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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기획]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직업이 될 수 있을까?

<채널예스> 6월 특집 기획 : 두 번째 직업
에어비앤비 호스트 최재원 “나는 이렇게 돈을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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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은 이스탄불에서 온 게스트가 가져온 전통주 ‘라키’와 함께 열정적인 벨리댄스를 배웠다. 머리는 약간 띵하지만 또 이런 인생이 있을까,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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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고 직업의 지도가 완전히 바뀐다는 이야기가 무성하다. 특히 최근 차량, 기술, 숙박 등 모든 분야에서 공유 경제가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공유 플랫폼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버는 일자리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굳이 4차 산업혁명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미 고용시장이 비정규직과 계약직, 프리랜서 위주로 재편되면서 ‘평생직장’, ‘안정적인 직장’은 멀어진 지 오래다.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사람을 섭외해 일을 맡기는 경제 형태인 ‘긱 이코노미(Gig Economy)’ 개념이 트렌드로 나타나면서 ‘두 번째 직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변화에는 장단점이 따른다. 정규직이 없어지고 고용이 불안정해지면서 노동자에게 부담이 가중될 거라는 예측과,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면서 개인은 더욱 자유롭게 일하고 경제는 성장할 거라는 반론도 있다. 실제 ‘두 번째 직업’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대표적인 숙박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Airbnb)에서 숙소를 제공하는 에어비앤비 호스트이자 『이토록 쉽고 멋진 세계여행』 최재원 저자에게 물어보았다. 그래서, 회사에 들어가지 않고도 괜찮나요?


- 편집자 주

 

그래서 상황 좀 나아지셨습니까?

 

종종 듣는 말이다. 나는 회사를 그만두었고, 에어비앤비 호스팅을 전업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거기에 보태어 프리랜서로 이일 저일을 하며 살고 있다.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다 해보는 시기라 남들이 보기에 팔자 좋아 보이는 일도 많이 한다. 요트를 타고 바다를 건너고, 라디오 DJ를 하고, 살사도 배우고, 요가도 한다. 사람들은 이런 라이프 스타일을 꽤 부러워한다. 그런데 정말 상황은 좀 나아진 걸까? 최근 이 문제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본 적이 있다.


에어비앤비 부업과 전업 온도 차이


2014년 2월 처음으로 에어비앤비 호스팅을 시작했다. 막 직장을 음반 레이블로 옮겼을 때였고, 갑자기 줄어든 월급 탓에 부업이든 아르바이트든 뭐든 해야만 했었다. 그런데 낡은 창고 방을 그럭저럭 치워서 운영했던 에어비앤비가 의의로 운영이 잘되었다. 게스트들은 음악 일을 하며 미친 듯 열심히 사는 내 삶 자체에 열광했다. 주로 젊고 여행 자금이 별로 없는 여행자들이 대부분이었고, 사정이 비슷한 우리는 음악 이야기를 하며 쉽게 친해졌다.

 

퇴근 후 외국인 친구들과 신나게 노는 것도 재미있는데 공돈까지 버니까 그보다 즐거운 일은 없었다. 부업은 이름 그대로 부가적인 것이다. 에어비앤비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그대로 월급에 플러스가 되었다. 재미를 붙인 나는 조금씩 재투자를 해가며 수익을 더 늘려갔다. 그러다가 2015년 가을. 부업으로 시작했던 에어비앤비의 수입이 처음으로 월급을 앞질렀다. 허파에 바람이 솔솔 불어오던 시기였다.

 

게스트들은 계속해서 예약을 걸어왔고, 관광 경기가 좋았던 탓에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위탁 운영 제안도 종종 들어왔었다. 이대로 가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 시점에서 나는 원래 친하게 지내던 사람의 동업 제안이 들어왔다.

 

좋아했던 음악 일이었지만 돈도 많이 벌면서 더 자유롭게 바라던 일을 해볼 수 있다는 생각에 부풀었다. 게스트가 예약을 하고 체크인을 하고 나면 체크아웃하는 동안 호스트는 딱히 큰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에어비앤비는 시스템화할 수 있는 비즈니스다. 그 시스템에서 나오는 돈과 여유 시간을 통해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바도 운영하고 싶었고, 사회에 좋은 일도 해보고 싶었다. 나는 결국 이 핑계 저 핑계에 내 진심을 가리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도 엄연히 사업. 회사를 나와 진지해진 마음으로 누군가와 동업을 한다는 건 오피스맨이 갑자기 뱃사공이 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동업은 쉽게 깨졌고, 나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위탁 운영하던 집을 털어버렸다. 갑자기 퇴사 3개월 만에 백수가 되었다. 그렇다고 기세등등 회사를 나온 지 두어 달 만에 다시 회사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이 꽉 깨물고 처음으로 수익형 에어비앤비를 혼자만의 힘으로 시작했다. 바야흐로 전업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된 것이다. 다행히 부동산을 뒤지고, 아기자기하게 인테리어를 하는 것은 좋아하던 일이었다. 꾸준히 한 달을 집중하니 저렴한 가격에 꽤나 멋진 숙소가 만들어졌다. 다들 빠른 속도라며 나를 칭찬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비싸게 구한 월세가 문제였다. 자본금이 넉넉하다면 전세로 시작했겠지만 나는 보증금을 마련하기에도 빠듯했었다. 이젠 월세를 내기 위해 무조건 게스트를 받아야만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하필 집을 오픈한 시기가 숙박업에서 가장 비수기라는 11월이었다. 정말이지 예약 문의가 하나도 없었다. 속이 타들어 갔다. 급히 주변 외국인 친구들을 수배했다. 모두가 첫 번째 집에 게스트로 왔다가 한국에 정착한 친구들이었다. 난 그들에게 이사간 넓은 빌라에 단기 스테이로 입주해 달라고 부탁했다. 굳이 이사할 필요 없던 친구 3명이 나를 도와주었고, 그들과 함께 이듬해 봄까지 셰어하우스로 살았다. 그들이 낸 렌트비로 겨우 월세를 낼 수가 있었다. 미안했지만 생존의 문제였다. 멋진 바를 차리고, 여행을 다니려했던 기름진 상상은 사회의 뜨거운 입김 한 방에 흔적없이 산화되었다.


에어비앤비 호스팅을 선택한 두 번째 이유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때 함께 살았던 외국인들이 참 좋은 친구들이었다. 그들과 함께한 3개월 덕분에 성격이 다시 조금씩 밝아졌다. 그리고 다음 해인 2016년 3월이 돼서야 에어비앤비 예약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2016년은 에어비앤비가 지금처럼 레드오션이 아니었기에 점점 매출이 좋아졌다. 하지만 걱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회사를 다니지 않는다는 것.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다는 것. 시간이 많아 여유롭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나태해져 버렸다는 것. 처음 느껴보는 많은 상념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나는 무엇을 하는 걸까.’
‘에어비앤비 업자가 되려고 회사를 그만둔 건 아니잖아.’

 

그때 무심결에 스페인에서 온 게스트 한 명과 대화를 나누었다. 난 그녀에게 한국에 온 이유를 물었었다. 그랬더니 게스트는 뭘 당연한 걸 물어보냐는 표정으로 내게 대답했다.

 

‘서울에 오는 건 내 버킷 리스트였어.’

 

나는 상투적으로 고개만 끄덕거리고 다시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벌렁 누웠다. 그런데 계속해서 그녀의 당당한 한 마디가 머리에 맴돌았다. 버킷리스트. 내가 잊고 있었던 단어였다. 에어비앤비로 상상처럼 돈을 많이 버는 것은 못 했지만, 아직 두 번째 목적이 남아있었다. 바로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었다.

 

게스트 룸에 비해 너무나 너저분한 내 방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바닥에 떨어져 있던 노트를 주웠다. 시간은 오후 두시였지만 침침한 커튼 덕분에 마치 새벽 두시 같았다. 참 한심한 상황에 더 한심한 버킷리스트를 적어갔다.

 

‘요트 타기, 라디오 DJ 되기, 요가 배우기, 스페인에서 살사배우기, 자메이카에서 바텐더 되기…’

 

어머니가 봤으면 등짝 스매싱을 하고도 남을 문장들이었다. 친구들은 장가를 가고, 애를 키우고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여행자와 함께 살고 있어서 그런지 알 수 없는 용기가 끓어올랐다. 몇 년 간 광고와 음악 씬을 오가며 1주일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었던 나였다. 이 일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생각보다 너무나 간단하게 풀렸다. 대부분 인터넷 검색과 전화만으로 해결이 가능한 것들이었다. 요트는 30만 원을 내면 자격증을 딸 수 있었고, 협회에 가입하면 대항 항해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역구에 작은 라디오 스테이션에서는 늘 DJ를 뽑고 있었고, 칵테일도 서울 어디서든 저렴하게 배울 수가 있었다.  단지 그동안 시간과 용기가 없었을 뿐이었다. 한 방에 붙은 요트 자격증을 들고 난 한국요트 세계일주협회로 달려갔고, 2017년 봄 크로아티아에서 스페인으로 가는 요트 대항 항해에 참여했다. 그리고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정박했을 때 꿈에 그리던 살사를 배웠고, 마포FM 라디오 특파원으로 유럽을 소개했다.


서브 잡으로서의 에어비앤비의 매력

 

직장이 있거나, 학업을 하고 있다면 에어비앤비 호스팅의 장점은 참 무궁무진하다. 진입장벽이 낮기에 시작하기에도 부담이 없고, 가만히 앉아서 매력적인 외국인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여행법이기도 하다. 게다가 우선 부업이기 때문에 수입 자체가 내 생활에 모두 플러스이다. 이런 ‘덤’같은 기분을 오롯이 즐기고 싶다면 비싼 월세 집에서 시작하는 것은 피하기를 바란다. 내 집에 남는 방으로 시작하거나 혹은 전셋집으로 시작하기를 권유한다. 본업을 하며 적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고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에어비앤비 부업의 최대의 장점이다. 그리고 막상 크게 시작했는데 적성에 안 맞을 수도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무조건 작게 시작하기를 권유한다.

 

더구나 사드 배치와 함께 가라앉은 관광 경기가 회복되는데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의 에어비앤비 공급 역시 정점을 기록하고 있어 지금은 다소 보수적인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여전히 잘하는 분들은 부업이든 본업이든 에어비앤비로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에어비앤비에서 내어놓은 ‘TRIP’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방이 아니라 호스트의 하루를 셰어하는 상품도 있다. 한강에서 훈련을 위해 타던 요트에 외국인들을 초대하니 이 또한 부업이 되었다. 에어비앤비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공유 경제라는 큰 트랜드를 바라만 볼 것이 아니라 한 번 뛰어들어볼 일이다.

 

그럼 회사를 다니지 않고 나처럼 에어비앤비에 크게 기대는 사람의 라이프는 어떨까? 여전히 매출이 떨어질까 전전긍긍이다. 하지만 그렇게 불안할 때마다 내가 이 일을 하고 있다는 최대의 장점인 ‘시간’을 최대한 잘 쓰려고 한다. ‘돈’은 거기에 다 쓰고 있다. 그런데 버킷리스트를 모조리 하다 보니 그것들이 조금씩 일이 되는 특이한 경험을 하고 있다. 이 라이프 패턴의 끝이 어딘지는 알 수 없으나 나름 실험적인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에 만족한다. 그리고 이런 다이나믹한 인생 여행을 즐기게 해주는 에어비앤비에 여전히 감사함을 느낀다. 어젯밤은 이스탄불에서 온 게스트가 가져온 전통주 ‘라키’와 함께 열정적인 벨리댄스를 배웠다. 머리는 약간 띵하지만 또 이런 인생이 있을까,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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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재원(관점여행가)

합정동에서 작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게스트들과의 도시여행을 기록하고 있다. 휴가를 기다려 멀리가는 것도 좋지만, 일상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작은 여행을 추구한다. 『이토록 쉽고 멋진 세계여행』을 썼고, 도시여행 캠프 <라이프 쉐어>를 진행한다.

이토록 쉽고 멋진 세계여행

<최재원> 저/<임호정> 그림12,420원(10% + 5%)

《이토록 쉽고 멋진 세계여행》은 합정동에서 에어비앤비를 운영하고 있는 음악 마케터가 자신의 작은 방에 찾아온 흥미롭고 특별한 외국인 게스트들과의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에어비앤비와 카우치서핑 등으로 세계여행을 하는 책은 많지만, 거꾸로 방을 빌려주며 자신의 동네에서 세계여행을 하는 책은 매우 드물다. 지금까지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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