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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소통의 단절을 이야기하는 작가

1998년 제22회 이상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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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소설은 ‘은희경’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독자를 설레게 한다. 특유의 섬세한 시선과 지적이고 세련된 문장, 삶의 진실을 날카롭게 파헤치는 통찰은 늘 우리를 열광하게 해온 은희경 소설의 위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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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의 어느 날 `이렇게 살다 내 인생 끝나고 말지` 하는 생각에 노트북 컴퓨터 하나 달랑 챙겨 들고 지방에 내려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은희경의 인생을 바꿨다.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이중주」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나 알아주는 사람이 별로 없자, 산사에 틀어박혀 두 달 만에 『새의 선물』을 썼다. 이 작품이 제1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하면서 필명을 날리게 되었다. 한 해에 신춘문예 당선과 문학상 수상을 동시에 한 작가는 1979년 이문열, 1987년 장정일 이후 처음이었다. 또한 1997년에 소설집 『타인에게 말 걸기』로 제10회 동서문학상을, 1998년에 단편소설 『아내의 상자』로 제22회 이상문학상을 수상, 2000년에 단편소설 『내가 살았던 집』으로 제26회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1959년 전북 고창에서 출생했고 전주여고를 거쳐 숙명여대 국문과와 연세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출판사와 잡지사에서 근무했다.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의 고독과 내면적 상처에 관심을 쏟는 작품들을 잇달아 발표하여 젊은 작가군의 선두 주자가 되었다.

 

은희경 소설의 매력은 소설의 서사 진행 과정 중 독자들 옆구리를 치듯 불쑥 생에 대한 단상을 날리는 데 있다. 그녀의 소설을 흔히 사랑소설 혹은 연애소설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은희경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의 상투성'', 그로 인해 초래되는 진정한 인간적 소통의 단절"이라고 한다. 그녀를 따라 다니는 또 하나의 평은 ''냉소적''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사랑이나 인간에 대해 환상을 깨고 싶어 한다. 그녀에 의하면 ''사랑의 가장 커다란 병균은 사랑에 대한 환상''이다. 그녀는 사랑에 관한 이 치명적인 환상을 없애기 위해 사랑을 상대로 위악적인 실험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대표작 중 하나인 『마이너리그』는 58년 개띠 동창생 네 친구의 얽히고설킨 25년 여 인생을 추적하면서 '마이너리그'란 상징어로 한국사회의 '비주류', 그러나 실제로는 대다수 보통 사람들이 해당될 수밖에 없는 '2류 인생'의 흔들리는 역정을 경쾌한 터치로 그려낸 소설이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갖가지 허위의식, 즉 패거리주의 학벌주의 지역연고주의 남성우월주의 등을 마음껏 비웃고 조롱하는 가운데, 주인공들의 마이너 인생을 애증으로 포옹한다. 작가는 권두의 '작가의 말'에서 "내게 주어진 여성이라는 사회적 상황은 한때 나로 하여금 남성성에 대한 신랄함을 갖게 했다. 이제 나를 세상의 남성과 화해하게 만든 것은 삶의 마이너리티 안에서의 동료애가 아닌가 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불완전한 도중(道中)에 있다"라고 말한다.


창작집 『타인에게 말걸기』와 데뷔한 해 문학동네 신인상 수상작인 장편 『새의 선물』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그것은 꿈이었을까』 『내가 살았던 집』 『비밀과 거짓말』 그리고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른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상속』이 있다. 최근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를 출간했다.

 

 

은희경 작가의 대표작

 

아내의 상자

은희경 등저 | 문학사상 

일상의 삶 속에서 소멸되어 가는 인간의 존재의식을 세련된 감각과 간결한 언어로 깊이 있게 추구하고 있으며, 단편소설의 완결성과 그 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새로운 세기를 눈앞에 두고 있는 한국 소설 문단에서 여성 소설이 이룩한 문학적 성취를 대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상문학상 수상 당시 이어령 문학평론가는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과 능숙한 구성력, 인간을 꿰뚫어보는 신선한 시선에 의해 시적 은유와는 또 다른 소설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타인에게 말걸기  

은희경 저 | 문학동네 

은희경 작가의 첫 소설집 『타인에게 말걸기』는 우리 시대의 소통 불능의 인간관계를 때로는 외로움의 고통이 묻어나는 정감어린 서술로, 때로는 사랑의 미혹을 날카롭게 투시하는 희극적 화법으로 다채롭게 드러낸다. 그러면서 또한 경쾌함과 발랄함의 극치를 보여주며 유목민적 자유를 실험한다.

 

 

 

 

 

 

 

 

내가 살았던 집

은희경 저 | 개미

제26회 한국소설문학상 대상작인 「내가 살았던 집」은 중학생 딸을 가진 미혼모가 5세 연하의 방송기자와 세 계절(가을, 겨울, 봄)에 걸쳐 사랑을 나눴던 '공간'을 상징한다. 감각적인 문체와 속도감 있는 내면 추구를 통한 자기 응시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작가 특유의 보통 사람들의 삶에 대한 예지가 번득인다.

 

 

 

 

 

 

 

 

새의 선물

은희경 저 | 문학동네

1995년 무궁화호가 발사되는 광경을 본 내레이터가 아폴로 11호가 달을 향해 발사되던 69년 열두 살 소녀시절을 회상해 보는 '액자소설' 형식이다. 지방 소읍에서 부모 없이 외할머니 슬하에서 살던 소녀가 '나는 삶이 내게 별반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에 열두 살에 성장을 멈췄다'고 선언한다. 그런 소녀의 눈에는 어른들 삶의 이면이 신비스럽다기보다는 허위에 차 있고 우스꽝스럽게 비쳐진다. 출간 이후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작품으로 2010년 새로운 옷을 입고 독자들과 재회했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은희경 저 | 문학동네

작가의 다섯 번째 소설집이자 열두 권째 작품집인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에는 여섯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책에 대해 문학평론가 차미령은 "놀랍다. 지금 은희경이 다다른 이 자리가.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시인의 시에서 탄생해 은희경이 다른 생명을 불어넣어준 저 단 하나의 눈송이를 생각한다. 단 하나의 눈송이. 지상에는 영원히 닿지 못할 운명이었던 눈송이. 눈보라 속 그 눈송이의 자취를 우리는 어둔 눈으로 따라갈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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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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