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토 가나에 “이야미스의 여왕, 감사한 별명이다”
첫 내한한 일본 추리 작가 『고백』, 『리버스』 등 화제의 추리소설
이야미스라는 말은 싫지만, 여왕이 붙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지금까지 내 작품을 몰랐던 사람도 내 작품을 만나는 계기가 될 수 있기에 감사한 별명이라고 생각한다.
2000년대 일본 미스터리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미나토 가나에가 소설 『리버스』 출간을 기념해 방한했다. 첫 장편 『고백』으로 데뷔하자마자 각종 미스터리 랭킹을 휩쓸고 제6회 서점대상을 석권한 미나토 가나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잔혹하리만치 집요하게 묘사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2009년 한국에서 출간된 데뷔작 『고백』은 일본에서만 3백 만 부, 한국에서만 12만 권 이상이 판매됐다. 이후 한국에 번역된 소설은 『경우』, 『속죄』, 『꽃 사슬』, 『왕복서간』 등 모두 12권이다.
최근작 『리버스』는 평범한 직장인 ‘후카세’가 어느 날, ‘후카세는 살인자’라고 쓰인 의문의 편지를 받은 후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후카세는 이 편지로 인해 여자친구 ‘미호코’로부터 추궁을 받고, 결국 마음 깊숙이 묻어둔 친구의 죽음을 떠올린다. 미나토 가나에는 이번 작품에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1인칭 여성 화자의 독백체를 버리고, 남자 주인공의 목소리로 작품을 끌어간다. 데뷔 이래 천착해온 테마인 ‘복수’와 ‘속죄’ 그리고, 친구들과의 우정, 관계를 치밀한 복선을 통해 집요하게 묘사했다.
지난 7월 4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미나토 가나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리버스』 출간을 기념해 방한한 미나토 가나에는 “『리버스』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는 작품이다. 죽은 친구의 삶을 하나의 영화처럼 복기한다는 의미로 지은 제목이다. 이 타이틀의 진정한 의미는 책의 마지막 쪽을 읽어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 소설이 이야미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간의 작품들과 달리, 『리버스』는 주인공이 남자다. 집필 의도가 궁금하다.
언젠가 사인회에서 한 남성 독자가 “남자가 주인공인 글을 읽고 싶다”고 했기 때문에 남성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써봤다. 이 책은 미스터리 장르를 의식하고 쓴 작품이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편집자 분이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을 제시해줬고, 그 부분을 의식하며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사람들은 대개 여자들이 남을 질투하고 남을 의식하고 감정이 질척질척하다고 생각하고, 남자들은 늘 툭툭 털어버리고 쿨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남자야말로 질투심이 많고 시기하고 오랫동안 기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을 소설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5월에 출간됐다. 소설의 반응은 어땠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자면, 『리버스』의 전작 세 편이 모두 훈훈한 분위기였다. 독자 소감에 따르면, “다시 돌아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작품은 무척 힘든 과정이었다. 어찌나 힘든지 물구나무라도 서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이디어가 나오기를 늘 기다리며 쓴 작품이었다. 『리버스』는 일본의 문예지에 연재를 했고, 총 집필 기간은 1년이 걸렸다.
캐릭터를 설정할 때, 아무리 사소한 인물이라도 그 인물의 이력서를 구성한 후 작업에 들어간다. 이번 작품에서는 어떻게 캐릭터를 만들었나.
주인공을 남성으로 설정했을 때 어떤 남자로 할까 생각했다. 대개 남성 주인공들은 대부분 히어로 스타일이지만 내가 그리는 남자는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보통 남자다. 통이 크지도 않고 멋있지도 않고 본인의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고 마음에 담고 사는 남성들이 많지 않나? 이런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까? 어떤 생각을 할까?를 고민하면서 ,작품을 전개했다.
편집자가 마지막 장면을 제시하는 경우가 흔해 보이지는 않는다.
편집자와 소통하며 아이디어를 얻거나 이야기를 구성한 적은 많이 있다. 이를테면 키쿠치 편집장님께서 『왕복서간』의 아이디어(편지)이자 테마를 제안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제안 받은 일은 처음이다. 제안을 해주신 편집자가 남성 분이었고, 그분이 “꼭 나는 이렇게 마무리되는 작품을 읽고 싶다”고 해주셨기 때문에 집필을 결심했다.
주인공 ‘후카세’는 커피를 좋아하는 인물이다. 매일 단골 카페에 출근하다시피 하는데, 혹시 작가도 커피를 좋아하나?
그렇다. 사실 내가 커피를 좋아한다. (웃음) 매일 가는, 마음을 놓고 쉴 수 있는 카페가 있다. 마음 좋은 부부가 운영하는 카페인데, 언제나 이 곳에 가면 마음이 밝아지곤 한다. 2005년부터 다닌 카페이니 벌써 10년이 넘었다. 이 카페에 가게 된 계기는 커피를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 슈퍼에서 추첨을 했는데 에스프레소 머신이 당첨됐는데, 커피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었다. 카페 덕분에 커피를 많이 알게 됐고 언젠간 이 소재를 꼭 다루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소설이 출간되었을 때에도 카페의 주인 부부가 가장 기뻐해줬다.
이 소설을 통해 특히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주변 친구들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리버스』의 주인공 후카세와 친구들은 대학 시절부터 친한 사이였다. 하지만 후카세의 친구가 대학 시절 사고로 죽게 되면서, 그 친구의 고향집을 찾아가고 진실을 하나 둘씩 알게 된다. 독자들도 이 소설을 읽으면 자신의 친구를 떠올리고, 친구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좋겠다.
그간 출간된 소설들이 영화, 드라마로 제작됐다. 집필을 할 때, 영상화를 염두에 두는지 궁금하다.
장면을 그릴 때는 항상 소리 내어 읽어본다. 하지만 영상화 과정까지 생각하면 쓰진 않는다. 영상화를 상상해보면, ‘이 장면은 제작비가 많이 들겠지? 이런 세트는 짓기가 어렵겠지?’ 하는 식의 제약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영상화 작업 과정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시나리오만은 체크하고 있는데, 원작에 없는 장면이라 해도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 허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작품이 영상화되는 데 있어서 나는 제작자가 아니라 관객의 한 사람일 뿐이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작품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을 하면, 독자들이 그 시선을 갖고 작품을 보게 된다. 그래서 늘 비밀에 부치고 있다. (웃음)
일본에서는 ‘이야미스의 여왕’으로 불린다. 이 타이틀을 어떻게 생각하나?
이야미스(읽고 나면 기분이 언짢아진다고 해서 싫다는 뜻의 ‘이야다(いやだ)’와 ‘미스’터리가 합쳐져 만들어진 말)면, 읽고 나면 싫은 미스터리랄 수 있다. 『고백』을 읽고 나서 찜찜한 마음이 됐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작품을 쓸 때 이런 의도는 갖고 쓰진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불쾌한 미스터리는 나쁜 사람이 마지막에 잘되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내 소설에서 나쁜 사람이 마지막에 웃을 수 있는 경우라곤 없다. 그래서 내 소설이 이야미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야미스라는 말은 싫지만, 여왕이 붙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금까지 내 작품을 몰랐던 사람도 내 작품을 만나는 계기가 될 수 있기에 감사한 별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훈훈한 이야기를 많이 써서 이래도 괜찮을까 싶기도 하다.
주로 밤 11시부터 새벽까지 글을 쓴다고 들었다. 아내로 엄마로의 일상도 만만찮을 텐데, 주부로서 글을 쓰는 일이 어렵지는 않나?
나는 작가이자 주부로 살고 있다. 하지만 늘 주부였던 것은 아니다. 기간제교사로 학교에서 일하기도 했다. 결혼 후에 아이가 태어나고 일상을 살면서 서른이 갓 넘었을 때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었다. 난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반드시 시작하는 성격인데, 도구도 필요 없고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했더니 글을 쓰는 일이었다. 보통 카페에서는 글을 쓰지는 않는다. 좁은 곳을 좋아하기 때문에 부엌 구석이나 세면대를 연결하는 좁은 통로에서 글을 쓰곤 한다. 밤에 쓰는 연애 편지가 묵직하듯 밤에 쓴 소설은 너무 어두워진다. 그래서 원고를 프린트해서 한낮에 카페에 들린다.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공간에서 글을 점검한다.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20권의 책이 출간됐다.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책은 총 12권인데, 훈훈한 책보다는 독한 책이 더 많이 팔린 것 같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웃음) 나는 늘 미스터리 작품들을 좋아했다.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등의 작가들의 작품을 늘 읽어왔다. 그렇다고 내가 반드시 미스터리만 써온 것은 아니다. 등산을 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쓰기도 했다. 취재 차 한 등반에서 한국인 단체 관광객을 만나기도 했다. 한국어판이 꼭 나왔으면 좋겠는데, 한국의 젊은 여성들도 읽으며 많이 공감해주실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다양한 이야기들, 여성들의 이야기들을 쓰고 싶다.
리버스 미나토 가나에 저 | 비채
커피를 좋아하는 평범한 직장인 후카세가 어느 날 날아든 한 줄의 편지를 계기로 꽁꽁 싸매어둔 과거의 아린 상처를 풀어헤치는 이야기이다. 눈을 질끈 감은 채 쉬쉬하며 잊고 지냈던 친구의 사고사…… 작가는 남자 친구들 간의 우정을 비롯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과거와 현재와의 관계, 그리고 복수와 속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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