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를 못 써서 취업이 안 된다고?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 이현민, 조민혁 쉽게 읽히도록, 두괄식 구체적으로 써라!
지난 5월 26일, 서울 견지동 웅진씽크빅에서는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 단행본 출간 기념 이현민, 조민혁 작가와의 만남이 펼쳐졌다.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에서 이현민 작가는 그림을, 조민혁 작가는 글을 담당했다.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는 조민혁의 자문으로 이현민 작가가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질풍 같은 일상을 유쾌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내로라할 것 없는 한 사내의 대기업 면접 체험기를 그린 작품으로, 경제 불황과 심각한 취업난으로 내가 살기 위해서 남을 밟아야 하는, 더욱 치열해진 취업 전선에 서게 된 취업준비생들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이 책은 어떻게 기획됐나?
이현민 : 데뷔하게 된 계기가 면접을 다룬 짧은 동명의 3부작을 통해서였다. 친구가 취업준비생이었는데, 면접 세계에서 돌아다니는 얘기를 해주더라. 이런 얘기도 있다. 한 스튜어디스가 면접장에 들어오면서 ‘붕~’하고 들어왔다. 면접관이 나가라고 하니까, ‘붕~’하고 나가더라는 얘기가 무척 웃겼다. 그런 것들을 유머 사이트에 그림으로 그려서 올렸다. 인기를 얻었고, 면접 만화를 하면 대박 날 거라며 장편으로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그런데 너무 어려워서 후회하고 있다(웃음).
처음에는 시츄에이션 만화를 생각했다. 대중적으로 먹히는 스토리를 짜기 위해 취업준비생 인터뷰를 많이 했다. 인터뷰를 하면서 그들이 하는 오해를 나도 하고 있었다. 면접관들과도 얘기를 해 보니 대개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바와 너무 다르더라. 그때부터 멘붕이었다(웃음). 생각해놓은 스토리와도 달라졌고. 사람들이 원하는 스토리, 면접생들의 오해를 다뤘는데, 쉽지 않다. 마음대로 나가지 않고 있다. 이 만화를 보고 팁을 얻어서 면접에서 붙었다는 에피소드를 알려준 분도 있다. 며칠 전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옆에 계신 분이 인터넷을 열어 웹툰을 펴더라. 막 올리더니 면접 팁만 보더니 딱 닫더라. 면접 팁만큼은 잘 봐 달라.
자문이 들어왔을 때 어떤 생각을 했나?
조민혁 : 작년이었는데, 반가웠다. 나는 포스코 채용팀에서 일하다가 나왔는데, 구직자들에게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이 작가가 말한 대한항공 사례는 되게 유명하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착륙합니다~’ 그러면서 들어왔다(웃음). 웃지 못할 사례도 되게 많다. 자기도 모르는 고사성어를 자기소개서에 쓰고, 그런 걸 채용팀에서 많이 겪어서 구직자에게 제대로 된 메시지를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찰나, 이 작가가 연락을 줘서 기분이 좋았다.
구직자, 면접관 사이 가장 큰 생각의 차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
이현민 : 자기소개서가 1차 관문인데, 구직자는 면접관이 자기소개서 읽지 않는다고 생각하더라. 면접관을 만나니 아니었다. 며칠을 새워서라도 끝까지 다 읽는다더라. 그 부분이 제일 크고, 다음 스펙. 면접관은 스펙을 지겨워한다. 최소 자격요건 이후로는 관심도 없다. 면접관이 알고 싶은 건, 능력이 아니라 일을 할 때 호흡이 잘 맞는지 이다. 취업준비생 30여 명을 인터뷰했는데, 말하자면 학습이 된 것 같더라. 정형화되고 수치화된 공부를 하다가 취업할 때가 돼서 ‘자신에 대한 객관화를 하고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하니까 멘붕이 오는 거지. 어린이 취급만 하다가 갑자기 어른이 됐다고 하니까. 20년 동안 가져온 스펙과 점수가 중요하다는 믿음을 깨기 싫어했다. 면접관이 그렇지 않다고 하니, 화를 내는 분들도 있더라. 특히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분들은 ‘내가 믿어온 것을 파괴하지 말라’고까지 하더라. 그런 분들이 갭이 크다.
조민혁 : 스펙, 중요하다. 경쟁사회라서 그렇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선에서 보면 학생들은 힐링을 받으려고만 한다. 나이 29, 여자, 공백기 3년, CPA준비, 그런데 삼성은 가고 싶다면서, 이런 스펙을 가지고 가능하냐고 묻는다. 나도 모른다. 내가 어떻게 알아? (웃음) 다만 왜 안 되는지는 안다. 내가 왜 그곳에 가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않는다. 취업은 왜 하느냐 대한 고민을 않는다. 스스로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 직업을 선택하는 이유에 대해 쓰라는 것이 삼성의 첫 번째 질문이다. 삼성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채용의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자기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와 소신이 있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좋다. 요즘은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분위기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 구직자들이 많이 물어본다. 여자라서 가능할까요? 내가 어떻게 알아! (웃음) 스펙이 중요하지만, 자신의 단점에 관해서 너무 집착하지 마라. 노력과 열정으로 장점을 강조한다면 안 될 것이 없지 않나 생각한다.
자기소개서를 잘 쓰는 팁이 있다면?
조민혁 : 가장 중요한 것은 쉽게 읽히는 글이 가장 좋다. 자소서 항목은 종이로 보는 면접이다. 그게 다 질문이라고 봐야 한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자소서는 질문에 대한 답이 두괄식으로 된 것이다. 핵심이 가장 앞에 있으면 읽는다. 가장 안 좋은 접근법은 리포트를 쓸 때처럼 서론-본론-결론으로 된 자소서다. 회사는 그걸 싫어한다. 회사는 정해진 시간에 주어진 자원으로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론부터 얘기해야 한다. 우리 회사에 왜 왔냐고 물으면, 대개 과거 이야기를 한다. 회사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미래다. 미래에 상대방에게 뭔가를 해주려고 한다면 상대방의 부족한 점을 알아야겠지. 부족한 점을 알려면 현장을 봐야 한다. 고민을 안 해도 되는 답변을 하면 자소서가 읽히지 않는다. 인사 담당자가 자소서를 진지하게 읽게 만들어야 한다. 한 사람의 자소서를 평가하는 시간은 1~2분이다. 한 명의 자소서가 1분이면 항목 하나를 볼 수 있는 시간은 10~15초다. 그러니 추상적인 표현은 남발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두괄식으로 써라.
나이가 많아서, 여자라서, 취업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성별이나 나이에 따른 공략법이 있나?
조민혁 : 옆 사람이랑 비교하지 마라. 면접은 회사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는지를 보는 거다. 그런데 옆 친구와 끊임없이 비교한다. 노력이나 열정을 본받으려고 하지 않고 나보다 위에 있는 사람과 비교해서 상처 입고 자존심을 상해한다. 이랜드 외식사업부에 입사한 스물아홉 여성이 있다. 매장을 계속 방문했다. 뭐가 이슈인지 파악했고, 매니저로부터도 조언을 얻었다. 다른 회사 매장과의 차별화를 위해 점심 메뉴를 어떻게 하는지 등을 파악했다. 자소서에 그걸 잘 썼다. 이랜드는 자소서 9개 항목을 면접관들이 다 본다. 그 친구의 자소서는 인사팀에서 기억을 하고 있고, 배치도 원하는 곳에 보내줬다고 하더라. 내가 지금 무엇을 갖고 있냐를 보지 말고 회사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준비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어떨까 싶다.
이현민 : 만화에 황태룡이라는 캐릭터가 있다. 면접에서 가장 강한 것이 누구냐고 해서 만든 캐릭터인데, 구체적인 모델이 있다. 실재 모델은 나이도 많고 포스가 있다. 외식업체에 계신 분이다. 집이 너무 가난했다. 아버지 사업이 망했고, 그런 와중에 아버지가 살아 계신지도 모르고, 공부에 집중하기도 힘들고, 성적도 좋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를 계속하면서 식당에서 일하는 것이 자신에게 맞다는 것을 알았다. 일하다 보니 뭔가 보이고 느꼈다고 하더라. 외식업체의 전반적인 싸움 형태를 파악한 거다. 그때까지 취업 생각은 없었는데, 뭔가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서류를 넣었는데, 계속 떨어지다가 마침내 하나 붙었다. 그때 면접에서 했던 이야기가, 복잡한 상권 형세를 다 안다, 내가 라이벌 회사에 가면 너희들 큰일 난다, 와 같은 것이었다더라. 이 분과 이야길 하다보면 힘들게 산 사람의 느낌이 안 난다. 면접에서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얘기하지 않았나 싶다. 자신감도 보이고.
돌발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답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알고 싶다.
이현민 : 직구다. 면접에서 가장 강한 기술은 돌직구가 아닐까 싶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고, 대신 이것만큼은 내가 잘 안다고 얘기하는 것이 좋다. 돌직구를 날리는 사람들이 가장 솔직한 캐릭터다. 모를 때에도 대신 내가 갖고 있는 무언가를 어필할 수 있다. 면접관들이 대개 나이가 많은데, 자식뻘 되는 구직자들이 버벅 거린다고 나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을 포장하기보다 자기객관화를 해보는 게 좋다. 자신의 장점과 단점, 나를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자기객관화가 되면 돌발질문이 받아도 당황하지 않고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조민혁 : 자기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하다. 돌발질문을 하면 정답이 있겠나? 없다. 구직자들은 자꾸 정답을 말하려고 한다. 옆이 좋은 대답을 하면 당황하는 표정이 드러난다. 면접관들이 볼 때 그것은 감점 요인이다. 정답을 기대한 것이 아닌데. 본인에 대해 당당하고 생각을 정리해두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돌발’이라는 수사 자체가 구직자들이 만들어낸 표현이지. 질문의 유형에 맞춰 답변하려고 하지만 말고 그런 상황이 있을 때 내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고민한다면 못할 대답이 없다.
자기소개법이나 주의할 점이 있다면?
이현민 : 자기소개는 정량적이어야 한다. 성격도 좋고, 뭐도 잘하는 게 궁금한 것이 아니다. 자기소개가 나라는 사람을 소개하긴 하는데, 핵심은 나는 네게 뭘 해 줄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조민혁 : 고객에 누구냐에 따라 다르다. 1차 면접관은 과장, 팀장 등 실무자인데, 같이 일을 잘 할 수 있는지를 본다. 그래서 강점이나 역량을 본다. 너무 겸손한 구직자보다 강점이 확실한 사람을 본다. 다음 면접관은 임원인데, 그분들은 회사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분들이다. 어떤 것을 듣고자 할까. 내가 일궈놓은 것을 이어서 오래 다닐 수 있는 지속성을 보는 거지. 약점, 보완성, 지방근무, 나이 등을 보지, 전문성을 보지 않는다. 임원들은 많이 묻지 않는다. 회사의 부족한 점이나 개선점을 묻겠지.
여기 오신 분들에게 한 말씀해준다면?
이현민 : 주변 친구들을 보면, 잘 된 친구는 자신에게 미션을 계속 준다. 아무도 시키지 않는데 자신의 일을 한다. 그런 사람들은 원하는 직업을 결국 얻는다. 토익 등을 하지 않아도 어떤 루트로든 취직을 한다. 지금 대기업 위주로 면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나 분야에 대한 미션을 던져주는 것이다. 그것이 관심이고 열정이다. 그런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다. 되레 똑똑한 친구들이 잘 안 되더라. 조금만 해도 되는데, 멈추더라. 똑똑하니까, 조금만 해도 된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잘 안 하더라.
조민혁 : 빤한 얘기지만, 어떤 경험이든 스스로에게 도움이 된다. 어떤 경험이든 관련성이 없을 수 없다. 안철수 의원도 전혀 다른 이력을 갖고 살았는데, 정치인이 됐다. 21세기 정치인으로서 필요한 것을 다른 분야의 경험을 통해 쌓은 것이다. 어떤 경험이든 활용할 수 있다. 이력서에 쓸까말까를 고민하지 마라. 일단 쓰고, 어떻게 활용될지를 고민하는 것이 좋다.
독자들의 질문
대학 2학년이다. 해외 개발활동을 하고 싶다. 자소서 준비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자기소개서, 준비하지 마라. 지금은 취업을 생각하지 마라. 내가 어떤 사람이고, 성향인지 알아보기 위해 여러 일을 하다 보면 하나의 스토리가 된다. 나 자신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강한 목적성을 갖기보다, 토익 이런 공부도 하지 말고, 많은 경험을 해보라.
고등학생들의 진로 코칭을 하고 있다. 고등학생들 글 쓰는 능력이 없으니 자기소개서를 뽑기가 힘들더라. 경험을 풀어나가는 능력을 향상시키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회사 인사팀에서는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싫어한다. 그러나 프로젝트식 집단 과제를 풀어낸 경험은 좋아한다. 공동의 목표를 수행하기 위한 집단이나 단체에서 내 역할을 무엇이며, 어떤 노력을 했고, 다른 구성원의 어려움도 도와줬다는 그런 것 말이다. 결과가 좋은 것만을 원하진 않는다. 결과가 좋지 않아도 깨달은 점 등을 얘기하는 것도 좋겠지. 정량적인 목표에 대한 인식, 역할과 다른 구성원과의 협업 등을 강조해주면 좋은 코칭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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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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