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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메슥거림 (2)
그 봄, 내 가방 속에는
타고나거나 오랜 시간 형성되어온 입맛, 식성, 기호라는 것이 잠시 동안이기는 하지만 한순간에 바뀐다는 것이 이상했다. 심지어 나는 가족 모임에서도 지퍼백에 든 사과와 참외만 먹어 가족들을 놀라게 했다.
예전에는 외출할 때마다 어떤 책을 가방에 넣을까, 고민했다면 입덧이 시작된 뒤로는 과일을 몇 개 싸가지고 나갈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외출 시간이 길수록 과일은 많이 필요했다. 깎아서 잘게 썬 사과와 씨를 발라낸 참외는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자 외출의 동반자, 입덧의 위로자, 구역질 나는 세상에서 나를 건져내는 구원자였다. 나는 지하철 안이나 카페, 백화점에서도 지퍼백을 열어 과일을 꺼내 먹었다. 평소에 지칠 때마다 같이 고기를 먹고 기운 내서 글을 쓰던 옆 사람의 얼굴이 어쩐지 좀 쓸쓸해 보였다.
임신 육아 관련 카페에는 입덧에 관한 다양한 게시물이 올라와 있었다. 물에서 냄새가 난다는 사람부터 비빔냉면만 먹는 사람, 너무 많이 토해서 탈진한 사람, 아예 음식을 못 먹어서 입원해 링거를 맞는다는 사람의 사연까지. 읽고 있으면 고기를 못 먹는 것 정도는 무난하고 수월한 편에 속했다.
엄마는 입덧할 때 싫어진 음식은 나중에도 별로더라고 했고, 친구는 임신했을 때 많이 먹은 음식은 질려서 먹기도 싫다고 했다. 타고나거나 오랜 시간 형성되어온 입맛, 식성, 기호라는 것이 잠시 동안이기는 하지만 한순간에 바뀐다는 것이 이상했다. 심지어 나는 가족 모임에서도 지퍼백에 든 사과와 참외만 먹어 가족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면서도 몸무게가 줄지 않고 꾸준히 는다는 게 의아했다. 입덧은 처음의 양상에 멈추어 있지 않고 진화해서 2주쯤 지나자 공복 상태가 되면(실제의 공복이 아니라 공복인 것 같은 느낌만으로도) 속이 울렁거리는 이른바 ‘먹는 입덧’ 이 시작되었다. 당연히 내 가방 속에는 좀더 다양한 먹을거리가 들어앉게 되었고 나는 길거리 음식을 기웃거리는 신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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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문학수첩 작가상을 받으며 등단. 같은 해 창비 장편소설상을 탔다. 장편소설 『판타스틱 개미지옥』 『쿨하게 한걸음』 『당신의 몬스터』를 썼고 소설집으로 『당분간 인간』이 있다. 에세이 『소울 푸드』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