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가 이승욱 “눈맞춤보다 중요한 육아는 없다”
육아서 『천 일의 눈맞춤』 펴내 따뜻한 응시와 안정적인 수유, 엄마의 품
요즘 엄마들을 보면 자신이 느끼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불안하다. 이 불안이 아이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방패막이 될 수 있겠지만, 너무 과도하면 아이에게 많은 걸 좌절시킬 수 있다. 엄마들이 자신의 불안을 잘 자각하면 좋겠다. 자각하면 덜 불안할 수 있다. 또 아이 입장이 돼보라고 말하고 싶다.
육아책은 많이 봐도 문제, 너무 안 봐도 문제다. 적절하게 보고 부모와 아이에게 맞는 육아 노하우를 선택하는 태도가 현명하다. 정신분석가 이승욱이 근간에 펴낸 『천 일의 눈맞춤』은 ‘0~3세 아이를 위한 마음 육아’를 다룬 책이다. 저자는 “왜 3세까지의 육아에 집중했냐”는 물음에 “태어나서 3년까지, 인간은 정신 구조의 기초를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승욱 저자는 20년 동안 정신분석가로 훈련 받고 일하면서, 수많은 내담자를 만나던 중 공통점을 하나 발견했다. 바로 성장기 때,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고통을 겪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부모와 전혀 관계 없는 일들로 고통을 호소했지만, 분석하다 보면 부모에 대한 애증과 원망이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사회적으로는 성공했지만 대부분 부모의 욕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고 있었다. 부모를 사랑하되 부모의 ‘욕망’으로부터는 자유로운 아이로 키우기 위해, 저자가 제안하는 육아 핵심은 세 가지다. “따뜻한 응시와 안정적인 수유, 엄마의 품.” 굉장히 평범한 이야기로 들리지만, 책을 읽다 보면 진짜 아이를 위한 육아가 무엇인지 절실히 깨닫게 된다.
뉴질랜드에서 정신분석을 전공하고 오클랜드의 정신병전문치료센터에서 정신분석가, 심리치료실장으로 일한 이승욱 저자는 현재 경복궁 옆 서촌에서 ‘닛부타의 숲 정신분석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또 팟캐스트 <이승욱의 공공상담소>를 통해 정신분석과 심리학을 알기 쉽게 전하고 있다.
존재는 응시에 의해서 조각된다
그간 대개 성인의 심리, 정신분석을 다룬 책을 썼는데, 『천 일의 눈맞춤』은 0~3세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육아서다. 육아서를 쓰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인간의 발달은 굉장히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다. 20년 동안 정신분석을 공부하고 많은 내담자를 만나오면서, 그들이 성인이 돼서 겪는 여러 갈등의 연원을 찾아보면 어렸을 때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벌어진 일들이 기초를 형성했다. 사람이 자기 삶의 변화를 꾀하려면, 최초의 경험이 나에게 어떻게 구성됐는지를 정확히 자각하는 일이 필요하다. 자각한다면 이후 발생하는 일에 대해서도 다른 관점과 태도로 삶을 운영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도 알고 있었지만, 현장에서 상담을 하면서 더 절실히 체감했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처음부터 잘 경험해나갈 수 있다면 성인이 돼서 조금 더 균형 잡힌 삶을 살 수 있다.
‘마음 육아’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육체적인 발달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은 감정과 정서에 지배 받는 동물이다. ‘마음 육아’라고 카피를 뽑은 건, 태어나고 몇 년 후 구성되는 인간의 정신의 기초가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치명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0세 아이에게는 어떤 감정이 있는지, 부모는 알 수 없다. 더운지 추운지, 배고픈지, 배부른지도 잘 알기 어렵다. 그럴 때, 아이에게 가장 좋은 육아 태도가 무엇인지 살펴보면 바로 ‘공감’이다. 어른들도 공감을 항상 원하지 않나? 아이도 마찬가지다.
특히 0~3세 육아의 중요성을 지적한 까닭은 무엇인가.
인간에게 가장 취약한 시기가 0~3세다. 납득되는 고통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닐 수 있는데, 이유를 모르면 납득할 수 없다. 엄마가 화를 낼 때, 아이는 왜 화를 내는지 모르니까 혼란스럽다. 이를 테면, 아이는 내 몸의 일부로 똥을 자연스럽게 배출했는데, 엄마가 화를 내면 당혹스럽다. 0~3세 때 하는 경험은 모든 게 최초다. 걷고, 말하고, 대소변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하는 때가 3세 전후다. 3세가 지나면 자신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성 구별을 할 수 있다. 만 4세부터는 그간 경험했던 일들이 반복된다. 4세부터는 인생에 아버지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전에는 엄마와 나, 2자 관계였다면 3세 이후에는 아버지와 3자 관계가 된다. 물론 형제가 있는 경우는 4자 관계가 된다. 3세까지는 엄마와의 스킨십이 절실하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기 위한 세 가지 육아 원칙으로 ‘따뜻한 응시, 안정적인 수유, 엄마의 품’을 꼽았다. 3년간 부모가 자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아이의 자아가 어떤 형태로 형성될지 결정된다고 했다.
아이가 자신의 의사를 말로 표현하기 전까지, 아이와 엄마의 가장 중요한 대화는 ‘쳐다봄’, 바로 응시다. 또 엄마가 아이의 몸을 어떻게 다뤘는지도 굉장히 중요하다. 기저귀를 갈아줄 때, 울 때, 젖을 먹일 때, 엄마가 아이의 몸을 어떻게 다뤘는가는 훗날 아이가 자기 신체 이미지와 자기 존중감을 형성하는 데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엄마의 눈길이다. 엄마가 진정한 애정을 담아서 다정하게 따뜻하게 아이를 쳐다보는 시간이 많을수록 아이의 자기인정감도 건강하고 튼튼하게 세워진다. 존재는 응시에 의해서 조각된다. 사실 엄마가 어떠한 신체언어로 아이를 다뤘는지는 성인이 된 아이도, 엄마 자신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경험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기억은 사라져도 경험은 아이의 몸에 저장된다.
안정적인 수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가장 좋지 않은 태도가 ‘일관성이 없는’ 수유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발달심리학 강연을 하고 <팟캐스트>를 진행하면서, 깜짝 놀랐다. 한국 엄마들이 수유라는 행위에 대해 원칙이 없더라. 어떻게 수유해야 하는지, 어떤 원칙으로 아이에게 젖을 물려야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수유는 아이에게 굉장히 치명적인 행위다. 신생아는 거의 동물 상태다. 가장 원초적인 상태에서 최대 관심사는 ‘생존’이다. 포유류 동물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뭔가? 바로 어미의 젖을 빠는 일이다. 아이 역시 마찬가지다. 수유라는 행위를 중심으로 자기 삶을 받아들인다. 자신의 상태가 안전한가? 불안전한가?를 수유를 통해 감각한다. 감각된 행위는 몸 속에 각인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의 수유 원칙은 일관적이어야 한다. 예측 가능해야 한다.
많은 엄마의 수유 방식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아이가 울 때마다 주는 방법, 둘째는 시간 간격에 맞춰서 주는 방법이다.
두 가지 모두 장단점이 있다. 울 때마다 젖을 주면, 아이가 자기 몸의 감각을 느끼고 몸에 대한 예민성을 기를 수 있다. 또 자기의 욕구를 드러내고 표현하는 학습효과도 있다. 시간 간격에 맞춰 주면 아이의 생체 리듬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몸과 마음에 대한 통제력도 생기고, 양육자 입장에서도 계획적으로 안정적으로 아이를 양육할 수 있다. 무엇이 더 효과적인 수유 원칙일까?에 대한 답은 둘 다 맞다. 중요한 건, 절대 두 가지 방법을 섞어서 수유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두 방법이 모두 괜찮다고 해서 같이 쓰는 건 비교급으로 더 나쁘다 정도가 아니라 최상급으로 나쁘다.
일관성이 없기 때문인가?
그렇다. 어떤 상황이든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다. 아이의 입장에서 수유는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행위다. 수유 행위가 이랬다저랬다 일관성이 없으면, 아이는 몸에 불확실성과 불안함, 불신을 새긴다. 이는 성인이 된 뒤에 논리적으로 설득해서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아이가 예측 가능한 세상에 살고 있다고 느껴야, 엄마와 세상을 신뢰하게 된다. 일관성 없는 수유를 제공받은 아이는 부모와 세상만 불신하는 게 아니라 자신까지도 불신할 가능성이 높다.
엄마의 품에 대해 묻고 싶다. 요즘 젊은 엄마들은 아이가 일찍부터 독립적이면 뿌듯해 한다. 혼자 방에 들어가 잠을 자면, 편하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포대기 육아’의 장점을 강조했다.
11년간 뉴질랜드에서 정신분석을 공부하고 심리치료를 하면서 서양 사람들이 독립적인 반면 정신적으로는 공허함이 굉장히 많다는 걸 알게 됐다. 한국은 가족 관계가 너무 징글징글한데, 서양 사람들은 친밀감이 없어 공허하다. 개인마다 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로 공허하다. 서양 사람들은 아이가 태어나고 1주일이 채 지나기 전에 아이를 따로 재운다. 요즘은 한국 부모들도 많이 따로 재우는데, 굳이 그래야 할까? 싶다. 진화학자의 말을 인용하면, 인간은 23개월 정도 엄마 뱃속에 있다가 태어나는 게 적합하다. 태어나자마자 걷지 못하는 동물은 인간 밖에 없다. 엄마 뱃속에서 1년을 더 지내면 좋지만, 그러면 엄마는 생명에 위협을 받는다. 완전하지 않은 생명체가 가장 익숙하고 안정적인 환경에 있어야 하는데, 엄마 뱃속과 가장 유사한 품은 엄마의 품이다. 엄마의 목소리, 심장 박동 소리에 아이는 안정감을 느낀다. 옛날 엄마들은 아이를 업고 다녔다. 업고 일하다, 아이가 울면 포대기를 돌려 아이를 달래주고 또 업었다. 물론 많이 피로한 일이지만 엄마와의 유대감, 스킨십은 꼭 필요하다.
자각하면 덜 불안할 수 있다
책에서 아마존 예콰나족의 육아법을 다룬 『잃어버린 육아의 원형을 찾아서』를 인용했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인간이 평생 사용하게 될 정신의 범위는 갓난아이 때 결정되는데, 외로움에 익숙할 경우 아기의 무의식은 외로움의 수준을 동일하게 유지하기 위해 정신의 작용을 가동한다”고 했다. 저자 역시, 상담을 하면서 같은 예를 많이 봤다고 했다.
정신분석은 삶의 초기의 경험과 애착 관계가 어떻게 한 개인의 성격 구조 형성에 영향을 끼쳤는지를 본인 스스로 자각하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는 태어나서 초기에 경험한 첫 세상을 가장 익숙한 상태로 느끼게 된다. 그것이 좋은 환경이든 나쁜 환경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최초의, 비교할 선례가 없는 경험은 인간의 삶에 가장 먼저 자리를 잡는다. 요즘 많은 상담실을 먹여 살리는 연령이 청소년이라고 한다. 상담실을 찾아오는 이유를 분석해보면, 대개 무기력이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무기력에 빠져 부모들이 미치려고 한다. 왜 그럴까? 뿌리를 찾아보면 0~3세 때, 부모와의 관계에서 결핍이 있다.
사람의 성장과정에 있어서, 환경적 요인을 따져보다가도 ‘성향, 기질’을 뛰어넘지 못한다고들 한다. 정신분석학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사람이 태어나 0~3세 때 발생하는 일이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수유가 아이의 성격에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지 우리는 짐작하지 못했다. 우리가 어떤 현상을 말할 때 가장 쉽게 이야기하는 게 ‘기질’인데, 신체적인 영향도 물론 무시할 수 없지만 기질화 시키는 많은 특성이 0~3세에 만들어졌다. 가장 결정적인 영향으로써 엄마의 성격(예, 꼼꼼한 엄마, 덜렁대는 엄마, 무딘 엄마, 예민한 엄마 등)이 아이에게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를 아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더 어려운 것은 양육자 자신의 성격과 무의식적 행동 등이 어떻게 아이에게 전달되는지를 아는 것, 그 자체가 더 어렵다. 그러다 보니 아이의 성격 형성에서 이해되지 못하는 부분들을 그냥 '기질'로 분류해버리는 것이 편하기도 할 것이다. 이 책에서 신경을 써서 설명했던 부분들이 이런 것들이다.
물론 생리적인 기질(예, 더 튼튼한 아이, 더 잘 먹는 아이,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아이 등)이 아이의 성격 형성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다만 이런 생리적 기질에 대응하는 부모의 성격과 태도가 아이의 성격적 근본(쉽게 기질이라고 단순화시켜버리는)을 형성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아이를 낳으면 모성이 저절로 생기는데, 사랑과 함께 두려움도 무척 크다. 내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공포, 또 영유아의 경우 아이의 마음을 읽지 못하기 때문에 두렵다. 책에서 위안을 받은 문장이 있다. “아이가 울었을 때, 우는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아이가 계속 불만족한 상태에 있더라도 부모가 그 순간 최선을 다하면 아이는 부모의 그런 태도를 배울 것”이라고 썼다.
어른들도 그렇지 않나? 누군가 사려 깊게 다가와 진실한 마음으로 위로를 건네면 문제가 당장 해결되지 않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고통에서 회복되는 듯한 마음의 에너지를 갖게 된다. 정신분석에서는 ‘의미는 사후에 주어진다’고 말한다. 어떤 사실적 경험을 했을 때, 그 일에 대한 의미는 경험 이후에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막 울 때 부모가 젖을 물리면, 아이는 그냥 울었어도 ‘아, 내가 배가 고팠구나’라고 생각한다. 성인이 돼서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푸는 사람들이 있는데, 연원을 찾아보면 부모의 행위에 영향을 받은 경우가 종종 있다. 자기는 의미 없이 울었는데, 부모의 행위 때문에 의미를 갖게 된다.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 속에 기억된 형태로 스트레스를 풀게 된다. 부모가 최선을 다하면, 아이는 당연히 느낀다.
육아책의 독자는 대개 엄마다. 아빠들이 육아책을 읽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저자는 현재 두 아이(대학생, 고등학생)의 아빠다. 혹, 다시 아이들이 어렸을 때로 돌아간다면 아빠로서 어떻게 육아에 참여하고 싶나?
첫째 아이를 낳을 때, 아버지가 됐다는 부담감 때문에 너무 책임감을 느낀 나머지 아이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으려는 노력을 많이 하지 못했다. 아이를 더 많이 안아주고 접촉하고 스킨십 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남자는 부담감을 느끼면 그 현장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데, 아이들의 살결을 느껴보면 아빠들도 안다. 얼마나 황홀한지.
책에 스마트폰 이야기가 빠져 있다. 아이가 12개월이 지나면 엄마들은 스마트폰에 많이 의지한다. 특히 식당이나 차 안에서 스마트폰 없이는 아이를 다루기 어렵다고 한다. 유아들을 위한 동영상 어플도 많이 생기고 있다.
0~3세 아이에게는 스마트폰을 줘서 안 된다는 생각이 너무 확고해서, 아예 쓰지도 않았다. 한 마디로 미친 짓이다. 절대로 안 했으면 좋겠다. 스마트폰 없이도 잘 살 수 있는데 너무 과용하고 있다. 대체로 만 2세가 지나면 뽀로로 영상을 보여주는 부모들이 많은데, 절대로 보여주면 안 된다.
이유는 무엇인가?
다 아시지 않나? 스마트폰을 보면 아이들이 그 네모난 기계 안에 사고가 갇힌다. 놀이도 창의적으로 해야 하는데, 다 갖춰진 놀이를 하니 그 작은 틀 안에서만 기능한다. 아주 험하고 원시적이고 초보적인 놀이라도 아빠 엄마와 같이 규칙을 만들면서 놀이를 하는 게 좋다. 아이가 다 갖춰진 상자 안에 있으면, 엄마 아빠가 아무리 아이의 양성성을 위해 노력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스마트폰은 언급의 가치조차 없다.
부모들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로 ‘책 읽어주기’를 꼽았다. 움직이고 싶어하는 아이를 억지로 앉혀놓고 글자를 짚어가며 책을 읽어주는 건, 아이에게 고문이라고 했다.
아이와 교감하며 좋은 자극을 주고 싶다면 책을 읽어주지 말고 들려줘야 한다. 엄마가 책의 이야기를 대략 외우거나 이해한 뒤 아이의 눈을 마주 보며 표정과 손짓을 동원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아이의 발달에 훨씬 더 긍정적이다. 또 아이가 엄마의 이야기 중간에 개입하면 환영할 일이다.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가 자극 받고 반응하는 걸 응원해 줘야 한다.
아이가 돌이 지나면 떼가 는다. 배고프지도 않은데 간식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아이도 있다.
아이가 배고프지 않은데 뭔가를 달라고 하면, 엄마에 대한 사랑일 수 있다. 길거리에 나가보면 자판기 앞에서 떼를 부리는 아이들이 있다. 뭔지도 모르면서 “이거 먹고 싶다”고 떼쓴다. 옆에 있는 엄마를 보면 전화를 받고 있다. 아이는 화내고 엄마는 혼내고 있다. 아이가 뭔가를 요구할 때, 부모가 그 행위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갈등할 이유도 없었을 거다. 아이는 부모에게 끊임없이 반응을 원하고 자기에게 자극을 주길 원한다. 아이가 뭔가를 두고 떼쓸 때, 자세히 살펴보면 이것이 소재일 뿐 주제는 아닌 경우가 많다.
어쩌면 저자가 말하는 육아 방식은 꽤 고전적이다. 하지만 오랜 육아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할머니 세대의 육아 방식이 장점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0~3세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들이 치유 받았으면 좋겠다. 상처가 없는 사람은 없다. 사람이 언제부터 상처를 받았는지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최초의 상처는 엄마로부터 받은 상처다. 제일 먼저 나를 좌절시킨 사람도 엄마다.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는 아이에게 좌절감을 줄 수밖에 없는데, 엄마 또한 어렸을 때 동일한 좌절감을 겪었다. 그 시기를 기억해낼 수는 없겠지만, 아이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기억들이 행위로 드러난다. 엄마 자신의 깊은 좌절이나 부정적인 경험들이 아이를 통해 다시 되돌려질 수 있다. 요즘 엄마들을 보면 자신이 느끼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불안하다. 이 불안이 아이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방패막이 될 수 있겠지만, 너무 과도하면 아이에게 많은 걸 좌절시킬 수 있다. 엄마들이 자신의 불안을 잘 자각하면 좋겠다. 자각하면 덜 불안할 수 있다. 또 아이 입장이 돼보라고 말하고 싶다.
천 일의 눈맞춤이승욱 저 | 휴(休)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부모들의 치열한 고민에 답하다! ‘따뜻한 응시, 일관적인 수유, 언제나 품어주기!’ 아기를 바라보고, 수유를 하고, 엄마 품에 안는 일은 이제 갓 태어난 아기를 둔 부모, 아직 부모의 품이 필요한 3세 이하의 어린아이를 둔 부모에게는 매일같이 이루어지는 일상적인 육아 행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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