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김미경에게 궁금한 것은?
소극장 토크쇼는 오래된 꿈의 목록 중에 하나예요. 제가 51살인데, 지금 못하면 52살에는 어떻게 하겠어요.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없어질 텐데. 그래서 하기로 했죠.
글ㆍ사진 윤하정
201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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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40분. 공연 취재를 하면서 이렇게 이른 아침에 인터뷰를 하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인터뷰가 가능하다고 알려준 시간이 죄다 이 시간대라서, 상수동에 있는 그녀의 집필실을 찾아가며 요즘 가장 핫하다는 이 일대의 고요한 아침을 목격하고 있네요. 밤에 에너지가 돌아야 하는 공연계 사람과 달리 아침부터 꽉 짜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그녀는 누구일까요? 바로 스타강사 김미경 씨입니다. 공연을 취재하는 기자가 왜 김미경 씨를 만나냐고요? 그녀가 10월 10일부터 25일까지 KT&G 상상아트홀에서 토크쇼를 마련하거든요. 기자도 궁금합니다. 방송을 비롯해 수많은 강의와 책으로 대중을 만나는 그녀가 굳이 소극장 토크쇼까지 기획한 이유가요. 자, 함께 들어보시죠.  

 

김미경

 

“소극장 토크쇼는 오래된 꿈의 목록 중에 하나예요. 제가 51살인데, 지금 못하면 52살에는 어떻게 하겠어요.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없어질 텐데. 그래서 하기로 했죠.”

 

기존의 방송이나 대규모 강의와 가장 다른 점은 좀 더 긴밀한 소통일까요?


“그렇죠. 무대 아래로 내려가서 함께 얘기하고 만져주고. 공감이 폭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공간, 그게 소극장의 매력인 것 같아요. 강의를 하다 보면 ‘왜 이걸 나 혼자 해야 하나... 이건 누군가 나와야 하고, 이건 영상이 필요하고...’ 머리로 모든 연출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100% 내가 원하는 방법으로 구현해보고 싶었어요. 강의를 1~2천 명 있는 데서 하면 일방통행이 되잖아요. 그래서 소극장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있어요.”

 

피아노 연주도 하신다면서요? 작곡이 전공이니 팬들에게는 김미경 씨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겠네요.


“그것 때문에 미치겠어요. 요새 피아노 좀 쳐보니까 안 하길 잘했더라고요(웃음). 저한테는 강의가 전공이지, 피아노는 한때 꿈인 줄 착각한 전공이잖아요. 하긴 이게 아니라는 것도 꿈의 중요한 근거예요. 아닌 거 데리고 오랜만에 놀아보는 거죠. 피아노를 치는 건 잘 친다고 자랑하는 게 아니라, 꿈이 아닌 것에서 나왔다는 얘기를 하려는 거예요. 사람들은 누구나 내 꿈이 아닌 것에 한 번쯤은 갔다 오거든요. 그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얘기하려고요.”

 

이번 공연의 주제가 색다릅니다. ‘나 데리고 사는 법’인데요.


“나이가 들수록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나를 데리고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가장 많이 사고치고, 내 말을 안 들어주고, 내가 지시한 대로 움직이지 않고,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고... 나는 뭐하면서 살고 싶은지 꿈에 관한 것, 원치 않지만 겪게 되는 위기나 슬럼프를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나를 위로하고 끄집어 낼 것인가 하는 것들. 외부적인 힐링은 아무 도움이 안 되거든요. 무조건 모든 치유는 내부에서 일어나야 해요. 또 기어이 행복해야 하는 힘. 아무리 무너져도 다시 시작하는 힘은 나한테 있거든요. 이런 것들을 함께 얘기하고 싶어요.”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사실 가장 어려운 주제 아닌가요?


“사람들이 저한테 친근함을 느끼는 이유는 쉽게 말해주기 때문이에요. 쉽게 말할 수 있다는 건 제가 겪어봤다는 것이고, 공감이 되니까 쉬운 거거든요.”

 

김미경 씨의 강의는 대학교수들이 지식을 전달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내가 경험하고 알려주는 것에서 상대가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건 굉장한 자신감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이런 강의 자체를 외부적인 힐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내가 나를 좋아하니까요. 부족해도 나를 좋아해요. 저는 20대에 무지 가난했지만 스스로를 좋아했어요. 정상이니까. 27살 여자가 가난한 건 정상이잖아요. 그래서 나 같은 부류의 인간을 좋아하고, 그런 사람들도 나를 좋아해요. 잘나고 성공해서 자신감을 갖는 게 절대 아니에요. 사회적 지위나 성공의 지수는 관계없어요. 연예인이나 정치인 중에도 자신감 바닥 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자기를 좋아하는 방법을 모르는 거죠. 자기를 좋아하는 데서 출발하는 거예요. 강의는 힌트예요. 힌트가 내 몸에 들어와 내 체온으로 경험되면 치유가 되는 것 같아요. 인간은 자가발전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외부적인 자극이 끊임없이 필요해요.”

 

김미경

 

티켓 예매처를 보니까 30대 여성의 예매율이 절반 이상입니다. 그들이 김미경 씨를 찾는 이유는 뭘까요?


“힘들잖아요. 출발한 지 얼마 안 됐는데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점이에요. 중간정산을 계속 하는데 결과가 없으니까 불안하죠. 게다가 30대에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다 하잖아요. 직업, 결혼, 아이. 특히 여자는. 모든 중요한 숙제에 일단 답을 썼는데, 답이 맞는지 안 맞는지 너무 복잡하고, 이걸로 계속 살아야 하니까 더 힘든 거죠. 풀려고 결정했는데 더 꼬이기도 하고. 그럴 때 나보다 20~30년 먼저 산 사람한테 힌트를 얻고 싶은 거죠.”

 

올 초에 발간된 <살아 있는 뜨거움>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책으로 강의로 그렇게 하고 싶은 말씀이 많나요(웃음)?


“할 말이 많이 생각나요(웃음). SNS에도 매일 글을 올리는데, 10줄 올리는 글이 나중에 1시간 강의가 돼요. 제 강의는 저의 경험과 다른 사람의 경험, 그걸 싸는 논리와 깨달음. 이렇게 한 세트로 돼 있어요. 그게 늘 내 머릿속에서 습관처럼 일어나는 일이에요. 그런 식으로 매일 생산하는 거죠.”

 

멘토라는 게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그래서 따라가고 싶은 사람일 텐데, 모두가 ‘김미경화’되면 어쩌죠?


“안 따라왔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될 수도 없고. 우리 딸도 ‘김미경이라는 여자가 내 엄마인 건 좋다, 하지만 김미경처럼 살기는 싫다. 왜냐면 나는 다른 인간이니까.’라고 해요. 맞는 말이죠. 나는 멘토를 한 명만 두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와 가까워지면 나와 맞지 않는 게 들어나게 마련이거든요. 무언가 배울 때 가장 안 좋은 방법이에요. 저는 마음으로 삶의 스승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50명도 넘어요. 각각의 좋은 점을 생각하는 거죠. 저한테 멘토라고 하면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해요. 대신 50명 중에 하나면 좋습니다(웃음).”

 

김미경 씨에게는 멘토, 오피니언 리더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그만큼 언행에 영향력이 있고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말일 텐데요. 예스24에는 공백기 이후 처음으로 기사화되는 만큼 컴백 여부나 시기에 대해서는 어떤 판단이 있었는지 언급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물리적으로 조율했던 건 아니에요. 결국은 내 마음의 움직임. 내 인생에 운명적으로 와버린 일이고, 닥친 일이고, 하지만 나는 내 인생을 살아가야 하니까요. 멘토로서 얘기를 한다면 반성이든 깨달음이든 내 마음에서 충분히 해석하고 끌어갈 수 있는 힘이 생겨야 가능한 거죠. 내 마음이 준비가 안 됐다면 내 말이 하나도 힘이 없잖아요. 작년이 스스로에게 몰입해서 가장 생각이 많았던 때예요. 그래서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항상 꿈을 강조하시는데, 10년 뒤에는 어떤 모습일까요?


“그걸 모르겠어요. 사람들은 제가 5년 뒤, 10년 뒤를 계획한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그냥 동시다발적 하루를 살면 돼요. 오늘은 오늘 하루뿐만 아니라 10년 후 그날까지 이틀을 사는 거예요. 오늘 우리가 이렇게 만났잖아요. 내 몸이 세게 한 번 움직인 거예요. 이건 10년 뒤에 또 다른 인연이 될 거예요. 매일매일 몸을 세게 움직여서 내 미래의 기운을 흩트려 놓는 거죠. 그걸 골든타임이라고 하는데, 생각해보니 중요한 순간의 10년 전에는 항상 센 움직임이 있었어요. 그래서 오늘이 중요하지, 10년 뒤는 중요하지 않아요. 오늘 열심히 살면 10년 뒤도 동시 저장. 오늘과 건강이 가장 중요한데, 우리는 그 외의 재료를 가지고 너무 걱정하죠. 참, 내년부터는 활동을 줄이고 공부를 하려고 해요. 물리학, 양자역학, 수학 등을 공부하고, 이걸 통해서 다른 얘기를 해볼까 해요.”

 

김미경 씨는 인터뷰를 마치고 강의 때문에 바로 대구에 간다고 했습니다. 나름 강의 성수기인 가을철이면 하루에 두 개 정도의 강의가 잡힌다고 하네요. 영어회화 강사도 아니고 몸짱 만들기 운동코치도 아니고, 도대체 사람들은 무엇이 궁금해서 그토록 그녀를 찾는 것일까요? 아마도 행복하게 잘 살고 싶기 때문이겠죠? 답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힌트마저 제대로 구할 수 없는 우리 인생을 말입니다. 여러분은 김미경 씨에게, 아니 살면서 무엇이 궁금한가요? 그녀가 정답을 제시할 수는 없겠지만 다양한 힌트는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김미경 씨와 긴밀한 소통을 원한다면 10월 10일부터 25일까지 KT&G 상상아트홀에서 열리는 <김미경의 톡앤쇼(Talk & Show)>에서 세게 한 번 몸과 마음을 움직여 보시죠!   

 

 

 

 

 

나 데리고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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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나 데리고 사는 법
3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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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보석

2014.09.29

오래된 꿈인 소극장 토크쇼를 하게 되신것 축하 드립니다. 주제도 마음에 듭니다. 김미경씨의 강의를 듣고나면 속이 후련해지고, 치유가 되는 느낌을 받곤 했었어요. 나이가 들어 갈 수록 내 자신을 더 챙기면서 살아야 한다는걸 깨닫게 되네요. 내년부터는 물리학, 양자역학, 수학 등을 공부하신다고요. 어려운 분야인것 같은데 열심히 하셔서 그것과 관련된 멋진 이야기들도 듣게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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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NY

2014.09.25

그동안 김미경 강사의 강연과 책을 열심히 읽고 본 독자로서 그녀가 침체기였던 공백기를 지나 자신이 원하던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는 소극장 토크콘서트를 기획했다는데 작은 응원을 보내고 싶네요. 자신에 대한 끝없는 고민과 실천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용기와 자극을 함께 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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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4.09.25

톡앤쇼라면 참여자들에게 멘토처럼 다가오는 쇼인가요. 전과는 다른 모습 스타일인것 같네요.
스스로의 문제에대해 누군가에게 물어 방향을 찾아갈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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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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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지난 30년간 강연 무대와 TV, 유튜브를 종횡무진 오가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도전, 열정을 불러일으킨 대한민국 최고의 강사. 180만 유튜브 채널 김미경TV의 크리에이터이자 <김미경의 리부트> <김미경의 마흔수업>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펴낸 작가다. 시골 엄마로부터 억척스러움과 강철체력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그녀는 평생 열심히 살면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라 믿었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났고 10%만 준비되면 바로 시작했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 먼저 도전해보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난 자신의 경험을 무수히 많은 강연과 책으로 만들었다.그러나 펜데믹과 함께 강연이 사라지면서 시작하게 된 그녀의 새로운 도전은 녹록치 않았다. 그녀의 새로운 꿈이자 사명감으로 시작했던 회사는 1년 반 만에 직원 100명의 스타트업으로 초고속 성장했지만 정작 그녀 자신은 외롭고 불행해져갔다. 뒤이어 찾아온 위기 속에서 회사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의 끝까지 자신을 밀어붙였지만 그 끝에서 발견한 것은 심각한 번아웃과 공허였다.죽을 것 같이 힘들었던 인생의 밑바닥에서 그녀는 ‘딥마인드’를 발견했다.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오랫동안 잠들어있던 엔진의 스위치를 켜고 스스로를 다시 살려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딥마인드가 가진 강력한 치유와 통찰의 힘을 발견했고 이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완전히 바꿨다. 끌려 다니는 삶을 멈추고 딥마인드로 자신이 진짜 원했던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그녀는 다이어리에 딥마인드 토크를 쓰면서 진정한 삶의 주인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서 건져 올린 진실한 말들을 사람들과 나누며 오늘도 열심히, 행복하게 살고 있다. 유튜브 @MKTV 인스타그램 @mikyungkim_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