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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좀비’ 등장한 <웜 바디스> 여성관객 환호

꽃 좀비, 사랑해도 될까요? 좀비, 먹성 좋은 떼거리에서 꽃 좀비까지 <웜 바디스>와 함께 본 좀비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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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 바디스>는 숨기지 않고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와 캐릭터를 차용한다. 남녀 주인공의 이름부터 명장면에 대한 오마주까지 담아낸다. 좀비 R 역할의 니콜라스 홀트는 무섭고 끔찍한 좀비의 모습이 아니라 아날로그 감성의 음악을 좋아하는 섬세하면서도 따뜻한 마음까지 가진 좀비가 되어, 최근 ‘꽃좀비’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면서 좀비에 대한 선입견을 깬다.


좀비. 살아있는 시체를 일컫는 용어다. 대게 우리가 아는 좀비는 이렇다. 살아있는 인간을 통째로 먹어버린다. 혐오스럽고 기괴한 외모로 떼 지어 다닌다. 신체 절단과 혐오스러운 이미지 때문에 호러 장르에서도 좀비물은 훨씬 더 대중적이지 않은 B급 마니아를 위한 장르로 인식되어온 것도 사실이다. 뱀파이어 하이틴 멜로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우리를 위협하는 악한 존재를 ‘공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색다른 존재로 바라보기 시작했고, 기존 좀비의 이미지를 깨지는 못했지만, ‘좀비’에 대한 관심을 급격하게 상승시킨 미드 <워킹 데드> 시리즈를 통해 21세기 ‘좀비’는 일약 대중적인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웜 바디스>를 통해 우리는 순수한 사랑의 메신저가 된 로맨틱한 좀비의 변신을 만난다. 좀비는 호러 장르의 하위 소재에서 매력 덩어리 아이콘으로 변신한 셈이다.



<웜 바디스>는 인간과 좀비들이 각자의 구역에서 생활한다는 미래의 어느 날을 배경으로 한다. 인간과 좀비는 공존할 수 없기에 이들은 서로를 죽여야 할 대상으로 인식한다. 이 극단적 세계에서 좀비 R(니콜라스 홀트)과 인간 줄리(테레사 팔머)가 사랑에 빠지면서 혼란이 생긴다. R에게 줄리는 먹어야 할 식량이 아니라 보호하고 사랑해야 할 대상으로 변화한다. 줄리는 R의 보호를 받으면서 그의 친절과 따스함에 호감을 느끼며 사랑에 빠진다. <웜 바디스>는 숨기지 않고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와 캐릭터를 차용한다. 남녀 주인공의 이름부터 명장면에 대한 오마주까지 담아낸다. 좀비 R 역할의 니콜라스 홀트는 무섭고 끔찍한 좀비의 모습이 아니라 아날로그 감성의 음악을 좋아하는 섬세하면서도 따뜻한 마음까지 가진 좀비가 되어, 최근 ‘꽃좀비’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면서 좀비에 대한 선입견을 깬다.

하이틴 멜로의 감성만 가지고 있었다면 <웜 바디스>는 지금처럼 큰 인기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감성적 좀비 R이 좋아하는 60~80년대의 음악(밥 딜런, 브루스 스프링스턴, 스콜피언스 등)이 가지는 복고적 정서를 담아내면서 30~40대 관객 또한 만족시키고 있다. 여기에 R과 줄리는 폴라로이드 카메라, 유년시절의 손 게임 등 복고적 감성을 자극한다. 좀비 로맨스라는 소재는 지극히 첨단이지만, 로맨스의 감성이 아날로그라는 점은 지난 해 큰 인기를 끌었던 <건축학개론>의 아날로그 복고 감성과도 맞닿아 있어,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국내 흥행성공의 배경이 된다. 조셉 고든 레빗이 주연을 맡았던 전작 '50/50'을 통해 희귀암 판정을 받은 남자의 이야기를 비극이 아니라 희망적이고 감동적인 스토리로 풀어낸 조나단 레빈 감독은 <웜 바디스>에서 여전히 감각적이면서도 따뜻한 연출력을 발휘하여, 좀비와 인간 사이의 사랑을 통해 ‘소통’과 ‘사랑’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김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담아낸다.


좀비, 살아있는 시체들의 역사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데드 얼라이브>

좀비 영화를 하나의 장르 영화로 탄생시킨 영화는 1968년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좀비’를 인간의 생살을 뜯어먹으며, 무뇌아들처럼 몰려다니는 무지막지한 존재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후 조지 로메로는 1978년 ‘좀비 바이러스’와의 사투를 그린 <이블 헌터>, 1985년 <죽음의 날>, 2005년 <랜드 오브 데드>, 2007년 <시체들의 일기>, 2009년 <서바이벌 오브 데드>까지 많은 좀비 영화를 만들었다. 1992년 피터 잭슨 감독의 컬트 <데드 얼라이브>는 스플래터 좀비 무비의 장난스러운 고전이 되었다. 잔인하고 역겹고 웃긴, 이 영화는 사지절단 고어 스플래터 코믹 호러영화라 부를만하다. 이 영화에서 좀비 바이러스는 원숭이로부터 시작된다. 애초에 좀비라는 존재는 마법사의 주술에 의해 시체가 살아나면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있지만, 대부분의 영화에서 좀비의 존재를 ‘바이러스’에 의한 변종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로운 일이다.


<레지던트 이블>


<28일 후>

2002년 밀라 요보비치가 세상을 구하는 여전사로 등장한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는 2012년 폴 W.S 앤더슨 감독에 의해 5편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는데, B급 장르 영화로 머물던 좀비 영화를 대중적인 SF 영화로 끌어올린다. 좀비 영화를 걸작의 반열에 올리면서 세계적인 흥행작으로 탄생시킨 2003년 대니 보일의 <28일 후>와 2007년 후안 카를로스 프레나딜로의 <28주 후>는 각각 개봉된 해 최고의 공포영화로 인정받았다. 이 영화는 살아남기 위한 개인의 사투 속, 인간 내부의 갈등을 그려내는 재난영화가 된다. 역시 이 영화 속에서도 좀비 바이러스의 원인균은 침팬지가 퍼트리고 있다.


<R.E.C>


<나는 전설이다>


<리빙 데드 3>

아이러니하게도 좀비 영화의 거장 조지 로메로의 <다이어리 오브 데드>가 페이크 다큐멘터리 장르의 잘못된 사례로 낙인찍혔던 2007년, 좀비를 소재로 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 는 역으로 페이크 다큐멘터리가 꽤 쓸 만한 공포 영화의 장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낸다. 1인칭 카메라로 실재처럼 공포의 현장을 담는다는 설정은 <블레어 위치>에서 이미 써먹었으니 신선하진 않지만, 익숙한 장르의 법칙을 능숙하고 효과적으로 구사하는 솜씨는 근사하게 살아있다. 특히나 마지막 10분의 공포는 이제까지의 공포영화에서 느껴본 적이 없을 정도로 격렬하고 아찔하다. 2009년 가 제작되었지만, 전작만큼의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2007년 프랜시스 로렌스 감독의 <나는 전설이다>는 윌 스미스가 주연을 맡은 블록버스터 재앙 영화였다. 이 영화는 종말론적인 판타지와 공포를 그려낸다. 이 영화에서도 역시 인간들은 바이러스 때문에 멸망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사투 속에 인간의 고독과 혼란을 그려내면서 <28일 후>와 다른 종말론을 그려낸다. 아직 개봉전이지만 마크 포스터 감독, 브래드 피트 주연의 <월드워 Z>는 6월 개봉 예정이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가상의 시대를 그린 베스트셀러 『세계대전 Z』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좀비 바이러스에 빠진 세상과 그 구원을 그린 SF 블록버스터이다.

조지 로메로의 좀비 영화가 잔혹한 취향의 공포 장르였다면, <레지던트 이블><28일 후>, <월드워 Z>를 통해 좀비 영화는 인류의 종말과 연결되는 바이러스 재앙영화로 진화해 왔다. 물론 그 사이 좀비 영화는 코미디나 패러디물, 컬트 장르로 확산되었다. 좀비 영화에 <로미오와 줄리엣>의 모티브를 담아낸 영화는 사실 <웜 바디스>가 처음은 아니었다. 1993년 브라이언 유즈나 감독의 <리빙 데드 3>는 공포 장르와 멜로를 결합한 혁신적인 작품이었다. 여성 좀비와 인간 남성의 사랑을 다룬 <리빙 데드 3>는 고어 영화의 잔혹함에 가슴 아픈 로맨스를 녹여내었다. 잔혹하고 노골적인 고어 취향 때문에 대중적인 인기대신 컬트 팬들의 환호를 얻어내는데 그쳤지만, 좀비 로맨스에 있어서는 <웜 바디스> 보다 훨씬 앞선 원조라 할 수 있다.


<웜 바디스>는 좀비 영화의 잔혹함 대신, 좀비 영화의 역동성에 로맨스를 녹여내는 기지를 보이면서 훨씬 편안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로 탄생했다. 독특한 설정으로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지만, <웜 바디스>의 흥행 성공의 비결은 로맨스 영화여서만은 아니다. 복고적 감성을 자극하는 여러 장치들과 함께 ‘소통’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웜 바디스>의 첫 장면에 R은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해 외롭다는 독백을 하면서 공항을 어슬렁거린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휴대폰만 들여다보며 소통하지 않는 장면들이 영화 곳곳에 숨어 있다. 좀비와 인간으로 나눠졌지만, 줄리와 R은 서로의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소통하기 위해 끊임없이 대화하고 노력한다. 좀비 소년을 외롭게 만든 불통의 시대에 소통의 가능성이야 말로 달짝지근한 판타지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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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재훈

늘 여행이 끝난 후 길이 시작되는 것 같다. 새롭게 시작된 길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느라, 아주 멀리 돌아왔고 그 여행의 끝에선 또 다른 길을 발견한다. 그래서 영화, 음악, 공연, 문화예술계를 얼쩡거리는 자칭 culture bohemian.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후 씨네서울 기자, 국립오페라단 공연기획팀장을 거쳐 현재는 서울문화재단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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