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린의 인생 독하게 사는 법
『인생 독학』 저자 권희린
‘정글 같은 일상을 유쾌하는 법’인 『인생 독학』. 삶은 언제나 팍팍하다. 그럼에도 살아가는 힘은 유머에 있지 않을까. 유쾌한 글쓰기와 함께 추천 도서를 독자에게 선물하는 권희린을 만난다.
『도서관 여행』, 『B끕 언어』로 독자층을 일궈온 까칠한 권선생 권희린. 이번에 낸 『인생 독학』은 독고다이로 독하게 책을 읽어나가자, 는 주제를 던지는 책이다. 사람과 음악, 여행과 책을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책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장 즐기는 저자에게 인생의 중요한 동반자는 책이었다.
치열한 20대를 보내고 현재 30대에 접어드는 권희린은 같은 세대와 똑같이 연애, 결혼, 취업, 인간관계를 고민해왔다. 고민에 대한 완전한 답까지는 아니더라도 책은 고비 때마다 위안을 줬다. 불확실한 미래와 초라하게 보이는 일상에 지치는 중이라면 『인생독학』을 들자.
삶이 외롭고 힘들 때 만나는 한 권의 책이 내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대나무 숲’ 같은 역할을 해준다는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사회가 개인화 되고, 멘토의 부재로 고민을 털어놓지 못해 괜찮은 척하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에 ‘대나무 숲’이야말로 요즘의 젊은 세대에게 정말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서른이라는 나이를 가지기까지 정말 많은 일들이 저를 스쳐 지나갔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인생의 어려움 속에서 적당한 멘토는 찾지 못했지만 멘토를 대신해 줄 책을 통해 위로를 얻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기도 했었고요. 그런데 그런 어려움이나 고민들이 사실 저만 겪는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겪게 되는 성장통 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런 사람들에게 제가 공감과 위로를 얻었던 책들을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런 책을 소개하는 데 있어서 좀 더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저의 이야기를 풀어내기로 했죠. 살면서 주변 친구들이 ‘시트콤 같은 인생을 산다’며 저를 볼 때마다 웃곤 했었는데요, 그런 시트콤 같은 인생의 조각들이 이번 책의 일등공신이 아닐까 생각해요.
‘독’이 중의적인 표현 같습니다. 작가님께서 ‘독’에 담고자 했던 의미는 무엇이었나요.
『인생독학』에 ‘독’에는 세 가지 의미가 담겨져 있는데요,
첫째는 독학(讀學)인데요,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우리의 일상의 고민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아픈 마음에 위로를 건네기도 하며 우울할 때는 한바탕 웃게 만들어주는, 필요한 정보까지 제공해주는 책을 통해 우리는 인생을 배울 수 있다는 의미랍니다.
둘째는 독학(毒學)이에요. “인생을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나만의 확고한 주관과 깡다구기 필요하다”는 거죠.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즐기고, 하기 싫은 것은 당당하게 거절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지키면서 조금 독하게 살면 쓸데없는 걱정으로 스트레스 받을 일 없이 인생을 더 즐겁게 살 수 있다는 의미예요.
셋째는 독학(獨學) 이에요. “물만 셀프냐 인생도 셀프다. 그러니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행동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인생은 혼자 배우는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어요. 누구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으니까 무수한 삽질을 감행하면서라도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인생을 배워나가야 하며 진짜 인생의 답은 나에게 있다는 의미죠.
이 세 가지 ‘인생독학’의 의미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우리의 인생의 고민은 지금보다는 조금 더 가벼워질 것이고, 더 즐겁고 멋진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고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답니다.
『인생독학』은 인생에서 마주칠 사건과 그 사건에 어울리는 책 그리고 조언까지 곁들인 ‘인생사용설명서’ 같습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이런 책을 쓰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많은 직간접 경험이 있어야 가능한 책인데요. 지금까지 선생님 삶을 돌이켜 보면 어떤 사람이었나요.
저는 늘 도전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저에게 주어진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안주하기보다는 좀 더 즐겁고 재미있는 일들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죠. 대학생 때에는 ‘다양한 경험만이 살길이다.’며 무작정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일상을 즐겼고, 또 ‘지구 정복의 꿈’을 가진 저였기에 시간과 총알이 허락한다면 허락하지 않더라도 할부 총알을 통해서라도 어딘가로 떠나 다른 삶을 경험하곤 했어요. 교사가 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저는 지금도 교사로 재직 중이지만 책을 쓰는 작가로, 인터넷 강의를 하는 강사로, 또 여행과 맛집, 육아 블로거로 전혀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느끼고 즐기고 있답니다. 도전하는 사람이면서 가끔은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은 욕심쟁이인 것 같기도 해요.
『B끕 언어』를 읽고 유쾌하고 발랄한 글에 매료되어 팬이 되었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번에 출간한 『인생독학』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재미있는 글쓰기를 지향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특별히 재미있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런데 저는 글이라는 게, 특히 책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읽고 공감해야 하며, 그 공감에는 재미가 깔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조차도 재미없는 글을 잘 읽지 않게 되거든요. 금방 책을 덮어버리게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글을 쓰는 저조차도 피식 웃게 되는 그런 일상의 일들을 늘 생각하고 메모하면서 곱씹어보곤 한답니다. 『인생독학』 또한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재미라는 조미료를 살살 뿌려 우리의 고민과 맞물려 풀어나가다 보니 공감이 되고 그러다보니 관심이 가면서 많은 분들에게 즐거운 책으로 다가갔던 것 같아요.
『인생독학』을 읽으면 공감 가는 이야기, 현실적인 표현이 많습니다. 학교 선생님이라는 특성 상 사회적 경험을 많이 할 기회는 없었을 것도 같은데, 공감 가는 글을 잘 쓰시는 특별한 비결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재미있고 공감 가는 글을 쓰는 특별한 비결은 없어요. 다만 글에 진솔함이 묻어나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사실 저의 글들은 엄청난 글 솜씨로 좌중을 압도하거나 감동시키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겪는 다양한 일상의 모습을 날 것 그대로 솔직하게 담아내다보니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 저랬어. 저건 내 얘기 같아.’ 라고 느끼며 책에 마음을 더 주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제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가장 잘 알고 있는 ‘나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바로 공감 가는 글을 잘 쓰는 특별한 비결이 아닐까요?
책이 다루는 소재가 크게는 사랑, 연애, 결혼, 일, 인간관계인데요. 선생님께서는 가장 힘든 건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인생에서 최우선으로 두는 가치는 무엇인지.
20대 때에는 ‘연애’와 ‘사랑’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은데요, 이미 모든 것을 쟁취하고 30대 유부녀로 전락해버린 지금은 솔직히 인간관계가 가장 힘든 것 같아요. 특히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그들에게 내가 어떻게 비춰질까?’ 라는 타인의 욕망에 자꾸 흔들리기도 하고요 머릿속으로 관계를 계산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자꾸만 뭔가를 재고 있는 저를 발견하기도 하고요. 늘 제 마음속에 남겨진 숙제가 바로 ‘인간관계를 지혜롭게 유지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랍니다. 조금 더 나이가 들어 인생에 내공이 생기는 그런 때가 온다면 그 답을 그때는 찾을 수 있겠죠?
인생에서 최우선으로 두는 가치는 바로 행복이랍니다. 제가 좋아하는 글귀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함으로써 자유를 얻고,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함으로써 행복해진다’ 이거거든요. 지금처럼 좋아하는 일들을 맘껏 하면서 평생 자유를 얻고 행복해지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이 성공이라 불리는 ‘객관적 지표’인 부와 지위를 얻기 위해 아등바등 정신없이 살지만 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좀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고 삶을 즐기다보면 성공의 ‘주관적 지표’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그게 바로 행복이 아닐까요?
‘내 인생의 단 한 권의 책’, 혹은 ‘이 책으로 내 인생이 바뀌었다.’고 할 수 있을 만한 책을 꼽는다면?
저의 인생에 단 한권의 책을 이야기한다면 저는 『모모』를 택할 것 같아요. 『인생독학』에서 소개하는 『모모』는 사실 시간도둑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저는 책에서 모모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들어주는 ‘경청’의 모습을 보면서 제가 인생에서 꼭 본받고 싶은 모습이라 생각했어요. 저는 다른 사람들과의 수다를 즐기기도 하고, 좌중을 압도하며 분위기 메이커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을 좋아 했는데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누군가의 이야기를 열심히 그저 들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즉 남들에게 제 얘기만 했지,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귀 기울여 듣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진실한 인간관계란 나의 말을 일방적으로 전할 수 있는 관계라기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로 들어주며 마음으로 공감하고 위로하고 기뻐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책에서 비춰지는 모모의 경청하는 모습을 마음속에 간직하면서 사람들을 대하고 관계를 맺고 싶답니다. 『모모』는 저에게 인간관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준 책이라 너무 소중해요.
학생들만 아니라 책을 읽지 않는 사회가 된지 오래되었고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국어교사로, 학교 사서 교사로 일하며 느끼는 바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학교 현장에서도 독서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아침독서다, 윤독하기 캠페인 등을 펼치기도 하는데요, 저는 책을 앞에 내세우기보다 독서하는 즐거움을 먼저 알려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즐거움은 저학년 때부터 자연스럽게 선행되어야 하는 것 같고요. 그래서 도서관에 대한 편견을 버릴 수 있도록, 독서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즐겁게 생각할 수 있도록 다양한 도서관 프로그램을 만들고 도서관을 활성화시키는 게 중점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과제가 아닐까 생각해요. 그리고 특히 학생들이 많이 접할 수 있는 학교도서관에서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학생 때부터 독서가 즐거움으로 다가온다면 책 읽는 사회는 자연스럽게 오지 않을까요?
책 속에서 ‘다독 콤플렉스’가 있다고 밝히신 바 있지만 바쁜 시간 속에서도 다독을 할 수 있는 비결 혹은 노하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우선 책을 좋아해요. 책을 읽는 행위보다 그냥 책이라는 물건을 좋아한답니다. 한 장 한 장 넘기는 종이의 소리도 좋고요, 종이만이 가진 특유의 향도 좋아해요. 그래서 책을 좋아하다보니 손에 늘 책을 들고 있는 게 습관이 되었고, 그러다보니 호기심에 한 장 한 장 펴보면서 그렇게 다독으로 빠져드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인생독학』에도 등장하지만 저는 한 책을 정해서 끝까지 읽기보다는 여러 가지 책을 다른 공간에서 읽는 걸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다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게 되었어요. 예를 들어 거실에서 읽는 책, 침실에서 읽는 책, 화장실에서 읽는 책, 서재에서 읽는 책 등 이렇게 장소에 따라 선택하는 책들이 조금씩 다르거든요. 그런 책들을 그 장소에 놓아두고 그 곳에 머무를 때마다 조금씩 펼쳐보는 게 저의 다독 노하우랍니다. 그러면 정신사납지 않을까, 몰입에 방해를 받지 않을까 의심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예전부터 그렇게 하던 습관이 있어서 그런지 훨씬 더 그 장소에서 그 책에 더 몰입하게 되는 장점이 있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 책을 오래 읽는 것보다 여러 책을 한꺼번에 읽게 되면 지루함도 덜하고 책을 접할 때마다 늘 새로운 마음이 드는 것 같아 제가 좋아하는 독서방법이기도 해요.
지금은 육아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실 듯합니다. 시중에 여러 육아 책이 있는데, 선생님께서 쓰시는 육아 책도 재밌을 것 같은데요. 혹시 앞으로 쓸 책은 어떤 책인지 공개해주실수 있나요
앞으로 쓸 책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요, 아무래도 제가 지금 육아 전쟁터에 있고, 매일 매일이 초보 엄마 티 팍팍 내며 육아 삽질(?)중이다보니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이 생기기는 하더라고요. 그리고 엄마들이 모두 겪는 일이라 공감대도 형성할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래서 책을 기획한다면 육아 쪽으로 써보면 재밌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보고 있어요. 사실 저는 여행을 좋아하다보니 예전부터 여행 관련 에세이를 쓰고 싶은 욕심이 늘 있었는데요,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처럼 아기와의 여행 이야기를 담은 책이면 저에게도 의미 있고 독자들에게도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기도 해요. 물론 지금 아기가 너무 어려 이런 책을 쓰려면 아마도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겠죠?
인생 독학권희린 저 | 허밍버드
무엇보다도 핵심은 능동적인 삶의 태도로 제시하는 ‘인생독학’이란 키워드에 있다. ‘독학’은 ‘독’의 의미에 따라 3가지로 풀이되는데, 각각 책에서 지혜, 지식, 즐거움 찾기, 나다운 삶을 위해 깡다구 키우기, 고민의 답을 스스로 찾기이다. 공감과 조언, 삶의 방향까지 제시하는 이 책은 수다를 떠는 기분으로 읽기를 권한다. ‘어머, 이건 내 얘기야!’ 하며 감탄하는 사이 고민의 무게는 조금씩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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