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심리학자 이수정 “오늘날의 범죄는 사회를 향한 보복극”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 범죄는 우연히 일어나지 않아
CCTV 열 개의 효력을 보호관찰관 한 명이 발휘할 수 있어요. 한 사람의 보호관찰관이 담당하는 전자 발찌 대상자가 몇 십 명이라면 이들을 잘 관리해서 재범을 안 하게 하는 게 CCTV 몇 백 개의 효력을 발휘할 수도 있거든요.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는 십 년 넘도록 범죄자들을 직접 만나왔다. ‘살인범’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느낌 그대로의 범죄자도, 피해자 같은 느낌의 범죄자도 있었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범죄자도 마찬가지다.”라는 그의 말은 심리학자로서 그가 범죄자를 한 명 한 명 만나고 각자의 문제를 분석한 이유이자 동력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수성이 있는 개인”인 사이코패스의 존재는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만 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선량한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테두리” 바깥에 있는, “남들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스의 파괴적 성향, 성범죄자의 왜곡된 성관념, 정신질환자에 대한 오해, ‘한국형 범죄’라 할 수 있는 가정폭력과 주취폭력까지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에서 다룬 사람들은 저마다의 특성과 개인사로 범죄를 저지르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분명히 사회가 입체적인 방식으로 접근했다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때문에 이수정 교수는 보다 치밀하고 근본적인 사회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거듭 말한다.
범죄는 결코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 범죄를 막을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이수정 교수는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를 읽은 독자가 가까이 있을지 모르는 범죄자의 존재를 인지하고 범죄를 줄이는 사회적 노력에 기꺼이 동참해주기를 바란다.
혹자는 범죄자들을 위한 예산 집행이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정말 고민해야 할 것은, 그들이 언젠가는 반드시 우리 사회로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그들이 갱생되지 않으면 우리가, 우리 가족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 수 없다.(271쪽)
대한민국에서만 발생하는 범죄
대중서인데 무척 센 이야기예요. 연쇄살인, 방화광, 가정폭력 등 목록만 봐도 알 수 있죠. 쓰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개인정보고, 전부 면담 때에 나온 정보니까요. 법률적 문제가 있을까봐 여러 번 자문을 받았어요. 변호사 자문도 받고 그랬죠.
예전 사건부터 비교적 최근 사례까지 다양한 사례들을 다루고 있어요.
사실 사례들을 축적한 지 십 년이 넘었어요. 계속 해온 일들이고요. 지금도 계속 진행하고 있죠. 앞으로도 계속 만날 생각이고요. 이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하다보면 뭔가 사회적으로 같이 고민해야 할 대목이 틀림없이 있어요. 물론 개인의 문제죠. 가해자도 개인이고 피해자도 개인인데요. 하지만 범죄를 개인의 불운으로 보기엔 적당하지 않은 부분도 틀림없이 있거든요. 그것이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고 경우에 따라 정책에 반영이 되도록 하려면 여론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알려야 하니까요. 그래서 대중서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거예요.
대중서의 필요성을 느꼈다, 사회적으로 같이 고민해야 할 대목이 있었다, 고 생각한 건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에서였을까요?
‘한국형 범죄’라고 한 이야기 안에 그 이유가 많이 묻어 있을 거예요. 술에 관대한 사회도 그 중 하나죠. 술에 관대하다보니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사람도 술타령을 하면 관대한 거예요. ‘음주감경’인데요. 예컨대 형사 책임을 조각(阻却)해주는 걸 외국은 굉장히 엄격하게 적용해요. 그런데 우리는 아동 성폭행범도 감경해줬으니까요. 이건 사회문화적 공감대가 있어야겠단 생각을 하는 거죠. 외국은 특히 음주 과실 전과가 있는 사람이 술을 먹고 범죄를 저지르면 감경을 전혀 안 해줘요. 자신이 술을 먹고 어떻게 변하는지 알면서 술을 먹지 않았느냐 하는 거죠. 음주로 인한 위험을 본인이 체감한 경험이 있다면 감경해주면 안 되는 거잖아요. ‘임의명정’이라고 하는, 스스로 알면서 술이든 약물이든 그런 것에 취해서 범죄를 저지른 건 절대 감경해주지 않아요. 이런 논의로까지 끌고 나가려면 이것이 대한민국에서만 발생하는 범죄다, 고민을 해야 한다, 이런 종류의 얘기부터 해야 했던 거죠.
6부 ‘한국형 범죄’에서 주요하게 다룬 내용이 또한 가정폭력이었어요.
가정폭력은 여성 인명 피해의 원인이 돼요. 가해자가 가정폭력 끝에 여성이나 아이를 죽이든지 폭력 행위자를 피해 여성이 죽이든지 하는 이런 사건들이 여전히 오늘날에도 계속 일어나고 있거든요. 가정폭력을 방치하는 사회적 문제는 특히 대한민국에 고유하다고 볼 수 있어요.
확실히 6부는 책에서 제일 눈에 띄는 부분이에요. 그중 ‘묻지마 범죄’에 대해 듣고 싶은데요. 그 말 자체가 가진 오해 요소가 또 있습니다. 책에 인용한 연구자의 말에 따르면 이런 수식을 붙여 “모든 설명을 다한 듯 여기는 풍토는 지적 태만”이라고까지 했는데요.
죄명 선택을 잘해야 하는데 언론에서는 그것까지 고민하진 않죠. ‘묻지마’라고 했을 때 본질을 흐리는 경우도 많고요. ‘발바리’라는 명명하는 경우도 있었잖아요. 그것 역시 적절하지 않은 언어라고 생각해요.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경미한 피해가 아니잖아요. 그런 언어는 적절하지 않죠.
역시 언론 문제를 말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가령 ‘여성혐오범죄’라고 했을 때 그 명칭 자체가 여성은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가 되어버리잖아요. 그런 함의가 있는 어휘는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저는 그 용어가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에요. 물론 여성혐오가 심각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특정한 범죄를 여성혐오범죄로 부르기 시작하면 유사한 일들이 벌어질 잠재성을 키우는 거죠. 여성주의적 시각을 가진 분야에서는 경각심을 갖게 하기 위해 그런 명칭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요. 문제는 경각심이 없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거예요. 그런 사람들은 영문도 모르고 여성혐오범죄라는 말을 듣고 여성은 혐오의 대상이 되는 범죄를 당하는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거예요. 일종의 ‘비제지(disinhibition)효과’ 같은 게 생길 수 있는 거죠. 어휘를 통해 의식하게 되는 것 자체가 어쩌면 제지(inhibition)가 안 되는 경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요. 용어 선택에는 아주 신중해야 해요.
특수 제지가 더 많이 발달해야 한다
제목에서부터 ‘사이코패스’를 가리키고 있거든요.
사이코패스라는 용어를 제가 학계에 거의 처음 보고했기 때문에 출판사에서 그렇게 제안을 주셨고요. 이 말이 너무 강해서 안 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긴 했는데요. 이들이 일상의 그늘에 숨어서 사는 건 맞죠. 또한 범죄를 저지르지만 발각되지 않는 화이트칼라 사이코패스도 많기 때문에 숨어 지낸다는 건 맞는 이야기긴 해요. 화이트칼라 사이코패스는 그렇게 쉽게 검거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닐 수 있어요.
주변에 사이코패스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게 어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결국 이들은 인간 사회 생태계의 맨 꼭대기에 있는 거죠. 남들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요. 이들은 선량한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테두리 내에 있는 사람들은 아니죠. 그러니까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 그런 종류의 위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법이 미치지 않는 자들이 있어요. 극단적인 사례가 정치인일 수 있는데요. 그런 식으로 비호 받는 사람들 중에 누군가가 어떤 의지를 가진다면 사실은 나머지 선량한 사람들은 자신이 이용당하는 것도 모르고 얼마든지 이용당할 수 있죠. 아마 처벌 받지 않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고요. 그런 화이트칼라 범죄는 책에 쓰지 않았지만 그렇게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왜 제목에 사이코패스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셨어요?
사이코패스라는 말을 사용하는 순간 사람들은 대안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 용어를 쓰면 쓸수록 무기력해진다는 우려도 있고요. 정책이나 법으로도 안 된다고 느끼게 된다는 게 지적 사항인데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아요. 범죄를 억제하는 데에 일반 제지 정책이 있죠. 대표적으로 사형제 같은 건데요. 그런 원칙은 누구에게나 적용되죠. 지위나 학력이 높아도 타인을 고의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면 사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럼에도 살인하는 사람은 여전히 있죠. 그런 특수성이 있는 개인의 범죄 억제를 하는 게 특수 제지라는 거예요. 그리고 특수 제지의 대상이 사이코패스가 될 가능성이 높죠. 저는 특수 제지가 더 많이 발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에요.
인권 문제가 있잖아요.
인권론자들은 특수 제지에 대한 반감이 굉장히 심하죠. 전자 발찌 도입을 놓고도 삼 년이나 인권 침해, 이중처벌 등으로 싸웠던 기억이 나는데요. 전자 발찌를 도입하는 순간 감시 국가가 된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우리가 평생 살아도 전자 발찌 찰 일 없어요. 대다수의 사람은 차지 않아요. 실제 범죄 발생률을 보면, 특히 강력범죄는 상습이 많아서 5%만 관리하면 50%를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거든요. 누범자가 워낙 많아요. 영미국가에서는 그런 사람들에게 특수 제지를 많이 하는 편이고요. 저는 그게 우리나라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뻔히 알면서 여성을 성폭행하는 이런 사람들에게 우리가 왜 자유권을 똑같이 돌려주어야 하느냐, 저는 이견이 있어요. 이런 면은 결국 제가 심리학자로서 개인차를 연구하게 된 이유기도 해요. 실제로 범죄자들을 만나니까 더욱 그렇죠.
일반 제지와 특수 제지가 균형 있게 적용되어야 하겠군요.
특수 제지를 하려면 사실 굉장한 세부 사항이 필요해요. 선별도 해야 하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방법도 필요하고요. 사람들이 가지는 범죄에 대한 공포를 줄이는 사업은 또 다른 정책이라고 생각을 해요. CCTV를 달고, 가로등의 조도를 높이는 등의 일반적 범죄 예방 정책도 펴야죠.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비싼 CCTV를 설치하는 것보다 보호관찰관 두세 명을 고용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사회로 방면된 누범자들이 범죄를 또 저지르기 때문이에 그들을 쫓아다니는 인력이 사실은 더 필요해요. CCTV 열 개의 효력을 보호관찰관 한 명이 발휘할 수 있어요. 한 사람의 보호관찰관이 담당하는 전자 발찌 대상자가 몇 십 명이라면 이들을 잘 관리해서 재범을 안 하게 하는 게 CCTV 몇 백 개의 효력을 발휘할 수도 있거든요.
집 안에서 일어나는 범죄도 범죄
사회 여러 장면에서 느끼지만 정책이 지엽적인 수준의 접근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근본 원인을 찾아내고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경우가 별로 없어요. 문제를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할 텐데요. 현재 가장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범죄가 우연히 일어나는 것 같지만 안 그래요. 아는 사람들끼리 죽고 죽이는 경우가 제일 많고요. 집 안에서 일어나는 경우도 많죠. 집 안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범죄로 인식하는 게 굉장히 시급하다고 생각해요. 가정폭력 기소율이 8% 밖에 안 돼요. 100%의 인간이 살려달라고 전화를 거는데 기소되는 게 8%뿐이라면 법은 왜 있어요. 92%는 알아서 해결한다는 거잖아요. 그래서는 안 돼요. 성범죄도 과거에는 그랬어요. 길에서 성범죄가 일어나도 목격자는 신고할 필요가 없었어요. 피해자가 직접 가서 신고해야만 하는 이상한 범죄였죠. 가정폭력도 마찬가지예요. 길거리에서 치고 박고 싸우는데 남편이라고 하면 그럴 수 있겠거니 하고 그냥 가요. 여전히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가 적용되고요. 때문에 그런 것들은 일단 고쳐야죠.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이 사회가 좀 더 예민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어요. 그것은 ‘집안 문제’가 아니라 ‘폭력’인 거잖아요.
집 안의 폭력을 관리하지 못하면 사회적 폭력도 관리할 수 없어요. 가정 내에서 일차적으로 사회화가 되어 사회로 나오는 거니까요. 어린 시절 폭력을 보며 자란 사람들이 어떻게 평화주의자가 될 수 있겠어요. 그러니까 일단 그것부터 끝내야죠. 여기에 더해 ‘스토킹방지법’은 꼭 통과되어야 해요. 그건 구애가 아니에요. 스토킹을 범죄로 안 보고 구애 행위로 보니까 처벌을 안 하다가 결국 인명 피해로 가거든요. 사실은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거예요.
그 외에 관심 두는 문제가 또 있나요?
가정폭력은 그렇지 않지만 소년 범죄부터는 국가 예산이 들어가요. 이들을 잘 재활시켜야 하는데 사회적 노력이 굉장히 부족하죠. 아동, 청소년이 저지르는 범죄 가해나 피해는 꼭 회복을 시켜서 어른을 만들어야 해요. 경우에 따라서는 대안학교 같은 것도 많이 있어야 하거든요. 공교육이 워낙 배타적이기 때문에 교육 현장에서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잖아요. 그들이 몇 년 후에는 성인 범죄자가 되어 돌아와요. IMF 이후에 청소년 상습범이 증가하는데 그들이 이후 흉악 범죄자들이 된 거예요. 예고가 되었던 상황이죠.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온라인이에요. 온라인은 아무도 감시를 안 해요. 성병대(16년 11월 사제총기로 경찰 살해)라는 사람이 SNS에 살인예고를 해도 아무도 몰라요. 표현의 자유에 얽매여서 사이버공간이 방임 상태로 놓여있거든요.
온라인 공간이 사실상 범죄의 온상이 되는 경우도 너무 많이 목격했습니다.
최소한 아동 성폭력이라도 막아야죠. 경찰이 사이버공간에서 하는 함정수사는 허용해줘야 해요. ‘12살 가출 청소년입니다’라고 경찰이 올릴 수 있게 해줘야죠. 그리고는 그 밑에 댓글 다는 아저씨들을 전부 범죄자로 처벌 받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해요. ‘아동유인방지법’이라는 게 있거든요. 왜 남의 집 아이와 부모에게 허락도 안 받고 채팅을 합니까. 전부 범죄예요. 이런 것을 방임해놓고 교통법규만 잘 지키면 법치주의가 되나요? 아니에요. CCTV가 중요한지 경찰 인력이 함정수사 하는 인건비가 더 필요한지 고민해봐야 하는 거죠. 곰곰이 생각해보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가 보여요.
청소년 범죄 부분은 정말 생각할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재사회화가 너무나 부족하고요. 책에서 다룬 많은 범죄자 대부분이 모성 결핍 문제를 갖고 있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그 중요성에 비해 대책이 너무 미비해요. 대물림 문제도 있을 텐데 말이에요.
학업 중단자가 늘어나서 전수 조사를 하다 발견된 게 아동학대치사사건이잖아요. 그런데 전수 조사를 하면 뭐합니까. 대안학교도 안 지으면서 말이에요. 학교 상황에 맞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해요. 인간이 다 다른데 왜 교육만 획일주의로 가요? 야간에 공부할 수도 있는 것 아니에요? 꼭 국어, 영어, 수학 아니고 직업 훈련 시키면 되잖아요. 그러면서 아이들이 어른이 될 때까지 머무를 수 있는, 사회화 시킬 기관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형량 문제도 많이 비판하는 부분인데요.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이 2020년 출소를 앞두고 있습니다.
조두순 사건 이후에 형량이 많이 바뀌어서 이제는 무기징역까지 나와요. 지금 그런 사건이 나오면 무기징역이죠. 이때도 항소심에서 음주감경을 한 경우인데요. 아동성범죄는 음주감경을 배제하도록 법률을 개정했어요. 그러나 그 외에는 음주감경이 돼요. 그게 말이 안 돼요. 형법 10조 1항(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가중을 안 시키는 게 문제예요. 연쇄범죄의 경우 5년짜리인데 피해자가 다섯 명이라면 25년이 나와야 하잖아요. 그게 아니고 5년에 2.5년을 더해 7년 반 밖에 안 나와요. 가중 비중이 영미법보다 너무 관대해요. 그리고 누범 가중을 안 하죠. 알면서도 한 경우에는 형량을 확 늘려야 해요. 상습이 너무 많아요.
만연한 혐오주의
범죄의 시대적 특성도 있을까요? 어떻게 보세요?
있는 것 같아요. IMF 이후에 급속히 모든 조건이 나빠졌어요. 점점 더 나빠지고 있고요. IMF 시절에 미성년자였던 사람들이 전혀 보호 받지 못한 채 성인이 된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과 굉장히 다르게 생각하는 거예요. 전혀 사회화되어 있지 않아요. 그런 사람 중 일부가 ‘강남역 살인사건’의 주인공처럼 되는 거죠. 학교도 안 다니고, 집안 형편은 너무 열악해서 부모가 자녀를 보호할 수 없고, 약간의 정신 장애도 시작 되고요. 오늘날의 범죄는 사회를 향한 보복극이에요. ‘나는 이 꼴인데 너네는 왜 잘 사느냐’ 이거예요. 이런 범죄는 점점 늘어날 것 같아요.
원망이나 분노 같은 감정이 만연해 있죠.
인터넷 댓글을 보면 그런 모습이 굉장히 일반화되어 있어요. 경각심 없는 정치인들이 그런 데다 불을 지르고 휘발유를 붓고 그런 거죠. 이런 전망을 저만 하는 게 아닐 거예요. 많은 사람이 그렇게 전망하니까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안 낳는 거죠.
앞서 여성혐오범죄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요. 이런 양상도 최근의 것으로 보시나요?
이전부터 온라인에서 혐오 발언은 많이 있었죠. 분노 이야기를 했는데요. 분노는 욕구가 해결이 안 되면 생겨요. 장애물이 많아지면 생기죠. 그런데 나만 그런 것 같은 거예요.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미워할 대상을 찾게 돼요. 그 가운데 남성, 여성이라는, 흑백논리에 빠지기 쉽게 만드는 사회 정서적 분위기가 있던 거고요. 누군가를 미워하는 데 시간을 보내면 거기에 일종의 정체성 같은 게 생기죠. 그런 대결 구도가 있었는데 강남역 사건이 터진 거예요. 그 가해자는 여성혐오주의자로 보긴 어려워요. 본인도 그렇게 얘기를 했고요. 그런데 수면 아래에 있던 혐오가 한 곳에 쏟아져 나온 것이죠.
혐오라는 문제 앞에서 우리 사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저 같은 사람은 그걸 그냥 범죄로 보면 돼요. 누가 이런 만연한 혐오주의를 생각해야 하느냐 하면 정책하는 사람들이에요. 정치인들이죠. 이들이 이것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죠. 왜 젊은이들, 온라인에서 집중적으로 활동하는 이들이 혐오주의에 매달려 있느냐 고민해야 해요. 이들이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는 다른 정책을 내놓아야죠. 그렇게 보지 못하는 것, 그런 노력을 못하는 것은 문제예요.
누군가는 계속 떠들어야 하죠
예능 등 방송활동도 많이 하고 계신데요.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알려야죠. 그런 차원에서 보면 언론은 굉장히 좋은 도구예요. 방송에 나가서 이야기를 해서 정부기관에서 듣고 반응하고, 정책이 생기고, 국회의원들도 움직이고, 그런 것들이 필요해요. 그러나 아까 이야기 나눈 것처럼 너무 즉흥적이죠. 장기간 고민해서 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냥 법을 후다닥 만드니까요. ‘거세약물법’이 그 중 하나예요. 화학적 거세라고 하는데 그게 치료가 되냐고요. 그걸 하루 만에 합의해서 법을 통과시켰어요. 말이 안 되는 법이거든요.
역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었던 거죠.
그 약을 장기복용 했을 때 간, 신장이 얼마나 망가지는지 모른단 말이에요. 그런데 주사는 계속 맞아야 발기가 안 돼요. 성범죄자 중에 발기부전인 사람 정말 많거든요. 정상적인 관계가 안 되니까 성폭행을 하는 거예요. 훨씬 자극적인 상황이 되어야 발기가 되니까요. 성폭력은 발기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런 현실은 외면한 채 쉽게 생각하고 법을 만드는 일들이 벌어지는 거죠. 그래서 세금이 새고요. 그런 게 안 되도록 하려면 국민들이 관심이 있어야 해요. 또 누군가는 계속 떠들어야 하죠.
그렇다면 꾸준히 발언을 해오시면서 목격한 긍정적 변화도 있었을까요?
저도 기대를 그렇게는 안 했는데 전자 발찌의 효력은 좋은 것 같아요. 전자 발찌를 찬 성범죄자들의 동종 재범률이 0.4%예요. 발찌를 안 채웠으면 동종 재범률이 15%가 될 사람들이거든요. 엄청난 효과죠. 수고하시는 분들이 있죠. 보호관찰관들이 목욕탕도 같이 가거든요. 그들이 베이비시터처럼 이들을 달래서 0.4%를 만들어낸 거예요. 그러니까 그런 사람들을 더 뽑아야죠. CCTV 그만 달고요. 그건 이미 너무 많이 붙였어요. 이제는 보이지 않는 노력에 예산이 더 배정될 수 있게 해야죠.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이수정,김경옥 공저 | 중앙m&b
사회가 복잡해지고 전통적인 인간관계가 해체되면서 인간의 심리 또한 종잡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언론보도를 통해 접하는 범죄자들도 마찬가지이다. 형사들조차 고개를 흔들 수 밖에 없는 강력 범죄를 뉴스를 통해 접할 때마다, ‘도대체 왜?’라는 의문을 던질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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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김경옥> 공저12,600원(10% + 5%)
왜 악마가 되고 말았는지? 어디서부터 문제가 시작되었는지? 우리와 다를 바 없는 그들, 이웃집 살인마에게 묻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전통적인 인간관계가 해체되면서 인간의 심리 또한 종잡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언론보도를 통해 접하는 범죄자들도 마찬가지이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 부천 초등생 아들 시신훼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