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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것은 돌고 돈다 - 영화 <투모로우>

기후변화, 천 년의 여행 그리고 빙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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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하루를 생각해보자.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 일과를 끝내고 밤에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난다. 이는 지구가 스스로 하루에 한 번 돌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 년도 마찬가지다. 지구는 태양의 둘레를 한 바퀴 도는 것이 바로 일 년이다. 지구가 돌지 않는다면 하루도 또 일 년도 없다. 해양 컨베이어 벨트가 돌지 않는다면 인류가 멸종되지는 않더라도 우린 더욱 추운 행성에서 살아가야만 할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양 컨베이어벨트가 멈추게 되고, 마침내 빙하기가 도래한다는 것이 영화 <투모로우, The Day After Tomorrow 2004>가 관객에게 주는 메시지다. 과연 지구온난화로 말미암아 빙하기가 올까?


영화 투모로우

영화의 주인공인 홀 박사(데니스 퀘이드 분)는 고기후학자다. 즉 지구의 옛날 기후를 연구하는 학자다. 그는 남극의 ‘라르센 B 빙붕(Larsen B ice shelf)’에서 빙하 코어(Ice core)를 채취하는 작업은 한다. 채취 작업 중 빙붕이 붕괴한다. 그는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에서도 채취한 빙하 코어를 챙기는 철저한 직업정신을 보여준다. 홀 박사가 빙하 코어를 챙기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바로 옛날 기후를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붕괴한 빙붕 사이에 빠진 홀 박사의 모습


홀 박사가 손에 빙하 코어를 들고 있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평균 기온은 영상 1도 상승했다. 이 상승을 이끈 요인은 바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 때문이다.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바로 온난화의 주범이다. 그런데 현재의 대기에 이산화탄소 비율은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100년 전의 대기에 이산화탄소 비율이 얼마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바로 얼음 속에 그 비밀이 들어 있다. 홀 박사가 빙하 코어를 애지중지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현재 공기의 성분을 분석해보면 질소가 78퍼센트, 산소가 21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산화탄소는 0.03퍼센트에 불과하다. 이산화탄소의 양을 재는 단위는 ppm으로 표현한다. ppm은 parts per million, 즉 1백만분의 1을 의미한다. 100년 전 이산화탄소의 양은 280ppm이었다. 요컨대 대기 1백만 그램에서 이산화탄소의 양은 280그램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400ppm정도다. 100년간 100만 분의 120 정도. 다시 말해 1만분의 1이 증가했을 뿐인데도 지구는 온난화의 몸살을 앓고 있다. 이산화탄소가 ‘온실가스’기 때문이다. 100백 년 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어떻게 알아냈는지가 궁금하다. 바로 빙하 코어에 해답이 있다.


얼음 속에서 과거를 보다. 빙하 코어 이야기


빙하 코어의 모습

남극대륙에는 우리나라의 과학기지가 있다. 바로 ‘세종기지’다. 이곳에서 과학자는 여러 가지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동토의 땅인 이곳에서 어떤 과학적 연구가 수행되는지에 대해 일반인들은 잘 모른다. 그렇지만 한 가지 연구만 기억해도 남극에서의 과학 활동이 왜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남극의 빙상 즉 얼음 두께는 제일 두꺼운 부분이 4킬로미터에 달한다.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얼음이 남극 대륙을 뒤덮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얼음 안에 지구 과거의 역사가 담겨있다. 이 역사를 밝혀낸 장소는 러시아의 보스토크 기지다.

남극에는 러시아 연구기지가 있다. 우리나라가 설치한 기지에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왕인 세종이란 이름을 붙였듯이 러시아는 이 기지에 보스토크란 이름을 붙였다. 보스토크는 동방이란 뜻으로. 러시아의 유인 우주선의 이름에서 따왔다. 보스토크 1호에는 세계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이 타고 있었다. 그러니 보스토크라는 이름에는 러시아의 자부심이 들어 있다. 보스토크 기지의 연평균 기온은 영하 55도에 달할 정도로 남극에서도 매우 척박한 지역이다. 이곳은 1983년7월21일의 영하 89.2도의 최저기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기온은 지구상에서 관측된 가장 낮은 온도다.

남극은 건조한 지역이어서 강설량이 적다. 북극권에 위치한 그린란드보다 강설량이 적다. 그래서 그린란드 빙하는 3킬로미터 깊이를 채취해도 13만 년 전의 과거를 알아낼 수 있을 뿐이지만, 같은 길이의 남극 빙하는 50만 년에서 100만 년 전까지의 과거를 복원해 낼 수 있다. 요컨대 남극의 얼음은 오래된 지구의 기억을 담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남극의 얼음 속에 무엇이 있는데 그럴까하는 궁금증이 인다.

눈이 내리면 이것이 얼음이 되는 과정에는 시간이 걸린다. 처음 눈이 내리면 그 사이에 공기가 있게 마련이다. 시간이 지나 얼음으로 변해도 그 사이에는 눈이 내린 시기의 공기가 그 안에 그대로 사로잡혀 있게 된다. 그 공기는 갇힌 당시의 대기 화학조성과 일치한다. 즉 얼음 속에 든 공기는 ‘대기의 화석’과 다름없다. 1967년 빙하코어 굴착이 시작된 이래 빙하 속에서 마지막 빙하기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00ppm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러니 현재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마지막 빙하기의 두 배에 불과하다.

혹자들은 기온 상승이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보스토크 기지에서 밝혀낸 사실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명백한 진실 앞에서 지금은 어떤 논란도 없다. 과거의 기후를 안다는 것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다. 즉 우리는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여야 한다는 진리를 얼음을 통해서 배우고 있는 셈이다.


해양 컨베이어벨트, 천 년의 여행

영화 <투모로우>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얼음으로 덮인 ‘자유의 여신상’ 모습이다. 자유의 여신상은 뉴욕을 상징할 뿐 아니라 미국을 상징하기도 한다.


자유의 여신상이 얼어붙었다는 것은 미국 전체가 얼었다는 의미다. 영화에서는 캐나다를 비롯해 미국 북부에 빙하기가 닥친 것으로 나온다. 어떤 이유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바로 해양 컨베이어 벨트가 멈추었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바닷물이 전세계를 순환하고 있다.


해양 컨베이어 벨트의 흐름 : 붉은색이 ‘표층수‘고, 푸른색이 ’심층수‘다

자~ 우리 모두 같이 이 해양 컨베이어를 타고 여행을 한 번 해보도록 하자. 출발점은 멕시코 앞의 대서양이다. 더운 지방이기에 바다의 표면은 아주 따듯하다. 이 따듯한 바다에 몸을 넣으면 기분이 나른해질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바다는 우리의 몸을 북쪽으로 이끈다. 해류가 북동쪽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이 해류는 영국을 지나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지나 그린란드까지 이어진다. 이 해류 덕분에 서유럽의 겨울은 같은 위도의 아시아 지역보다 훨씬 따듯하다. 이 따듯한 해류는 위 그림에서 붉은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그린란드에 도착한 멕시코 난류에 변화가 일어난다. 이 지역 바다는 춥기에 해빙이 형성된다. 바닷물이 얼면 민물성분만 얼음이 되고, 이에 따라 바닷물의 염분 농도가 높아진다. 무거워진 표층수는 깊은 심해로 들어간다. 이렇게 깊은 해저로 들어가는 통로를 ‘굴뚝’이라 부른다. 이 심층수의 온도는 아주 낮아서 섭씨 3도 정도다. 이 심층수는 위 그림에서 푸른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이 심층수는 남으로 향해 남극가까이를 통과한 후 태평양으로 올라온다. 종점은 북태평양이다. 이 해양 컨베이어를 타고 한 바퀴 도는데 1천 년이 걸린다. 해양 컨베이어에 탄 여러분들은 천 년의 여행을 즐긴 셈이다.

멕시코 난류가 서유럽을 따듯하게 만든다는 얘기했는데, 그렇다면 열을 얼마나 만들어낼까? 이 난류가 매일 운반하는 열은 1년 동안 지구 전체에서 채굴한 석탄을 태울 때 나오는 열보다 두 배가 많다. 그러니 1년을 계산하면 700배가 넘는다는 말이다. 그러니 요즘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 축구를 보면,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반팔 유니폼을 입고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모두 해양 컨베이어 벨트의 힘이다.


빙하기가 도래하다

영화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 영화에서 보면 이 해양 컨베이어 벨트가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빙하기가 온다는 말인데, 왜 컨베이어 벨트가 멈추었을까. 바로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지구가 따듯해지면서 각종 재해의 수준이 높아진다. 예컨대 태풍이나 허리케인의 더 강력해지고, 단기간에 많은 비가 내린다. 또 높은 산에 있는 빙하가 녹아 이 물이 바다로 흘러간다. 결국 바다에 민물이 많이 흘러들어가면서 바닷물의 염분 농도가 낮아졌다는 말이다. 영화에서도 쓰나미가 뉴욕을 휩쓸어 버린다. 뉴욕은 온통 물바다가 되고, 날씨가 급격히 추워지면서 이 물이 모두 얼어버린다.

홀 박사의 동료인 제이슨은 홀에게 “인류 문명은 어떻게 될까요? 라고 묻는다. 그러자 홀 박사는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 선조는 옛 빙하기도 이겨냈어. 이번에도 이길 거야. 잘못을 깨닫고 고쳐나간다면.” 낙관적인 예측을 하면서도 마지막 문장은 우리의 잘못을 꾸짖고 있다. 부통령의 대국민 담화 내용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지난 몇 주간 우리는 배웠습니다. 자연의 분노 앞에 인간의 무력함을. 인간은 착각해 왔습니다. 지구의 자원을 마음껏 써도 될 권리가 있다고, 그건 오만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내용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까? 『얼음의 나이』 란 책에 보면 이에 대한 답을 찾아볼 수 있다. 바닷물의 순환에 ‘해양 컨베이어 벨트’라는 이름을 붙인 월레스 브뢰커(Wallace S. Broecker)는 “영화가 일반인에게 지구온난화 문제를 널리 알리는 수단으로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어디까지나 픽션이며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다만 영화 투모로우는 우리에게 온난화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돌고 돈다

우리의 하루를 생각해보자.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 일과를 끝내고 밤에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난다. 이는 지구가 스스로 하루에 한 번 돌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 년도 마찬가지다. 지구는 태양의 둘레를 한 바퀴 도는 것이 바로 일 년이다. 지구가 돌지 않는다면 하루도 또 일 년도 없다. 해양 컨베이어 벨트가 돌지 않는다면 인류가 멸종되지는 않더라도 우린 더욱 추운 행성에서 살아가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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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동환 <친절한 과학책> 저자

북칼럼니스트. 1년에 100권 이상, 10년 넘게 읽었다. 새로운 사실을 알아나가는 것이 너무 즐거워서 멈출 수가 없었다. 과학을 알면서 인문학과 문학을 바라보는 눈이 더욱 깊어졌다. 어느새 사람들은 그를 ‘과학 전문 북 칼럼니스트’라고 부르고 있었다. 2010년부터는 직장을 그만두고 아예 책을 소개하는 일을 업으로 삼았다. EBS, KBS, YTN 등의 책 관련 프로그램과 코너에 고정 출연하기 시작했다. 북 콘서트의 진행자로 무대에도 여러 번 섰다. 대학교와 도서관에서 강연 요청이 쇄도했다. 그로서는 전혀 계획해 본 적 없는 새로운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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