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성공한 운동선수나 지도자들은 책을 많이 읽는다. 홍명보(월드컵 국가대표팀 감독), 김병지(전남드래곤즈)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홍명보 감독은 어린 축구선수들을 만나면 책을 선물한다. 독서는 미래의 삶에 대한 대비일 뿐 아니라 축구선수로 성공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전설의 리더, 보』,
『그는 어떻게 이순신이 되었나』 등 리더십 관련된 책을 추천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사장으로 있는 홍명보장학재단은 국민독서문화진흥회와 함께 전국 초중고교 축구선수들에게 매년 천권씩 책을 보내주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골기퍼 김병지는 소문난 독서광이다. 그는 자기계발서보다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스티브 잡스』,
『화폐전쟁』,
『무리뉴, 그 남자의 기술』 경제와 마케팅 분야에 관심이 많다. 지도자 교육을 받으러 입소를 할 때도 책부터 챙긴다. 수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태환(단국대 대학원), 여자 프로권투 최초 8대 기구 통합 챔피언 김주희(중부대 대학원), 스포츠클라이밍 리드 종목 세계 1위 김자인(고려대 대학원)도 많은 책을 읽는 것으로 유명하다.
UFC 격투기 해설자인 김남훈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독서가이다. 그는 이미
『싸우는 사람들』 외에
『멜로드라마 파이터』,
『엽기 일본어』,
『청춘 매뉴얼 제작소』 등 많은 책을 썼는데, 그 비결로 ‘독서’를 꼽는다. 김남훈의 직업은 일일히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다. WWA 프로레슬러이며, UFC 격투기 해설자이자 OFK 대표이사, K-1kr.com 실장, IT얼리어답터, 파워블로거, 트위터러, 인터넷 마케팅, 카페 체인점, 청년사업가 그리고 인기 강사로도 맹활약 중이다. 그는 이 다양한 직업 중에서도 특히 ‘해설위원’을 마음에 들어 한다. 링에 올라온 선수들의 투지와 노력을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역할이 즐거우면서 한편으로는 책임감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유난히 고민을 털어 놓는 젊은이들이 많다. 그는 “청춘, 너무 찬란하지 않아도 된다. 원색이 아니어도 청춘이다.”라고 말한다. 이런 말,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상당한 독서 내공을 지닌 김남훈, 마침 얼마 전
『싸우는 사람들』을 출간한 그를 서면으로 만났다. 그의 독서 스타일은 어떨까?
최근 근황을 말씀해주세요.
새로운 신간 작업을 두 권 준비 중입니다. 하나는 고민상담에 관한 책이고, 나머지는 자기계발서 장르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하면 된다’ 류의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보다 현실적이면서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저술 작업 외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에 말씀하신 것처럼 ‘비정상의 정상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10년 넘게 프로레슬러로 활동하다보니 몸 이곳저곳에 비정상인 부분들이 많습니다. 이제는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치료도 받고 책도 읽으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연말 즈음에는 에세이도 써 볼까 합니다. 항상 너무 기합을 넣어가며 책을 쓴 것 같은데 이번에는 힘 빼고 써보려구요.
벌써 연말 계획까지 모두 세우셨군요. 다양한 경험의 일환으로 많은 책도 읽고 계시는 걸로 아는데요. 주로 어떤 방식으로 책을 선택하고 읽는지 소개해주세요.
그런 사람 있잖아요. 천만 명 관객이 든 영화는 일부러 보지 않는다던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일부러 안 보는 사람이요. 제가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영화 <관상>도 보지 않았고 <응사(응답하라1994)>도 보지 않았는데요.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감상을 인터넷이나 지면을 통해서 뱉어낸 상태에서 그 위를 따라가는 느낌이 전 별로더라구요. 책도 베스트셀러 보다는 그 아랫단에 위치한 책들을 우선적으로 살펴보는 편입니다. 장르는 가리지 않는 편이지요. 그리고 제가 책을 낸 저자가 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바로 출판사들이 이런저런 책들을 보내준다는거죠. 고맙게 잘 읽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아마존 킨들이나 국내산 이북리더로도 종종 독서를 즐기는 편입니다. 특히 고전들은 아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서 좋더군요.
눈코뜰새 없이 바쁘실텐데 어떻게 자투리 시간을 내서 책을 읽으시나요?
자가운전보다도 대중교통을 좋아하는데 이동 시간에 다른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지하철 2호선 순환선 맨 끝자리는 저에겐 최고의 독서장소입니다. 작은 사이즈의 문고판책과 일반 판형 사이즈책 이렇게 두 권은 항상 갖고 다니는 편입니다. 입석일 경우엔 문고판을 읽는거죠.
최근에 낸 『싸우는 사람들』 외에 『멜로드라마 파이터』, 『엽기 일본어』, 『청춘 매뉴얼 제작소』 등 많은 책을 쓰셨습니다. 『싸우는 사람들』은 어떤 책인지 간략히 소개해주세요.
저명인사들을 인터뷰한 책들은 참 많습니다. 그래서 저도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일단 저는 단순히 유명한 분들이 아니라 자신만의 삶의 완결성, 내적 완결성을 갖고 계신 분들 중에서 인터뷰이로 선정했습니다. 그래야만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공명’이라고 하죠. 저랑 주파수가 좀 맞아서 같은 울림을 만들 수 있는 분들로 다시 추렸지요. 링에서 싸우는 사람들도 있듯이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기 위해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독서가 글쓰기에 도움이 되나요?
독서는 분명 글쓰기에 도움이 됩니다. 특히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10줄 이상, 서너 단락 이상의 텍스트를 읽을 기회가 점점 없잖아요. 이런 현실에서 독서는 긴 호흡의 문장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내 인생을 바꾼 책이 있다면?
국민학교(초등학교) 때 학급문고로 읽은 계몽사 『그리스로마신화』 는 남성적 영웅 판타지를 제 머릿속에 내재시킨 책입니다. 제가 프로레슬러로 뛰어드는 발판을 마련해주었습니다. 대학생 시절에 읽은
『양들의 침묵』 시리즈는 활자만으로 서스펜스와 공포를 체감할 수 있었죠. 글이 갖는 긴장감을 잘 알려준 책입니다. 몇 해 전에 읽은 姑 전인권 선생님의
『남자의 탄생』은 대한민국에서 남자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로직으로 행동하는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국인들, 특히 젊은 사람들이 책을 잘 읽지 않고 스마트폰에만 빠져 있습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근 10대들 중에서 영화를 보지 않는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봅니다. 극장에서 두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꺼두는 것보단 친구들과 카카오톡으로 대화하고 웹서핑을 하며 게임하는 게 더 즐겁다는 것이죠. 책을 읽지 않는 이유를 단순히 ‘스마트폰 때문이다’라고 보는 시각은 오히려 출판시장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봅니다. 흔히 게임의 안 좋은 점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게임 때문에 우리 애가 공부 못한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죠. 음악산업이 LP에서 카세트테잎 그리고 MP3에서 스트리밍으로 매체가 지속적으로 바뀌면서도 발전과 성장을 거듭하고 있듯이, 출판산업도 새로운 물결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면 또다른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봅니다.
서재에 꽂아놓고 아직 읽지 못한 책도 있을텐데요. 지금 가장 읽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스티븐 킹의
『언더 더 돔』은 1권만 읽고 나머지를 못 읽었네요. 미국에선 드라마로도 나왔다는데 드라마 보기 전에 다 읽으려고 합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많은 역경 속에서 오늘의 내가 있게 한 건 독서”라면서 독서운동을 벌이고 있다. 어쩌면 한국에서도 이 말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은 김남훈이 아닐까?
[관련 기사]
-프로레슬러가 쓴 책에 20대 여성이 열광하는 이유 - 『청춘 매뉴얼 제작소』 김남훈
-영화평론가 최광희가 말하는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적 상상력’
-
- 싸우는 사람들 김남훈 저 | 씨네21북스
현역 프로레슬러이자 방송인, 저술가, 강연자로 활동하는 ‘육체파 지식노동자’ 김남훈이 진행한 각자의 분야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사람들 30인의 인터뷰를 묶었다. 힐링과 멘토링이 넘치는 시대, 네 잘못이 아니라며 가벼운 위안을 주는 책들은 많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그 다음, 다시 일어나 뚜벅뚜벅 걸어 나가는 것이다. 모범답안에 없는 영토를 스스로 확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은 행복에는 여러 갈래 길이 있음을, 그것을 얻기 위해 싸우는 방법도 가지가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