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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소설 제목이 『한국이 싫어서』였어야 하는 이유”

제목을 보고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는 분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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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고 있는 작가 장강명의 장편소설 『한국이 싫어서』가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시리즈로 출간되었다. 한겨레문학상·수림문학상·제주4.3평화문학상에 이어 최근의 문학동네작가상까지, 문학상 4관왕 성취를 이룬 작가가 수상작들을 출간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선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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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는 20대 후반의 직장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 간 사정을 대화 형식으로 들려주는 소설이다. 학벌, 재력, 외모를 비롯해 자아실현에 대한 의지, 출세에 대한 욕망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서 평균 혹은 그 이하의 수준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이 '이민'이라는 모험을 통해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 가는 과정을 담았다. 특히 1인칭 수다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전개 방식은 20대 후반 여성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은 듯 생생하게 전달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저자 장강명은 2002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사회부, 정치부, 산업부를 거치며 경찰, 검찰, 국회 등을 출입했다. 마라톤 풀코스를 5번 완주했으며 틈틈이 알토 색소폰을 분다. 과학소설 팬이며 추리소설도 좋아한다. 1994년부터 PC통신 하이텔 과학소설동호회에서 활동했으며, 「월간 SF 웹진」을 창간해 운영했다. 장편소설 『표백』이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면서 등단했으며 『열광금지, 에바로드』, 『2세대 댓글부대』, 『호모 도미난스』 등을 썼다.

 

 

계나는 혼자만 잘 살면 된다는 사람은 아니다


『한국이 싫어서』라는 제목이 특이합니다. 상당히 직접적이고 공감되는 한편 도발적이기도 합니다. 표백, 호모도미난스, 열광금지 에바로드 등과 문법적으로도 다른 느낌인데, 제목을 이렇게 지으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다른 책들은 ‘제목만 들어서는 내용이 뭔지 모르게 하자’는 마음으로 제목을 지었는데, 『한국이 싫어서』는 예외였어요. 실제로 글을 쓸 때에도 제목을 먼저 짓고 나서 이야기를 구상했는데, 그것도 저한테는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이 제목으로 해야겠다고 확실하게 마음을 굳힌 계기가 있어요. 빅토르 안, 그러니까 안현수 선수가 러시아로 귀화한 사건이었습니다. 뉴스사이트 댓글들을 보고 놀랐어요. 안 선수의 선택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이더라고요. 특히 청년들은 한국 빙상계를 한국 사회 전체의 모습으로, 빙상연맹을 한국 정부의 모습으로 보는 것 같았습니다. 애국은커녕 ‘국가에 대한 맹렬한 거부의 감정’이 많구나, 하지만 워낙 국가주의가 강한 사회다보니 그런 감정을 대놓고 드러내지 않을 뿐이구나, 싶었어요. 그러면 내가 그 얘기를 써야겠다, 제목도 『한국이 싫어서』로 하자. 지금 책이 출간 한 달도 안 되어 2쇄에 들어가는 등 반응이 좋은데, 제목을 보고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이 작품의 주인공은 작가님과는 세대도 성별도 다른, 한국이 싫어서 호주로 이민 가는 20대 여성입니다. 주인공을 20대, 여성으로 설정한 배경이 있는지요.


중간에 주인공이 이민을 만류하는 남자친구에게 “나는 한국에서도 2등 시민이야, 남자인 너는 이해 못해”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어요. 실제로도 저는 한국 사회가 젊은 여성을 2등 시민 취급한다고 생각해요. 상당수 젊은 여성들이 외국 생활을 동경하는 이유도 단순히 ‘외국병’이라기보다는 한국 사회가 이 분들을 공정하게 대해주지 않아서라고 보고요. 그래서 이 책은 반드시 20대 여성의 독백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유학생이나 교민들을 보면 여성 분들은 외국 생활에 비교적 잘 적응하는데 남자는 그렇지 않거든요. 언어 능력이나 스트레스 내성처럼 생물학적 차이도 있을 테지만, ‘한국에서 누리던 기득권’이 사라진 데 대해 한국 출신 남자들이 당황해서 그런 거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1인칭의 대화 형식으로 쓰인 소설이라 쉽게 잘 읽히는 것이 장점인데요. 20대 여성의 목소리로 여성의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셨을 것 같아요. 다른 성별, 다른 세대의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셨는지요.

 

우선 아내가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소설에 주인공이 호주 거리를 걷다가 행인들 중에 자기가 제일 날씬하다는 걸 깨닫는 대목이 있어요. 원래는 거기서 주인공이 우쭐하는 독백을 넣었는데 아내가 그러더라고요. “여자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외모로 우쭐대지 않아. 그냥 ‘앞으로는 몸매 드러나는 옷을 입어도 좋겠다’고 안심하는 정도로 해.” 출판사 편집자도 젊은 여성분이었는데, 조언을 많이 받았습니다. 초고에는 ‘솔까’라는 표현이 두 번 있었어요. 그런데 약간 낡은 듯한 느낌이 들어서 편집자께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여쭤봤더니 “요즘은 안 쓰는 말 같아요, 그냥 ‘솔직히’가 나아요”라고 하셨죠. 또 인터넷 게시판과 여초 사이트들을 보면서 젊은 여성들이 생각하는 바를 이해하려고 했어요. 특히 이 자리를 빌어 네이트 판에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웃음).

 

계나에게 국가란 어떤 의미였을까요? 그리고 작가님에게 국가는 어떤 의미인가요?


계나는 혼자만 잘 살면 된다는 사람은 아닙니다. 자기 소망을 이야기할 때에도 사회봉사를 하고 싶다고 하고, 나중에도 호주에서 교민을 상대로 자원봉사 활동을 하죠. 하지만 계나에게 한국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공동체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 계나에게 한국은 자신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거대한 장벽이었죠. 그래서 “여기선 못 살겠다”며 첫 번째 호주행을 결심해요. 두 번째로 호주행을 결심할 때에는 이유가 달라요. “이제 나는 한국을 싫어하지 않는다, 관심이 없을 뿐”이라고 말하죠. 장벽은 아니지만, 여전히 공동체에는 이르지 못한 거죠. 허희 평론가님이 해설에서 ‘가까이서 보면 정글이고 멀리서 보면 축사인 곳이 한국이다’라고 쓰셨는데, 계나에게 한국이 딱 그랬던 거 같아요.

 

저에게는 여전히 한국이 제가 속한 공동체입니다. 다만 공동체로서의 기능을 못하고 있고, 제 입장에서는 ‘복원시켜야 할 공동체’지요. 저는 계나와 달리 한국 사회에서 많은 기회를 받았고, 부채의식을 강하게 느낍니다. 이 소설도 그런 공동체 복원 작업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다 같이 한국을 떠나버리자’고 말하기 위해 쓴 건 아니에요.

 

『한국이 싫어서』는 결국 ‘행복’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책 마지막 부분에서도 ‘자산성 행복’과 ‘현금흐름성 행복’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행복에 대한 두 가지 정의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을 좀 더 듣고 싶습니다. 가령 둘 중에서 더 선호하는 행복이 있나요? 흔히들 말하는 ‘5포세대’라는 현상을 이러한 ‘행복론’으로 극복할 수는 없을까요?

 

큰 주제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고 생각해요. 계나는 자신이 살고 싶은 인생을 곰곰 고민하다가 ‘자산성 행복과 현금흐름성 행복’이라는 나름의 행복론에 이릅니다. 그런데 그 행복론은 제가 쓴 것이긴 하지만, 정작 저 자신은 거기에 동의하지 않아요. 저는 행복보다는 의미를 추구하는 편입니다. 저도 계나처럼 ‘어떻게 살 것인가’를 숙고하는 과정을 거쳐 그런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5포세대 현상’에 대해 제가 하고픈 이야기도 비슷합니다. 많은 걸 포기하게 하고, 삶의 목표를 자꾸 생존으로 만들게 하는 사회입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삶의 목표가 생존이 되게 놔두면 안 됩니다. 그리고 그 저항의 시작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자신의 결론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시공학과 출신의 기자에서 소설가로 변신하신 이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어떤 계기로 소설가로 전업하게 됐나요? 또 기자 경력이 이 작품을 쓰는데 어떤 도움이 되는지도 궁금합니다.


기자를 하다가 너무 힘이 들어서……(웃음). 그런데 정말입니다. 일간지 기자 생활은 정말 힘들어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그래도 전업작가로 나설 때 엄청 무섭긴 했지만요.  기자로서의 경험은 제가 쓰는 모든 글에 절대적인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매일 꾸준히 일정량을 쓰는 자세가 몸에 배인 게 아주 좋습니다. 또 취재를 어렵게 여기지 않는 것도 기자 경험 덕분입니다. 『한국이 싫어서』를 쓸 때에는 실제로 유학이민으로 호주 시민권을 취득한 분을 수소문해서 몇 시간에 걸쳐 인터뷰를 했어요.

 

작가님의 인생관이 궁금합니다. 작가님에게 행복은 무엇인지도요.


절대선도 절대악도 없는 허무 속에서 의미를 만들어내는 과정? 그런데 의미라는 것은 다양한 맥락에서 발생하고, 그 여러 가지 의미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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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장강명 저 | 민음사
『한국이 싫어서』는 20대 후반의 직장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 간 사정을 대화 형식으로 들려주는 소설이다. 학벌?재력?외모를 비롯해 자아실현에 대한 의지?출세에 대한 욕망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서 평균 혹은 그 이하의 수준으로 살아가며 미래에 대한 비전을 꿈꾸지 못하는 주인공이 이민이라는 모험을 통해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 가는 과정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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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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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저12,600원(10% + 5%)

“사람은 가진 게 없어도 행복해질 수 있어. 하지만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행복해질 수는 없어. 나는 두려워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 한국에서의 익숙한 불행보다 호주에서의 낯선 행복을 택한 노마드 청춘의 등장 거침없는 수다로 한국 사회의 폐부를 드러내는 글로벌 세대의 ‘문제적’ 행복론 사회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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