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와 인터넷을 화면밖에 구축하다
『메이커스 진화론』
모든 메이커스의 목표는 IT와 인터넷을 PC나 스마트폰에 담지 않고 화면 바깥의 다양한 사물(事物)에 담아 서로 연결되게 하는 것, 즉 IoT의 실현이다. IoT야말로 제조업을 진화시킬 최대의 무기다.
진화하는 제조업의 생태계
왜 매월 국내외의 그 많은 사람들이 아키하바라를 찾아올까
글로벌 IT 기업과 일본의 전통 모노즈쿠리 기업은 메이커스의 거점 아키하바라를 주목하고 있다. 회사의 규모와 매출은 물론이고, 기술력과 개발력 또한 신흥 메이커스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날 텐데 말이다. 분명 대기업은 할 수 없고 메이커스만 할 수 있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그 의문을 풀어가보자.
일본에서 모노즈쿠리(物作り: 물건 만들기)라는 말은 시대에 따라 뜻이 조금씩 변해왔다. 원래는 숙련된 기술자나 장인이 자신의 뛰어난 기술로 수준 높은 제품을 만드는 것을 뜻했다. 여기에는 생산기술이나 제조기술, 즉 산업공학(Industrial engineering)과는 다른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이 말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일본의 제조업이 압도적인 강세를 보였던 시대 분위기와 맞물려, 어느새 제조업의 좀 더 정신적이고 역사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용어로 쓰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사람들은 ‘일본의 모노즈쿠리’가 위기를 맞았다고 이야기한다. 제조업의 쇠퇴, 모노즈쿠리 대국 일본의 몰락 등등, 표현은 달라도 같은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 요즘 자주 들린다. 실제로 파나소닉, 소니, 샤프, 도시바 등 글로벌 제조사를 중심으로 한때 더없는 영광을 누렸던 일본의 모노즈쿠리가 지금 커다란 전기를 맞고 있다. 그런가 하면 토요타, 닛산, 혼다 등의 기업은 아직도 세계시장에서 건투 중이다. 그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이런 평범한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제조업을 둘러싼 기술 혁신과 상황의 변화는 매일, 아니 매시간 일어난다. 글로벌 기업이 적자로 돌아섰다는 보도가 흘러나오는가 하면, 제조업이 부활한다는 소식도 들려오니 어떤 정보에 귀를 기울여야 할지 무척 헛갈리는 시대이다.
이 책에서는 ‘메이커스(makers)’를 키워드로, 제조업의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큰 변화를 살펴보려고 한다.
메이커스의 정의
메이커스라는 말은 불과 몇 년 전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직은 정확하게 와닿는 정의가 없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통해 이 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메이커스야말로 모노즈쿠리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태어난 새로운 주인공”이라고 말이다.
처음으로 메이커스라는 말을 퍼뜨린 사람은 미국 <와이어드(WIRED)>지의 전 편집장인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이다. 『롱테일 법칙(The Long Tail)』, 『프리(Free)』 등 베스트셀러의 저자인 그가 2012년 10월에 『메이커스(Makers)』를 출판하자 일본의 신문과 경제 관련 잡지에서는 3D 프린터의 최신 기술을 기사로 소개하는 등 이 책의 내용에 큰 관심을 보였다.
크리스 앤더슨은 이 책에서처럼 디지털 파일과 3D 프린터 등을 사용하는 제조업의 새로운 큰 트렌드를 ‘메이커 무브먼트(메이커운동)’라고 명명했다. 미국의 기술 개발 분야에서는 2005년에 오라일리 미디어(O’Reilly Media: 나중에 Maker Media로 분사)가 창간한 <Make>라는 잡지가 매우 유명하기 때문에, 3D 프린터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DIY 문화를 흔히 ‘메이커 컬처’라고 부른다. 사실 미국 사람들은 옛날부터 큰 집에 살며 자신의 집을 스스로 관리ㆍ보수하는 DIY(Do It Yourself)를 당연하게 여겼으므로 문화가 조금 다른 셈이다. 그래서 메이커의 의미도 당연히 다르게 받아들일 것이다(지금 미국 샌프란시스코 도시권은 거주 환경이 극단적으로 악화된 상태지만).
그래서 나는 책 첫머리에서 내 나름대로 메이커스를 정의하려 한다. 메이커스는 우선 새로운 도전을 하는 스타트업(startup: 급성장을 지향하는 신규기업)으로서, 전통 제조기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제품(물건)을 만든다. 이 방식의 차이에 대해서는 제2장에서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또 메이커스는 제품을 만드는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메이커스는 IT와 인터넷을 PC나 스마트폰등의 화면이 아닌, 화면 밖에 존재하는 다양한 물건에 담는다. 메이커스는 그런 식으로 인간과 물건의 관계성을 재발명하는 존재여야 한다고 생각한다(사실 아직 여기까지 도달한 메이커스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는 메이커스에 대해 “Break the display(화면을 부순다)”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인터넷을 화면 밖에 구축한다는 뜻이다.
10억 엔을 들여 마련한메이커스 지원시설
모노즈쿠리의 거점으로 선택된 곳은 옛날부터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기ㆍ전자의 중심지 아키하바라[秋葉原]다. 이곳은 지금은 하위문화(subculture)의 성지가 되었지만 옛날부터 전자제품에 취미가 있는 사람들이 희귀한 전자부품을 사러 자주 찾던 곳이다.
2014년 11월, 아키하바라에 하드웨어 개발에 필요한 최신 기자재를 두루 갖춘 제조업의 거점이 완성되었다. 바로 DMM.make프로젝트의 일환인 DMM.makeAKIBA(디엠엠닷메이크 아키바)다. 이 프로젝트는 (주)DMM.com06의 회장인 가메야마 게이시의 협력을 얻어 .make(닷메이크) 사업을 DMM.make로 발전시킨 것인데 나는 2015년 7월까지 그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었다.
웹사이트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 소프트웨어를 만드는IT 기업이라면 PC 한 대만 있어도 설비가 충분할지 모른다. 그러나 전자기기 등을 만드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경우, 아무래도 설비에 상당한 초기 투자가 들어간다. 하나의 제품을 완성하기 위해 작은 회사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기자재가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런데 이 DMM.make AKIBA에는 소형 전자기기의 시제품 제작에 필요한 모든 것이 있다. 우리는 3D 프린터는 물론, 공작 기계에서부터 제품 출하에 반드시 필요한 성능 검사 장비까지, 필요한 것은 전부 다 갖추려고 노력했다. 이 시설을 마련하는 총비용이 약 10억 엔이었는데 그중 5억 엔을 제조 설비 구입에 썼을 정도다. 덕분에 소형 전자기기 수백 대 정도는 이곳에서 아예 생산할 수 있다. 물건 제조에 필요한 도구를 전부 갖춤으로써, “무엇이 없어서 만들 수 없다”는 핑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싶었다.
그래서 아키하바라의 3층짜리 오피스빌딩에 연면적 약 2,000㎡, 즉 축구장 절반 정도의 공간이 마련되었다. 여기에는 공용 사무실, 행사 공간, 공용 공장, 가벼운 식사도 할 수 있는 카페가 포함되어 있다.
메이커스 진화론 오가사하라 오사무 저/노경아 역 | 더숲
제조업의 생태계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산업 분야에 몰려오고 있는 기술혁신의 물결은 변화의 속도를 가속화시킨다. 《메이커스 진화론》은 이러한 신新제조산업의 흐름 속에서 IoT (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로 대변되는 기술혁명이 개인과 기업에게 제시하는 미래비전을 담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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