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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베개, 30년 넘게 사랑받는 비결
대한민국 대표 인문사회 출판사, 돌베개 탐방 시대의 유행에 편승하는 게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맞서 깨어 있는 책을 내다 제목에 인문학 붙인다고 인문학이 되진 않아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은 잘 팔리느냐가 아니라 (돌베개와) 잘 어울리느냐다. 독자가 왜 이 책이 돌베개에서 나왔지, 하고 물을 책은 안 낸다. 고구마 줄기가 연결된 것처럼 이 책을 냈을 때는, 이 책과 관련한 어떤 책이 이전에 나왔기 때문이다. 어울리느냐 아니냐는 물음을 다른 말로 하면 돌베개의 전통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탐내는 것을 만드는 회사가 있다. 우리가 흔히 ‘명품’이라 부르는 것들 말이다. 대한민국 출판계에도 명품 책을 만드는 출판사가 있다. ‘좋아서 보는 인문학’에서는 인문 사회 서적을 중심으로 출판하는 출판사를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 4편은 ‘돌베개’다. | ||
그 많던 엽서는 어디로 갔을까, 아직도 독자 엽서를 받는 출판사가 있다고?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예전에는 책 속에 엽서가 있는 게 보통이었다. 그 엽서는 보통 수취인 부담이었고, 열혈 독자는 책에 관한 의견이나 건의사항을 적었다. 운이 좋으면 엽서 덕택에 출판사로부터 선물을 받기도 했다.
요즘 책에는 엽서가 사라졌다. 홈페이지, 블로그, 전자우편, SNS 등이 엽서의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대체한 오늘날, 아직도 한 달에 수백 통의 엽서를 받는 출판사가 있다는 소식에 놀랐다. 그 주인공은 바로 도서출판 돌베개. 돌베개가 받은 사연 중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20대부터 읽었는데 50대가 된 지금도 잘 읽고 있습니다. 응원합니다.”
30년이 넘은 출판사도 드물 테지만, 전통 있는 출판사 중에서도 저런 응원의 엽서를 받기란 쉽지않을 터. 대한민국 출판계에서 돌베개가 걸어온 길이 얼마나 뜻깊은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신영복 선생님 작품(좌상) 돌베개 사옥 1층(우상, 중앙, 좌하) 사무실(우하)
필자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책은 『이탁오 평전』이었다. 니체를 유럽의 이탁오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이탁오는 중국 지성사에서 우뚝 선 산이었다. 공맹의 권위가 절대적일 때 그들의 사상을 상대화했으며, 유불도 중 그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생각을 표현했다. 이러한 반유교적 성향으로 감옥에 갇혔고, 그는 75세에 자결하고 만다. 정치적이 아니라 학문적인 이유로 탄압받은 점을 들어, 중국 최초의 사상범은 이탁오라고 평한다.
이런 이탁오이나 그가 그렇게 널리 알려진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니체가 더 유명하다. 동양사상을 공부하는 사람도 니체는 알지만, 서양사상을 공부하는 사람 중에서는 그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 『이탁오 평전』은 불균형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책. 돌베개는 이런 책을 내는 곳이다. 우리가 알아야 하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지식을 담은 책 말이다.
돌베개가 책을 내는 기준은 하나, 돌베개와 어울리는가?
돌베개는 1979년 여름에 탄생했다. 항일운동과 반유신독재운동을 펼쳤던 장준하 선생의 항일 수기집 『돌베개』에서 출판사 이름을 따왔다. 70년대와 80년대는 주로 사회과학 도서를 냈고, 1990년대에는 ‘우리의 것’에 집중하며 영역을 넓혀갔다. 지금은 인문사회 분야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까지 범위를 넓혀 책을 내고 있다. 2004년부터는 파주출판단지로 이전, 현재 사옥의 1층은 책 홍보 및 판매, 전시 공간으로 활용(월요일 휴관) 중이다.
돌베개에는 편집장이 없다. 각각 맡은 분야가 있고, 분야별 특색을 살리기 위해서 편집장을 굳이 두지 않았다. 출판 범위가 넓어지면 어떤 책을 내야 할지, 어떤 책을 내지 말아야 할지에 관한 고민이 깊어질 텐데, 어떤 기준으로 돌베개에서 나올 책이 정해질까? 이경아 인문고전팀장이 말한 기준은 명쾌했다.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은 잘 팔리느냐가 아니라 (돌베개와) 잘 어울리느냐다. 독자가 왜 이 책이 돌베개에서 나왔지, 하고 물을 책은 안 낸다. 고구마 줄기가 연결된 것처럼 이 책을 냈을 때는, 이 책과 관련한 어떤 책이 이전에 나왔기 때문이다. 어울리느냐 아니냐는 물음을 다른 말로 하면 돌베개의 전통이라 할 수 있다.”
돌베개 이경아 인문고전팀장
돌베개로부터 듣다
1979년부터 수많은 책을 냈다. 돌베개의 대표 도서를 꼽아 달라.
대표 필자가 신영복 선생님이다. 신영복 선생님이 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 나무야』, 『강의』가 대표작이다. 유시민 선생님도 주요 필자다. 『경제학 카페』의 반응이 좋았다. 영화 <변호인>이 흥행하면서 『운명이다』가 다시 조명받았고, 『국가란 무엇인가』도 굉장히 많이 읽혔다. 돌베개가 박지원 관련한 책을 한국에서 가장 많이 냈다. 한국에 『열하일기』 완역본이 2종류 있는데, 보리출판사랑 돌베개 판이다. 보리출판사는 북한에서 번역된 걸 수정한 정도다. 돌베개의 『열하일기』는 우리나라 학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오역을 수정한 완역본이다. 번역을 위해 현지를 4차례에 걸쳐 답사하고 사진 촬영까지 다 했다. 『백범일지』도 스테디셀러다.
기대보다 반응이 다소 미진했던 책은?
책 한 권마다 의미가 있다. 내는 책 모두 반향이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요즘 재쇄, 3쇄까지 찍는 책이 드물다. 그래서 특정 책이 아쉬웠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한 권만 꼽으라면, 2013년에 나온 책 중 박희병 선생님이 쓴 『범애와 평등』. 문학과 철학을 겸비한 담헌 홍대용의 사상을 깊이 있게 분석했다. 굉장한 학술서이지만 많이 조명받지 못했다. 젊은 사람이 쓴 연구서는 단기간의 연구 결과물을 낸다면, 환갑에 가까운 선생님들이 쓰는 글은 과거에서부터 지금에 이른 연구를 녹여 한 권이 나온다. 젊은 시절에 주장한 자신의 학설을 수정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런 책에 관해 논평이 나와야 하는데, 거의 없었다. 이런 현상을 보면 일반독자뿐만 아니라 연구자조차도 연구하는 분야 외에는 책을 안 읽는다는 게 드러난다. 학술서가 중요하고, 반드시 내야 하는데 연구자에게조차 외면받는다면 과연 출판사가 책을 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생기더라. 책 자체가 아쉬운 게 아니라 부족한 독자층이 아쉬웠다.
그렇다면 『범애와 평등』이 20년, 30년 전에 나왔다면 어땠을까?
20년이 아니라 적어도 10년 전만 해도 많이 읽혔을 것이다. 그때는 3,000부가 초판이고 대부분 소진했다. 지금 초판은 1,500부를 찍는다. 그런데도 소진이 잘 안 된다. 우리나라에 도서관이 몇 개고 연구자가 몇 명인데 1,500부를 소화 못 한다는 게 말이 되나?
그럼에도 문학이나 실용서에 비해서는 독자층이 다소 적은 인문사회서를 고집하고 있다. 돌베개가 인문사회서를 고집하는 이유, 사람들이 인문사회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돌베개는 시대의 유행에 편승하는 게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맞서 깨어 있는 책을 낸다. 독서인구 100명 중 1명이라도 책을 읽고 정신을 바로 잡는 사람이 있다면 그 책을 낼 가치는 충분하다. 좌편향이나 우편향이 아니라 바로 볼 수 있는 시각이 사회에 필요하다. 그렇다고 자선사업은 절대 아니다. 돌베개 책값이 싸지 않다. 한번에 5,000부를 찍는 책과 1,500부를 찍는 책 책값이 같을 수 없다. 그럼에도 돌베개 책을 사는 독자가 있다. 그런 독자를 위해서 낸다.
인문학은 사회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 시대의 문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불통. 자신의 말만 하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좌우 마찬가지다. 공자님 말씀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나라에 도가 있을 때는 행동을 위태롭게 하고 말도 위태롭게 하라’. 위태롭다는 게 말에 날이 서게, 할 말 다하고 행동도 다 하라는 의미다. 반면 ‘나라에 도가 없을 때는 행동은 직설적으로 하되 말은 아껴라’라고 한다. 지금도 그렇다. 나라에 도가 없어 말로 해 봐야 안 듣는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보면 말은 정말 많다. 행동으로까지 이어지는지는 의문이다.
2004년 파주로 이전했다. 전후로 어떤 일이 있었나?
처음에 출판인들이 모여 우리도 외국처럼 출판인이 모여 있는 도시를 만들어보자, 해서 부지를 찾았다. 그 당시만 해도 일산이 개발 안 되어 있었다. 일산 쪽을 알아보다, 출판도시가 들어온다는 소문과 함께 땅값이 많이 올랐다. 책 물류 이동이 편리면서도 땅값이 부담이 안 되는 곳을 찾다 보니, 지금 파주였다. 초창기에는 이곳이 텅 비어 있었다. 당연히 밥 먹을 데도 없었다. 이곳에 입주한 출판사끼리 밥 먹을 수 있는 식당, 주문할 수 있는 배달음식 전화번호를 공유했다. 그때는 생존하기가 절박했다. 정말 맨땅에서 시작했다.
책 만드는 사람들의 회식 분위기가 다를 듯하다. 특히 돌베개는 인문사회를 주로 내는 출판사라 더 그럴 것 같은데, 어떤가?
술과 고기에 탐닉하며 연예인, 드라마 이야기 한다. 사장님 안 계실 때 사장님 뒷말도 하고. (웃음) 별반 다를 게 없다. 편집부 사람들 각각 맡은 분야도, 관심사도 다른데 회식 자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좋은 자리다. 출판사 회식이다 보니 그럼에도 책이 주제가 되기는 한다.
주목하는 학자나 학파, 혹은 출판사가 있나?
라티오 출판사를 주목하고 있다. 강유원 선생님이 주도해 만드는 소규모 출판사로 알고 있다. 작년 초에 고전 공부 바람이 불었지만 그전부터 강유원 선생님이 서양 고전 강독을 시작했다. 라티오에서 나온 고전 강독은 비전공자가 보기에도 부담 없으면서도 진지하고 요즘 세태까지 연결해서 이야기한다. 말이 나온 김에 이야기하자면, 우리나라에서는 1인 출판이라 하면 출판사에서 일하다 독립하는 경우를 말한다. 일본은 50년, 100년 이런 식으로 가업을 잇는다. 어떤 출판사는 낚시에 관한 책만 수십 년째 계속 만들고 어떤 책은 바둑에 관한 책만 낸다. 이런 느낌으로 라티오도 고전 강독이나 공부에 관한 책을 고유의 색을 유지하며 꾸준히 내줬으면 한다.
요즘 부쩍 책 제목에 ‘인문학’이 많이 들어간다. 어떻게 보나?
껍데기다. 인문학이라는 탈을 쓴 실용서가 많다. 인문학이 발전하려면, 어릴 때부터 인문을 공부해야 한다. 학교에서 영어 수학을 공부하지, 철학을 배우나? 이렇게 배운 아이가 인문학을 읽을 수 있을까? 책을 쓰는 저자 중에서도 진정한 인문학자가 몇 명이나 있을까? 출판사 상술도 크다고 본다. 저자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인문학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잘 팔릴 것 같으니까 제목에 ‘인문학’을 넣는다.
2014년에 돌베개에서 나올 책, 만들고 있는 책을 알려 달라.
『백범일지』 정본을 내려고 한다. 아직 『백범일지』 정본이라 부를 만한 게 없다. 전혀 없는 건 아니고 2~3가지 판본이 있으나 학자가 제대로 교정 교열한 책이 없다. 지금 『백범일지』를 연구하는 사람은 백범일지 필사본을 들여다보고 공부한다. 백범 선생이 대한민국을 만든 사람인데, 정본이 나와야 맞지 않나. 『백범일지』를 편찬한 도진순 교수와 올해 하겠다고 한 작업이 정본을 만드는 것이다. 백범이 착각해서 쓴 오자부터 다른 사람이 필사하면서 빼먹었던 부분을 모두 찾아서 제대로 된 정본을 만들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백범일지』를 낸 출판사에서 내야 하는 의무가 있고, 그러한 사명감으로 준비 중이다.
* 돌베개에서 낸 책
강의
신영복 저 | 돌베개
신영복 선생은 '관계론'의 관점에서 고전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동양적 삶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가치는 '인성의 고양'이며, 이 인성의 내용이 바로 인간관계라는 점을 강조한다. 결국 인성을 고양한다는 것은 인간관계를 인간적인 것으로 만들어감을 의미한다. 인(人)은 인(仁)으로 나아가고, 인(仁)은 덕(德)으로 나아가고, 덕은 치국(治國)으로 나아가고, 치국은 평천하(平天下)로 나아간다. 그리고 천하는 도(道)와 합일되어 소요하는 체계로써 인성은 이웃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며 그 시대의 아픔을 주입함으로써 만들어가는 것이고 한 마디로 좋은 사람은 좋은 사회 좋은 역사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티끌 모아 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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