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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희 “와 닿지 않으면 문학도 학습지겠죠”

제 8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최영희 『꽃 달고 살아남기』 끝까지 살아남고, 끝까지 싸움 해나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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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은 모두 아픈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괴로운 안에도 그들의 삶이 있고, 그 안에서 자신들만의 즐거움과 희망, 성장 동력을 갖고 살아간다. 잘 알지도 못하는 어른들이 모르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느낄, 혹은 너무 어두워서 읽기 싫다고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 아니라 진짜 그들을 대변하는 경쾌한 작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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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학이란 어떤 것일까. 당신은 『완득이』를 읽거나 영화로 보았을 것이고,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읽거나 들어봤을 것이다. 그러나 ‘청소년 문학’에 대한 인식은 크지 않았을 것이고 이 첫 질문, ‘청소년 문학이란’에 대해서도 쉽게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쉽게 생각해보자. 청소년이 읽는 문학을 떠올리면 된다. 교과서에 나오는 근현대문학들, 『감자』, 『메밀꽃 필 무렵』,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같은 작품들이나 외국 성장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같은 작품들 아닌가. 하지만 이 작품들이 꼭 ‘청소년 문학’인가 하면 그렇지만도 않다. 게다가 이러한 추천도서목록이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다가가는지 의문이기도 하다. 너무 멀거나, 너무 어렵거나, 너무 어둡거나, 너무 슬프다. 청소년들 스스로의 삶을 투영한, 진정으로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문학이 청소년 문학이라면 이런 목록과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청소년 문학에 대한 이러한 논의는 진즉 있었고, 우리 문학계에 청소년 문학으로 자리한 작품들도 많다. 분명 양적으로 팽창했고, 출간 목록들이 존재를 증명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작품들이 고정관념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측면도 있는데, 청소년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 역시 ‘어른’인 작가가 바라본 관점에 불과할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왕따, 학교폭력, 성적 우선의 냉혹한 경쟁구도, 가족과의 소통 불가. 이렇듯 청소년 문학이 아픈 청소년, 기성세대에 희생당하는 청소년이라는 프레임에 갇혀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청소년들은 모두 아픈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괴로운 안에도 그들의 삶이 있고, 그 안에서 자신들만의 즐거움과 희망, 성장 동력을 갖고 살아간다. 잘 알지도 못하는 어른들이 모르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느낄, 혹은 너무 어두워서 읽기 싫다고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 아니라 진짜 그들을 대변하는 경쾌한 작품이 필요하다.

 

제 8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최영희 작가의 『꽃 달고 살아남기』는 그런 문제의식을 어느 정도 해소해줄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의 주인공 진아와 친구 인애는 나름의 고민과 해결해야할 숙제들이 있지만 씩씩하게 문제와 대면한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변태’ 물리 선생님에게 손을 내밀기도 하고, 뭐든 ‘좋게 좋게’ 살아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에 반기를 들기도 한다.

 

분명 열여덟 살을 지나왔는데, 그 나이가 낯설기만 하다면 이 책을 보면서 내 열여덟을 추억해도 좋을 것이다.

 

 

저는 인애를 꿈꾸는 범생이었어요


먼저 제 8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책 내기 위해서 이런저런 수정을 워낙 많이 했어요. 좀 힘들었어요.(웃음) 청소년 책이기 때문에 오해할 수 있을 부분은 빼고, 붙이기를 했죠. 그런 것들을 하나라도 놓치면 안 되니까요.

 

출간까지 많이 힘드셨으리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에너지 소모가 쓰는 것 이상으로 많아요. 쓸 때는 혼자 즐거워서 몰입해서 쓰지만 활자화되는 것에는 책임이 있잖아요. 책이 나오면 전부 작가의 책임이니까요. 첫 날 딱 오타가 보였어요.(웃음)

 

책 자체는 귀엽고 예쁘게 잘 나왔는데요. 특히 표지는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보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미지들이에요.


표지는 정말 중요해요. 거의 집착할 정도예요. 이 책에 대해서는 만족하고 있어요. 글을 쓸 때 구체적인 이미지를 그려놓지는 않고 느낌만 가지고 쓰는데요. 처음 시안에서는 진아 이미지가 머리에 큰 꽃을 달고 있는 것이었어요. 그것은 상상력을 너무 가둬버리는 것 같아서 수정을 하고 지금의 이미지로 나온 건데요. 상상의 여지가 있는 그림이라 좋아요. 표지에서 누군가 해석한 것을 그대로 보여주면 안 되잖아요. 그게 답이 아니니까요. 이 그림들은 그렇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어요.

 

작가의 열여덟 살이 무척 궁금해지는 소설이었습니다.


저를 아는 분들은 ‘인애’ 같았을 것이라고 하세요. 저는 인애를 꿈꾸는 범생이었어요.(웃음) 일탈하는 친구들을 좋아하지만 정작 나는 일탈 못하는 학생이요. 오토바이 뒤에 매달려 다니는 친구들을 동경하면서도 그렇게는 못했죠.

 

내면의 욕망은 컸군요.


엄청났죠. 그렇지만 성당도 다니고 있었고 해서 좀 억눌려 있었어요. 그 와중에도 제 안에 뭔가 있었던 것 같아요. 당시 유행했던 소설이 『여자의 남자』 같은 것이었는데, 친구들이 궁금해 할 부분을 접어서 돌린다거나 하는 식의 사소한 일탈을 했어요. 대놓고 수업을 빠진 적도 없었지만요. 돌아보면 건질 게 하나도 없는(웃음)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어요.

 

어찌 보면 그런 욕망을 문학적으로 발산하고 계신데요. 학창시절의 경험이 작품에 영향을 끼쳤을까요?


글쎄요. 저의 청소년기는 매력이 조금도 없었는데요. 성인이 돼서 기자생활도 해보고, 번역가도 해보고, 연구소에도 있어보고, 다양하게 살면서 오히려 10대 문화와 잘 맞는다는 것을 알았어요. 10대 청소년들과도 친하고요. 10대 커뮤니티에서 활동했을 때 저를 중학교 2학년인 줄 알 정도였어요.(웃음)

 

청소년 문학을 하게 된 계기는 제가 정말로 몰입해서 읽었던 책들이 해외 YA(Young Adult 의 줄임말)소설이었는데, 그것들이 저와 코드가 맞았던 거예요. 성인 소설에 나오는 어른들만의 세계가 재미있지도 않고 관심도 가지 않고 싫었어요. 명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청소년기에 읽었던 책들은 불행한 결말이 많았어요. 『수레바퀴 아래서』, 『호밀밭의 파수꾼』 등 다 그렇잖아요. 모범생이니까 내색 않고 읽긴 했지만 크게 공감하진 못했어요. 희망할 여지, 상상할 여지가 있고 현실을 깨뜨릴 만한 결말이 저에게는 필요했어요. 그런 욕구가 억눌려 있다가 YA소설들을 만나면서 해소가 된 것 같아요. 『해리포터』 시리즈 보면 정말 암울하지만 끝내 싸워 이겨내잖아요. 그런 단순한 대답이 좋았고, 그렇게 무리 없이 풀어갈 수 있는 것이 10대 소설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쓰고 있는 글에 대해서 굉장히 만족하고 있어요.

 

 

마음의 심지를 심어주고 싶었어요


‘살아남기’라는 제목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했어요. 희망이나 꿈이 아니라 ‘생존’에 대해 말씀하셨거든요. 이유가 있을까요?


2014년이 작가들에게는 ‘세월호 사건’을 비껴갈 수 없는 해였죠. 작가의 말에도 썼는데요. 평범하게 살아남아서 어른이 된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어요. 그때 ‘생존’이라는 게 특별한 의미로 와 닿았던 것 같아요. 그것이 저의 화두였던 것 같아요. 작년에 쓴 글들은 기존에 쓰던 것보다 조금 더 우울했어요. 『꽃 달고 살아남기』도 그렇고요. 그래도 아이들이 살아남길 바라고, 너희들은 우리보다는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비루하지 않게 성인의 삶에 안착했으면 좋겠다는 그런 바람이 있었어요.

 

작가의 말에서 ‘4월 16일’에 대해 말씀하셨지만 저 역시 부끄러운 어른 됨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시기인데요. 작가는 어떠신지 듣고 싶었어요.


작년에 『트라우마 한국사회』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제가 70년대 후반생이에요. 70년대 후반생이 80년대 생보다 편하게 살았대요. 절대빈곤이 사라진 세상에서 고등학생 때 서태지와 미드를 접했으며, 학업을 그렇게까지 강요당하지도 않았고요. 부모와의 갈등도 적었던 세대고, 성적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으면 그대로도 살 수 있는 세대였어요. 사회에 나와서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지나왔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시위할 수 있었고요. 세상이 우리가 바라는 대로 움직여줄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다가 정권이 바뀌고 세월호가 터진 거예요. 저희 선배들이 20대에 했던 고민이 이제와 시작된 거예요.

 

한 번도 어른이라는 생각을 안 하고 살다 작년에 자각이 됐는가 봐요. 아이 엄마면서도 어른이라는 생각과 분리되어 있었는데, 이제 내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자각을 하게 됐죠.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희생된 아이들, 그 사건을 실시간으로 봐야 했던 아이들 모두에게요. 그 아픔들이 크면서 더 트라우마가 될 것 같아요. 저도 어렸을 때 겪었던 어떤 사건이 크면서 트라우마가 되는 걸 느꼈었는데요. 이건 그 정도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싸울 수 있는 힘, 떨쳐낼 수 있는 힘을 아이들에게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아이들 쉽게 포기하잖아요. 자살도 많이 하고요. 이것을 작품에서는 ‘갈 데까지 간다’라고 표현했는데요,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힘, 해보지 않고 포기하지는 않게 마음의 심지 같은 것을 심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어른으로서, 작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그게 전부인 것 같아요.

 

세월호 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지금도, 앞으로도 너무나 큰 상처로 남겠죠.


가족들과 광화문에 종종 다녀와요. 저 역시 아직도 해소가 안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아이들은 해소가 안 된 줄도 모르는 상태인 것 같고요. 언젠가 아이들 안에서 한 번 폭풍처럼 올라오지 않을까, 생각하면 참 미안해요. 또 덤덤해져버린 아이들에게도 미안하죠. 비극을 끝내 자각하지 못하고, 일부 어른들의 매정한 논리로 커버린 아이들에게도 미안할 것 같아요.

 

그것 역시 생존법이잖아요. 자기 방어라고 할까요.


그렇죠. 아이들이 파헤쳐보고 그러면서 이겨내길 원했던 것 같아요.

 

소설 속에서 주인공 ‘진아’ 역시 동네 어른들의 ‘좋게 좋게 넘어가자’는 식의 태도를 계속해서 비판적으로 보잖아요. 그런 장면을 통해서도 작가의 마음이 읽혀요.


좋게 좋게’라는 말이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을 대변하는 말인 것 같아요. 지금 다들 세월호 그만 말하자고 하잖아요. 세월호뿐 아니라 우리가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하는 아픔에 대해서도 ‘먹고 사는 것도 힘든데 그만하자’라고 하는 논리가 흔해요. 그것이 우리 세상을 결국 병들게 한 것 같았어요. 제 이야기가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어른들의 논리를 깨트릴 수 있는 사소한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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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싸움을 해나가길


하지만 결국 문제는 어느 것도 해결되지 않았어요. 물리선생님 스캔들이나, 인애의 성폭행 미수 사건도 그렇고요. 신우와의 대면도 끝내 보여주지 않으셨는데요. 어떤 의도였나요?


안타깝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해결책이 주어지지 않죠. 성폭행 미수 가해자가 확실하게 쇠고랑을 차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또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다만 진아와 인애가 그걸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갖길 바랐고요. 끝까지 싸움을 해나가길 바랐어요. 세상의 가장 큰 문제가 부끄러운 진실을 감추는 것이었잖아요. 그런데 진아와 인애는 감추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을 물리선생님을 위해 감추지 않고 더 힘든 길로 들어갔어요. 그런 이 아이들의 생존의지, 어떻게든 이겨낼 것이라는 걸 보여주려고 했어요. 책을 읽고 어떤 분이 그러더라고요. 해결된 건 없지만 진아 곁에는 인애와 물리선생님이 남았다고요. 우리가 어떤 문제를 함께 극복해나가는, 같이 고민하고 아파하는 사람이 있다는  그것만큼 위로가 되는 것도 없잖아요.

 

독자 입장에서는 사건이 깔끔하게 해결되기를 바랄 수 있지만 진짜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잖아요. 신데렐라와 왕자가 결혼하게 됐지만 그 다음부터가 진짜 삶이니까요. 그보다는 어떤 사람과 ‘관계 맺음’이 되었는가를 더 보여주려고 하셨던 게 의미 있었던 것 같아요. 


만약 다른 장르였다면 딱 떨어지는 결말을 보여줄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현실 소설이잖아요. 여기서 명쾌한 결말을 썼다면 제가 무책임해지는 것 같아요.

 

‘마을 공동체’에 대한 진아의 생각이 변화하는 과정도 흥미롭습니다. 꽃년이를 마을회관에 두는 마을 어른들을 보면서 진아는 깨닫잖아요. 진아의 성장과 마을 공동체에 대한 긍정이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궁금했어요.


아주 보수적이고, 지금 청소년들과 가장 동떨어진 장치를 두고 싶었어요. 그게 마을 어른들이었어요. 너무나 견고한 세상의 기득권이랄지, 이 아이들이 훗날 부딪칠 세상의 모습에 대한 은유였거든요. 진아가 그 마을 공동체를 마음으로 긍정했다기보다는 애증의 관계를 담담하게 받아들인 거예요. 사랑도 현재진행형이고 증오도 현재진행형이죠. 이 세상을 등지고 미워할 수만은 없어요. 끝없이 파헤치고 싸워 나가되 세상에 놓인 것들에 대한 애증의 감정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와 다른 세상이라고 해서 잘라내 버린다면 우리가 세월호를 잊으라고 하는 사람들과 뭐가 다르겠어요? 우리는 역사의 일부고, 세상의 일부기 때문에 속한 곳에 대한 애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였어요. 그분들을 존경하게 된다는 그런 게 아니라 한편으로는 지독히 떠나고 싶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고마운 마음이 있다는 거죠.

 

긍정이라기보다는 수용의 의미였군요.


우리가 물려받은 세상이 그렇잖아요. 살게 해줘서 고마우면서도 이렇게 왜곡된 모습을 보여줘서 증오스러운 부분이 있죠. 그런 단면들을 말하고 싶었어요. 아이들의 세상은 굉장히 좁잖아요. 책에도 썼지만 그것만 보지 말고 이 사회라는 큰 틀 속에서 네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우주의 역사 속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전체 역사 안에서 네가 얼마나 동등한 존재인지 보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물리선생님이 우주 얘기를 하잖아요. 우리 모두는 동등한 가치를 가진 존재들이잖아요.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길 바라는 마음이 컸어요.

 

칼 세이건을 정말 좋아해요. 칼 세이건은 늘 저 먼 곳에서 우리를 조명하잖아요. 우리가 얼마나 편협하고 사소한 인간들인지 생각하게 해요.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또 덤덤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도 생기는 것 같아요. 더 이상 내 앞에 선 저 사람이 두려운 존재가 아니게 돼요. 먼 우주적 관점으로 보면 우리는 모두 먼지와 똑같은 성분으로 이뤄진 ‘별의 잔해’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배짱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했었어요.

 

‘찰흙 인형’(59쪽) 소재가 무척 문학적이고 감동적으로 읽혔어요. 찰흙 인형들이 인생 곳곳으로 가 나를 도와주었으면 좋겠다는 ‘노래’ 같기도 한 대목이 말이죠. 많이들 소망하는 방식이기도 한데요.

 

진아는 고립된 삶, 도와주는 사람 없는 삶을 살아왔잖아요. 주변은 모두 노인들이고요. 내 옆에 누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단순히 진아처럼 특별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뿐 아니라10대 아이들의 공통된 생각이에요. 그래서 아이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자신들만의 역할 놀이에 연연해하는 것 같아요. 내 삶을 속속들이 이해해줄 수 있는 누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죠. 그러면서도 아이들은 이기적이잖아요. 이기적인 건 나쁜 게 아니라 생존 본능이거든요. 내 취향대로 뭔가 존재했으면 좋겠는 거죠.


또 그 장면은 신우의 존재를 진아가 알기 전이거든요. 누군가 내 분신 같은 존재가 나타나서 내 억울하고 외로운 삶을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을 상징하면서 신우에 대한 암시를 약간 주는 면도 있었던 것 같아요.

 

역시 신우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진아는 후에 결국 신우에게 자신의 자책감이나 바람이 투영됐다는 걸 깨닫기도 해요.


우리가 놓쳐버렸던 것, 과거에 내 자신이 가해자일 수도 있었고, 혹은 좀 더 할 수 있었을 텐데 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대했던 경험들이 무수히 많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변명으로 다 덮어버리면서 어른이 돼요. 그렇게 하지 않는 아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진아(眞我)는 말 그대로 ‘진짜 나’라는 뜻을 가진 이름이거든요. 진아가 ‘진아(진짜 나)’가 되려면 자기의 아픔은 물론이고 다른 이를 아프게 했던 기억도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진아는 누군가가 늘 필요했던 존재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도 신우가 있었어야 했고요. 동시에 진아의 이기적인 마음과 신우를 아프게 했던 자신을 돌아보는 이중적인 의미로도 필요했죠. 사랑하면서도 미안했던 존재로 신우가 필요했어요. 자신의 과거와 맞대면을 하고 지금 겪는 고통과 정면으로 마주보고 어른이 되길 바랐어요. 그러기 위해서 신우라는 장치가 꼭 필요했죠.

 

진아가 겪는 상황은 보편적이지 않더라도 진아 자체는 청소년을 대표할 수 있는 캐릭터예요.


네. 그래서 진아의 정신 분열 상태를 좀 더 강하게 묘사하지 않았어요. 한 아이의 이야기를 쓰려 한 게 아니니까요. 청소년의 양면적인 모습, 그러면서도 용기 있게 자신과 맞서는 아이의 모습을 그리기 위한 것이었어요.

 

물리선생님이 이들에게는 가장 따뜻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어른입니다. 세상의 잣대와는 달라요. 이런 어긋남이 삶의 진실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기도 합니다.


자꾸 세월호 사건을 말하게 되는데요. 힘이 있는 사람들이 달려가 주지 않았잖아요. 어떻게든 구하려고 동동거렸던 사람들은 어부들이었어요. 세상의 논리와 맞지 않잖아요. 제게 물리선생님은 그런 존재였어요. 평소에는 아이들의 세상과 동떨어져 있죠. 물리선생님은 아이들을 싫어하잖아요. 그런 선생님 안에 진짜 아이들에 대한 진심은 있었던 거죠. 어떤 사건이 터지면 어른들은 먼저 재잖아요. 뒷일부터 생각하는 어른들이 일반적이에요. 저도 그럴 것 같거든요. 그런데 물리선생님은 재지 않아요. 캐릭터 잠옷을 입고 뛰어오잖아요. 세상 어딘가에 한 명 쯤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어른이었어요. 또 이야기를 쓸 때 아이들만 고립시키고 싶지 않았어요. 세상, 세계와 이어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했어요. 그게 또 삶의 진실인 것 같고요. 물리선생님이 균형을 딱 맞춰준 것 같아요.

 

틈새에 있는 존재들, 그들이 세상에 소금 역할을 하지 않나 생각해요.


손을 떠난 작품이니까 어떻게 읽어도 상관없는데요. 누군가는 제가 그 안에 담아둔 의도나 진심을 읽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의외로 아이들이 물리 캐릭터를 잘 읽어내더라고요.  

 

 

와 닿지 않으면 또 하나의 학습지와 다름없어


작가로서 갖는 작품의 가장 큰 화두는 무엇인가요?


소통이요.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었는데, 그 책들이 저와 소통이 되지 않았어요. 그 나이 때 겪는 고민들을 정말로 안아준다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문학적으로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정도였죠. 그래서 나는 문학적으로 혹시 인정을 못 받더라도 아이들이 그저 깔깔대고 읽는다 해도 언젠가 문득 그랬었지,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소통이 되기를 바라요. 어렵지 않은 이야기들로 말이에요. 또 너무 무겁게 쓰면 힘들어하니까 그러지 않으려고 하고요. 아이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게 제 문학의 화두예요.

 

문학이 나를 안아주지 않았던 경험이 커다란 동력이 됐네요.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안 그랬으면 하는 거죠. 요즘 10대들은 바쁜 시간 쪼개서 책 읽잖아요. 그렇게 읽는데 와 닿지 않으면 문학이 또 하나의 학습지와 다름없어요. 저는 문학이 유일무이한 예술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문학도 세상의 일부죠. 그 자체로만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요. 다가가야 해요. 청소년들이 책을 안 읽는 이유 첫째는 책 읽는 어른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저희 세대가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성장기 때 재미있는 책을 못 만나서인 것 같아요. 요즘 청소년들이 괜히 웹툰에 열광하는 게 아니에요. 그것에 대해 혀를 찰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물론 누군가는 문학을 끌어올려야겠죠. 그렇지만 저는 소통을 더 앞에 두고 있어요.

 

또 하나의 학습지가 된다는 말에 정말 공감이 돼요.


아이들이 멍을 좀 때려야 하거든요. 그러면서 작품과 다시 만나야 해요. 요즘 아이들은 읽으면 독서록 쓰고 또 읽고 해요. 멍 때릴 틈이 없죠. 그래서 좀 비어있는 책도 필요한 것 같아요. 문학적으로 완성도 있는 책도 물론 필요하죠. 아이들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말이에요. 하지만 카타르시스도 느끼고 어떤 장면서는 웃고, 울고 할 수 있어야죠. 영화 보듯이 말이에요. 아이들과 교감할 수 있는 책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10대 이슈에 관심이 많으시니까 사회적으로 문제라고 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실 것 같아요. 치열한 경쟁, 선행학습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세요?


문제들도 지역별, 학부모 그룹별로 천차만별이에요. 여론이 너무 크게 떠들잖아요. 그게 어느 곳에서는 정말 심한 문제겠지만 조금만 벗어나도 또 그렇지도 않고, 모든 학부모가 공감하는 것도 아니에요. 저는 세상에 자정능력이 있다고 믿어요. 우리가 일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면 안 돼요. 그게 청소년 현실의 전부인 것처럼 써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차라리 근원적인 10대의 고민을 담는 게 낫죠. 청소년 소설의 임무가 아이들의 현실을 개탄하는 것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아이들의 취향을 존중해주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소설 쓰는 시간 외에는 어떤 것을 하세요?


운동 좋아하고요. 영화도 많이 봐요. SF를 좋아해서요. 곧 「스타워즈」가 개봉하잖아요. 기대하고 있어요. 레고도 좋아하고요. 그런 게 재미있어요. 아이돌도 좋아하고요. 원래 빅뱅 좋아했는데요, 곧 IKON이라고 데뷔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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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달고 살아남기최영희 저 | 창비
주인공 박진아는 ‘도완득’만큼이나 활력 만점,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어찌 보면 어리고, 어찌 보면 십 대의 끝물 같고, 또 어찌 보면 욕 같은 나이”인 열여덟 살 진아는 나이 많은 엄마 밑에서 입양아로 자라 온 자신의 처지를 비하하거나 연민하지 않고 담백하게 바라보면서, 모두가 쉬쉬하는 진실을 향해 꿋꿋하게 걸어 나간다. ‘좋게 좋게 넘어가라.’며 침묵을 강요하는 세상에 당찬 도전장을 내민 주인공들. 이들의 성장은 과거 완료가 아닌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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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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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화려한 고층 건물에 살고 있는 중산층부터 그들의 건물이 반짝일 수 있도록 닦아내는 청년 노동자까지 오늘날 한 도시를 구성하는 여러 계층의 서사를 써냈다. 그들의 몸을 통해 욕망과 상처로 얼룩진 저마다의 삶을 복합적으로 표현했다.

사유와 성찰의 회복과 공간의 의미

'빈자의 미학' 승효상 건축가가 마지막 과제로 붙든 건축 어휘 '솔스케이프’. 영성의 풍경은 파편화된 현대 사회에 사유하고 성찰하는 공간의 의미를 묻는다.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공간이야말로 건축의 본질이기에, 스스로를 어떻게 다듬으며 살 것인가에 대한 그의 여정은 담담한 울림을 선사한다.

당신의 생각이 당신을 만든다.

마인드 셋 전문가 하와이 대저택이 인생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제임스 알렌을 만났다. 인생의 벼랑 끝에서 집어 들었던 제임스 알렌의 책이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담담하게 써 내려갔다. 생각하는 대로 삶이 이루어지는 내면 생각의 힘과 그 실천법을 만나보자.

그림과 인생이 만나는 순간

‘이기주의 스케치’ 채널을 운영하는 이기주의 에세이. 일상의 순간을 담아낸 그림과 글을 통해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소재를 찾는 것부터 선 긋기, 색칠하기까지,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 인생이 배어 있다고 말한다. 책을 통해 그림과 인생이 만나는 특별한 순간을 마주해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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