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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성은 남성의 성보다 우월하다

『사랑은 왜 불안한가』 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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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일. 이화여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린 ‘칼럼니스트 김경과 함께 하는 책+영화 특별 GV’의 시간이 열렸다. 김경이 함께한 영화는 <커피 한잔이 섹스에 미치는 영향>이었고, 도서는 『사랑은 왜 불안한가 : 하드코어 로맨스와 에로티즘의 사회학』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김경은 객석에 이야기를 걸었다. 그는 “이 영화를 보면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고 운을 뗐다.

궁금했다.  <커피 한잔이 섹스에 미치는 영향>이라니. 커피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것이었다. 커피가 일상으로 녹아든 시대. 혹자는 커피를 일상의 엔진오일이라고 했다. 커피 한 잔이 때론 하루를 지탱할 힘을 준다. 그만큼 커피는 유혹적이다. 그 자체로 일상을 견딜 만하게 만들어주는 주문이다. 그런 커피가 섹스에게 어떤 영향을 준단 말인가.

 

물론 영화에서 커피는 맥거핀이다. 커피는 주인공 애비의 마음을 대변하는 요체다. 커피를 통해 그녀는 자신만의 섹스 원칙을 갖는다. 여기서 말한 섹스는 놀라지 마라. ‘매춘’이다. 그런데 이 매춘, 묘하다. 우아하고 지적이다. 아름답기까지 하다. 매춘이라는 단어가 주는 뉘앙스와 조화가 되지 않는 수사라고?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면 충분히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경도 이렇게 인간적이고 따뜻한 매춘 행위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경은 이 영화에 상찬을 쏟는다.

 

작가만남-김경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지는 영화

 

김경은 이 영화가 무척 좋았다. 얼마 전 보았던 <가장 따뜻한 색, 블루>와 비슷하면서 달랐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울다 웃다 무척 재밌게 봤다고 한다. 거칠게 설명하자면, 이 영화, 레즈비언 영화다. 영화에 몰입해 울면서 봤다고 했다. 함께 본 남편이 영화가 끝난 뒤 말했단다. 영화를 보고 여자들이 레즈비언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그만큼 매력적이라는 뜻이었다. 그는 남편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남편에게 답해줬다. 당신을 만나기 전 저런 멋있는 여자와 하룻밤을 보냈다면 레즈비언이 됐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커피 한잔이 섹스에 미치는 영향> <가장 따뜻한 색, 블루>보다 좀 더 나이가 든 버전이다. 이십대에서 사십대로 건너뛰었다. 그럼에도 후자보다 조금 더 쿨하고 산뜻하게 풀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 김경의 영화 감상평이다. 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패션디자이너 중의 한 명인 칼 라거펠트의 이야기를 풀었다. 참고로, 칼은 동성애자다.

 

“칼이 인터뷰를 하면서 어머니에 대해 언급을 한 적이 있다. 어린 칼이 어머니에게 물었단다. 엄마, 호모섹슈얼이 뭐야? 아티스트였던 어머니는 ‘머리 색깔 같은 것’이라며 누구는 금발, 누구는 갈색인 것과 같다고 말해줬다. 나는 이렇게 명쾌하고 우아하게 표현한 예를 본 적이 없다. 이 영화를 보면서, 60여 년 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배경에서 자란 사람들은 이런 영화를 만들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 영화는 동성애적인 이슈를 부각하지 않는다. 중년 여성의 섹스와 권태를 발랄하고 재밌고 우아하게 푼다. 굉장히 놀랐다. 이슈화 하지 않고, 누군가는 혐오나 동정을 하겠지만, 자연스럽게 풀어가면서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도록 풀었다.”

 

김경은 영화 보는 내내 감정이입을 했다. 늦게 결혼한 그에게도 결혼은 어쩔 수 없는 일상이었다. 산더미 같은 빨래와 그걸 널어야 하는 건조대를 째려보면서 절망할 때가 많았다고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영화 속에서도 그런 장면이 나온다. 레즈비언 커플이 이성애자 커플과 다를 거라고? 아니다! 이 영화의 미덕은 그것이다. 레즈비언 영화지만 ‘레즈비언’이라는 단어를 지워도 좋다. 

 

“여러분은 어떤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나. 나는 전자렌지에 아이를 넣고 돌리는 상상을 육아잡지에 기고한다는 내용이 재밌었다. 또 인상적이었던 것은 재밌는 것은 그녀는 청소기를 돌릴 때도 책을 본다. 그녀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은, 지성미도 있고, 16세에 기숙사에서의 경험을 두려워 않고 열어둔 덕이다. 이성을 사랑할지 동성을 사랑할지 스스로 결정한 것이다. 다른 여자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은 그녀가 읽은 책과 자기만의 직관과 도덕을 중요하게 생각한 덕분이었을 것이다.”

 

주인공 애비는 중년이었지만 그것에 갇혀 있지 않았다. 가사일 뿐만 아니라 자기 욕망과 사회적 교감을 하고 싶은 갈증이 있었고, 이를 풀고 싶어 했다. 아파트를 사서 고치는 과정에서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보고 이를 해소한다. 그것은 어떻게 설명하든 매춘행위다. 그럼에도 그렇게 인간적이고 따뜻한 매춘행위를 본 적이 없다는 감상평이 나올 정도다. 영화가 그렇게 포장한 것 아니냐고? 글쎄, 영화를 본다면 그 감상평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작가만남-김경

 

성적 판타지는 죄가 아니다!

 

김경은 『사랑은 왜 불안한가』를 읽고, 이 영화가 판타지임을 알았다. 더욱 흥미롭게도 현실적으로 있을 수 있는 판타지. 김경의 설명에 의하면, 감독은 레즈비언 커플이다. 이 영화는 베니스영화제, 선댄스 등에서 주목을 받았다. 감독은 이전에 광고계에 있다가 이 영화로 영화계 첫 데뷔를 했다. 김경은 좋은 영화를 만든 힘의 근원은 상상력에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낸시라는 과학자는 여자들에게 억압되고 금기시 된 것 때문에 생긴 문제를 성적 판타지를 통해 어떻게 해소했는지에 대한 책을 썼다. 이것은 성적 판타지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만들 수 있는 창작물이라고 본다. 어렸을 때 야한 상상을 하면 왜 이러지, 미쳤나, 병원에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같지 않다. 자기만의 성적 판타지에서 자유로운 사람만이 나아갈 수 있는 창작의 세계가 있다.”

 

그는 거듭 강조했다. 상상은 죄가 아니다! 결혼이나 성생활이 권태로우면 성적 판타지를 꿈꿀 수 있다는 것. 이런 과정을 거쳐 자신의 성생활을 개선할 여지도 생긴다. 흥미로운 것은 성적 판타지가 없는 사람들이 자기계발서에 의존하려 한단다. 그는 그런 자기계발서의 대표로 ‘그레이 시리즈(『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꼽았다. 미국에서 발간 초반 ‘해피포터 시리즈’만큼 많이 팔린 이 소설은 ‘엄마의 포르노’라는 애칭(?)을 얻었을 정도다. 노골적인 성애 묘사로 중년 여성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고, 전 세계 51개 언어로 번역됐다.

 

“그레이 시리즈에서 남자 주인공은 SM취향이지만 젊고 매력적 최상류층이다. 그런 그가 가난한 여자를 사랑하면서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료한다. 남자는 여자에게 강력한 성적 쾌락도 주고, 부도 주고, 사회적 지위도 안겨준다. 말도 안 되는 캐릭터다. 그런데 그 책이 나온 뒤, 수갑세트, 눈가리개 등 성인용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주인공들의 특별한 옷차림, 음악 편집앨범까지 나왔다.”

 

『사랑은 왜 불안한가』의 작가 에바 일루즈는 그런 현상이 너무 신기하고 의아했다. 문학적 작품성이 없는 책(『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이 어떻게 그렇게 많이 팔리고 영화화까지 될까? 그래서 그는 이 책을 사회학적으로 고찰한 『사랑은 왜 불안한가』를 펴냈다. 그는 ‘그레이 시리즈’가 과거 큰 인기를 끌었던 ‘할리퀸 시리즈’의 새로운 대안으로서 SM과 자기계발서를 넣고 버무렸다고 주장했다. 에바는 ‘평균치의 여성’들이 이 책을 좋아한다고 꼬집었다.

 

“평균치의 여자들은 어떤 여자들이냐고 물었다. 자기계발서에 혹하는 여자들을 평균치라고 본다고 에바는 말했다. 어떤 사람은 자기계발서가 시키는 대로 뭔가를 하고 산다. 생각해 봐라. 우리들의 성생활이 시들해진 중요한 이유는 너무 강력해진 소비사회 때문이다. 애비의 파트너인 케이트는 사회적 성취에 대한 욕망이 강하고,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애비의 마음을 몰라주고 관심을 주지 않아서 애비가 일탈을 한 거지. 성공하거나 더 갖고 싶은 욕망에 맞춰 일하다보면 섹스 할 시간이 없잖나. 그래서 사람들은 뭔가를 사면서 불만스런 성생활을 무마하려고 하잖나. 그런 의미에서도 이 영화가 무척 재밌었다.”

 

김경은 꼭 마지막으로 얘기하고 싶은 게 있다며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언급했다. 그 책에는 클리토리스의 역사가 긴 지면에 걸쳐 할애된다. 그는 서른 초반까지도 클리토리스를 몰랐다고 말했다. 사춘기 시절, 클리토리스 자극을 통해 느낀 쾌감이 오르가슴인지도 몰랐었다. 버지니아 울프의 책에 의하면, 질을 통해 오르가슴을 못 느끼고 클리토리스를 자극하거나 애무하면서 오르가슴을 느끼는 여성이 더 많다. 그게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는 극중 애비가 보는 『제2의 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책은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고 교육되고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여성 스스로 발견하는 오르가슴의 행방을 찾아서 배우자를 찾다보니 레즈비언이나 게이가 된다고 책은 주장한다.    

 

“에로티시즘의 자기계발을 하고 싶다면, 그레이 시리즈보다는 이런 영화를 친구들과 함께 봐라. 그래서 클리토리스가 뭐냐, 어디에 있는 것이냐, 이런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 남자들도 여자친구나 부인과 그런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누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성생활을 할 수 있다. 클리토리스는 여자들끼리만 나누는 것은 아니거든. 남자들도 배워야 한다.”

 

작가만남-김경

 

칼럼니스트 김경과 이야기를 나누다


영화를 보면서 커피라는 단어가 인상적이었다. 섹스를 하기 전, 커피를 마시는 것이 관계를 더 깊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커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커피가 섹스에 미치는 영향은 잘 모르겠지만(웃음). 매춘은 낯선 사람과 돈을 주고받으며 섹스를 하는 것이지, 매춘을 하기 전 커피 한 잔을 한다는 건 생각도 못할 일이다. 그렇다고 익숙한 관계에서 일부러 섹스하기 전에 이런 절차를 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그런데 극중에서 나이 든 여성고객이 주인공에게 그런다. 남편이 너무 젠틀해서 뭐든 하기 전에 묻는다고. 묻지 말고 했으면 좋겠다고. 에바 일루즈의 『사랑은 왜 불안한가』에도 그런 이야기도 나온다. 이 책은 이성의 관계가 처한 딜레마를 폭로하고 탐색한 책이다. 오늘날 페미니즘이 실패한 것이, 남녀평등은 섹시하지 않다. 침대에서의 평등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게임이나 연극이라고 생각하면서 노예와 주인 놀이를 한다고 생각하면 섹시하다. 야~ 벗어, 이러면 더 섹시하잖나.

 

파티에서 한 남자가 주인공에게 다가가 언제 레즈비언이 됐냐고 묻는다. 내가 이해하는 동성애는 다르다. 어떤 계기보다는 선천적으로 부여받은 섹슈얼리티가 아닌가?

 

나도 옛날에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영화에 나오는 『제2의 성』도 그렇게 얘기하는 책은 아니다. 남자와 여자에 대한 역할이나 행동이 사회적으로 길러진다고 본다. 이성애가 이른바 ‘정상적’인 남녀관계인 것처럼 제도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본다. 나도 게이 친구를 많이 만났다. 어떤 경험을 하고 그 경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정직한 자신의 반응에 따라 이성애자였지만 동성애자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어떻게 보면, 우리 모두 양성애자가 아닐까 싶다.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 인생을 살아가는 게 재밌고 흥미진진하지 않을까. 보통은 동성애 친구들이 익숙하지 않다. 그런데 그런 환경에서 자라면 자연스럽게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영화를 두 번 봤다. 결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주인공이 화면을 향해 관객을 응시하는데, 관객이 행복한지 묻는 감독의 의도일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나?

 

감독이 열린 결말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싶다. 산뜻하지 않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 영화를 보고 남편에게 물었다. 당신이 날 사랑하는 건 아는데, 내가 좀 똘끼가 있어서 어쩌다 매춘을 하는 상황이 되면 날 용서해줄 수 있어? 남편이 답을 못하더라. 아무리 사랑해도 매춘 행위를 덮어주고 같이 갈 수 있는 남편이 있을까? 그런 남자들, 문학작품에선 봤다. 이 영화는 그것이 여자들이어서 그럴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여자들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과학자들이 말했다. 여성의 성은, 남성의 성보다 우월한 체계를 갖고 있다. 사정 중심의 섹스(관) 때문에 여성이 만족하지 못하거나 두려워하거나 (섹스가) 재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 여자들에겐 삽입이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남자들이 그걸 알려고 하지 않고 삽입만 하려니 문제다. 애비는 매춘을 하지만, 그의 섹스파트너들에게 어떤 정신과의사보다 더 나은 상담을 해준다. 자신의 성을 탐구하는데 죄책감을 갖지 마라. 애비와 같은 일탈을 쉽게 하면 안 되겠지만(웃음). 대신 마음껏 성적 판타지를 발휘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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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왜 불안한가 에바 일루즈 저/김희상 역 | 돌베개
인간의 감정을 폭넓게 연구하는 데 몰두해온 여성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가 ‘섹스의 사회학’이라 불릴 만한 새 작품 『사랑은 왜 불안한가』로 다시 독자들을 찾았다. 전작 『사랑은 왜 아픈가』로 한 번쯤 사랑의 고통에 몸살을 앓아본 사람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저자는 신작에서도 ‘사랑의 심리학을 넘어서는 사랑의 사회학’ 연구를 이어나간다. 이번에 일루즈가 분석대상으로 삼은 분야는 ‘하드코어 로맨스’, 그중에서도 사도마조히즘BDS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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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사랑은 왜 불안한가

<에바 일루즈> 저/<김희상> 역8,820원(10% + 1%)

현대인이 직면한 사랑의 어려움과 불안,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욕구에 대한 사회학적 통찰 사랑은 왜 아픈가』의 맥을 잇는 에바 일루즈의 최신작 인간의 감정을 폭넓게 연구하는 데 몰두해온 여성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가 ‘섹스의 사회학’이라 불릴 만한 새 작품 『사랑은 왜 불안한가』로 다시 독자들을 찾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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