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커상 수상작이 모두 영미권 베스트셀러가 되는 이유
부커상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부커상 수상작들은 모두 판매량이 수상 직후 10배에서 100배까지 올라 영미권 베스트셀러가 된다. 그래서 부커상을 수상하면 책 판매가 최소 2배가 늘어난다는 ‘부커상의 법칙’은 불문율이 되었다.
노벨문학상, 프랑스의 공쿠르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부커상. 영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이자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명성을 얻고 있다. 1969년부터 수여하기 시작한 부커상(애초 정식 명칭은 ‘Booker-McConnell Prize’)은 부커 그룹(Booker Group)이 매년 영국, 아일랜드 같은 영국 연방국가 내에서 영어로 쓴 소설 중에서 수상작을 선정한다. 출판과 독서 증진을 위한 독립기금인 북 트러스트(Book Trust)의 후원을 받아 부커 plc(Booker plc) 주관으로 운영되고 있었던 것이 2002년부터는 금융서비스회사인 맨 그룹(Man group)이 스폰서로 나서면서 명칭이 ‘맨 부커상’(The Man Booker Prize. 이하 부커상)으로 바뀌었다. 또 수상 상금도 기존 2만1천 파운드에서 5만 파운드(약 8,500만원)으로 올랐다. 영국과 아일랜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 작가들만이 대상이었으나 2014년부터 미국인 등 다른 영어권 작가들에게도 개방됐다.
부커상의 법칙
그런데 부커상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다른 문학상과 달리, 독자 의견을 반영한다는 점이다. 부커상은 영어권 출판회사들의 추천을 받은 소설작품을 후보작으로 평론가와 소설가, 학자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수상작을 선정한다. 매년 새로운 전문가 심사위원단을 홈페이지(www.themanbookerprize.com)에 알린다. 이들은 7월에 1차 후보작 12, 13 작품을 선정하고, 9월에 절반인 6, 7 작품을 선별해 2차 후보작을 결정한다. 2차 후보작은 역시 홈페이지에 공개되고 독자 의견을 반영해 10월에 최종 수상작을 발표한다. 수상자는 사전 발표를 하지 않고 매년 10월 초 런던 소재 길드홀(Guildhall)에서의 수상 세레머니 때 발표된다. 이러한 선정 과정이 부커상의 매력이자 대중성의 원천이다. 때문에 부커상 수상작들은 모두 판매량이 수상 직후 10배에서 100배까지 올라 영미권 베스트셀러가 된다. 그래서 부커상을 수상하면 책 판매가 최소 2배가 늘어난다는 ‘부커상의 법칙’은 불문율이 되었다.
부커상은 지난 1999년, 일반인들의 관심을 넓히고 직접적인 참여의 기회를 주기 위해 심사위원들에 의한 부커상 선정과는 별개로 일반 독자들이 뽑는 피플스 부커(People's Booker)를 제정했다. 부커상 후보를 대상으로 일반인들이 인터넷 투표를 통해 선정하고 있다. 1971년도에는 부커상 심사 기준이 일부 변경, 수상 연도에 출판된 소설을 심사 대상으로 하기로 했다. 즉 1971년 수상작은 그 해 출판된 작품을 추천 받아 심사한다는 내용이었다. 한편 부커상 재단은 부커상 수여 25주년을 기념하고자 지난 1993년 ‘부커상 중의 부커상’(Booker of Bookers Prize)을 실시하기도 했다. 또한 40주년을 맞는 지난 2008년에는 특별 기념으로 ‘최고의 부커상’(Best of the Booker)을 마련했다. 그리고 2010년 1월 ‘Lost Man Booker Prize’라는 특별상을 시상하기도 했다. 이는 1970년 출판된 22편의 소설 가운데 수상자를 뽑은 것이다.
엘리너캐튼 힐러리 맨텔 하워드 제이콥슨
부커상 수상 작가들의 신기록
부커상 수상자들의 흥미로운 기록들을 보면, 2013년 수상자인 여성 작가 엘리너 캐튼은 부커상 사상 두 가지 신기록을 낳았다. 무려 832쪽 분량인『The Luminaries』는 역대 수상작 중 가장 긴 작품으로 등재됐고, 캐튼은 역대 최연소 수상자(당시 28세)로 기록됐다. 종전 최연소는 1991년 벤 오크리(당시 32세)였다. 1983년『Life & Michael K.』라는 소설로 부커상을 받은 쿠지(J. M. Coetzee)는 1999년『Disgrace』라는 소설로 수상하면서 최초로 2번을 수상한 주인공이 되었다. 2012년도 부커상 수상작가인 영국의 힐러리 맨텔(Hilary Mantel)은 2009년에 이어 두 번째로 부커상을 받아 여성 및 영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부커상을 두 차례 수상한 작가가 됐다. 2012년도 수상작은『Bring Up the Bodies』이다. 한편 이례적으로 저자 하워드 제이콥슨(Howard Jacobson)은 유머와 지혜가 담긴 『영국 남자의 문제(The Finkler Question)』로 2010년 부커상을 수상했다.
또한 부커상을 이야기할 때 1981년 수상작인 살만 루시디(Salman Rushdie)의『한밤의 아이들(Midnight's Children)』은 결코 빼놓을 수 없다. 부커상을 세 번(1981, 1993년, 2008) 수상한 전설적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환성적인 이야기꾼 살만 루시디의 필생의 역작 『한밤의 아이들』을 옮긴 김진준 번역가는 이 작품의 ‘마술적 사실주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설했다.
루슈디(이하 루시디)의 소설 속에서 환상적 요소는 게임의 규칙처럼 이미 주어진 기정사실이다. 대낮에 유령이 나타나도 등장인물들은 아무도 신기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현실에 더 놀랄 뿐이다. 독자는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개연성도 가능성도 없는 주장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 같은 환상 소설과 달리 루시디의 작품 속에서 이 황당무계한 요소들은 현실을 더욱더 설득력 있게 드러내는 문학적 장치로 이용된다. _1) 출처:『한밤의 아이들 2』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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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는 바보. 그래서 내가 나의 벗이 되어 오우아(吾友我)을 마주하게 되지만 읽은 책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을 때만큼은 진짜 외롭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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