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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 연습의 행복한 감정

행복한 몰입과 편안한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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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에게 연습과 몰입, 그리고 여기서 느끼는 행복한 감정과 축복된 결과 맞이 등의 과정을 어떻게 알려줄까?

유학 기간에 학회발표에 참가했을 때의 일이다. 오랜만에 만났고 그 사이 궁금한 점이 많아서인지 오전 학회등록을 전후해서 참석자 대부분이 참새떼처럼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지난 못다 한 이야기를 채우고 있었다. 커피와 비스킷을 들고 반가운 얼굴들과 맛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 학회의 최대 장점일 것이다. 학생 신분으로 책이나 논문에서만 보던 저명한 학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발표도 듣는 것은 생생한 감동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특히 이날은 평소 만나고 싶었던 대가의 이름을 이미 프로그램에서 확인해둔 터라 기대감은 더 했다. 대가의 발표시간은 오후로 예정되어 있어서, 오전 시간은 편안한 마음으로 다른 발표자들의 연구내용을 들었다. 오전 발표 시간 중에 잠시 티타임이 있었고, 이때 처음으로 대가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짧은 휴식시간이라 간단한 인사밖에는 나누지 못했지만 넉넉하고 후덕한 인상을 받았다. 그 분의 후덕한 모습으로 그저 과거의 경력과 쌓인 명성 때문에 사람들 입에 회자되는 것 아니었을까 슬그머니 기대치를 낮추고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대가의 틀은 골기가 서려 있고, 눈빛이 매섭고 학풍이 선연한 그런 분이었는데.

 

점심시간이 되면서 학내 이곳저곳과 학교 인근의 작은 카페와 커피숍들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참석자들을 접할 수 있었다. 빗줄기가 잠시 지나가면서 학내와 야외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건물 내로 이동하면서 시끌벅적하던 주변이 정리되고 있었다. 이 사이로 주변 사람들 때문에 잘 보이지 않던 조그마한 카페가 내 시야에 드러났고, 그 찰라는 지금도 잊히지 않는 모습으로 남아있다. 내리는 빗줄기로 차양에 맺힌 빗방울들이 카페 앞을 하염없이 적시는데, 차양 끄트러미 경계 정도쯤에서 한없이 몰두한 모습으로 오후 발표자료를 연습하던 대가의 모습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정말 편하게 몰입하고있는 대가를 보면서 나의 얕은 오판은 순식간에 걷혔다.

 

허명도 아니고 과거 경력에서 생긴 유명세도 아님을 대가의 발표를 들으면서 다시 한 번 느꼈다. 자타가 공인하는 대가임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자기노력과 연습,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는 얼마나 무한한 감동을 주는가? 이날 대가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값진 시간을 참석자들에게 선물해 주었다. 후덕하고 편안한 모습은 즐겁게 자기 일에 몰입할 때 발생하는 행복한 엔도르핀 때문에 나타났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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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대가로부터 받은 감동은 이후 나의 행동에 멘토(Mentor)로 작용하였다. 전에 귀찮게 여겼던 연습과정을 즐겁고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고, 이후 다가오는 결과는 나뿐만 아니라 나를 평가하는 이들까지 행복하게 해주었다.
박사 학위 과정 중 치루게 되는 해외 학술대회 발표 시에도 이러한 프로세스를 적용해보았다. 발표일 보다 몇 주 전부터 발표원고를 작성해두고, 여유시간이 있을 때마다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다양한 표정을 섞어가면서 발표연습을 했다. 발표 당일 오히려 나의 발표가 기다려지고, 발표를 듣는 분들과 교감을 나눈다는 느낌에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순전히 이러한 연습이 가져다준 결과였다.

 

유학기간이 정리되면서 마지막 중요한 과정에 다다랐다. 학위논문을 최종 디펜스하는 구술 면접시험(Viva, Oral Examination) 당일 있었던 일이다. 결과에 따라 학위논문을 받지 못할 수도 있는 중요한 발표와 질의응답 시간이었지만 이상하리만큼 발표장에서는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사실 지난 몇 주간 치열하게 발표 및 심사위원 구두 질문에 답변을 준비해온 이유도 있었지만, 당일 아침 있었던 놀라운 경험 때문이기도 했다.


평상시보다 조금 이른 아침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지난 학위과정 기간 진행했던 연구 과정과 결과들이 마치 영상이 지나가듯 스쳐갔고, 발표와 질문에 대해 준비했던 몇 주간의 연습자료는 영상의 곳곳을 잠시 멈추는 역할을 하면서 선명하게 모든 것을 되새길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러한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논문의 결론 부에 대한 발표준비를 마쳤을 때는 집이 아닌 학교에 도착해 있었다. 집을 나서고, 길을 걸어서 발표장이 있는 학교에 도착하던 과정은 평상시 입력된 행동패턴에 따라 움직였으리라! 하지만 스스로 느낀 놀라우리만큼 행복한 몰입과 편안한 연습은 당락을 떠나 그 순간 가장 만족스럽고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연습과 몰입, 그리고 여기서 느끼는 행복한 감정과 축복된 결과 맞이 등의 과정을 어떻게 알려줄까? 직장에 취업을 준비하면서 프리젠테이션을 하게 되었을 때는 한편으로 떨리기도 하고, 혼자만의 조용한 공간에서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아이들에게 생생하게 준비하고 연습하는 모습을 보여줄 좋은 기회가 될 것 같기도 했다. 발표장 근처에 편안한 숙소를 정해놓고 가족 모두 여행 가듯이 떠났다. 아이들에게는 어떤 발표를 어떠한 목적으로 할 예정인지를 알려주고, 차로 이동하면서, 숙소에서 그리고 음식을 먹으면서 수시로 발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처음에는 어색하고 아이들도 낯설어했지만, 열심히 준비하는 아빠의 모습이 아이들에게 전달되기를 간절히 기대하며 연습 모습을 되풀이하면서 보여주었다.


스스로도 혼자 와서 연습하다가 발표하러 가는 것보다 훨씬 가슴도 훈훈하고 안정되어 갔다. 원하던 직장에 취업하고 난 후, 가족들과 가끔 그때를 기억해 본다. 마음 한편에서는 원래 구상했던 ‘몰입과 연습’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먼저 아이들이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꼭 아이들이 독립하기 전에 이 소중한 경험과 뿌듯한 감정을 가슴속 가득 담아가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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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필요한 순간들 여기태 저 | 카시오페아
이 책은 지난 10년간 저자가 경험한 초등학교 입학부터 대학졸업까지 아빠만이 할 수 있는 인생 멘토링이 풍부한 사례와 더불어 실려있다. 여교수는 아이가 힘든 순간에 아빠의 목소리를 떠올리는 것, 그것이 아빠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 조언한다. 또한 아이가 인생을 살면서 넘을 굽이길을 현명하게 잘 넘어갈 수 있도록 좋은 습관을 몸에 붙일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아이를 사랑하지만 표현할 방법도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모르는 아빠들과, 아빠가 제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엄마들에게 적절한 길을 제시해주는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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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여기태

현 인천대학교 교수. 대부분의 한국 아빠들처럼 육아는 뒷전으로 앞만 보고 살았다. 해외체류 기간을 거치면서 자녀들의 생각, 자녀교육, 자녀독립에 대한 무지함과 절실함을 느끼고, 특히 아빠 역할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갖게 되었다. 살면서 아이가 힘든 순간에 아빠의 목소리를 떠올리는 것, 아빠의 가르침을 가슴속에 안고 살아가는 것. 그것이 아빠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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