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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과 마시고 싶은 책 한 잔

<월간 채널예스> 12월호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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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루지가 밥에게 함께 마시자고 이야기한 비숍(Bishop)은 책의 묘사 그대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칵테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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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할 때마다 종종 가는 스타벅스에 캐럴이 들리기 시작했다. 연말이 다가오기 시작했고, 크리스마스 역시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소리다. 개인의 종교적인 성향을 막론하고, 크리스마스는 많은 사람이 기다리는 날이다. 새하얀 눈이 흩날리고 여기저기서 캐럴이 들려오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선물을 나누곤 하는, 그야말로 사랑이 가득한 날이기 때문이다. 반면 크리스마스를 홀로 보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집에서 영화를 봤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1990년대라면 <나홀로 집에>를 보며 케빈과 함께 집을 지켰을 것이고, 2000년대 이후라면 <러브 액츄얼리>를 보며 'All you need is love'를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

 

제목만 읽어봐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밖에 없는 책이 한 권 있다. 바로 찰스 디킨스가 쓴 『크리스마스 캐럴』이다. 전체적인 내용은 잘 기억 나지 않지만, 스크루지 영감의 인색한 성격만큼은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그 책 맞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듯이 나 또한 이 책을 아주 어릴 적에 처음 접했다. 방과 후 종종 동네 서점에 가서 바닥에 쭈그려 앉아 만화책으로 된 고전들을 읽곤 했는데, 그중 한 권이 이 책이었다. 그때는 어린 마음에 그저 스크루지 영감이 무서웠고,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마음만 굳게 먹었던 기억만 남는다(덕분에 착하게 자란 것 같다). 그는 돈 욕심이 가득하고 가난한 사람을 못살게 구는 인물이다. 스크루지(Scrooge)라는 그의 이름을 보면 '밀어 넣다, 쥐어짜다'라는 뜻을 가진 Scrouge란 단어가 자연스럽게 연상되는데, 마치 디킨스가 이 점을 염두해 두고 이름을 지은 것 같다.

 

이야기는 크리스마스 이브 날 밤, 7년 전에 죽었던 동업자 말리의 유령이 그의 앞에 등장하며 시작된다. 유령은 앞으로 세 차례 다른 유령이 찾아올 것이라고 알려준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하루에 한 차례씩 유령이 나타나 그를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로 데려간다. 즉 자신을 돌이켜볼 수 있는 시간여행인 셈이다. 이 시간여행을 통해 그는 본래의 자아를 발견하고,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몸소 깨닫게 된다. 언젠가 자신이 죽어도 슬퍼하는 사람이 없는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유령과 함께한 시간 여행을 마치고, 현실로 돌아온다. 다음 날인 크리스마스 아침, 마음을 고쳐 잡은 그는 그동안 못되게 굴었던 직원인 밥의 어깨를 두드리며 이야기를 건넨다.
 
"내가 그동안 하지 못했던 기도를 한꺼번에 할 테니 더욱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내길 바라네! 난 자네의 월급을 올려주고 고생하는 식구들을 힘껏 도울 생각이네. 우리 오늘 오후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비숍 한 잔씩 마시면서 자네 집안일을 의논해보자고!"

 

스크루지가 밥에게 함께 마시자고 이야기한 비숍(Bishop)은 책의 묘사 그대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칵테일이다. 멀드 와인(Mulled wine)의 일부인데, 일반적으로 멀드 와인이란 레드 와인에 시나몬과 같은 향신료와 레몬, 오렌지 등을 넣어 가열시킨 것을 의미한다. 프랑스에 뱅쇼(Vin Chaud), 독일에 글뤼바인(Gluhwein)이 있다면, 영국과 미국에는 멀드 와인이 있다고 보면 된다. 이 중에서도 비숍은 가톨릭의 주교(Bishop)가 쓰는 모자인 미트라와 흡사한 디자인의 볼에 담겼기 때문에 명명되었다. 사실상 비숍은 볼의 디자인 때문인지 근대에 이르러 드물게 되었으나, 그보다 넓은 범위인 멀드 와인은 크리스마스 시즌뿐만 아니라 겨울이 되면 지역을 막론하고 많은 사랑을 받는다.

 

어느덧 해가 6시도 안 되어서 지기 시작했고, 살이 에는 듯한 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럴 때 가족, 연인, 친구 등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비숍을 만들어서 마셔보자. 알코올 도수가 낮을뿐더러, 향긋한 향과 달콤한 맛 그리고 무엇보다도 따뜻한 열로 함께하는 이들과 더욱 따스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혼자여서 만들기 번거롭다면, 책바 혹은 집 근처 바에 방문해서 따뜻하게 한 잔 마셔보시길.

 

 

비숍

 

재료


와인 1컷, 오렌지 1~2개 조각, 레몬 1~2개 조각, 시나몬 스틱 1개

 

만들기

 

1) 냄비에 와인(포트 와인 혹은 기타 달콤한 와인)을 한 컵 넣는다.
2) 오렌지와 레몬을 썰어서 1~2개, 시나몬 스틱 1개를 따라 넣고 가열한다.
3) 적당량의 알코올을 함께 섭취하고 싶으면 물이 본격적으로 끓을 때 불을 끄고, 알코올을 최대한 없애고 싶을 경우 더욱 더 오래 끓인다.
4) 보온 기능이 있는 컵 혹은 잔에 따르고 서서히 식히며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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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인성(Chaeg Bar 대표)

바와 심야서점이 결합해 있어 책과 술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인 책바(Cheag Bar)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더운 날, 누군가와 갈등이 생긴다면 스트레스가 생길 수밖에 없겠죠. 이 뜨거운 더위와 갈등을 식혀주는 책 한 잔을 소개합니다.

크리스마스 캐럴

<찰스 디킨스> 글/<퀜틴 블레이크> 그림/<김난령> 역11,7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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