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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에서 들었던 얘기들과 누군가는 나눴을 법한 얘기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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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도 많아지고,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그래서일까? 요즘 인터미션에 그냥 객석에 앉아 있거나 공연이 끝나고 공연장을 빠져 나갈 때면 꽤 다양한 관객들의 반응을 접하게 된다.

공연도 많아지고,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그래서일까? 요즘 인터미션에 그냥 객석에 앉아 있거나 공연이 끝나고 공연장을 빠져 나갈 때면 꽤 다양한 관객들의 반응을 접하게 된다. 작품에 대한 얘기가 평론 수준일 때도 있고, 때로는 기자도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꼬집어 낼 때도 있는데, 그럴 때면 일면식도 없는 그들과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던 그날도 객석에 앉아 있자니 이런저런 얘기들이 들려왔다. 아시아 초연에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받았던 만큼 실제 무대는 어떤지 궁금한 잠재 관객들을 위해 객석에서 들었던 얘기들과 누군가는 나눴을 법한 얘기들, 그리고 참고하면 좋을 얘기들을 각색해 보았다.

 

1층 10열 17번 : 엄마 생각나네. 우리 엄마가 이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셨는데 말이야.

 

1층 10열 18번 : 인기가 대단했지. 스칼렛 요한슨의 엄마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팬이어서 딸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하잖아.


 

[군무]-그말_서현-주진모.jpg

 

1층 10열 17번 : 나도 아주 어렸을 때 텔레비전에서 주말의 명화로 봤던 기억이 나. 1939년 작품이더라. 이듬해 제12회 아카데미상에서 14개 부문 후보에 올라 10개 부문을 수상했대. 아직까지 미국 박스오피스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하고 있고.

 

1층 10열 18번 : 원작은 소설이야. 마거릿 미첼이 1936년에 출간했는데, 6개월 만에 백만 부가 팔렸대.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스칼렛 오하라는 좀 요부 같고, 레트 버틀러는 마초적이지 않아? 애슐리 윌크스는 우유부단하고.

 

1층 10열 17번 : 그런 면이 있지. 영화가 세계적으로 흥행할 수 있었던 것도 그 캐릭터에 딱 맞는 배우들을 캐스팅했기 때문이 아닐까? 레트 역의 클라크 케이블과 스칼렛 역의 비비안 리는 정말 딱 들어맞잖아.

 

1층 10열 18번 : 그렇지. 뮤지컬 캐스팅 때도 고민이 많았겠지? 그래도 의외로 캐스팅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1층 10열 17번 : 그러게. 바다는 <카르멘> 때부터 자기한테 잘 맞는 옷을 찾아 입은 것 같고, 서현은 생각 외로 잘 어울려서 깜짝 놀았어. 하긴 이제 소녀가 아니라 아가씨지.

 

1층 10열 18번 : 주진모 캐스팅도 대단하지 않아? 뮤지컬 무대는 처음이라 솔직히 무대 연기에 대한 큰 기대는 없지만, 레트 이미지에는 가장 맞는 것 같아.


1층 10열 17번 : ‘수트빨’도 예술이지. 그런데 확실히 가창력이 많이 아쉽더라. 노래를 잘 부르는 것과 노래로 연기를 하는 건 다른 것 같아. 그런 차원에서 김법래는 믿을 만하지, 임태경도 노래를 잘 하고.

 

1층 10열 18번 : 주연 배우들도 그렇지만 유모 역의 정영주와 노예의 장 역에 박송권도 노래를 정말 잘 부르더라. 주연들보다 박수를 더 많이 받은 것 같아.


1층 10열 17번 : 그러게, 두 사람 모두 무대에서는 안정감 있는 배우지. 그런데 노래들이 여느 뮤지컬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지 않아?

 

1층 10열 18번 : 프랑스 뮤지컬이라서 그럴 거야. 책이나 영화는 미국에서 제작됐지만 뮤지컬은 프랑스에서 처음 만들어져서 2003년 9월 파리에서 초연됐거든. 배경은 미국의 남북전쟁이지만, 전체적으로 프랑스적인 색채와 멋이 더해졌다고 할 수 있지.

 

[커플컷]-애틀란타화재씬키스.jpg

 

1층 10열 17번 : 맞아, 음악의 색깔이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작품과는 다른 것 같아. 일단 대사보다는 노래 비중이 훨씬 크고, 팝적인 느낌도 강하다고 할까?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뮤지컬 넘버가 일반 대중가요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할 때도 많다고 해.

 

1층 10열 18번 : 그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넘버도 귀에 감기더라. 사운드도 풍성하고, 멜로디도 다양하고, 반복적인 코러스로 어필하기도 하고. 그런데 번역극이고 초연이라서 그런지 가사 전달력은 떨어지는 것 같아.

 

1층 10열 17번 : 프랑스 뮤지컬하면 화려한 군무도 빼놓을 수 없잖아. 노래 못지않게 안무 비중도 높던데, 어땠어?

 

1층 10열 18번 : 그 기대 때문에 오히려 만족도가 떨어진 것 같아. 보통 프랑스 오리지널 팀은 춤을 추는 팀과 연기를 하는 팀이 나뉘잖아. 그래서 전문 댄서들이 현대무용에서 비보잉, 탱고, 아크로바틱, 발레 등 다양한 장르의 고난이도 무용을 선사하는데, 무대에서는 많은 노력을 했는지 몰라도 객석까지 제대로 표현되지는 못한 것 같아. 글쎄, 오리지널 팀의 우월한 기럭지와 정확도 높은 군무에 익숙해져 있는 걸까? 개인적으로는 아쉬웠어.

 

1층 10열 17번 : 그래도 무대 세트는 멋지더라. 영상까지 더해져서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이 가득 찼어.

 

1층 10열 18번 : 응, 처음 하얀 대리석과 화려한 정원이 있는 파티 장을 시작으로 애틀랜타의 무도회장, 환락가, 감옥이 있는 거리 등을 풍성하고 아주 섬세하게 표현했더라.

 

GWTW_주진모바다포스터.jpg

 

1층 10열 17번 : 특히 메인 무대라고 할 수 있는 저택 말이야. 레트와 스칼렛이 말싸움을 하다 스칼렛이 굴러 떨어지는 계단도 근사했어. 그나저나 높은 계단에서 정말 구르던데 다치지나 않을까 몰라.

 

1층 10열 18번 : 의상도 정말 화려하지? 미국 남북전쟁 당시 많이 사용되던 꽃문양, 드레스 라인을 복원했다고 해. 극중 스칼렛은 두 남편의 죽음으로 검은 상복을 자주 입지만, 그녀의 메인 컬러는 그린과 레드야.


 

1층 10열 17번 : 그렇지, 당차면서도 섹시한 느낌이 있잖아. 레트는 남성적인 매력이 돋보이도록 주로 짙은 계열의 베스트와 재킷, 넥타이 등을 착용하지. 솔직히 라이선스 작품들은 스토리보다 무대 세트나 의상, 배우들의 동선 등에 더 관심이 갈 때가 많아.

 

1층 10열 18번 : 전체적으로 눈과 귀는 호강했는데, 마음의 진동은 좀 약한 것 같아. 스토리 전개가 너무 빠르니까 파노라마 같다고 할까?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울고 웃는데, 그냥 관조하게 되더라고.


1층 10열 17번 : 그렇지? 워낙 방대한 분량을 2시간 30분으로 축약하다 보니 배우들의 감정선을 쫓아갈 시간이 없는 것 같아. 실제로 소설의 대사를 모두 영화로 옮기면 168시간의 러닝 타임이 필요하대.

1층 10열 18번 : 이런저런 무대, 다양성은 중요하니까. 특히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말이야. 물론 감동을 받을지 말지는 오롯이 관객이 결정하는 거고.

 

1층 10열 17번 : 그나저나 왜 이 자리를 끊었어? 잘 보이긴 하네.

 

1층 10열 18번 : 이 정도가 1층 중앙일걸? 무대에서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고.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복도 쪽 자리가 좋아. 옆에 사람이 있으면 불편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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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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