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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흔적을 남긴다. 진실은 오직 하나!

사건을 푸는 열쇠 ‘법언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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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은 항상 대중의 큰 관심을 받는다. 사건에 대한 몰입과 증거를 바탕으로 하나씩 맞춰가는 과정에 매료되기 때문이다. 만약 독자의 예상대로 범인을 맞췄을 경우에는 짜릿한 희열을 맛보기도 한다. 법언어학도 이처럼 대중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 한 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법언어학을 이해해보자.

법언어학? 그건 또 머야?

사실 법언어학은 한국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학문이다. 씁쓸하지만 언어학을 전공하는 사람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비언어학 전공자들은 두 말 하면 잔소리다. 분명한 것은 언어학의 한 분야라는 점이다.


동영상을 본 분들이면 법언어학에 대한 감은 잡았을 것이다. 즉, 법언어학은 범죄사건을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사건현장의 단서를 언어학적으로 분석한다. 프로파일러나 과학수사에 사용되는 하나의 도구로 생각해도 된다.

어떻게 해야 법언어학을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단순하게 법언어학과 관련된 이론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방법은 분명 한계가 있다.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의외로 간단했다. 가상의 두 가지 사건을 법언어학 측면에서 설명하는 것이다.


<의문의 변사체>와 <사라진 내 아이>사건! 과연 범인을 검거할 수 있을까?

아래의 두 가지 사건은 모두 허구임을 밝힌다.

사건번호 392109-의문의 변사체

인적이 드문 한 공사장. 김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공사장으로 출근한다. 계속된 추가근무로 지칠 대로 지친 김씨는 공사장 한쪽에서 시체를 발견한다. Y그룹의 임원 손씨의 시체다. 그리고 시체 옆에는 한 통의 편지가 놓여있다.

깜짝 놀란 김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한다. 몇 분이 지났을까? 현장에 경찰이 도착했다.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통제에 들어간다. 사건을 맡은 윤형사는 시체 옆의 편지를 꺼내 내용을 확인한다. 편지는 손씨의 유서 같았다.

“내가 정말 미안해. 내가 끝까지 당신을 지켜주지 못해서… 내가 먼저 떠나지만 슬퍼하지마. 내 몫까지 열심히 살아줘. 사랑해.”

윤형사는 현장근무자들의 탐문수사를 진행한다. 별다른 내용은 없었다. 바로 그 때, 연락을 받고 달려온 부인 주씨가 도착했다. 혼절하기 일보직전이다.

윤형사는 부인을 진정시킨다. 하지만 부인은 쉽게 진정되지 않는다. 어쩔 수 없다. 자살에 무게를 둔 윤형사는 죽은 손씨에 대해 이런 저런 질문을 던진다. 주씨는 한형사의 질문은 한 귀로 듣고 흘려 보낸다. 다음과 같은 말만 되풀이 한다.

주씨는 “우리 남편은 절대 자살을 할 이유가 없다! 어제 통화했을 때도 평소와 똑같았다. 일반적으로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은 다르지 않냐? 절대 자살이 아니다! 타살이다!” 고 주장한다. 주씨는 다소 감정에 복받쳐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어서 주씨는 “우리 남편은 지금까지 말을 할 때 ‘내가’라는 표현을 단 한 번도 쓰지 않았다. 그리고 부부 사이의 대화는 항상 존댓말을 썼다. 조작된 유서임이 확실하다!”고 말한다.

Y그룹의 임원 손씨는 자살인가 타살인가?
사건번호 203950-사라진 내 아이

10년차 전업주부 미희는 하루하루 반복되는 날을 보내고 있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아침 준비가 끝나면 남편 출근 준비와 딸을 깨우기에 바쁘다. 아침은 항상 분주하다.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집 안이 조용해졌다. 미희는 평소에 즐겨 듣는 라디오를 켜고 늦은 아침을 먹는다. 어제 남편과 크게 싸운 게 생각났다. 왠수같은 놈... 하지만 먼저 사과를 할 생각은 없다. 하소연이라도 할 생각에 단짝 친구 정미에게 전화를 건다.

정미와 한바탕 수다를 떨고 나니 속이 다 시원했다. 시계를 보니 벌써 점심시간이다. 늦은 아침을 먹은 생각은 까맣게 잊은 듯 하다. 다이어트 결심도 함께 잊어버렸다. 이번에는 3일도 못 갔다.

탑처럼 쌓인 빨래를 보고 한숨을 내쉰다. 집안일을 할 시간이다. 부랴부랴 집안일을 시작한다. 어느덧 딸이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다. 간식을 준비하고 딸을 기다린다.

10분 20분…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났다. 딸은 아직도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집밖을 나선다. 그 때 갑자기 양씨의 휴대폰이 울린다. 발신자제한으로 걸려온 전화다.

“딸은 잘 있다. 딸을 찾고 싶으면 현금 5억을 준비해라. 만약 경찰에 알린다면 딸의 목숨을 보장할 수 없다.”

전화를 받고 그 자리에서 주저 않는다. 양씨는 딸을 찾을 수 있을지에 불안감에 떨고 있다. 그런데 이 목소리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다. 설마?

10년차 전업주부 미희는 범인을 잡고 무사히 아이들을 찾을 수 있을까?

증거 없는 사건은 없다! 법언어학을 통해 범인을 검거해보자.

과연 두 사건 모두 범인을 검거할 수 있을까? 만약 범인을 검거했다면 어떻게 검거했을까? 물론, 각종 매체를 통해 위와 같은 범죄사건을 많이 접했다면 콧방귀를 낄지 모르겠다. 흔한 소재의 사건으로 쉽게 범인을 검거하는 과정을 쉽게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맞다. 흔한 범죄사건이다. 다만 이번 두 사건을 법언어학의 접근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소개하고 싶을 뿐이다. 최근 MBC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스캔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과 영화 <테이큰>은 사건 해결을 위한 좋은 예가 된다.

첫 번째 사건은 죽은 손씨의 말투를 생각하면 타살의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스캔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의 한 장면에서 공기찬(양진우 역)은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우마미(조윤희 역)는 남편 공기찬의 죽음은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고 주장한다. 드라마 속 여러 가지 증거들이 타살로 무게를 싣지만 주목할 부분은 공기찬이 우아미에게 보낸 문자다.


MBC <스캔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의 한 장면. 죽기 전에 우아미에게 보낸 공기찬의 문자.

우아미가 타살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공기찬이 평소에 쓰는 말투다. 공기찬은 한 번도 자신에게 “자기야”라고 부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개개인마다 다른 말투를 사용하기 때문에 우아미의 주장은 타당성이 있다. 이처럼 평소에 쓰는 사람의 말투를 확인하여 사건이 실마리를 찾는 것이 법언어학이다.

두 번째 사건은 범인의 목소리를 추적하여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 음성학의 측면에서 본 법언어학이다. 개개인마다 고유의 음성주파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범인의 목소리를 가지고 검거할 수 있는 것이다. 넘치는 부성애를 보여준 영화 <테이큰>의 한 장면이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자신의 딸이 괴한에게 납치당했다. 납치되기 전 딸과의 통화에서 범인에게 들은 한 단어 “굿 럭(Good Luck)” 브라이언(리암 리슨 역)은 전직 특수요원으로 딸과의 통화내용을 바탕으로 범인을 추격한다. 마침내 유괴범의 소굴이 도착하고 그의 복수가 시작된다.


범인에게 “굿 럭(Good Luck)”은 “배드 럭(Bad Luck)”이었다.

<스캔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과 영화 <테이큰>의 사건해결 과정을 맨 처음에 언급한 두 사건에 적용하여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사건 <사건번호 392109-의문의 변사체>
타살로 무게를 둔 이유는 유서가 평소 손씨의 말투와 부부간의 존댓말 사용이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사건 <사건번호 203950-사라진 내 아이>
사람들의 음성에는 고유한 주파수가 존재한다. 따라서 범인의 음성주파수를 확인하면 범인을 검거할 수 있다.

번외 경기 <Cuckoo’s Calling의 진짜 저자를 찾아라>

수많은 단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된다. 역으로 생각한다면 단어를 보고 사용한 사람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이 가능한 이유는 언어사용에 패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근 출간된 『The Cuckoo’s Calling』의 저자를 찾는 과정을 한 번 살펴보자.


한국에 번역되면 재빨리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범죄소설 『The Cuckoo’s Calling』은 Robert Galbraith의 저자로 출판되었다. 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많은 독자들이 소설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한 작가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선데이타임즈의 한 기자는 『The Cuckoo’s Calling』의 저자는 J.K Rowling(해리포터의 저자)이라 생각했다. 그가 날린 트윗은 J.K. 롤링의 작품임을 확인하는 신호탄이 되었다. 그는 언어전문가들의 『The Cuckoo’s Calling』 분석을 의뢰한다.

언어전문가의 분석이 J.K Rowling의 작품임을 확실시했다. 언어전문가들은 어떻게 『The Cuckoo’s Calling』이 J.K롤링의 작품임을 확인 할 수 있었을까? 주장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J.K Rowling의 이전의 작품들과 비슷한 유사점을 발견했다. 비슷한 라틴어구의 사용과 장면의 설정이다.”

분석의 핵심은 동일한 의미를 가진 다른 단어를 사람마다 다르게 선택한다는 점이다. 『The Cuckoo’s Calling』의 경우는 동일한 의미를 가진 다른 단어를 라틴어로 사용했다. 인터뷰에서 J.K Rowling은 "비밀이 좀 더 오래 지켜지길 원했다" 말했다. 하지만 법언어학 앞에서는 어림도 없다.


한국에서의 법언어학

한국에서 법언어학이 관심을 받게 된지가 얼마 안 되었다. 한국에서는 미개척의 영역이다. 언어학의 하위분야에 해당이 되지만 한국에서는 관련된 연구가 거의 없다.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게 번역되어 출판된 책도 없다. 관련 서적이 턱없이 부족하다.


법언어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한 번쯤 읽어 볼만한 책이다.

결정적으로 법언어학과 관련된 학과가 없다. 적합한 커리큘럼도 없다. 대학원의 과정에서 이따금씩 다루는 경우가 전부다. 반면에 외국의 경우에는 법언어학과 관련된 전공이 개설되고 학회도 존재한다.

한국에서 미개척분야인 법언어학을 정복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충분히 가치 있고 매력 있는 학문이다. 희망사항으로 관심 있는 학생들을 위한 개론서를 만들고 싶다. 하지만 아직은 능력 밖이다.

이번 학기에 한국외국어대학교 언어인지과학과 석ㆍ박사 과정에 ‘현대언어학의 동향’의 과목이 개설되었다. 강의계획서를 보고 법언어학을 다루는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법언어학을 공부하고 싶거나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 청강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기회가 되면 강의실에서 저자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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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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