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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아스 카네티, 권력의 본질을 연구한 소설가

1981년 노벨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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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20세기 르네상스적 지성 중 한 사람인 엘리아스 카네티는 군중과 권력을 둘러싼 보편적 ‘인간 조건(la condition humaine)’을 파악하고자 했다. 유태인으로서 어린 시절부터 전쟁과 대규모 시위들을 지켜보았던 그는 성장해 감에 따라 군중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자신이 군중의 일부인 듯 한 느낌을 받았다. 그 결과 ‘군중’은 물론이고 그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권력’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엘리아스 카네티(위키백과).jpg

출처_ 위키백과

 

1905년 루스추크(당시는 불가리아였으나, 현재는 러시아)에서 스페인계 유태인 상인 자크 카네티의 아들로 내어났다. 1911년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이주했고, 아버지가 별세한 후 그에게 ‘죽음’에 대한 집착이라는 지우지 못할 트라우마를 남겼다. 1912년부터 가족들과 함께 오스트리아, 스위스, 독일 등 여러 나라를 전전한 카네티는 자연스럽게 고대 스페인어와 불가리아어, 영어, 독어, 프랑스어를 일찍부터 접할 수 있었다. 특히 네 번째로 배운 독일어는 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김나지움은 독일에서 마쳤고, 대학은 빈에서 다녔다. 1929년에 화학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1938년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합병된 후 런던으로 망명했다.

 

히틀러의 유태인 박해를 피해 망명한 1938년부터 1994년에 죽을 때까지 50여 년을 영국에서 살았지만, 엘리아스 카네티는 평생 독일어로만 작품을 썼다. 망명 작가이자 코스모폴리탄으로서 그의 유일한 모국은 독일이었던 셈이다. 카네티 문학의 정신적 귀족주의, 엄밀한 도덕성의 요구 등은 영어문화권에 살며 오직 독일어만으로 글을 쓰는 유태인으로서의 정체성에서 비롯했다. 빈 대학에서는 화학을 전공, 박사학위까지 받았으나 그의 주요 관심은 어디까지나 문학과 철학이었다.

 

나치통치가 끝나고 1960년부터 수많은 문학상을 받았는데, 스웨덴 한림원은 “폭넓은 시야, 풍부한 이상, 미학적 힘”을 기리며 카네티에게 ‘1981년 노벨문학상’을 수여했다. 장편소설 『현혹』(1935)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떨친 카네티는 특히 ‘군중의 광기’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보인 작가로 알려졌다. 그는 영국과 스위스를 오가며 살다가 1994년 취리히에서 숨을 거두었다. 저서로 『결혼식』(1932), 『허영의 희극』(1950), 『죽음을 앞둔 사람들』(1964)과 같은 대중심리를 다룬 희곡들이 있고, 사회학적인 글쓰기의 성과인 『군중과 권력』(1964)이 있다.

 

엘리아스 카네티가 노벨상을 수상하는 데 있어 『군중과 권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책은 카네티가 긴 시간 동안 치열하게 연구한 필생의 기록을 담고 있다. 스포츠 관중에서 정치집회까지, 부시먼 족에서 메카 순례까지, 원시부족의 신화에서부터 세계종교들의 경전, 동서고금 권력자들의 전기, 심지어 정신질환자의 병례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자료를 총동원해서 쓰여졌다.

 

군중은 카네티 인생의 진정한 최대 관심사였다. 1910년 핼리 혜성 출현에 따른 종말론적 패닉 현상, 1911년 타이타닉 호 침몰을 듣고 거리로 뛰쳐나와 비통해 하던 인파의 물결, 1차 대전 당시 빈 시민들이 보여준 적개심과 광기, 전후 독일의 인플레이션에 따른 극심한 궁핍과 혼란, 그리고 히틀러, 나치즘, 유태인 학살……. 그가 살았던 20세기 전반기만큼 군중 현상이 역사상 폭발했던 시기도 없었다. 군중이란 무엇인가, 군중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군중을 구성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이 그를 사로잡았다. 1924년 스무 살의 카네티는 평생을 군중 연구에 바치기로 결심한다.

 

구체적인 계기가 되었던 사건으로 카네티는 두 가지를 예시한다. 첫 번째는 1924년 국수주의자들에 의한 독일 외상 라테나우 암살 사건에 항의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벌인 대규모 시위였고, 두 번째는 1927년 성난 시민들이 법무성 건물을 불태워버린 빈에서의 체험이었다. 그는 군중에 관한 연구를 계속해나가던 중, 군중 연구가 권력에 대한 포괄적이고도 철저한 연구에 의해서 보충될 필요가 있음을 절감했다. 나치즘의 발호는 군중과 권력에 대한 가장 무시무시한 예제를 제공해주었다. 카네티는 가까이에서 사태의 본질을 관찰하기 위해 나치스의 진군에도 불구하고 오스트리아에 가능한 한 오래 머물려 했다. 그러나 유태인에 대한 박해가 점점 거세지자 영국으로 망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후 그는 줄곧 ‘군중’과 ‘권력’에 매달렸다.

 

 

엘리아스 카네티 작가의 대표작

 

군중과 권력

엘리아스 카네티 저/강두식,박병덕 공역 | 바다출판사 | 원제 : Masse und Macht (1960) 

엘리아스 카네티가 20년 이상의 오랜 침묵 속에서 '군중과 권력의 본질'에 대해 연구하여 1960년 발표한 책이다. 출간과 동시에 '군중의 본질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함으로써 인간사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의 토대를 마련한 책'(아놀드 토인비), '마르크스와 프로이트를 재조명할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해 주는 책'(아이리스 머독) 등의 격찬을 받았다. 이후 유럽 사상계의 고전으로 자리 잡으며 카네티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렸다. 『군중과 권력』은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 상황들의 원인을 분석하고, 인류의 공생에 가장 위협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사실들을 구체적으로 밝힌 도전적인 역저로써 '군중의 물리학', '권력의 정신분석학'을 완성하고 있다. 카네티는 사회생활의 본질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하는 동시에 군중의 본질과 행위를 분석함으로써, 인간사에 대한 포괄적인 견해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현혹  

엘리아스 카네티 저/이온화 역 | 지식의숲 | 원제 : DIE BLENDUNG 

주인공인 중국학 학자 페터 킨은 자신의 내면성과 서재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보다 책을 더 소중히 여기는 가정부와 결혼을 하는 중대한 실수를 하고 만다. 그리고 결국 가구와 돈에 미친 '테레제'(가정부)에게 쫓겨 집을 나오게 된다. 자신의 머릿속의 세계로만 가득한 그에게는 오로지 책만이 있을 뿐 외부 세계(군중)는 없다. 이 작품에서 엘리아스 카네티는 자본주의를 구성하는 일체의 정치적 제도와 절연한 채 철저한 고립 속에서 자기의 학문세계에만 침잠하는 전형적인 지식인으로서 주인공을 형상화한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자신이 경험했던 군중을 내면화한다. 『현혹』은 자유주의적 지식인의 고립화와 그의 20세기적 군중체험의 상관관계 속에서 해명되며 현혹된 정신과 문화, 물질과 권력에 '현혹된' 인간들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개인과 군중의 타협하기 어려운 관계 속에서 생성되는 인간이라는 21세기적 존재의 '불안'과 '고독'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모로코의 낙타와 성자

엘리아스 카네티 저/조원규 옮김 | 민음사 | 원제 : DIE STIMMEN VON MARRAKESCH

모로코 사람들의 생명력이 넘치는 삶을 통해 발견한 소박한 지혜를 전하는 여행 에세이다. 모로코의 천년고도(千年古都), 마라케시의 역동적이고 고즈넉한 모습이 펼쳐진다. 카네티는 특유의 예리한 시선으로 모로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가난하고 비참한 삶을 영위하고 있지만 생명력만은 사그라지지 않은 모로코 사람들의 삶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고 그들과 대화함으로써 진지하고 내밀한 소통을 이루어 낸다. 아울러 마라케시에서 발견한 희망과 좌절, 생명력과 예술성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전하고 있다. 『모로코의 낙타와 성자』에서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즉 동화로 미화되지 않는 낙타를 발견할 수 있다. 또한 구걸한 동전을 입에 넣어, 그 동전을 주고 간 사람의 친밀함을 천천히 음미한 후 주머니에 넣는 거지에게서 성자의 모습도 보게 된다. 숫자에 의한 계산적인 거래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의 대화를 통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시장에서는 인간애도 배울 수 있다. 품격 있는 문장가 카네티의 글들이 모로코인의 일상의 단면을 아름답게 부각시킨 사진 19컷과 함께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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