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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상 – 열세 번째 상 : 부엌 없이 상 차리기 in 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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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을 떠나 일주일간의 캄보디아를 거쳐 태국에 당도했다. 캄보디아에서는 앙코르 사원을 열 관광하느라 끼니를 챙기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또한 아쉽게도 이렇다 할 음식 특색이 딱히 엿보이지 않기도 했다. (있다면 알려주셔요!) 하지만 태국에 오니 다르다. 길거리 과일, 꼬치 등등 주전부리들과 각종 볶음요리들이 날 유혹한다. 그렇다. 여행 중에도 상은 차릴 수 있다. 열세 번째 상은 부엌 없이 상 차리기 in 태국

10년 만에 치앙마이  

 

그러니까 딱 10년 전이다. 어쩌다 태국에 두 달 머물게 되었다. 그중 한 달은 치앙마이였는데 그 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역시나 음식이었다. 같이 머물던 태국 소녀들에게 여행 막바지에 얻어먹었던 매콤 짭짤하던 돼지고기볶음, 파파야 샐러드 (솜땀) 등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언젠가 다시 와서 이 음식들을 맘껏 즐기리!’라고 다짐했더랬다. 게다가 치앙마이는 다녀본 여러 동남아 도시와는 다르게 복잡하지도 않고 깨끗한 편이며 곳곳에 소소한 매력들이 숨어있다. 그래서 여행을 준비하며 남편에게 치앙마이에서 한 달 정도 머물자고 이야길 꺼냈고 남편도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4~5일에 한 번씩 옮겨 다니며 여행하는 것도 지겨워질 무렵 7번째 도시인 치앙마이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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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설명) 드디어 먹은 찹쌀밥과 솜땀. 차진 밥에 매콤 쿰쿰한 솜땀을 얹어 먹으니 소원 하나를 이룬 기분이었다.

 

 

‘Room for Rent’ 찾아 3만 보

 

여행 떠나기 3주 전, 그러니까 지난해 12월 말.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라는 책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목차에 나와있는 ‘치앙마이’라는 단어에 당장 주문해서 읽어내려갔다. 한 달 정도 살 수 있을까 고민하던 나에게 최신 경험을 글로 전해주신 작가님께 마음 깊이 감사를 드리며 여행가방에 책을 챙겨 넣었다. 가장 도움이 되었던 부분은 ‘집 구하기’ 였다. 에어비앤비 등 첨단 기법이 유행이지만 발품 팔아 직접 보고 결정하는 게 가장 좋다는 말에 깊이 공감하며 나와 남편은 한 달짜리 ‘Room for Rent’ 를 찾아 돌아다녔다.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3만 보 가까이 걸으며 약 20개의 집을 본 결과.


1. 우리가 원하는 부엌 있는 집은 너무 비싸다.
2. 부엌이 있는 집을 구해도 양념 및 살림살이를 장만을 하려면 시간과 돈이 든다.


라는 결론을 얻으며 부엌이 없어서 아쉽지만 한적한 동네에 있는 아늑한 분위기의 집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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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설명) 배낭하나로 하는 간편 이사.(좌) 우리가 구한 집. 부엌은 없어도 자연은 있다.(우)

 

 

부엌 없이도 괜찮아, 테이크아웃 태국

 

다행이었던 건 부엌 없이도 먹는 것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점이었다. 태국은 덥고 환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부엌이 없는 집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대신 발달한 것이 포장 문화다. 어느 음식점에 가든 “테이크 어웨이”라는 말 한마디면 길거리에 앉아서 먹어도 아무 문제없을 정도로 일회용 접시, 수저, 포크 등을 살뜰히 챙겨준다. 게다가 물가도 매우 착하다. 매일 사람과 모기가 많은 식당에서 먹는 게 지겨워질 무렵 위가 동하는 음식을 포장해서 집으로 간다. 편의점에 들러 입에 맞는 맥주도 골라 가면 상은 더욱 풍성해진다. 과일도 껍질을 말끔히 까서 조금씩 포장해 얼음 위에 올려놓은 것 중에서 고르면 된다. 한 봉지에 10밧 350원 정도. 포장 과일은 실패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시원하고 달달하다. 부엌살림이 없으니 챙길게 없어서 편하기도 하다. 그렇게 아쉬움은 편안함이 되어가고 있다. 소원대로 마음껏 태국 음식을 즐기고 있고 걸어도 걸어도 무게는 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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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설명) 포장만으로 차려본 식탁. 태국 북부식 소시지와 삼겹살 구이, 솜땀과 국수, 망고와 달달한 찰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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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설명) 고르기만 하면 한 끼는 쉽게 해결되는 먹거리 장터, 가벼운 주머니도 문제없다.

 

 

(부록) 남편의 상: 식은 식빵과 커피 한 잔의 여유


안녕하세요. 마찬가지로 부엌 없이 아침상을 차리고 있는 남편입니다. 아침 메뉴는 집에서 먹을 때와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전자레인지가 있긴 합니다만 집에서도 사용하지 않던 터라 그냥 두고 있습니다. 식어도 쫄깃한 것이 식빵인가 합니다. 그래도 커피는 따뜻하게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큰맘먹고 자비를 털어 한 달짜리 전기포트를 구매했습니다. 대형 슈퍼마켓의 독일, 이탈리아의 비싼 인스턴트커피 더미 아래에서 태국 커피도 건져왔습니다. 저렴하지만 맛이 깊이감 있습니다.

 

부엌 없이도 아침상은 차려지고 설거지 거리도 적으니 몸은 편합니다. 한데 이틀이 멀다 하고 쌓이는 일회용품 쓰레기 더미에 불편한 마음도 조금씩 쌓입니다. 집에 가면 책장에 묵혀놓은 『노임팩트맨』 읽어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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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 설명) 있는 대로 과일과 잼, 요거트 등을 추가해서 나름 풍성한 아침 상을 차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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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김남희 저 | 웅진지식하우스
여행과 일상의 중간지대에서 여행의 설렘을 느끼면서 일상의 익숙함도 누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평소보다 덜 쓰고, 덜 바쁘면서 더 충전된 시간을 보낼 수 없을까.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는 12년 동안 전 세계 80개국을 다녀본 여행가 김남희가 추천하는 여행지의 이야기를 담아낸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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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윤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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