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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장자 강의 1. 대붕은 구만리 창공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조건적 자유의 이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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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는 규범과 틀이라는 많은 노즐이 있으며 그 노즐을 통과하여 얻은 ‘훈육’의 결과물이 자신의 모습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노즐을 통과한다고 해서 자유를 얻는 게 아니며, 이것을 가로질러야 자유를 얻을 수 있다. 남이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향한 열망을 잃지 않고 인생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9월7일, 고전강연 ‘생각하는 10대를 위한 고전 읽기 강연회’ 의 두 번째 강연이 숭실대학교에서 열렸다. 9월 강의는 강신주 철학자가 ‘장자’를 주제로 2회에 걸쳐서 진행될 예정이다. 강연자인 강신주 철학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딱딱한 철학의 이미지를 대중이 알기 쉽게 강연을 하여 '철학을 강단에서 해방시켰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자는 중국 고대 도가의 사상가로 도(道)를 천지만물의 근본원리라고 보았던 사상가다. 도는 어떤 대상을 욕구하거나 사유하지 않으므로 무위(無爲)하고, 스스로 자기존재를 성립시키며 절로 움직이므로 자연(自然)하다. 장자는 일종의 범신론(汎神論)적 사고를 지니고 있던 사상가이다. 그와 관련한 서적은 『장자: 절대적인 자유를 꿈꾸다』(장자 저/김학주 역)  『장자: 자연 속에서 찾은 자유의 세계』(장자 저/조수형 편), 『장자』(장자 저/허세욱 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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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자유’ 에 대해 생각하다.

 

강신주는 자유란 일상적으로 쉽게 쓰는 단어지만 평생 동안 알 수 없을 수 있다고 말한다. 아무도 나에게 명령이나 지시를 하지 않는 상태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게으른 자유, 일종의 부정적인 자유라고 볼 수 있다. 우리의 인생은 부자유와 굴레 속에서 흘러간다. 하지만 인간은 구속되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다.”

 

그는 학생들에게 자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를 물었다. 한 학생이  일정한 범위 안에서 누리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규제 속에 갇혀 자신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자유로 간주하는 것을 부르주아 자유라고 한다. 강의실 밖으로 나가보라. 앞문이나 뒷문으로 나가려 할 테다. 하지만  문은 건물설계자가 만들어놓은 규정이다. 그 문만이 나가는 곳이라는 틀에 따르고 있는 행위다. 어느 누군가는 그 문이 아니라 힘차게 달려 벽을 뚫고 밖으로 나가는 자신만의 문을 만들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를 가둬놓은 틀이 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강신주는 자신의 문을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문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자유를 찾는 길이며 그러한 길을 찾은 사람만이 피카소나 베토벤과 같은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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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육, 길들여진다는 것과 자유로운 것

 

강신주는 미쉘 푸코 철학의 주요한 개념인  ‘훈육’(disciple)을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초기 훈육방식은 체벌에 의한 일방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18세기 이후 근대사회가 되면서 훈육은 ‘경쟁’이라는 체제하에서 절차에 이해 이루어지게 된다. 18세기 프랑스 혁명(1789년)의 3대 이념은 ‘자유, 평등, 박애’ 이다. 사실상 프랑스혁명에서 박애를 가장 중요시했음에도 근대로 오면서 사회에서의 박애는 무너진다. 자유는 자본주의에서 소비의 자유를 의미하게 된다. 반대로 평등은 사회주의의 바탕으로 자리잡는다. 이 두 가지는 극단적 자유와, 극단적 평등으로 귀결된다.

 

“우리는 보통 인생의 정해진 노즐, 호스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을 자유라고 생각한다. 마치 모양도 없고 말랑 말랑하던 가래떡이 일정한 굵기로 뽑혀져서 나오듯 우리는 사회적 관념을 통해 훈육된다. 노즐에 맞지 않다는 것은 자기만의 색이 있다는 것이다. 레미제라블 속 자베르라는 인물은 나쁜 인물이 아니다. 자베르 순사는 법을 따르는 평등을 상징한다. 하지만 박애가 없기 때문에 자유를 외치는 사람들과 상반되어 보이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규범과 틀이라는 많은 노즐이 있으며 그 노즐을 통과하여 얻은 ‘훈육’의 결과물이 자신의 모습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노즐을 통과한다고 해서 자유를 얻는 게 아니며, 이것을 가로질러야 자유를 얻을 수 있다. 남이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향한 열망을 잃지 않고 인생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시 <푸른하늘을> 과 장자의 <대붕이야기>

 

강신주는 김수영 시인의 시 <푸른하늘을>을 들려줬다.

 

푸른 하늘을 제압(制壓)하는
노고지리가 자유(自由)로 왔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詩人)의 말은 수정(修正)되어야 한다.

 

자유(自由)를 위하여
비상(飛翔)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自由)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
 
혁명(革命)은
왜 고독(孤獨)한 것인가를
혁명(革命)은
왜 고독(孤獨)해야 하는 것인가를.

- <푸른하늘을> 시인 김수영 (1960.6.15.) 
 

1연의 ‘구만리 위에 있는 노고지리를 보며 부러워한다.’ 는 표현은 밑에 있는 자들의 생각이라고 강신주는 평가했다.

 

“노고지리를 부러워하는 것은 이것은 올라가보지 않은 자들이 위의 거센 바람과 고통을 헤치며 머물러 있는 노고지리의 상황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밑에서 바라만 보던 참새가 노고지리가 머물러 있는 구만리 위의 세상으로 가서 무엇이 있는지 보고 싶다면, 그것을 알고 싶다면 참새도 모든 것을 바꾸고 노고지리가 되어야 한다.”

 

자유란 고독한 것이며 왜 피의 냄새가 나는지를 알기 위하여 직접 자유를 위해 비상해 보아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 이어 이날 강의의 본론인 장자의 「소요유」 첫 이야기인 대붕을 거론했다.

 

북쪽바다에 물고기 한 마리가 있었는데, 그 물고기의 이름은 ‘곤’(鯤)이다. 곤의 둘레의 치수는 몇 천 리인지를 알지 못할 정도로 컸다. 그것은 변해서 새가 되는데, 그 새의 이름은 ‘붕’(鵬)이다. 붕의 등은 몇 천 리인지를 알지 못할 정도로 컸다. 붕이 가슴에 바람을 가득 넣고 날 때, 그의 양 날개는 하늘에 걸린 구름 같았다. 그 새는 바다가 움직일 때 남쪽바다로 여행하려고 마음먹었다.(중략) 물의 부피가 충분히 크지 않으면, 그 물은 큰 배를 실어 나를 수 있는 힘이 부족하게 된다. 당신이 한 사발의 물을 바닥의 움푹한 곳에 부으면, 갈대는 그곳에서 재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그곳에 큰 사발을 띄우려 한다면, 그것은 바닥에 붙어버릴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의 배는 그런 얕은 물에 비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바람의 부피가 충분히 크지 않으면, 그것은 커다란 양 날개를 실어 나를 수 있는 힘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 새가 구만 리를 날아올라 자신의 밑에 바람을 두었을 때에만, 그 새는 자신의 무게를 바람에 얹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새는 남쪽으로 자신의 여정을 시작하려면, 자신의 등에 푸른 하늘을 지고 앞에 명료한 시야를 얻어야만 한다.(중략) 메추라기가 그것을 비웃으며 말했다. “그는 어디로 가려고 생각하는가? 나는 뛰어서 위로 날며, 수십 길에 이르기 전에 숲 풀 사이에서 (자유롭게) 날개를 퍼덕거린다. 그것이 우리가 날 수 있는 가장 높은 것인데, 그는 어디로 가려고 생각하는가?”―「소요유(逍遙遊)」中


 “대붕이야기를 보면 몇 천리 크기의 곤이 붕이 되는데 붕의 등은 몇 천리인지를 알지 못할 정도로 크다. 하지만 너무 커서 날개짓을 하면 산에 걸리고 나무에 걸려 스스로 날아오르지 못한다. 그래서 일 년에 한 번씩 오는 태풍을 타고 올라 하늘로 날아오른다. 여기서 우리의 자유는 절대적 자유가 아닌 조건적 자유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절대적 자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관념의 자유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마치 빙판, 모래사장이 더 미끄럽거나 푹신 신하기 때문에 덜 정적이라고 생각해 그것을 자유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딱딱한 땅을 밟을 때에만 온전히 자유롭게 걸어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건적 자유라고 부른다. 태풍을 기다리며 이도 저도 못하고 있는 대붕을 보며 잡새는 이야기 한다. 자신은 쉽게 날아오를 수 있고 자유를 만끽하는데 대붕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 자유롭다고. 하지만 ‘대붕의 큰 뜻을 잡새가 어찌 알겠는가? 잡새는 대붕이 날 수 있는 하늘 위, 바람이 불고 날개가 찢어질 것만 같은 그 고독을 느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자유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여러 텍스트를 음미하면서 강신주는 장자가 말하는 자유가 보를레르의 알바트로스라는 시의 악의 꽃, 김수영 시인의 노고지리, 갈매기 조나단에서 말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고 평했다. 더불어 이 모두는 진정한 자유를 알고 그것에 공감한 사람들이며 그 고독을 알고 있는 존재라고 한다.


‘자유’에 대해 물음을 던지다.

 

끝으로 그는 ‘너희는 너희들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을 감당할 용기가 있는가? 자유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모함에 가까운 용기이다.’ 라는 니체의 구절을 언급하며 학생들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학생들은 대붕의 자유를 쟁취할 것인가? 아니면 잡새의 자유에 만족할 것인가? 만약 후자라면 ‘잡새의 큰 뜻을 대붕이 어찌 알겠는가?’라고 이야기 하면 된다. 하지만 잡새가 그것을 깨닫고 위로 올라가려고 할 때는 대붕이 되어야 한다. 스스로 대붕으로 변하지 않으면 우리는 오를 수 없다. 고통을 견디고 대붕이 되었을 때 그들만이 오를 수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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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나리

스스로를, 물음표와 느낌표의 이성과 감성을 두루 갖추었다 자칭하는 일인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라디오와 함께 생활한 탓에 책, 음악,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얇고 넓은 지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항상 다양한 매체를 향해 귀와 눈, 그리고 마음을 열어두어 아날로그의 감성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채사모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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