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 살인사건> 세 치 혀와 세 마디 손가락이라는 흉기
미나토 가나에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SNS와 사람들의 구전으로 자꾸 왜곡되는 이야기 속 진실을 되짚어간다. ‘백설공주’라는 비누를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 미모의 여직원 노리코가 숨진 채 발견된다.
글ㆍ사진 최재훈
2015.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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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정말 사실만 얘기할까? 사람들은 늘 거짓말을 하지만, 누군가가 한 말을 너무나 쉽게 사실로 믿어버린다. 특히 방송을 통해 전달된 이야기라면 혹은 언론인이 전하는 이야기라면 ‘공신력’이라는 포장까지 더해져 맹신해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여론은 참 쉽게 조작가능하다. 게다가 손쉽고 재빠르게 정보가 퍼져나가는 SNS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의 말은 깃털보다 가볍고, 총알 보다 더 빨리 전달된다. 반대로 누군가는 사실만을 이야기 하지만, 이미 오해는 불신이 되고, 언론은 SNS를 퍼 나르고 SNS는 그런 언론을 다시 인용하면서 오인된 채로 한 개인을 뒤흔들어 버린 마녀사냥은 끝나지도 않고, 해명되지도 않는다.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그렇게 무심코 툭 던져버린 말과 오해로 믿어버린 말, 그리고 무책임하게 퍼다 나르는 이야기들이 선량한 누군가를 괴물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 가해자가 우리 모두 일수 있다고 되짚어보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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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 가나에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SNS와 사람들의 구전으로 자꾸 왜곡되는 이야기 속 진실을 되짚어간다. ‘백설공주’라는 비누를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 미모의 여직원 노리코가 숨진 채 발견된다. 사건을 접한 TV 조연출 유지(아야노 고)는 비누 회사에 다니는 친구를 통해 며칠 째 연락두절인 회사 동료 시로노 미키(이노우에 마오)가 유력한 용의자 같다는 소식을 듣는다. 유지는 잠시라도 트위터 없이 살지 못하는 트위터리안이기도 하다. 유지는 피해 여성의 동료를 차례로 인터뷰하면서 미키를 범인으로 확신하고, 취재 내용을 실시간으로 트위터에 올린다. 인터뷰 내용은 자극적으로 편집되어 방송으로 나간다. 방송 직후 순식간에 일어나 미키의 실명과 고향, 출신학교가 까발려지는 등 일명 신상 털기가 시작된다. 모든 정황은 미키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영화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탄탄하고 치밀한 원작의 구성을 바탕으로 SNS를 통한 악성 댓글, 개인정보 유출, 사생활 침해 등이 난무하고 SNS가 기자의 역할을 대신하는 현대 사회의 병폐를 드러낸다. 나카타 히데오의 <검은 물 밑에서>를 비롯한 각본으로 재능을 인정받고 이사카 고타로의 동명 원작을 영화화한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등 원작을 구현하는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재능은 자칫 다양한 복선과 등장인물로 어수선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단정하게 재단한다.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유지가 한 번 툭 던진 말이 어떻게 변질되고 확장되면서 한 여인의 평범한 인생을 송두리째 왜곡시키는지, 그 과정을 농밀하게 들여다본다.

 

<백설공주 살인사건>의 이야기는 섬뜩하게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현상과 다르지 않아 차가운 냉기를 전한다. 굳이 실명을 거론하지 않아도 종종 되풀이 되는 온라인상 마녀사냥의 여러 이야기들이 겹쳐 떠오른다. 일명 신상 털기가 진행되는 속도는 ‘지하철XX녀’, ‘무개념XX남’ 등의 동영상이 퍼지고 유통되는 속도만큼 빠르다. <백설공주 살인사건> 속에는 크게 두 그룹의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주인공 미키를 기억하고, 미키와의 일화를 늘어놓는 사람들과 그 이야기를 확대 재생산하는 네티즌이 그들이다. 사람들은 사건의 진실보다 자극적인 뒷담화에 열을 올리고 열광한다. 유지는 트위터를 통해 가십을 쏟아내고, 네티즌들은 순식간에 동조하는데, 요시히로 감독은 그 과정을 영화 화면에 트위터 창을 띄워 관객들에게 그대로 보여준다. 관객을 네티즌의 자리로 소환하면서, 세 마디 손가락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그들이 바로 우리 자신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렇게 벌어진 마녀사냥의 끝, 익명의 가해자들 중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건은 또한 누구도 반성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고 오롯이 피해자만 남는다. 동시에 툭 던진 한 마디로 가해자가 된 나 역시, 언제든 되돌아온 부메랑에 맞아 골병이 드는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일본판 <꽃보다 남자>를 통해 귀엽고 발랄한 매력으로 사랑받은 이노우에 마오는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열등감에 살인을 저지를 수도 있을 것 같은 못난이에서 내면이 아름답고 따뜻해서 호감을 주는 미키의 진짜 모습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이면서 <백설공주 살인사건>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아야노 고 역시 어눌하면서도 밉지 않은 허당 캐릭터를 실감나게 연기한다. 영화는 줄곧 인간의 잔인함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오랜 기억 속 따뜻한 이야기로 기억되는 『빨강머리 앤』을 인용하면서 마오의 과거와 그녀의 친구의 과거를 현재 속으로 다시 끌어들인다. 이를 통해 오프라인에서 나를 끝까지 믿고 진심어린 손을 내밀어 주는 친구가 가장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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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미나토 가나에는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 소설 『고백』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소설가이다. 초등학교 친구가 살해당한 뒤 남은 4명의 친구들의 이야기 『속죄』, 자살을 꿈꾸는 두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청춘소설 『소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서간체 소설 『왕복서간』 등 그녀의 소설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통해 서로 주고받은 상흔들이 영구히 한 사람의 삶 자체를 송두리째 바꿀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잔인할 정도로 집요하게 들여다본다. 미나토 가나에의 원작 『백설공주 살인사건』 번역본도 곧 출판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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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최재훈 #시네마트
7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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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shplus

2015.06.05

살인사건에 추리, 진실은 어디 있는지, 사람들은 어떻게 기억을 자기 입장에서 말하는지까지 인간 내면을 잘 묘사한 영화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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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강이 숨트는 새벽

2015.04.08

이 거 보려고 계속 대기중..ㅎㅎㅎ

재미있을것 같아요.

미나토 가나에 ..책으로 영화로도 접해봤지만 고백 만한 건 없던대...기대하고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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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티샨티

2015.02.22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와 댓글 한 줄이 타인을 병들게 한다면 그것 역시 죄라는 생각이 듭니다. 말이 불행을 초래하는 씨앗디 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며 살아야겠습니다. 끝까지 친구를 믿어주고 지지하여줄 일이 그치지 않기를 바라며 이 작품을 읽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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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훈

늘 여행이 끝난 후 길이 시작되는 것 같다. 새롭게 시작된 길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느라, 아주 멀리 돌아왔고 그 여행의 끝에선 또 다른 길을 발견한다. 그래서 영화, 음악, 공연, 문화예술계를 얼쩡거리는 자칭 culture bohemian.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후 씨네서울 기자, 국립오페라단 공연기획팀장을 거쳐 현재는 서울문화재단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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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 가나에

1973년 히로시마 현에서 태어나, 학교 도서관에 틀어박혀 에도가와 란포와 아카가와 지로의 소설을 읽는 ‘공상 좋아하는 아이’로 자랐다. 대학을 졸업하고 의류 회사에서 일했지만 일 년 반 만에 퇴사하고 남태평양의 오지 통가로 떠났다. 그곳에서 청년 해외협력대 대원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귀국 후에는 효고 현의 고등학교에서 근무했다. 결혼하고는 무언가 형태가 남는 일에 도전하고자 글쓰기라는 새로운 영역의 문을 두드렸다. 낮에는 주부로, 밤에는 방송대본부터 소설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는 전방위적인 집필 활동에 들어간 결과, 2005년 제2회 BS-i 신인각본상 가작 수상을 시작으로, 2007년 제35회 창작라디오드라마대상을 수상하는 등 방송계에서 먼저 주목받으며 스토리텔러로서 역량을 드러냈다. 같은 해 단편 『성직자』를 발표, 제29회 소설추리신인상을 수상하며 정식으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듬해 첫 장편 『고백』을 출간하면서 일본 문단에 ‘미나토 가나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고백』은 데뷔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치밀한 복선과 탄탄한 구성으로, 각종 미스터리 랭킹을 휩쓴 것은 물론, 제6회 서점대상까지 석권하는 기염을 토하며 일본에서만 350만 부가 판매되는 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후, 『야행관람차』, 『왕복서간』, 『경우』, 『꽃 사슬』, 『백설 공주 살인사건』, 『여자들의 등산일기』, 『N을 위하여』, 『조각들』 등, 데뷔 이래 성실한 문학적 행보를 쌓아왔고, 거의 모든 작품이 영상화되어 또 한 번 미나토 가나에의 저력을 확인시켰다. 2016년에는 『리버스』 출간을 기념하여 서울에서 한국 독자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같은 해 『유토피아』로 제29회 야마모토슈고로상을 수상했고, 2018년에는 영미권 최고 추리소설상인 에드거상(최우수 페이퍼백 오리지널 부문) 후보에 『속죄』가 선정되는 등 전세계 독자와 평단의 진심 어린 갈채를 받고 있다. 특히, 2016년 『리버스』 출간을 기념하여 한국을 첫 방문했던 미나토 가나에는 2019년 『여자들의 등산일기』의 출간 및 연극 [왕복서간] 개막을 기념하여 또 한번 서울을 찾아 한국 독자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대담한 소재 선택과 충격적인 전개, 독자를 사로잡는 간결하고 매력적인 필력으로 한국 독자들에게도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