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잊는 고전적인 방법
<월간 채널예스> 6월호 낮책 밤책
책과 커피, 그리고 하루키와 음악을 좋아해 홍대와 신촌 사이 기찻길 땡땡거리에서 북카페 피터캣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좋은 친구와 커피 한 잔을 마주하고 정겨운 시간을 보내듯 책과 커피 이야기를 나누어보려 합니다. (2017.06.20)
어린 시절 끔찍한 가정폭력을 경험한 잭 토런스의 가장 큰 두려움은 자신도 언젠가 아버지처럼 변해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사실 그는 이미 3살 먹은 아들의 팔을 부러뜨린 경험이 있고, 이번에도 역시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학생을 심하게 폭행한 혐의로 영문학 교사 자리까지 잃게 되었다. 콜로라도 산맥 깊숙한 곳에 있는 오버룩 호텔의 관리인으로 일하는 겨울이 어쩌면 그에게 유일한 기회일지도 모른다. 희곡을 완성하기 위해, 그리고 불안한 가정을 지키기 위해.
공포 소설과 대중 소설의 대가로 알려진 스티븐 킹이지만, 우리에게 그의 이름은 소설보다는 영화로 더 익숙하다. <쇼생크 탈출> <그린 마일> <미저리> 등 제목만으로도 설레이는 작품들 모두 스티븐 킹의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샤이닝>(1980년)도 마찬가지다. 잭 니콜슨의 광기 어린 표정, 살벌하게 문에 박힌 도끼는 지금까지도 공포 영화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남아 있다. 영화를 먼저 접한 이들은 아마도 이 유명한 작품을 책으로 다시 읽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궁금하겠지만, 생존한 작가 중 3억 권이 넘는 판매량을 거둔 작가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조앤 롤링과 스티븐 킹이 유일하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책의 재미 또한 영화에 못지않으리라는 예상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아버지 잭 토런스에 관한 심리 묘사이다. 이미 『에스콰이어』에 단편이 실릴 정도로 전도 유망한 작가인 그를 방해하는 건 오직 자기 자신뿐이다. 심각한 알콜 중독인 그는 평소엔 자신의 문제를 반성하고 또 고치려 노력하는 정상적인 가장이지만, 가끔씩 자신을 감시하고 괴롭히는 가족과 주변인들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린다. ‘왜 모든 게 내 탓인가, 벌 받아야 할 사람들은 그들이 아닌가?’ 어쩌면 잭 토런스의 분노는 바로 우리의 것이기도 하다. 만약 터져 나오는 분노를 참지 않고 그대로 폭발시켜 버린다면, 그다음은 어떻게 될까? 타고난 이야기꾼인 스티븐 킹은 여기에 문학적 재미와 상상력을 더해 그 후 벌어지게 될 이야기를 서늘하게 들려준다.
콜로라도 산맥 높이 자리 잡은 오버룩 호텔은 폭설이 내리는 겨울이면 몇 개월 동안이나 도로는 물론 전화까지도 단절된다. 말 그대로 완전한 고립이다. 투숙객은 물론 직원들까지 모두 자리를 비우는 이 기간 동안 잭 토런스는 가족과 함께 비어있는 호텔의 관리를 맡기로 한다. 5, 6개월 동안이나 가족이 고립된다는 것과 예전 관리인 가족의 비극적인 사고가 잭을 불안하게 하지만, 교사 자리에서 쫓겨나 당장 일자리가 필요한 데다, 집필중인 희곡을 마무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어쩌면 소중한 가족애도 함께.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이 작품을 백인의 인디언 학살, 또 다른 학살의 주인공인 독일을 상징하는 폭스바겐, 그리고 핍박받은 흑인을 대변하는 할로런을 대입시켜 영화로 풀어냈다. 잭이 미쳐가는 이유를 소설처럼 자세하게 묘사할 수 없는 영화의 단점을 멋지게 극복해낸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영화가 보다 시각적인 공포에 집중할 수 있었다면, 소설은 잭 토런스가 미쳐가는 과정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마치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가 떠오른다면 조금 과장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스티븐 킹의 실력 또한 만만치 않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여름철 카페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샤케라또’라는 단어를 들으면 얼핏 일본어가 떠오르지만, 정식 명칭이 Caffe Shakerato인 이탈리아의 여름철 인기 커피 메뉴다. ‘커피를 얼음에 넣고 흔든다’라는 뜻의 합성어인데, 만들기가 매우 간단하다. 먼저 얼음을 채운 셰이커에 시럽을 약간 넣고 흔들어 준 후, 시럽이 냉각되면 다시 에스프레소를 넣어 거품이 날 때까지 충분히 흔들어 주면 된다. 마티니 잔이나 샴페인 잔에 따라 한 모금 마시면 진한 에스프레소와 얼음 알갱이가 완벽하게 조화된 맛을 느낄 수 있다. 여름은 몸뿐 아니라 마음도 더워지기 쉬운 계절이다. 불쾌한 일을 당했다고 해서 죄 없는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기보다는 차가운 커피 한 잔을 즐기는 잠깐 동안 나를 괴롭히는 이들을 한 명씩 오버룩 호텔에 보내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가는 건 어떨까.
재료
에스프레소 60mL, 설탕 시럽, 얼음
만들기
1 얼음을 가득 채운 셰이커에 시럽을 넣고 흔들어 준다.
2 시럽이 어느 정도 냉각되면 에스프레소 더블 샷을 넣고 다시 흔들어 준다.
3 거품이 풍성하게 올라오도록 잔에 따른다.
책과 커피, 그리고 하루키와 음악을 좋아해 홍대와 신촌 사이 기찻길 땡땡거리에서 북카페 피터캣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좋은 친구와 커피 한잔을 마주하고 정겨운 시간을 보내듯 책과 커피 이야기를 나누어보려 합니다. 인스타그램@petercat1212
<스티븐 킹> 저/<이나경> 역13,500원(10% + 5%)
늘 보아오던, 익숙한 사물이나 사람이 갑자기 낯설게 보일 때. 스티븐 킹이 그려내는 공포는 바로 그 지점에서 온다. 원리주의 기독교 광신자로, 언제나 '회개'만을 강요하는 어머니(「캐리」)나 환상에 시달린 나머지, 갑자기 돌변하여 아내와 자식을 죽이려는 남자(「샤이닝」) 등이 그렇다. 작가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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