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정리, 왜 필요한가?
『관계정리가 힘이다』윤선현 저자 강연회
관계는 삶의 질을 결정짓는 주요한 요소이다. 우리는 다양한 관계 안에서 행복과 불행을 동시에 느끼며 살아간다. 내 마음 같지 않은 관계의 틈바구니 속에서 현명한 관계정리란 무엇일까?
지난 5월 26일, 홍대 가톨릭회관은 『관계정리가 힘이다』를 펴낸 윤선현 저자의 강연을 듣기위한 독자들로 가득 찼다. 저자는 2년 전 정리에 대한 노하우를 담은 『하루 15분 정리의 힘』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뒤, ‘국내 1호 정리 컨설턴트’로 불리며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다. 『관계정리가 힘이다』는 정리의 개념을 ‘관계’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실제적인 지침을 담고 있다.
관계 정리는 왜 필요한가?
우리는 복잡하게 얽힌 관계망 안에서 여러 종류의 관계들을 영위하며 살아간다. 서로가 상호간의 애정을 바탕으로 한 우정도 존재하지만, 사회생활에서 맺게 되는 불가피한 관계들도 상당하다. 저자는 “갈등이 발생하는 건 주로 사회적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지만, 관계 정리는 개인적, 사회적 구분 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타인은 모두 내 마음 같지 않고,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뒤따른다. 심지어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가족 사이에서도 힘이 들기 마련이다. 여기 계신 분들이 사회생활을 비롯한 다양한 관계에서 여러 가지 불편함을 느껴본 적이 많을 것이다. 해결책을 드리기 보다는 어떤 식으로 정리할 수 있을지 방향을 알려드리고 싶다. 관계는 쉼표 같은 존재이다. 관계 정리는 여태 맺어왔던 관계를 점검하고 정신적, 실질적으로 풍요로워지는 관계에 집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윤선현 저자는 관계정리의 실행 매뉴얼을 실천하기에 앞서, 우선 스스로가 느끼는 좋은 관계의 정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관계가 자기 자신에게 좋은지에 대한 성찰 없이는 정리의 기준을 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좋은 관계의 정의는 각각 다를 수 있다. 나의 기준은 ‘현재 원하는 삶을 함께할 사람들’이다. 기본적으로 관계는 서로 나누는 것이다. 하지만 주고받는 것이 꼭 0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관계의 저울을 0에 맞추려고 하면 할수록, 우리의 관계는 삐걱대기 시작할 것이다. 관계에서 주고받는 게 명확해야 한다는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과 똑같은 마음으로 관계 맺기는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관계에 대해 어떻게 정의를 하느냐에 따라 효율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좋은 관계란 아주 심플한 것이었다. 일방적으로 주거나, 일방적으로 받는 것이 아닌, 서로 주고받는 것이었다. 관계란 억지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상대방을 조금 더 알고 싶다는 마음, 한 번 더 만나고 싶다는 마음, 뭐라도 더 주고 싶다는 아주 사소한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이었다. (『관계정리가 힘이다』23쪽)
저자는 관계를 정리할 때 새롭게 정의내리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의 경우 주소록에서 직접 차별화를 둔다. 최근 3개월 간 만난 사람들 중에 특별하다고 생각한 사람에는 별표를 쳐서 일종의 표식을 지정한다고 한다. 관계를 정리하면서 자기만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관계 정리의 출발은 전화번호 삭제
저자는 가능한 빠르게 불필요한 전화번호를 삭제하는 것을 추천한다. 관계정리 후 남아있는 관계는 수시로 연락하고 지역분류, 특강분류 등 개별적으로 시스템 안으로 넣는 방식으로 소통하도록 강조한다.
“집 정리의 순서가 ‘정리->정돈->청소’이듯이, 연락처 정리 역시 불필요한 연락처를 삭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잡동사니 연락처가 사라지고 나면 소중한 사람들만 남기 때문에, 그때부터는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도 연락을 하는 것도 쉬워진다. ‘불필요하다’는 말이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이젠 떠나온 동네의 중국집 전화번호를 포함해 누구나 연락처엔 지울 번호 하나쯤은 있게 마련이다. 이를테면 1년 이상 연락하지 않은 사람, 앞으로 서로 연락할 일 없는 사람, 내 삶을 방해하거나, 안 좋은 감정을 주는 사람 등의 기준을 참고하여 지금 바로 연락처를 삭제해보자” (『관계정리가 힘이다』170쪽)
“『하루 15분 정리의 힘』을 펴낸 이후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정리에 대해 고민했다. 그 중 가장 간단한 미션은 ‘하루에 한 개씩 버리라’는 것이다. 실제로 어떤 물건, 전화번호 등 하루 한 개씩 정리한 것만으로도 새로 시작하는 순환을 만들어준다. 이런 지침은 실제로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먼저 주소록의 전화번호를 지우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지난 몇 년간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은 이들은 지워본다. 삭제하는 기준은 각자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뜸한 관계들은 과감하게 삭제해보자. 실제로 며칠 간 300여명을 지운 분의 경우, 지우는 행위 이후 관계의 질이 높아졌다고 이야기하셨다. 의외로 전화번호를 지운 것만으로도 관성적인 관계들에 대해서 성찰하게 되고 중요한 관계에 집중하게 만들어준다.”
관계 정리는 커피를 고르듯 쉬울 수 있다
우리가 살면서 정확한 수치로 느낄 수는 없지만, 관계의 절박함을 느낄 때가 있다. 특히 무언가 삶의 중대한 이벤트가 생겼을 때 관계의 양적인 힘을 필요로 하는 게 사실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은 더 이상 왕래가 없는 관계도 쉽사리 미련을 끊지 못하고 억지로 이어간다. 저자는 이처럼 관계정리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커피 고르기로 비유하며 쉬운 매뉴얼을 제공한다.
“이번 책을 쓰면서 ‘카페’를 하나의 매개체로 삼았다. 책 커버에도 커피가 있다. 카페에서 낯선 사람들의 대화를 관찰하면서 평범한 공통점 하나를 발견했다. 그건 바로 대화의 주제가 자신이 아닌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갈등 상황에서 상대방에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주변 사람들에 대한 작은 불만, 사건들에 얼마나 심적인 에너지를 차지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끊어낼 수 없는 관계에서 어떻게 쉽게 전달할지 고민하다가 커피 고르기에 비유했다”
“커피숍은 관심과 선택의 키워드가 일치하는 곳이다. 커피를 고를 때 각자 좋아하는 취향에 따라 선택한다. 예를 들면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는 비교하지 않으면서, 관계에서 왜 자신과 남을 비교하려고 들까?’, ‘휘핑크림은 빼달라고 쉽게 말하면서, 휘핑크림은 같이 유해한 사람은 거절하지 못할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그러면 스스로 어떤 관계를 정리해야 하는지 커피 고르듯 단순해질 수 있다.”
저자는 많은 이들이 관계정리에서 거절의 공포를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관계가 지속되면 서로에게 어느 부분까지 수용할 수 있을지 한계선을 정해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부드러운 거절을 위해 세 가지 팁을 제시한다.
“사람들이 일정한 거절을 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 첫째는 완곡하고 부드러운 어조로 거절하는 것을 연습하라. 두 번째는 그 자리에서 바로 답하지 말고, 답변을 준비하라. 세 번째는 정중한 거절의 표현이 전달될 때까지 반복하라.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거절 할 때 쓰는 방법이 있다. 추후로 결정을 미루는 습관이 많다. 제대로 거절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거절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방법이다.”
검은 빨대 수배하기
빨대는 액체를 빨아먹기 위한 용도로 쓰인다. 그런데 살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유난히 에너지를 뺏어가는 관계를 접하게 된다. 저자는 이런 관계를 ‘검은 빨대’로 정의한다.
“검은 빨대는 에너지 뱀파이어이다. 쉬운 말로해서 검은 빨대들은 사람을 이용하기만 하고 진지하게 관계를 맺지 않는다. 그들은 나에게서 소중한 것을 빼앗아간다. 그것이 시간, 돈, 감정, 에너지 등 다양한 대상일 수 있다. 그들에게서 멀어지는 것은 스스로의 에너지를 비축하는 길이다. 무엇보다 검은 빨대와 관계 맺는 동안 중요한 사람들과 함께할 시간을 빼앗는 것이다. 검은 빨대는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우리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아니다. 만약에 당신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고 싶다고 하더라도, 그 나무는 오직 한 소년에게만 아낌없이 주었다. 만약 그 나무가 찾아오는 모든 사람에게 아낌없이 주었다면, 그 소년이 청년으로 자라기도 전에 이미 뿌리까지 없어져버렸을 것이다. 당신이 적어도 소중한 사람들에게 충실하고 싶다면, 시간, 돈, 마음이 바닥나지 않도록 소중하지 않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조금 냉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관계정리가 힘이다』140쪽)
이날 모인 남녀노소 독자들은 관계정리를 통해 소중한 관계를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을 모색하는 시간이었다. 저자는 관계 정리가 상대의 존재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독자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관계 정리의 구체적 실천을 적용해보는 강연이었다.
관계정리가 힘이다 윤선현 저 | 위즈덤하우스
“관계도 정리가 필요할까?” “관계도 정리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본 독자들 중엔 이렇게 말하는 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아직 정리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지 못하고, 정리가 인생에 가져오는 효과를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저자가 말하는 ‘정리’는 단순히 버리거나 깨끗이 하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니다. 정리란 ‘인생의 소중한 것들을 잃기 전에 일상을 미리 점검하고 기존의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관계 정리가 힘이다》는 관계야말로 소중한 사람들을 잃기 전에 하루하루 정리가 필요함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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