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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기념일, 이지애 아나운서가 남편 김정근에게 선물한 책 『퐁당』

청년백수 시절, 바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이별이 있었기에 진정한 만남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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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애 아나운서는 독자들의 반응이 오히려 자신에게 위로가 된다고 이야기했다.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고 감동이 되어 주었던, 이지애 아나운서와 독자들이 함께한 그날의 이야기를 <채널예스>가 전한다.


이지애 아나운서가 생애 첫 책, 『퐁당 : 이지애 감성 에세이』을 펴냈다. TV와 라디오가 아닌 책 속에서, 시청자 혹은 청취자가 아닌 독자들과 만난 그녀는 조곤조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안에는 지난 시간의 꿈과 사랑이 있다. 그로인해 설레기도 하고 아프기도 했던 기억들이 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모여 만들어진 오늘의 이야기가 있다.

『퐁당』은 이지애 아나운서를 꼭 닮았다. 단정한 문장으로 전하는 섬세한 감정에서 그녀 특유의 따뜻한 미소와 부드러운 목소리가 연상된다. 자칫 시간의 흐름에 떠내려 보내기 쉬운 작은 감정들까지도 그녀는 살뜰하게 보듬는다. 그리고 한 올 한 올 친절하게 풀어 놓는다. 언제나 일목요연하게 이야기를 전해 주던 모습 그대로다. 특별할 것 없이 잔잔한 ‘이지애의 이야기’ 속에서 독자들은 각자의 사건과 감정들을 마주했다. 그것은 공감이었다. 어쩌면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이기에 더욱 그러했는지도 모른다. 꿈을 꾸고 좌절하고 방황하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흉터만이 남게 되는, 누구나 한 번쯤 느꼈을 법한 감정들의 이야기. 그렇기에 많은 독자들이 『퐁당』 안에서 작은 위로를 받았다.




퐁당 빠지는 경험을 할 때 가장 행복했어요

“제목을 왜 『퐁당』으로 지었는지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세요. 우리가 무릎 혹은 발목까지만 차 있는 물을 걸을 때는 굉장히 걷기가 힘들어요. 그런데 물에 퐁당 빠져서 아예 몸을 맡겼을 때는 헤엄을 칠 수 있더라는 거죠. 그리고 퐁당 빠지는 경험은 20대 때 할 수 있었던 경험인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사랑도 일도, 일단 좋으면 목숨을 걸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실패한 경험들을 마주하게 되고, 그렇게 애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애 썼던 일들이 상처가 되어 버리니까요. 몸을 맡기기 보다는 발만 담가보고 ‘아, 차가워’ 하고 금방 나와 버려요. 스스로 그렇게 변하는 것 같아요.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일에, 꿈에, 사람에, 사랑에, 퐁당 빠지는 경험을 할 때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분의 일상에도 퐁당 빠질만한 어떤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존재는 가장 먼저 자신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자기한테 퐁당 빠져서 나를 스스로 믿고, 나를 좀 더 사랑해 주는 거죠.”

그래서 『퐁당』이었다. 퐁당퐁당 두려움 없이 빠져드는 순간이 그녀에게는 가장 행복하기 때문에. 이지애 아나운서는 방송에서는 할 수 없었던 ‘진짜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퐁당』을 썼다고 했다. 진짜 이지애의 이야기는 퐁당 빠졌던 순간들, 퐁당 빠지고 싶은 순간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지난 날 주저 없이 빠져들었던 퐁당의 기억은 이지애 아나운서에게 소중한 추억이자 오늘을 있게 한 밑거름이다. 그리고 지금 그녀가 꿈꾸는 퐁당은 오늘의 이지애를 다잡고 전진하게 만드는 힘이다. 『퐁당』의 이야기들이 이지애에게 중요한 이유다. 자신이 소진되고 소모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마다 『퐁당』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세상에 다리가 되어주고 싶었어요

『퐁당』의 첫 장은 꿈과 방황에 대한 이야기다. 독자들과의 만남에서도 이지애 아나운서는 꿈을 화두로 이야기를 시작해 나갔다. 네가 하고 싶은 일은 뭐니, 스스로에게 묻던 날들이 그녀에게도 있었다. 자신의 대답에 확신할 수 없었던 시간들도 있었다. 애먼 길에서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불안하기도 했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심지어 그녀는 대학을 졸업한 후 2년 반 동안이나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청년백수’ 신세였다. 아나운서는 어렸을 적 꾸었던 수많은 꿈들 중 하나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장래희망 란에 적는 꿈의 개수는 줄어들었다. 마지막까지 남은 단 하나의 꿈이 아나운서였다.

“세상에 다리가 되어주고 싶었어요. 저희 언니가 아동심리치료사인데요, 언니가 아이들을 돌보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들을 배웠어요. 저는 몰랐던 것들이었죠. 이렇게 살아가는 삶도 있다는 걸 알려줄 통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누군가 매력적인 사람이 매력적인 방식으로 전달한다면 관심을 갖지 않을까 싶었죠. 관심이 없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잊혀져가는 부분들이 너무 많잖아요. 저는 그 관심을 갖게 해 주고 싶었어요.”

선의의 의도가 언제나 좋은 결과만을 얻는 것은 아니다. 세상은 젊은이가 가진 열정의 온도와 순도만으로 그를 판단하지 않는다. 이지애 아나운서가 품었던 꿈이 착하거나 건강하거나, 그런 것은 세상의 평가기준이 아니었다. ‘취업준비생’이라는 이름으로 청년 백수의 삶을 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느낌이었다고, 그녀는 회상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10년 동안 소속된 신분으로 살아왔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자연인이 된다는 것은, 자유가 아닌 불안으로 다가오는 일이다. 이지애 아나운서 역시 자신의 이름 앞에 붙는 어떠한 다른 이름도 없다는 사실에 불안해했다. 화려하게 포장된 선물 상자를 기대하며 열어 보았지만 그 안에서 발견한 것은 고철덩어리 뿐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는 화려한 모습의 자신을 꿈꾸었지만, 현실 속의 자신은 고철덩어리와 같은 모습이었다.

그때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요즘 어떻게 지내?’라는 질문이었다. 상대는 단순히 인사를 건넨 것일 텐데 대체 뭐라고 답을 해야 하나 한참을 우물쭈물 댔다.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은 늘 내 안의 여유를 앗아갔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시간들이었음에도 당시에는 한 걸음 한 걸음이 그렇게 쓰디쓰기만 했다. 불안의 근원은 역시 ‘불확실성’ 모든 것이 자신 없었다. (p. 20)




더 이상 우울해하지 말자

아마도 많은 청년들이 이지애 아나운서가 경험한 불안과 좌절, 우울의 정서에 공감할 것이다. 그때의 그녀와 같이 어둡고 축축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젊은 친구들에게 이지애 아나운서는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을까. ‘더 이상 우울해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끝없이 침전하는 시간들 속에서 더 이상 우울해하지 말자, 그녀는 생각했고 ‘요즘 뭐하니?’ 질문 받았을 때 대답할 수 있는 무언가를 시작하자 마음먹었다. 작은 일이지만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규칙적인 생활로 다시 돌아갔다. 할 일이 없다는 생각에 우울해하지 않고 스스로 할 일을 만들어낸 것이다. ‘요즘 어떻게 지내?’ 소식을 묻는 이들에게 대답할 이야기가 생기니 마음도 다시 밝아졌다.

‘작가와의 만남’에 함께한 이지애의 남편 김정근 아나운서 역시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해하던 시간들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스물여덟의 나이에 아나운서 시험을 보기 위해 근무하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첫 직장이었던 은행을 떠난 뒤 자리 잡았던 두 번째 직장이었다. 길지 않은 경력 기간 동안 세 번의 이직,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불안은 커져갔다. 나에게 남은 기회가 몇 번이나 될까, 걱정됐지만 마지막 남은 기회라 하더라도 멋지게 성공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김정근) : “꿈을 좇다가 절망에 빠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가 있죠. 눈을 떴는데 갈 데도 없고 나를 소개할 멘트도 없을 때요. 그때 가장 중요한 건, 일단 뭔가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무엇이든지 시작해서 하다 보면 도움을 주는 분들이 생기고, 응원을 해주는 분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 힘을 받아서 조금 더 꿈에 가깝게 갈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만남과 이별이 있기 때문에 진정한 만남이 생기는 것

두 아나운서와 함께 독자가 퐁당 빠져든 두 번째 이야기는 사랑에 대한 것이었다. 남편 김정근 아나운서는 『퐁당』 안에 담긴 이지애 아나운서의 지나간 사랑 이야기를 말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다. 처음 그 이야기들을 읽었을 때는 표정이 굳어지기도 했다고 하니 조금도 마음이 쓰이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는 자신들이 서로 다른 시간 속에 살았던 때도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

(김정근) : “만남과 이별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진정한 만남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지애 아나운서가 자기 이야기를 담담하고 솔직하게 표현한 것을 보면서, 참 건강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기가 어떤 사랑을 하고 이별을 했는지, 사람들에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건강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퐁당』을 읽으면서 이지애 아나운서가 참 가슴이 건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결혼기념일에 자신의 지나간 사랑이야기가 담긴 책을 선물한 아내, 이지애 아나운서는 어떤 생각일까.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었던 이유는, 그 과정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남편을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그때의 미숙했던 점을 김정근 아나운서 앞에서도 보였겠죠. 그 사람한테 실수했던 것을 똑같이 김정근 아나운서에게도 실수했을 거고요. 그런 경험들이 있어서 내 안에서 녹아나기도 하고 치유도 되고 ‘이제부터 잘해야겠구나’ 생각하게 되기도 하는 거죠. 그런 과정들이 쌓였을 때 성숙한 인격으로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을 사랑하고 싶다면 지난날의 자기 모습까지도 끌어안아야 한다. 나 아닌 다른 이를 사랑할 때도 마찬가지다. 『퐁당』에 담긴 이지애 아나운서의 모습을 들여다보노라면, 언뜻언뜻 우리 각자의 모습이 비친다. 사랑했던 연인의 모습, 친구와 가족들의 모습도 있다. 바라봄은 이해로 이어지고, 그것은 다시 화해와 사랑으로 이어진다. 온전하게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지나간 사랑과 화해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퐁당』은 마주봄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때의 나를, 나의 연인을, 우리들의 감정을 마주보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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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당 이지애 저 | 해냄
‘톱밴드의 여신’ 아나운서 이지애는 자신의 20대를 꿈을 위해 퐁당, 사랑을 위해 퐁당, 그리고 삶이라는 거대한 바다 어딘가에 퐁당 빠져 허우적대던 시간이라고 말한다. 이 책 『퐁당』은 바로 스무 살 꿈꾸던 시절부터 서른을 살고 있는 오늘까지, 자신의 인생에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시간들에 대한 저자의 ‘성장 일기’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 사람 사이에서 스스로 삼켜야 했던 상처들, 거친 세상의 벽 앞에 때로는 좌절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공유하며 자신과 똑같이 그 시간의 성장통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따뜻한 응원을 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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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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