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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다는 말 (2)

내 아이의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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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운 채로 가습기에서 나오는 불빛을 바라보았다. 아까 아이를 보러 갔더라면, 아이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면, 하는 후회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저 보고 싶다는 말만 입 안에서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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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수술이 처음이라 누군가 규칙적으로 와서 내 상태를 체크한다는 게 어색했다. 간호사는 조심스럽고 친절했지만 선잠에 빠지려 할 때마다 현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아이는 아직 신생아실의 인큐베이터에 누워 있고 우리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수술 날짜를 아는 친척과 친구, 선후배 들의 안부, 축하 문자 메시지가 계속 도착하는데 기력도 없고 아이의 상태를 정확히 알지 못해 아무 답도 할 수 없었다.


- 푹 자. 내일 다시 올게.


염려와 위로의 말을 남긴 채 가족들이 돌아갔다. 옆 사람은 소파 베드에 누우며, 이놈은 우량아로 태어나서 왜 엄마 속을 썩이나, 하고 중얼거렸다.


- 아무 일 없을 거야. 아주 건강해 보였어. ……이럴 때일수록 엄마가 힘을 내야지.


모두들 산모는 자둬야 한다고 했지만 나는 누운 채로 가습기에서 나오는 불빛을 바라보았다. 아까 아이를 보러 갔더라면, 아이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면, 하는 후회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옆 사람도 잠을 못 자는지 밤이 깊어가는데도 콧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울지 않으려고 입술을 꼭 깨물었다.


아침에 아이 호흡이 많이 안정되었다는 간호사의 말을 들은 뒤 기절하듯 잠에 빠졌다. 저녁쯤에는 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낮 시간을 보냈다. 때마침 병원에서는 하루 종일 분만이 이어졌다. 잠결에도 깨어난 뒤에도 이동식 침대가 움직이는 소리, 신생아들의 울음소리가 엘리베이터와 복도를 타고 계속 올라왔다.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아이가 보고 싶어서 눈을 꼭 감았다.


저녁 6시쯤, 아이를 데려올 줄 알았던 의사가 대학병원으로 보내야 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 앰뷸런스를 불러서 지금 오는 중이고 대학병원에 가면 아이가 이런 저런 검사를 받게 될 거라고 설명했다. 상태가 나쁜 게 아니라 과호흡의 원인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의사는 차분히 말했지만 나는 이미 눈물 속에 잠겨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저 보고 싶다는 말만 입 안에서 맴돌았다.
 

 

연재를 마치며

 

<한 몸의 시간>을 읽어주신 분들께 끝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1년여 동안 에세이를 연재하면서 매주 저와 아이,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과 그 관계의 따뜻함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이를 만나는 내용으로 끝을 맺지 못해 걱정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살짝 알려드리자면 지금 매우 건강한 상태로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부디 조만간 책으로 묶여 나올 뒷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그동안 읽어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유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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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서유미(소설가)

2007년 문학수첩 작가상을 받으며 등단. 같은 해 창비 장편소설상을 탔다. 장편소설 『판타스틱 개미지옥』 『쿨하게 한걸음』 『당신의 몬스터』를 썼고 소설집으로 『당분간 인간』이 있다. 에세이 『소울 푸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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