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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주 교수가 말하는 이순신

『난중일기』를 통해 살펴보는 이순신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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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 『조선과 만나는 법』의 출간을 맞아 신병주 교수가 독자를 만났다. 『난중일기』를 바탕으로 장군 이순신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역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뜨겁다. 관객수 1760만명을 기록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한<명량>에 이어, 송강호?유아인?이준익감독의 조합으로 이목을 끌고 있는 <사도>가 내년 개봉예정이다. 스크린 뿐만 아니라 TV에서도 역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드러난다. 영조와 사도세자의 갈등을 다룬 <비밀의 문>은 현재 방송 중에 있으며, 광해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왕의 얼굴> 역시 방영을 앞두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모두 조선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KBS <역사저널 그날>을 진행하며 역사 대중화에 힘쓰고 있는 신병주 교수의 『조선과 만나는 법』 역시 대중이 궁금해하는 조선의 면면을 다뤘다. 책에는 임진왜란과 같은 굵직한 역사적 사건부터 덜 알려진 왕실의 이야기, 개고기를 먹고 담배를 폈던 당시의 문화까지 조선사 전반이 담겨있다. 『조선과 만나는 법』은 독자가 직접 조선의 기록을 읽고 접할 수 있도록, 조선 기록물의 원문을 기반으로 해설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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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된 난중일기

11월 3일 신병주 교수는 『난중일기』를 바탕으로 장군 이순신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신병주 교수는 2013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난중일기』를 설명하기 앞서 우리 나라의 세계기록유산을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총 11건의 세계기록유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 대부분이 조선시대의 기록물입니다. 특히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의 기록물들은 어떤 한 때만 기록한 것이 아니라 시리즈로 작성되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의 시조 태조부터 철종 때까지, 승정원일기는 인조부터 1910년까지 기록되었습니다. 기록이 단절되지 않고 모아져서 후대까지 전달되었다는 점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아도 쉽게 찾을 수 없는 조선 기록물만의 특징이죠.”

 

정조 때 비로소 『난중일기』가 된 이순신 장군의 일기

 

지금은 모두가 이순신의 공적을 높이 평가하지만, 사실 임진왜란 당대와 직후에는 이순신이 높이 평가받지 못했다.

 

“이순신 장군은 사실 임진왜란 당대와 직후에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조선왕조실록 기록을 보면 이순신과 원균에 대한 평가가 비등합니다. 선조는 기본적으로 임진왜란의 승리를 ‘명나라의 원병의 공’으로 생각했고, 이순신의 공적을 깎아 내리려고 했죠. 많은 반대에도 선조가 원균을 1등 공신으로 책봉한 것도, 이로써 이순신의 공적을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이후 이순신 장군이 각광받은 것은 시기는 조선 후기 정조와 박정희 전 대통령 때였습니다.”

 

이순신을 높이 평가한 정조는 이순신에 대한 여러 기록을 모은 『이충무공전서』를 편찬한다. 이 과정에서 이순신의 일기 역시 『난중일기』라는 이름으로 정리되었다. 즉, 이순신은 일기를 썼을 뿐 이를 『난중일기』라 명명한 것은 후대의 일이다. 『난중일기』는 1592년 1월 1일부터 1598년 11월 17일까지 약 7년간에 걸쳐 쓰여진 친필 일기로, 임진왜란이 일어난 해부터 전사하기 직전까지 기록을 담고 있다. 현재 1595년 을미일기를 뺀 총 7권의 책이 보존되어 전해오고 있다.

 

유성룡의 지지, 원균과의 갈등

 

“이순신 장군은 1591년 2월,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정확히 1년 2개월 전에 전라좌수사로 임명됩니다. 우리나라 역사에 있어서는 아주 큰 행운이었죠. 이 당시 이순신 장군의 인사는 아주 파격적인 것이었습니다. 그 전 직책이 정읍현감으로 종 6품직인데, 전라좌수사는 정 3품입니다. 요즘으로 치면 5-6등급 한번에 오른 초 승진이니까, 말하자면 낙하산 인사였던 거죠(웃음). 워낙 파격적인 인사라 반대도 많았지만, 유성룡은 어렸을 때부터 보아온 바, 이순신 장군은 이 일을 맡을만한 사람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이순신과 원균의 갈등은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갈등의 발단이 된 전라좌수영과 경상우수영의 관할지역 문제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도 많다. 

 

“전라좌수사가 부임하는 곳이 어디일까요? 여수입니다. 지금은 지역을 남과 북, 그러니까 경상북도와 경상남도로 나누지만 조선시대에는 기준이 좌?우였습니다. 즉, 조선시대 때 경상도는 낙동강을 기준으로 왕이 보았을 때 왼쪽이 좌, 오른쪽이 우로 구분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당시 경상좌수영은 어디에 있었을까요? 바로 부산입니다. 같은 논리로 경상우수영은 거제도, 전라우수영은 해남이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전라좌수영과 경상우수영은 관할지역이 겹치게 됩니다. 쉽게말해 이순신과 원균은 지역구가 겹치게 된 거죠. 두 사람의 호흡이 잘 맞았다면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겠지만, 이순신과 원균은 자주 다투었습니다. 원균은 이순신의 군 선배인데, 이순신이 먼저 삼도수군통제사, 요즘으로 치면 해군참모총장이 되니까 이를 많이 억울해했죠.”

 

『난중일기』에 나타난 이순신은 철저한 장군이자 고뇌하는 인간

 

『난중일기』에 따르면 이순신은 자주 무기를 점검하고 대포를 시험해보는 등 전쟁에 꼼꼼히 대비하였다.

 

“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게 이를 활용할 줄 아는 것입니다. 『난중일기』에는 ‘군기물 점검 시 깨진 활이 많아 문책하였다’ 같은 구절이 많이 나옵니다. 이순신 장군이 전쟁에 대해 아주 철저히 대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정확하게 임진왜란 하루 전에는 거북함의 지자포와 현자포를 쏘았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지자포, 현자포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지금은 우리가 아라비아 숫자로 1호, 2호 이렇게 표기하지만 조선 시대에서는 천자문으로 했습니다. 천자문이 ‘천지현황’으로 시작하니까, 지자포와 현자포는 2호포와 3호포를 의미합니다.”

 

『난중일기』에는 이순신의 인간적 면모도 잘 드러나있다. 특히 ‘어머니의 생신이지만 적을 토벌하는 일 때문에 가서 오래 사시기를 축수하는 술잔을 올리지 못하니 평생의 한이다.’ 등 어머니에 대한 글이 많다. 그런 그에게 1597년은 군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도 매우 고통스러운 시기였다. 백의종군 길에 어머니의 부고를 듣고 그는 “일찍 죽느니만 못하다”며 슬퍼했다.

 

“1597년은 이순신 장군에게 매우 힘든 한 해였습니다. 당시 일본에서 요시라라는 이중간첩을 통해 왜군이 출병할 것이라는 거짓 정보를 뿌리는데, 이순신은 이 정보가 거짓임을 간파하고 선조의 출정 명령을 거부합니다. 이에 왜적은 일부러 수십 척을 보내고, 결국 이순신은 명령 불복종으로 투옥됩니다. 강경파는 처형을 주장하기도 했지만, ‘전쟁 중에 장수를 죽일 수 없다’며 이순신을 옹호한 사람들에 의해 이순신은 백의종군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이순신은 어머니의 부고를 듣게 되고, 그 당시의 심정을 ‘천지에 나 같은 사정이 어디 또 있으랴! 일찍 죽느니만 못하다.’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명량대첩의 한달 뒤에는 아들 면이 전사한다. 이순신 장군은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을 이렇게 기록했다.

 

‘저녁에 어떤 사람이 와서 집안 편지를 전하였는데, 봉함을 뜯기도 전에 뼈와 살이 먼저 떨리고 정산이 혼란해졌다(…)하늘이 어찌 이다지도 인자하지 못하신고, 간담이 타고 찢어지는 것 같다.’

 

우리는 원균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이순신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원균은 보통 매우 부정적인 인물로 묘사되고는 한다. 신병주 교수는 이에 대해 원균이 높게 평가할만한 인물은 아니지만, 그를 간신의 전형이나 최악의 인물로 보는 것도 편견이라고 말했다.

 

“패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원균 역시 칠천량 해전에서 전사했습니다. 이런 인물을 간신의 전형으로 보는 것은 편견인 것 같습니다. 2004년 방송했던 <불멸의 이순신>에서 원균의 역할을 최재성이라는 배우가 맡았는데, 이는 원균에 대한 재평가를 의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최재성 대신 악역 전문 배우가 원균의 역할을 맡았다면, 우리는 원균을 더욱 부정적으로 보았을 것입니다. 원균이 높은 평가를 받을 만큼의 인물은 아닐지라도, 최악의 인물로 보기는 더 어렵습니다. 이순신을 부각시키는 과정에서 원균이 저평가된 것은 아닐까요.”

 

우리 시대가 희구하는 이순신 장군

 

영화 <명량>이 다룬 명량대첩은 세계해전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완벽한 승리였다. 신병주 교수는 불리한 조건에서도 조선 수군이 이길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일단 조선의 배는 매우 튼튼했습니다. 반면 가벼운 일본 배는 명량 해협의 빠른 조류로 방향을 잡기가 힘들었죠. 우리는 전쟁 시 주로 배에 장착된 대포를 쏴서 배를 침몰시키는 방법을 쓰는데, 이 전략에서는 제대로 노를 젓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따라서 이순신 장군은 노 젓는 사람들의 훈련을 중요시했습니다. 당시 일본의 주요 무기였던 조청은 지금과 달리 장전한 후 발포되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조선 수군이 활을 쏘는 것이 더 빨랐죠. 그래서 먼 거리에서는 대포로 공격하고, 가까운 거리에서는 활로 제압했던 조선 수군이 전쟁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신병주 교수는 최근 이순신 장군이 주목 받는 경향에 대해 주목했다.

 

“요새 ‘리더의 부재’라는 말을 많이 하죠. 다시금 이순신 장군이 주목받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지금 이순신 장군과 같은 리더를 희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순신 장군은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고, 심지어 좌?우까지 아우르는 인물입니다. 문제는 좌?우 모두 이순신 장군을 각자의 아이콘으로 여긴다는 거죠(웃음) 이런 인물 참 드물죠. 이런 의미에서 이순신 장군이 우리 시대에 딱 필요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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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과 만나는 법신병주 저 | 현암사
임진왜란, 명량대첩과 같은 굵직한 사건부터 세종, 영조, 정약용, 조광조, 조식 등과 같은 사람들, 그리고 일상 문화들까지 조선사를 장식한 여러 기록들을 넘나들며 해설과 함께 소개하는 ‘조선사 입문서’인 셈이다. 엄선한 45편의 이야기는 조선사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크고 작은 역사를 보여준다. 따라서 이 책은 특히 조선 시대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해 조선사에 입문해보고 싶은 독자, 조선의 재미있는 미시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즐거운 독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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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노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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