세이 중에는 안자이와의 일화가 담긴 것이나 대담이 꽤나 된다. 하루키가 쓴 일화 중 어떤 주제를 던져도 아무렇지 않은 듯 쉽게 쓱쓱 그려내는 안자이가 얄미워 ‘슈니첼을 먹는 장교’같은 까다로운 주제부터 특징 없는 두부 그림까지 주문했는데 역시 아무 무리 없이 그려내 괘씸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루키의 에세이는 안자이 미즈마루의 일러스트와 봐야 제 맛이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2014년 지병으로 사망했다.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저 / 양억관 역 | 민음사
고독한 도시 한가운데에서 살아가는 청춘의 아픔과 사랑의 순간을 강렬하게 그려 낸 시대의 소설. 유려하고 감각적인 번역으로 만나는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의 진수는 첫 만남을 추억하는 독자에게도, 새로운 만남을 기다리는 독자에게도 잊지 못할 기억을 선사할 것이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무라카미 하루키 저 / 윤성원 역 | 문학사상
젊은 날의 격정적인 시간을 보낸 뒤 밀려든 허무감과 깊은 상실감,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고 재생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여정이 바람처럼 가볍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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