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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며 작가의 가치관을 읽는다

하명희 작가의 <상류사회>를 보며 드라마작가가 진짜 말하고 싶은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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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사람을 파악할 수는 없다. 그런데, 그 한 마디가 굉장히 강렬한 말이라면, 그 사람의 가치관이 보이는 한 마디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드라마를 봤다. 워킹맘인 터라, 집에 있을 때는 온전히 아이에게만 집중하고 싶어서 TV, 스마트폰, 컴퓨터는 멀리 하고 지내는데 웬일인지 리모콘을 집어 들었다. 선택은 드라마 <상류사회>였다. 이유는 단 하나, 목소리 좋은 훈남 배우 성준이 출연한다는 사실 이전에 ‘하명희 작가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성준.jpg

출처_ SBS

       

6월 8일 첫 회를 시작한 SBS 드라마 <상류사회>. 제목이 뭐이래? 싶었는데 <따뜻한 말 한 마디>,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를 집필한 하명희 작가의 작품이었다. 지난해 2월 소설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덕에 인터뷰를 했던 작가다. 가슴 졸이며 봤던 두 드라마이기에 작가의 후속작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류사회>는 유이, 성준, 박형식, 임지연이 주연을 맡았다. 성준은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에서 하명희 작가와 호흡을 맞췄던 바 있다. 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고두심과 윤주상은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도 부부로 나왔고, 이상우 역시 <따뜻한 말 한 마디>에서 한혜진의 남편으로 출연했다. 난 드라마작가가 자신의 전작에 나왔던 배우들을 연이어 새 작품에 출연시킬 때, 그 배우들에 대한 신뢰가 간다. ‘저 배우, 괜찮았구나, 잘했구나, 그래서 작가가 또 불러줬구나.’ (하명희 작가는 지난해 <채널예스> 인터뷰에서 이상우 칭찬을 그렇게 많이 했다. 내심 다음 작품도 같이 하겠구나 싶었다)

 

불평등한 계급 간의 사랑. <상류사회>가 다루는 주제다. 갑과 을의 사랑,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사랑이라고 하기엔 갭이 좀 크다. 윤하(유이)는 자신이 재벌3세라는 걸 속이고 백화점 푸드마켓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같은 팀 대리인 준기(성준)를 좋아하게 된다. 준기는 이미 윤하가 재벌3세라는 걸 아는 상태였지만 모르는 척하고, 윤하의 사랑을 받아준다. 준기는 ‘돈 빼고 다 있는’ 남자다. 청소원 어머니와 경비원 아버지 밑에서 가난하게 자랐지만,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았다. 준기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재능으로 대학 동기이자 재벌3세인 창수(박형식)의 신임을 얻었다. 그리고 창수와 맞선을 본 윤하와 사귀게 된다.

 

평범한 스토리다. 대한민국 드라마에서 지독하게 많이 나오는 재벌과 서민의 사랑. 하명희 작가의 전작 <따뜻한 말 한 마디>,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에 비하면 너무나 비현실적인 스토리. 그러나, 우리의 인생이 얼마만큼 현실적인 일들로만 이루어졌을까?를 생각해보면, ‘그 드라마 너무 비현실적이지 않아?’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

 

너무 다른 두 커플. 준기와 윤하, 창수와 지이(임지연)의 사랑을 가슴 졸이며 엿보다, 나는 순간 얼음이 됐다. 준기가 친구이자 상사인 창수에게 이런 말을 했기 때문이다. (재벌3세 창수는 고졸 출신 비정규직 ‘지이’와 사귀는 상황이었다)

 

 준기: 넌 널 뛰어넘을 수 없어. 이지이랑 결혼 못해.

        집안이. 반대하고 누가 말려서가 아니야. 네 자신이 용납 못해.

        네 계급의식, 절대 뛰어 넘을 수 없어. 넌.

 

창수: 넌 날 몰라. 결정하면 바꿀 수 있어.

 

준기: 가치관을 바꾸려면 먼저 너 자신을 넘고 다른 사람을 넘어야 해.

       다른 사람을 넘고 자신을 못 넘으면 평생 자기 비하 속에서 살아야 해.

 

‘이런 대사는 적어 놓아야 해’ 나는 순간, 스마트폰을 찾았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작가가 이 대사, 힘주고 썼겠구나. 배우가 토시 하나라도 틀리면 안 되는 대사구나. 감독에게 특별히 이 장면을 잘 찍으라고 주문했겠구나’ 싶을 때가 있다. 준기의 마지막 대사가 나에게 그랬다.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 맞는 말이었다. 나를 똑바로 아는 일, 나를 넘는 일이 먼저가 돼야 한다. <상류사회>의 창수는 결국 지이와 이별했다. 창수는 이별을 하며, 준기가 자신에게 한 말을 다시 떠올렸다.

 

<상류사회>는 계급을 뛰어 넘는 사랑,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니다. 사랑의 갑,을은 언제나 변하기 마련이다. 준기는 의도적으로 윤하에게 접근했지만 윤하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준기는 “의도가 불순하다고. 과정이 계속 불순한 건 아냐”라고 말한다. 하명희 작가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쓰면서,  “인물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불륜(따뜻한 말 한마디)과 재벌(상류사회)을 소재로 한 드라마지만, 다른 작품과 다른 메시지를 줄 것이라 확신한다.

 

한 마디로 사람을 파악할 수는 없다. 그런데, 그 한 마디가 굉장히 강렬한 말이라면, 그 사람의 가치관이 다 보이는 한 마디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드라마를 보면서, 책을 읽으면서, 인터뷰를 하면서, 상사와 거래처와 후배와 대화를 하면서, 사람을 읽는다. 한 마디, 한 문장으로 전체가 읽힐 때가 있다.

 

<상류사회>를 보면서, 주인공의 대사를 되새기면서, 작가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아마 더 나올 것이다. “행복한 2등이 좋다”던 하명희 작가. 지난주 <상류사회>는 시청률 2등을 했다. <화정>과 0.2% 차이. 하명희 작가는 지난해 말, 에세이 『따뜻하게 다정하게, 가까이』를 펴냈다.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의 ‘출판’ 편인가 보다. 독자들이 공감한 글귀들을 찾아 보았다. 어쩌면, <상류사회>에서도 만나게 될 ‘한 마디’일지 모른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은 자신한테만 적용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어떤 사람도 나를 치유해줄 수 없어. 내가 처리하는 수밖에.

    좋은 남자다. 자신을 괜찮게 만들어주는 남자는.

    생각을 말로 뽑아서 공개할 때는 그 말의 책임도 공개적으로 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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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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