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 “더 만화 같은 이야기 하고 싶다”
신작 웹툰 『무빙』 단행본 펴내 평범한 히어로를 그리고 싶었어요
10대 친구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히어로 이야기인가보다, 그냥 재밌는 이야기겠니, 하고 봤으면 좋겠고요. 강풀이 하는 만화는 재밌다, 만화라는 매체는 참 재밌다고 생각하면서 보시면 가장 좋겠어요. 편하게 보셨으면 하고요.
강풀이 12번째 단행본 『무빙』을 펴냈다. 『무빙』은 '한국형 히어로'를 그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업한 액션만화. 강풀은 '더 허황된 이야기, 더 뻥 같은 이야기, 더 만화 같은 이야기'를 쓰고 싶어 『무빙』을 그렸다. 평소의 페이스대로라면 30화로 막을 내렸을 텐데, 처음으로 장편 45화에 도전했고, 장기 휴재를 거쳤고 결말을 바꿨다. 오는 9월 새 작품 연재를 앞둔 강풀을 그의 성내동 작업실에서 만났다. "육체적으로 지금이 가장 편안한 때"라는 강풀은 동료 만화가들과 운동을 하고 오는 길이었다. 작업실은 굉장히 깨끗했고 강풀의 책상 옆에는 4살 딸아이의 인형놀이 책상이 놓여 있었다. 웬일인지 만화가 포스보다 아빠 포스가 더 강렬했던 그는 올해로 데뷔 14년을 맞았고, 2006년에 강풀이 그린 『26년』의 5.18은 10살을 더 먹어, 36년이 됐다.
평범한 초능력자 이야기
『무빙』 연재가 작년 9월 말에 끝났는데, 단행본이 꽤 늦게 나왔어요.
그러게요. 원래 연재 마치고 바로 나올 예정이었는데 좀 시간이 걸렸어요.
웹툰 연재가 끝났을 때와는 좀 다른 느낌인가요?
연재가 끝났을 때는 뭔가 허전함이 있어요. 유형의 물질이라는 게 없으니까. 아, 내가 웹 창에 다 채웠구나 싶죠. 하지만 책이 나오면 비로소 내 작품이 끝났구나 싶어요. 이 만화가 이제 내 손을 떠났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무빙』은 평소 강풀 만화와 달리 45화였어요.
늘 30편을 고집하다가 이야기 구성상 45화를 했는데, 정말 힘들더라고요. 중간에 휴재 기간도 있었지만 아, 진짜 45화는 어렵구나 싶었어요.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아요. 최선을 다한 것 같아요. 앞으로는 30화만 하려고요. (웃음)
전작 『타이밍』에 이어 또 한 번 초능력자들이 등장하는 웹툰입니다. 주인공 '봉석'은 아기 때부터 공중에 뜰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봉석이의 친구 '희수'는 한 번도 아파 본 적이 없는 고등학생이에요.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숨기고 살아요.
점점 더 허황된 이야기, 뻥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쓴 작품이에요. 웹툰이 아니라면 쉽게 다룰 수 없는 소재를 그려보고 싶었고 나 자신이 즐겁고 재밌는 만화를 하고 싶었어요. 기획이 꽤 오래 걸린 작품인데요. 막연히 한국형 히어로를 다루고 싶다, 히어로에 빗대어 가족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고등학생인 봉석이와 희수를 주인공으로 그들의 부모 세대 이야기도 담아보고 싶었고요.
5권이 한꺼번에 출간됐어요. 후반부가 더 재밌다는 평이 많지만 저는 1,2권이 더 인상 깊었어요.
그래요? 의외네요.
초반에 봉석이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뜰 수 있는 능력을 감추고 모래주머니를 차고 살아야 하는 봉석이가 안쓰럽더라고요. 봉석이 캐릭터는 어떻게 구상하셨나요?
되게 평범하면서 좀 비만이었으면 했어요. 살쪄서 무거워서 못 뜬다는 이미지를 주고 싶었어요. 초능력자라고 너무 잘나가고, 슈퍼히어로는 아니었으면 했어요. 인간적이고 평범한 얼굴, 길거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뚱뚱한 고등학생 이미지를 주고 싶었어요.
항상 지인의 이름을 등장인물로 사용하시는데요. 『무빙』 주인공 ‘봉석’은 문화평론가이자 에이코믹스 ‘김봉석’ 편집장이에요. 허락은 물론 받으셨죠?
허락은 항상 받아요. 나 당신 이름 쓰겠다, 그런데 어떤 캐릭터인지는 안 알려줘요. (웃음)
후반부의 주요 배경은 국정원의 전신인 안기부입니다. 다소 작품이 무거워질 수 있는 요소였는데요.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 현실에 있다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곳이 어디인가를 생각해봤더니 자연스럽게 떠올랐어요. 분단 국가라는 현 시대적 배경도 있었고요. 이번 작품은 사전조사를 철저히 했어요. 안기부 건물이 지금 남산애니메이션센터 자리잖아요. 조사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사진도 많이 찍고 했어요. 관련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취재했고요.
액션만화잖아요. 그리기 힘들었던 장면이 있나요?
마지막에 봉석이가 하늘을 날잖아요. 위에서 바라봐야 하는 장면이라 드론을 띄어서 사진도 찍었는데, 힘들더라고요. 어차피 저는 인물을 그리고 배경은 어시스턴트가 맡는데, 이 장면은 저도 따라붙을 수밖에 없었어요. 제가 만화를 많이 했지만 액션을 할 줄 몰라요. 서 있는 것도 잘 못 그리는데(웃음), 사람을 때리면 어떻게 날라가는지가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동네 형이기도 한 류승완 감독님한테 도움을 청했어요. 바로 김제동 씨를 불러서 액션을 보여주더라고요. 서울액션스쿨에서 정두홍 감독님의 도움도 받았어요. 그렇게까지 해주실 줄은 몰랐는데, 무술감독님이랑 액션배우 분이 직접 와이어 액션을 보여주셨어요. 카메라 4대를 들고 가서 몇 천장은 찍은 것 같아요. 정말 열심히 해주시더라고요. 저에겐 정말 소중한 자료가 됐죠. 책도 나왔으니 따로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연재 후기에 고마운 사람들을 쓰셨는데, 못 본 것 같아요.
서울액션스쿨만 쓰고 따로 이름을 밝히진 않았던 것 같아요. 너무 유명하신 분들이니까 좀 잘난 척 하는 것 같잖아요. 너무 유난 떠는 것 같아서 안 썼죠. 후기에 이름을 남긴 분들께는 모두 사인을 해서 책을 보내드렸어요. 액션스쿨 분들께는 그것만으론 안 될 것 같아요.
봉석이 엄마는 아들에게 “넌 많은 걸 느끼며 살아야지”라고 해요. 만화를 쭉 보다 보면, 부모가 아니라면 쓰기 어려운 대사들이 종종 등장합니다. 과거에 “아빠가 됐다는 사실이 작품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부모가 됐더니 많은 분이 이런 질문을 하셨어요. “이제 육아 만화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아마 제가 그 때 했던 답은 육아와 작품 방향성은 별개라는 뜻이었어요. 나는 내 만화를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이니까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정말 많은 영향을 끼쳤어요. 봉석이 엄마가 “육아는 실전이야”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정말 육아를 하다 보니 진짜 실전이더라고요. 아내와 함께 육아를 하지 않았더라면 몰랐던 세상이 있어요. 제가 작가로서 일도 철저히 하고 노동량도 많은 편인데도 육아에 비하면 아니더라고요. 엄마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아마, 아이를 낳지 않았더라면 이런 대사는 못 나왔을 것 같아요.
육아 포털사이트를 통해 육아 웹툰을 잠깐 그리기도 하셨잖아요. 아이 엄마의 혼잣말이었던가요? “당신은 퇴근이라도 하지”라는 대사가 강렬했어요.
남편이 퇴근해서 저녁 밥을 찾자, 아내가 하는 말이었죠? (웃음) 저는 아무래도 다른 아빠들에 비해 시간 활용이 자유로운 직업이니까, 육아를 다 볼 수 있어요. 육아는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 같아요.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에요. 아이가 사랑스러운 것과는 정말 별개더라고요. 진짜 아빠들이 아이 엄마에게 최소한 해야 할 일은 미안해 하고 고마워 해야 하는 일이에요. 아마도 아빠들이 경험을 안 해봐서 그런 것 같은데요. 옆에서 지켜보니까, 정말 아내한테 서운한 말을 하면 안 되겠구나 싶더라고요. 엄마들은 정말 위대하구나 싶은 게, 저도 모르게 작품에 그걸 쓰고 있더라고요.
희수의 아빠 '장주원'이 등장하는 장면이었던가요? “가족이 협박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라는 대사도 있었어요. 살다 보면 가족 때문에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는데, 그것이 그렇게 싫지만은 않지 않나요?
기쁘게 하죠. 일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니까요. 예전에는 장편 만화가 끝나고 나면 다른 일은 거의 안 했어요. 그런데 애가 크고 나서는 예전 같으면 안 했을 일을 제가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에요. 제가 하나에 올인하지 않으면 집중하지 못하는 편이라서요. 한꺼번에 여러 일을 할 수 있는 타입이 아니에요. 하나라도 제대로 해야죠.
장주원이 딸과 함께 떠나면서 혼잣말을 해요. “딸과 함께 떠났다. 나는 다 가지고 떠났다”라고.
가끔 이런 생각을 해요. ‘내가 일을 열심히 하는데 왜 열심히 하지?’ 결국 내가 행복하자고 하는 건데, 일이 행복의 영역을 침범할 때가 있어요. 일을 너무 많이 하면 아이가 커가는 걸 옆에서 못 볼 수 있잖아요. 가족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에 무리하게 다른 일을 하진 않으려고 해요. 돈도 행복하자고 버는 건데, 행복의 근본은 가족이랑 같이 있는 시간에 있으니까요. 이런 생각들이 작품에 많이 담긴 것 같아요.
유치한 질문이지만, 『무빙』의 주인공들처럼 초능력이 주어진다면, 어떤 초능력을 갖고 싶나요?
(웃음) 시간을 멈추는 초능력이요. 마감 때 너무 미치겠어요. 마감 시간은 쫓아오고 손은 더디고 한 컷이라도 더 그리고 싶고. 시간을 멈추게 하고 싶을 때가 정말 많아요.
평소 댓글은 어느 정도 읽으세요?
연재 중에는 잘 못 봐요. 베스트 댓글 같은 건 읽지만 다 읽긴 어렵고, 연재가 끝나면 1화부터 정주행하면서 다 읽어봐요. 댓글만 쭉 보는데도 1주일은 걸리는 것 같아요. 긴 댓글은 많지 않지만 가끔 내 의표를 찌르는 글을 만날 때가 있어요. ‘내가 이런 생각으로 그렸는데 이 사람도 이렇게 봤구나’ 싶으면 정말 고마워요. 웹 작가이다 보니 메일도 많이 와요. 응원의 메일도 자주 받고요.
답장은 어느 정도 쓰시나요?
연재할 때는 거의 못 쓰지만 답장을 요구하는 메일이 있으면 답장을 하죠. 그래도 읽기는 다 읽어요. 10년 전 받은 메일을 아직도 가지고 있으니까요. 매년 용량을 무제한으로 갱신하고 있어요.
마냥 희망적인 이야기를 할 수 없어요
엔씨소프트 공식 블로그 ‘우주정복’에서 영화 웹툰 ‘강풀의 조조’를 연재하고 있어요. ‘당일 관람, 당일 발행’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매주 조조 영화를 보는 게 쉽진 않을 것 같은데요.
5회까지는 아침에 조조를 보고, 그날 밤에 작업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시간에 쫓기다 보니까 아쉬운 점이 많더라고요. 요즘은 수요일에 개봉하는 영화가 많잖아요. 그래서 수요일에 개봉하는 영화는 수요일에 보고, 목요일에 개봉하는 영화는 그 날 보고 그 날 마감해요. 동료 만화가 세 명이랑 같이 보러 가는데, 영화 장면이 기억나지 않을 때 많이 도와줘요. 만화가들이 기억을 잘 하잖아요. 네 명 중 한 명은 걸리니까요. 항상 넷이 보러 가요.
최근에 영화 <곡성>을 그리셨더라고요. “무엇을 예상하건 의외의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압도적이며 신선하다”고 평하셨어요.
(웃음) <곡성>은 아직도 이해가 안 돼요. 무섭거나 그러진 않은데 압도적이긴 하더라고요.
영화 웹툰이 처음은 아니시죠?
16년 전쯤인가요? 다음 만화속세상이 생기기 전에 『영화야 놀자』라는 작품을 연재했어요. 다음에서 제가 첫 외주작가였는데, 다음이 생겼을 때 만화 섹션에서 연재했어요. 영화를 워낙 좋아해서요. 재밌게 하고 있어요.
연재 중에는 새벽 출근을 하시잖아요? 지금은 어떤가요?
8시까지는 출근해요. 그림책 작업도 있고 하니까요. 아침잠이 없는 편이라서 보통 6시쯤 일어나서 아이랑 좀 놀아주다가 작업실에 와요. 요즘은 가장 편한 때죠. 3,4시쯤 퇴근해서 집에 가는데 대개 저녁을 가족들이랑 먹으려고 해요.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뭔가요?
다짜고짜 작업부터 시작해요. 메일 확인하고 트위터 하고 인터넷 기사 쳐다 보고 있으면, 두 세시간은 그냥 가서요. 일상적인 소소한 일을 잘 안 해요. 작업실 문을 열고 포토샵을 열기까지 5분도 안 걸려요. 인터넷 들여다보지 않고 바로 작업해요. 그게 제 작업방식이라면 방식인 것 같아요.
그림책도 두 권 펴내셨잖아요. 작년에 나오길 기다렸는데요,
초안은 다 잡았는데 올해 나올지 내년이 될지 모르겠어요. 가을에는 웹툰 장편이 들어가야 하니까 장담을 못하겠네요. 그림책 작업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요. 1년에 한 권씩,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7권을 만드는 게 목표였는데 쉬운 일은 아니네요. 뭐 더 낼 수도 있는 거고요.
2014년에 두 번째 그림책 『얼음 땡!』을 내셨을 때, “개인적인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신가요?
네, 같아요. 우리 딸이 개인적인 아이였으면 좋겠어요. 자기 생각이 있는데 이 집단에 뭔가 문제가 생길 것 같다고 자기 이야기를 안 하고 눈치를 보는 아이가 되지 않았으면 해요. 틀리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사회는 자꾸 집단화를 시키고, 다같이 같은 생각을 해야 한다며 바로잡으려고 달려들잖아요. 저는 제 아이가 그런 거 눈치 안 보고 개인의 생각을 언제든지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해요. 다른 사람과 생각이 달라도 서슴없이 이야기하는 아이가 됐으면 좋겠어요.
만화가를 지망한다고 해도 지원해주실 거라고 하셨죠?
만화가뿐이 아니에요. 뭘 한다고 해도 너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할 거예요. 걱정은 하고 싶은 게 없다고 할까 봐요.
작년에 『무빙』 휴재 기간이 길어지면서 악플이 많이 달렸어요. 작가님의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시면서 어쩔 수 없이 휴재를 했는데, 악플러들의 댓글이 정말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악플러들을 고소하셨는데요.
지금도 진행 중이에요. 민,형사 소송 다 걸었어요. 정말 많은 숫자를 할 수 있었는데, 애매모호한 댓글이나 작품에 대해 평가하는 댓글은 많이 걸려냈어요. 미성년자도 많아서 끝까지 고민했는데 결국은 뺐어요. 저희 아버지를 두고 너무나 폐륜적인 말을 하고 있고 입에 담지도 못할 말을 하고 있는데, 이걸 봐줘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는데요. 어머님의 권고가 컸어요. 사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이렇게 길게 갈지는 몰랐어요. 소송을 한다고 하니, 댓글이 청정지대가 되더라고요. 아, 이 사람들은 정말 짖지 않는 개는 개무시 하는구나 싶었어요. 이 정도까지 별 것 아닌 사람들이었나 싶고. 허탈한 마음도 많이 들었어요.
웹툰작가들이 많이 겪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많죠. 사실 저만큼 인터넷 바닥을 오래 굴러 다닌 사람도 없을 텐데요. 그동안 아무리 심한 악플이 있어도 소송은 안 했어요. 그런데 내 아버지, 가족을 걸고 넘어지는 건 못 참겠더라고요. 일반 사람은 이런 일을 처음 겪으면 되게 혼란스럽고 어려울 텐데, 저는 이제 해봤으니까 어떤 건지 알게 됐어요. 후배들이 같은 경우를 겪으면 어떤 과정으로 소송을 진행할 수 있는지 설명해줄 거예요. 이제 과정을 확실히 알게 됐으니까 앞으로는 절대 용서 안 할 거예요.
지겹게 많이 들으신 질문일 수도 있는데요. 그래도 궁금합니다. 웹툰작가를 꿈꾸는 분들이 굉장히 많은데요. 선배로서 해주실 조언이 있나요?
할 말이 없어요. 어느 순간 자칫하면 “나는 이렇게 됐는데 너는 왜 안 돼?”라고 말하는 걸로 느껴질 수 있어서요. 강연할 때도 되게 조심스러워요. 마냥 희망적인 이야기를 할 수 없어요. 15년 전, 제가 웹툰을 시작할 때와 지금은 너무 달라졌으니까요. 또 개인의 상황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지 말라는 소리를 못하겠어요. 이야기해줄 수 있는 건, 습작만 하지 말라는 거예요. 하나의 이야기를 끝까지 완성시키고 누구 한 사람이라도 보여줘야 작품이라는 사실이에요. 혼자 쓰는 건 일기일 뿐이에요. 완성시키고 보여주는 게 중요해요. ‘어떻게 하시라’는 말씀은 못 드리겠어요.
지금 만약에 작가님께 대한민국 국민의 80% 이상이 보는 일간지의 1면을 통으로 드린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세요?
글쎄요. 되게 어려운 질문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이야기를 할 것 같아요. 이슈라서 문제가 아니라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작년부터 지겹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어떻게 지겹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고요. 아무리 많은 사람이 지겹다고 생각한다고 해도 세월호 이야기를 할 것 같아요.
『무빙』도 영화 판권이 팔렸죠? 아직 영화화 계약이 안 된 작품은 없나요?
없어요. 모든 작품이 다 진행 중이에요.
가장 기대되는 미개봉작이 있다면요?
제 작품이니까 다 기대되죠. 어렵네요. (웃음)
웹툰 독자와 단행본 독자는 조금 다를 수 있잖아요. 『무빙』을 읽었으면 하는 독자가 있나요?
다 보셨으면 좋겠는데요. 그래도 10대 친구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히어로 이야기인가보다, 그냥 재밌는 이야기겠니, 하고 봤으면 좋겠고요. 강풀이 하는 만화는 재밌다, 만화라는 매체는 참 재밌다고 생각하면서 보시면 가장 좋겠어요. 편하게 보셨으면 하고요. 웹툰은 재밌게 봐야죠.
다음 작품을 예고해주신다면.
『무빙』, 『타이밍』 주인공 중에 한 명이 나올 거예요. 새롭게 펼쳐지는 이야기가 『무빙』, 『타이밍』 속 사건의 발화점이 되게 끝내고 싶어요.
무빙 강풀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정원고등학교 3학년 5반에 공중부양 능력이 있는 김봉석, 상처 치유 능력을 가진 장희수, 엄청난 힘과 스피드를 지닌 이강훈을 모아놓고 지각, 청소, 수능, 체육수업 등의 에피소드만으로 독자들을 팽팽한 긴장감 속으로 몰아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