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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후보, 일본 대작가 엔도 슈사쿠의 에세이

『인생에 화를 내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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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어떤 책을 읽으셨든 근래에 읽은 그 모든 책을 앞지를 만큼 유쾌하고 경쾌한 에세이입니다. 저 역시 원고를 읽으면서 이 글이 내가 알고 있는 『침묵』의 엔도 슈사쿠의 글이 맞나 몇 번이나 의심을 할 정도로 원고가 유쾌해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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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모두 아름답고 강한 존재는 아니다. 천성이 소심하거나 약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 약하고 소심한 자가 자기 약점을 등에 지고도 전심전력을 다해 아름답게 산다는 것은 얼마나 훌륭한가!”


안녕하세요. 『인생에 화를 내봤자』를 편집한 박지혜입니다. 지금 말씀드린 문장은 이 책의 보도자료를 준비하면서 어떤 문장으로 작가 엔도 슈사쿠를 소개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던 중에 발견한 문장입니다. 이 문장을 소개한 일본의 한 블로거는 자신의 블로그에 엔도 슈사쿠의 또 다른 명언도 소개해놓았는데요. 그 문장은 이랬습니다. “이 시대에 가장 결여된 훈련은 굴욕감을 견디는 일이다. 이 훈련을 수행하지 않고 그대로 사회로부터 어른 취급을 받게 되면, 자기가 하는 일 모두를 옳다고 생각하는 인간이 된다.”


일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한 명이며, 노벨문학상 후보자에 몇 차례나 이름을 올린 엔도 슈사쿠는 여러분께서도 잘 아시는 『침묵』의 작가입니다. 저는 이 책을 편집하기 전까지 엔도 슈사쿠를 소수의 매니아 층이 두터운 작가로 알고 있었는데요, 관련된 자료를 좀 찾아보다가  『침묵』의 판매량이 100만 부를 넘어섰다는 언론 보도가 있어 책을 출판한 출판사에 문의를 했더니 어디서 그런 발표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다른 출판사에서 팔린 판매량을 합산한다면 100만 부를 넘길 수도 있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외국의 독자들로부터 100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면 엔도 슈사쿠도 더 이상 매니아만 아는 작가라고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인생에 화를 내봤자』는 여러분이 어떤 책을 읽으셨든 근래에 읽은 그 모든 책을 앞지를 만큼 유쾌하고 경쾌한 에세이입니다. 저 역시 원고를 읽으면서 이 글이 내가 알고 있는  『침묵』의 엔도 슈사쿠의 글이 맞나 몇 번이나 의심을 할 정도로 원고가 유쾌해 놀랐습니다. 교정을 보다가 웃음이 터져 조용한 사무실에서 난처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유쾌함이 그저 우습고 가벼운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 것은, 서두에서 말씀드렸다시피, 그가 약하고, 소심하고, 심지어는 굴욕감에도 수시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던 험난한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그 생을 통해 터득한 ‘약한 것에 대한 연민, 고통이 주는 아름다움에 대한 통찰’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는 전쟁을 겪었고, 가난을 겪었으며, 평생 폐병으로 고통받아야 했던 환자였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시련을 신에 대한 탐구의 힘과 긍정적이고 유쾌한 성정으로 이겨냈으며, 무엇보다 ‘유머’의 힘으로 삶의 고통을 필연적인 속성이자 행복의 동반자적 위치로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생각합니다. 책에 소개된 38편의 에세이를 읽으시면 아마 유쾌하지만 가볍지 않은, 따뜻하면서도 잘 절제된 문학의 묘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집을 시작하기 전 가장 부담스러웠던 점은, 제게 엔도 슈사쿠가 일정 정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 작가라는 점, 또한 ‘엔도 슈사쿠=『침묵』’이라는 공식 때문에 상대적으로 밝고 경쾌한 에세이인 『인생에 화를 내봤자』가 독자들로부터 쉽게 납득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편집하는 내내, 다른 어떤 책을 편집할 때보다 더 노심초사했습니다. 제목이 결정된 순간에도 엔도 슈사쿠 씨는 살아생전 한국의 편집자가 ‘인생에 화를 내봤자’란 제목으로 자신의 책을 포장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하셨겠지, 생각하고는 한 동안 뚫어지게 제목안을 쳐다보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변명처럼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엔도 슈사쿠 자신이, 결코 작가라는 무거운 베일에 갇혀 살기를 원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유쾌하고 경쾌한 인간으로 기록되고자 자신의 필명을 너구리와 여우가 사는 집이라는 뜻의 고리안으로 지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니, 이 글을 들으시는 여러분께서 『인생에 화를 내봤자』를 읽어주시기를, 그래서 『침묵』의 엔도 슈사쿠 만큼이나 『인생에 화를 내봤자』의 엔도 슈샤쿠라 불러주시기를 엔도 슈사쿠 역시 바랐을 것이라 감히, 생각해봅니다. 여러분이 조만간, 『인생에 화를 내봤자』의 엔도 슈사쿠를 만나주시기를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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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는 또한 직접 스스로 인형을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의 프로그램 작성자처럼 간접적으로 자기의 생존 기계의 행동을 제어하고 있다. 그것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미리 생존 기계의 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그 후에는 생존 기계가 독립하기 시작하여 유전자는 그 속에서 그저 점잖게 앉아 있게 된다. 그것들은 왜 그렇게 수동적이 될까? 왜 부단히 고삐를 잡고 지시를 척척 하지 않을까? 시간적 지연 문제 때문이라는 것이 그 해답이다. 이 사실은 공상 과학 소설(SF)에서 끄집어낸 다른 예를 들면 잘 알 수 있다. 호일(Fred Hoyle)과 엘리엣(John Elliot)의 저서 (안드로메다의 A)는 마음 설레는 책이다. 그리고 우수한 공상 과학 소설이 다 그렇듯이 그 배경에는 흥미 깊은 과학적인 문제점이 어느 정도 들어 있다. 묘하게도 이 책은 이들 기초가 되는 문제의 가장 중요한 점에 대해 뚜렷한 서술이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독자의 상상에 맡기고 있다. 내가 여기서 그것을 똑똑히 설명했다고 하더라도 저자들의 양해를 바란다.


200광년이나 멀리 있는 안드로메다좌에 어떤 문명 세계가 있었다. 그들은 자기들의 문화를 먼 외계에까지 전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직접 여행 따위는 논외이다. 광속은 우주의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할 수 있는 속도의 이론적인 상한선이다. 거기에다 기계 공학적 문제를 생각하면 사실상의 한계는 광속보다 훨씬 더 낮다. 또한 외계 전체가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다 .무선 전파는 우주의 다른 장소와 교신하는 좋은 수단이다. 모든 방향으로 신호를 발송하는 힘이 있으면 아주 많은 세계(그 수는 신호가 가는 거리의 제곱에 비례하여 증가한다)에 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선 전파가 광속으로 가더라도 그 신호가 안드로메다로부터 지구까지 오는 데는 200년이 걸린다는 말이다. 이와 같은 거리로 말미암아 결코 통화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구로부터 송출된 메시지가 각기 12대를 지난 사람들에 의해 전달된다는 사실을 아무리 생각해도 이와 같은 거리에서 서로 말을 교환한다는 시도는 분명히 헛된 일이다.

 

-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을유문화사)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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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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