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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도 안 되는데, 무인서점을 열었다고?

‘열정에 기름붓기’ 연남동 무인서점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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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수를 줄이는 대신에 책 소개에 집중하자'는 무인서점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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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동교로25길에 신기한 서점이 하나 생겼다. 페이스북 페이지 ‘열정에 기름붓기’(https://www.facebook.com/passionoil) 에디터들이 운영하는 무인서점 ‘열정에 기름붓기’. 빈티지 옷 가게를 리모델링한 서점에는 직원이 없다. 에디터들이 선정한 ‘이 달의 책’ 3권과 커피, 크레이에터 다이어리를 비롯한 문구류, 돈통만 있다. 무인서점 이용법은 간단하다. 흥미로운 책을 읽다가 사고 싶으면 사고, 문구를 구입해도 된다. 물론 책을 읽다 그냥 가도 좋다.

 

열정에 기름붓기(이하 ‘열기’)가 무인서점을 열게 된 건, 2030세대들에게 책을 소개하는 접점을 늘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에서 카드 뉴스를 만들며 꾸준히 책을 소개했던 ‘열기’는 보다 적극적인 독서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매주 목요일, 무인서점에서는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 인디밴드가 노래하고 구독자들이 찾아와 자신이 이야기를 하면, 이 과정을 페이스북 라이브 영상으로 공개한다. 원하면 독자들이 직접 방송에 출연할 수 있다. 앞으로는 독서클럽을 생중계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여전히 2015년 『열정에 기름붓기』를 펴내기도 했던 표시형 대표를 서면으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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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서점을 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열기’의 목표는 '주체성'이다. 모든 사람들 스스로 정한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생각하는데, '독서'는 사람을 주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작년 말부터 다양한 도서의 내용을 흥미롭게 요약해서 전달하고 또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왔다. 놀랍게도 열기가 소개한 도서는 2030 세대의 구매율이 월등히 높았다. SNS에서 도서 관련 콘텐츠를 보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단순하게 책을 판매하는 서점이 아닌,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분위기의 서점, 또 굳이 책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책을 가져와서 읽을 수 있는 서점'을 생각했다. 우리 회사가 커다란 회사는 아니다. 서점을 열고 싶었지만 운영비는 커다란 부담이었고, ‘열기’ 구독자 박근호 씨와 이야기를 하던 중 ‘무인서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서점이 자리잡았다. 자본은 어떻게 구했나?


연남동이 핫한 동네이지만, 무인서점이 있는 곳은 최근 많은 발길을 끌고 있는 '철길 공원' 쪽이 아닌 그 반대편 연남동이다. 서점을 열 때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분위기였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있는 서점보다는 조금 찾아오기 어려우면서도 들어왔을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아지트'같은 공간을 원했다. 자본금은 말 그대로 '모은 돈'을 사용했다. 운영비를 최소화하며 지금까지 모은 돈을 투자해서 공간 권리금, 보증금을 마련했고 인테리어는 직접 했다. 전기 공사부터 벽지, 내부 조명까지요. 가구는 모두 연남동에서 줍거나 직접 만들었다. 부서진 장롱을 해체해서 서랍장을 선반으로 쓴다거나, 장롱문을 이용해서 창문 덮개를 만들었다. 공사장에서 주운 각목들을 재 도색하고 손질해서 테이블을 만들었고 책상 같은 경우에는 사무실에 남는 책상을 다시 리폼해서 쓰고 있다.

 

인테리어 테마는 무엇인가?


'비밀스럽고 신비로운 서점'이 우리의 콘셉트다. 이곳에 들어가면 마음이 편해지고 다른 공간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마음 편하게 독서하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 요즘 미니멀리즘이 주목 받고 있지만. 우리는 좀 더 키치한 공간을 원했다. 그래서 낡은 시계에 수도꼭지를 달고 거기에 조명을 설치하기도 하고, 직접 광장시장에 가서 화려한 패턴의 식탁보를 맞추기도 했다.

 

그동안 수익이 궁금하다.


오픈 초기기도 하고 아직 적극적으로 홍보를 진행하지 않은 탓에 수익은 적다. 하루에 5만 원 정도, 도서는 3권 정도 팔린다. 우리는 당장 수익을 내는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조금 더 실험적인 시도들을 많이 해보고 독자들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공간을 발전시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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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3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다.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


기준이 명확히 있지는 않다. 서점을 찾아온 독자들이 책에 대한 관심을 보일까를 먼저 생각하고 있다. 우선 ‘열기’ 에디터들이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또 꼭 소개시켜주고 싶은 도서들 위주로 선정하고 있다. 11월 선정 도서는 『지적 자본론』, 『호밀 밭의 파수꾼』, 『어느 날 400억 원의 빚을 진 남자』였다. 추후 선정에는 더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를 마련해나갈 계획이다. 우선 에디터들이 재미있게 읽은 책을 차근차근 소개한 후, 무인서점의 수많은 주인들이 추천해주는 책들을 검토하고 선정하는 형태로 발전할 예정이다. 기존에 ‘열기’가 하던 자기계발서 위주의 추천에서 벗어나 시집, 고전, 소설 등 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소개할 예정이다.

 

수익적인 기대도 하고 있나?


전혀 기대를 안하고 있다고 하면 거짓말일 테고 다만 '멀리 보고' 있다. 당장 큰 수익이 나길 기대하기보다는 조금씩 월 도서 판매량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도서 판매에 따른 수익보다는 서점에서 여는 독서 모임이라든가 저자 초청 강연 등을 연계해 수익을 키워보려 한다. 도서와 연계된 문구류 판매로 매출을 확보할 예정이다.

 

오래 살아남을 자신은 있나?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열기’ 또한 스타트업이고 회사의 중요한 키워드도 '생존'이기 때문이다. 오래 살아남을 자신보다는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통해 '성장'할 자신이 있다. '책만 파는 서점'이 된다면, 규모에서도 경험에서도 밀리는 무인서점은 생존하지 못할 거다. 하지만 '책'과 함께 다양한 '콘텐츠'들을 제공하고 판매한다면 새로운 형태의 서점으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사람이 모이는 곳으로 먼저 만든 후에 서점에서 창출 되는 다양한 이야기와 시너지를 공유하고 연결할 계획이다. 어떤 사람들이 모일까? 어떤 이야기가 탄생할까? 사실 지금 우리는 이 점에만 관심을 집중하려 한다.

 

현재 ‘열정에 기름붓기’ 활동은 어디에 초점을 두고 있나?


‘열기’의 초점은 구독자에 맞춰져 있다. '더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채널을 키운다는 생각보다는 이미 열기를 구독하고 계신 구독자 분들에게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어떤 콘텐츠가 필요한지 어떤 공간이 필요한지를 고민하고 있다. 콘텐츠를 더욱 다각화하는 동시에 더 직접적이고 친밀한 형태의 오프라인 콘텐츠를 생각하고 있다. 첫 번째 시도는 '연결'이다. ‘열정에 기름 붓기’ 무인서점 독서클럽을 운영할 예정이다. '책'을 중심으로 사람들을 모으고 이들끼리 의견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무인서점을 찾아올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가지 부탁을 하고 싶다. 이 곳의 주인이 되어줬으면 한다. 무인서점은 독자들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서점이다. 언제든 페이스북 메시지로 의견을 주고 아이디어를 나눠주면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 우리 목표는 독자들이 이 서점을 다시 찾아오게 하는 것이고, 외로운 날 홀로 찾아와 마음에 위안을 얻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나가는 것이다. 책은 구매하지 않아도 좋다. 꼭 독서를 하지 않아도 좋다. 두 달도 안 되었지만, 이미 손때 묻은 물건들로 가득한 이 공간에서 편히 쉬다 갔으면 좋겠다.

 

연말이다. 12월에 읽으면 좋을 책을 두 권만 소개한다면?


채사장의 신간 『열한 계단』과 피터틸의 『제로 투 원』이다. 우연한 기회로 출간을 준비하고 있던 『열한 계단』을 읽었는데 큰 힘이 됐다. 스스로를 의심하고 있고 또 지금 가고 있는 삶에 대한 의문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제로 투 원』은 언제든 읽어도 좋은 책이다. 피터틸은 페이팔의 창업자이며 페이스북의 초기 투자자 그리고 실리콘 벨리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투자자다. 스타트업 창업을 고민하고 계신 분이라면 이 책을 읽었을 때 얻는 인사이트가 굉장히 많을 것 같다. 경제경영서라는 느낌으로 알려져서 아쉬운 책인데, '삶을 사는 태도'에도 굉장히 많은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내용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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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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