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하면서 걱정했던 것 중 하나가 살이 찌고 빠지지 않으면 어떡하나, 였다. 먹는 양에 비해(옆 사람은 내가 웬만한 사내 녀석만큼 먹는다며 늘 놀리곤 했다) 많이 찌는 편은 아니지만 한번 몸무게가 늘면 좀처럼 빠지지 않아 애를 먹는 타입이기 때문이다.
출산 선배들은 ‘임신했을 때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맘껏 먹어라’ 파와 ‘애 낳은 뒤에는 안 빠지니 임신했을 때 조절해라’ 파로 나뉘었다. 먹는 입덧(속이 비면 울렁거리는 입덧이다―어쩌면 그렇게 믿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을 지나면서 이미 2인분씩 먹는 것에 익숙해진 나는 슬그머니 ‘먹어라’ 파의 충직한 일원이 되어 아무 거리낌 없이 맘껏 먹었다. 그런데 출산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자 슬슬 걱정이 되었다. 이미 몸무게는 처음 목표로 잡았던 12킬로그램 증가를 넘어섰고 거울을 보면 코끼리 한 마리가 서 있었다.
병원에 갈 때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체중계 위에 올랐다. 전자판 위에 떠오르는 숫자는 매번 신기록을 갱신하며 나를 놀라게 했다. 차트를 본 의사 선생님은 대체 뭘 먹는 거냐고, 그보다 산모님, 앉아만 계시는 거예요? 하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이 시기부터는 물만 먹고 공기만 마셔도 살쪄요. 그런 시기에요. 많이 움직이셔야 해요.
물론 읽고 쓴다는 핑계로 앉아 있는 시간이 많긴 하지만, 나름대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한 시간 산책하고 밤에도 한 시간씩 걸어 다녔는데 늘어나기만 하는 몸무게가 야속했다.
그래도 양수가 충분해서 아기가 잘 놀고 있으며 머리나 배 둘레는 당장 낳아도 문제없을 정도로 크다는 얘기를 들으면 모든 억울함과 걱정이 사라졌다.
잘 자랐구나. 이 안에서 잘 지내고 있구나.
그런 인사를 건네고 안도감을 느끼려고 병원에 오는 것 같았다. 그 순간만큼은 살을 빼고 싶다는 마음 같은 건 까맣게 잊고 좀 더 넉넉한 사이즈가 되어도 괜찮다는 마음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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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미(소설가)
2007년 문학수첩 작가상을 받으며 등단. 같은 해 창비 장편소설상을 탔다. 장편소설 『판타스틱 개미지옥』 『쿨하게 한걸음』 『당신의 몬스터』를 썼고 소설집으로 『당분간 인간』이 있다. 에세이 『소울 푸드』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