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상사는 열등감 덩어리 고양이다!
『나는 아직도 사람이 어렵다』 저자 강연회
상사와 부하직원,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녀, 우리가 맺는 그 어떤 관계도 갈등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늘 피할 수도, 맞설 수도 없는 이 갈등을 어떻게 해야 할까. 당신을 피로하게 만드는 ‘관계의 갈등’. 그 시작과 끝에 대한 진단이 『나는 아직도 사람이 어렵다』 안에 담겨있다.
까칠한 상사는 피하지 마라
최근 드라마로 제작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윤태호 작가의 『미생』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직장인들이 공감하는 한 가지 사실은, 직장생활이 고단한 이유는 ‘업무’보다 ‘사람’일 때가 많다는 것이다. 좀처럼 만족시키기 어려운 상사와 내 뜻대로 따라와 주지 않는 후배, 그들 사이에서 갈등 없는 관계를 유지해 나가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리고 한 번 시작된 갈등을 말끔히 해결하기란 더욱 어렵다. 상하 관계가 뚜렷한 까닭에 (굳은 각오를 하지 않는 이상)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무엇일까. 간과할 수도 없고 풀어낼 수도 없는 이 갈등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아직도 사람이 어렵다』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갈등의 근본 원인을 꿰뚫어 보는 것이다. ‘그’는 왜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그’가 ‘나’를 적대적으로 대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런 순간에 ‘나’는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분석과 실용적인 팁들이 담겨있다. 두 명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들려주는 이 이야기들은 실제 상담 사례에 기반하고 있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책의 공동저자인 강은호는 국내 최초로 시행된 ‘삼성 그룹 임원 대상 스트레스 검진 프로그램’의 상담 실무를 담당한 바 있고, 김종철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는 최초로 KT 인재개발원 리더십아카데미의 강사로 활동했다.
어떤 유형의 관계도 갈등에서 자유롭지 않듯이 『나는 아직도 사람이 어렵다』가 들려주는 해결방법은 모든 경우에 적용 가능하다.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녀, 부부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들 역시 원인과 접근 방식은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결국 『나는 아직도 사람이 어렵다』는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그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갈등을 겪으며 살아가는 모두를 위한 이야기다.
『나는 아직도 사람이 어렵다』의 공동저자인 강은호가 독자들과 만난 것은 지난 6일 저녁. ‘관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당신을 위한 통쾌한 심리워크숍’이라는 제목의 강연회를 진행하기 위함이었다. 그의 이야기는 ‘스트레스의 원인’에 대한 진단으로 시작됐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느끼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일 때,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일 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죠. 만약 누군가가 나를 힘들게 한다면, 우리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쉽게 이해할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거예요.”
강은호 저자가 지적한 바와 같이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리가 가장 먼저 주목하는 것은 원인이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가’ 혹은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반응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떠올리는 것이다. 그렇게 이유를 찾아내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상대의 마음을 아는 일이 쉬울 리 없다. 자신을 향해 공격적이거나 까칠하게 반응하는 상대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욕구 중에는 인정과 자존감에 대한 욕구가 있습니다.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자존감에 상처받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동시에 인정받지 못할까봐 혹은 자존감에 상처를 입을까봐 두려워합니다. 이러한 욕구가 자극받거나 짓밟힌 순간에는 폭발적인 분노 혹은 공격성을 띄게 되고요.”
그는 “모든 인간과 동물이 가장 공격적일 때는 가장 두려울 때이고, 두려우면 두려울수록 공격적이 된다”는 말로 공격성을 띄는 상대의 심리를 설명했다. 자신의 자존감이 상처 입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상대를 향해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저자는 그런 상대를 만났을 때 보여야 하는 반응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공격적인 사람들을 대할 때 본능적으로 같이 공격을 하거나 도망가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그렇게 되면 그들의 두려움은 더 커지고, 결과적으로 더 공격성을 드러내게 됩니다. 그러니까 사자와 같은 사람을 보면 그 안에 두려움에 떨고 있는 고양이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들은 사실 두렵고 불안하고 여린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방어막으로써 그런 성격을 형성하게 된 것이거든요.”
이를 직장생활에 대입해 보면 어떨까. 저자의 설명이 이어졌다.
“부하 직원에게 까칠하게 대하는 상사가 있다면, 그 나름대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정 욕구가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한 것일 수 있어요. 상사로서 받는 대접이나 리더로서 인정받는 것을 기대했는데 그것이 충족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부하 직원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까칠하게 구는 상사가 어려우니까 자꾸 피하게 돼요. 그러면 안 된다는 이야기예요. 자신의 의도와는 반대로 상대방(상사)을 자극하는 일이 될 수 있거든요. 그리고 공격적인 상대는 힘으로 누르려 해서는 안 됩니다.”
나는 진짜 똥덩어리일까
『나는 아직도 사람이 어렵다』에서 두 저자는 ‘Ks 사이클’이라는 흥미로운 공식을 소개한다. 자신들이 직접 상담했던 경험을 기반으로 정신의학의 기존 이론을 수렴해 완성시킨 이 공식은, 스트레스와 조직 갈등의 핵심을 간단하게 도식화해서 보여준다. ‘고양이와 사자에 관한 오해의 악순환’이라는 흥미로운 부제를 가지고 있는 이들의 이론은, 사람들의 스트레스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관계상의 갈등이라는 것과 그 핵심에는 인정과 자존감 유지에 대한 욕구가 있다고 말한다.
모든 인간은 관계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 자존감을 유지하고 싶은 욕구를 가진다. 이러한 욕구가 충족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불안과 두려움,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고 이는 방어적인 공격성이라는 가면을 쓰게 만든다.” 반대로 말하자면, 갑자기 상대가 성난 사자나 가시 돋친 고슴도치로 돌변하면 반드시 그 이면에는 여린 고양이, 두려움에 떠는 고양이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사람이 어렵다』 p. 79~80
상대의 자존감에 상처를 입힘으로써 걷잡을 수 없는 싸움이 시작되는 경우는 부부 사이에서도 목격된다. 이 경우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성난 사자로 돌변한 배우자의 이면에 여린 고양이가 떨고 있음을, 성난 사자의 실체가 실은 사자의 갈기를 뒤집어쓴 고양이라는 사실을 늘 명심해야”(p. 88) 한다는 것이다. 또한 “상대방을 공격하려는 자신의 내면에도 스스로 외면하고 싶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고양이가 있음을 늘 잊지 말아야”한다고 두 저자는 귀띔한다.
“사춘기 자녀와 부모의 관계에서 갈등의 시작은 ‘투쟁과 투쟁’ 혹은 ‘투쟁과 회피’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회피와 회피’로 변해가기도 하는데요. 그런 상황에서는 관계를 회복하기가 참 어려워요. 그렇기 때문에 ‘회피와 회피’의 반응이 나오기 전에 해결방법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나는 아직도 사람이 어렵다』에 따르면 “‘고양이와 사자의 악순환’이 전형적으로 드러나는 관계 중 하나가 부모 자식 간의 관계, 특히 사춘기 자녀와의 관계”(p. 91)라고 한다. 사춘기에는 내외부적 자극에 민감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자존감에 자극을 받으면 심한 투쟁이나 도피의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녀의 반응이 심해질수록 부모 역시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다는 것이다. 부모로서 자신의 역할 또는 가정 내에서 일종의 리더로서의 역할에 자극을 받기 때문. 그러므로 서로 맹렬하게 부딪히다 냉담하게 식는 순간이 오기 전에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갈등 상황에서는 자신을 비추는 ‘내면 거울’을 객관적으로 봐야 합니다. 특히 완벽주의를 가지고 있거나 소심한 사람인 경우에는 ‘나는 나에게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상대가 나를 비난하는 경우 ‘나의 기분이 나쁜 것’과 ‘그의 말이 곧 사실은 아니라는 것’을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마에는 단원들을 ‘똥덩어리’라고 비난합니다. 물론 단원들은 기분이 나쁠 거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실제로 똥덩어리인 것은 아니고, 그렇게 되지도 않잖아요.”
‘내면 거울’은 모두가 마음속에 가지고 있으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비춰보는 거울이다. 항상 스스로를 높게 평가하는 자아도취적 거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실제보다 자신을 저평가하면서 끊임없이 채찍질을 가하는 거울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다. 항상 문제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여기면서 자책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면 자신의 ‘내면 거울’이 잘못되어 있지는 않은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거칠거나 공격적인 상사를 대할 때에는 ‘너는 열등감 덩어리 고양이다’라는 말을 되뇌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거예요. 더 근본적으로는 지금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하는데요. ‘상대방은 왜 그렇게 하는가’를 고민하는 것은 지금 여기의 문제는 아니에요. 그가 가지고 있는 과거의 문제잖아요. ‘지금 제일 중요한 핵심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또한 관계 문제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자신의 생각이 무언가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게 중요해요. 그 다음에는 다른 생각을 함으로써 지금 몰두하고 있는 생각을 밀어냅니다. 어떤 단어나 문장을 떠올려도 좋고, 숫자 계산을 해도 좋아요.”
강은호 공동저자가 소개한 방법 외에도 『나는 아직도 사람이 어렵다』에는 각자의 성격과 상황에 적합한 ‘처방’들이 가득하다. 상대를 이해할 수 없는 이유는 ‘그 역시 나와 같은 방식으로 생각할 것’이라는 잘못된 전제 때문이며,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나부터 무장해제’해야 한다는, 허를 찌르는 진단을 내리기도 한다. 또한 자신과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하고, 다양한 인격 장애에 대해 설명하기도 한다. 상대방은 물론 나 자신을 이해하는 단초가 되어주는 이야기들이다.
나는 아직도 사람이 어렵다강은호,김종철 공저 | 문학동네
오늘도 ‘관계 스트레스’ 때문에 괴로워하는 이들을 위해 국내 최초로 ‘삼성 그룹 임원 스트레스 검진 프로그램’을 담당한 강은호와 정신과 전문의 최초로 KT 리더십 강사로 일한 김종철이 나섰다. 정신의학의 기존 이론에 자신들의 다양한 상담 경험을 더해 일종의 관계 공식인 ‘Ks 사이클’을 정리한 저자들은 관계 문제로 인한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한 시선을 제시한다.
추천 기사]
- 꽃보다 들풀, 그 작은 것을 재발견하는 시간
- “이별했을 때, 시가 가장 잘 써지더라” 박준, 임경섭, 이현호
- 김남희, 라틴아메리카의 매력적인 도시들
- 마스다 미리 ‘태어나서 좋았다’
관련태그: 나는 아직도 사람이 어렵다, 김종철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강은호>,<김종철> 공저14,060원(5% + 2%)
지친 삶 속에서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것들을 좀더 분명히 ‘알게’ 해주고, 알고 있었던 것을 ‘행동’에 옮길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다양한 상담 사례와 MBTI, TCI와 같은 성격 분류법 등을 통해 우리가 모두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