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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범 이요원의 <용의자 X> 호평 받는 이유 - 영화화된 일본 원작들은?

‘헌신’적인 이 남자의 사랑법 균열, 균형 그 사이의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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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원작을 바탕으로 영화 혹은 드라마로 제작된 작품을 다시 영화화하는 경우 훨씬 더 일은 복잡해지고, 긍정적인 결론으로 낙관할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용의자 X>는 그 위험해 보이는 선택을 밀어 붙인다. 파격적인 메시지로 반향을 일으켰던 데뷔작 <오로라 공주> 이후 방은진 감독의 7년만의 복귀작이라 그 궁금증은 더욱 크다.

이미 잘 알려져 대중성이 보장된 이야기, 플롯이 정해진 이야기로서 소설은 훌륭한 영화의 소재가 되어왔다. 베스트셀러의 영화화는 일정 이상의 흥행이 보장되는 안정되고 손쉬운 선택일 수 있지만, 원작을 각색하고 영화화하는 과정은 원작의 명성을 후광으로 입은 만큼 손쉽게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해야만 한다. 최근 개봉해 흥행에도 성공한 영화들은 원작의 묘미는 살리되, 영화로서의 매력도 놓치지 않는 명민한 모습을 보인다.


<타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허영만의 만화가 원작인 <타짜>는 방대한 원작의 일부만을 부각시켜 매력적인 캐릭터는 살리되 인물들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동명의 일본만화가 원작인 <미녀는 괴로워>는 원작의 소재만 끌어들여, 영화로서의 색다른 이야기로 승부수를 거는 방법을 썼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원작이 절대로 보여줄 수 없었던 것, 즉 화려한 명품 패션을 직접 보여주면서 동시에 단선적이었던 원작의 인물을 풍성한 캐릭터로 재창조했다.

하지만, 이미 원작을 바탕으로 영화 혹은 드라마로 제작된 작품을 다시 영화화하는 경우 훨씬 더 일은 복잡해지고, 긍정적인 결론으로 낙관할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용의자 X>는 그 위험해 보이는 선택을 밀어 붙인다. 파격적인 메시지로 반향을 일으켰던 데뷔작 <오로라 공주> 이후 방은진 감독의 7년만의 복귀작이라 그 궁금증은 더욱 크다.


더욱 헌신적인 <용의자 X>


새롭지 않다면 할 이유가 없었다는 방은진 감독의 말처럼 <용의자 X>는 원작 소설과 동명의 일본 영화와 그 이야기의 구성이나 감성이 다르다. 원작의 제목인 <용의자 X의 헌신>에서 ‘헌신’을 뚝 떼어냈지만 영화 속 남자 주인공 석고(류승범)는 원작보다 훨씬 더 헌신적이다.

동명의 일본영화가 원작 소설의 플롯과 결말을 충실하게 따랐다면, 이 영화는 한국적 정서를 그 속에 녹여내고 한 남자의 신파에 가까운 짝사랑을 전면에 드러낸다. 원작 속 짝사랑이 반전을 드러내기 위한 숨겨진 플롯이었다면 <용의자 X> 속 짝사랑은 전면에 드러나 더욱 슬프고 애잔하다. 그래서 살인 사건의 용의자를 잡기 위해 집중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그린 원작과는 달리 살인 사건을 완벽한 논리로 포장해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화선을 구하기 위한 주인공 석고의 치밀하면서도 고독한 행동을 깊이 주시한다. 메시지는 강하게 전달하지만 감정의 결을 따라가는 방은진 감독의 섬세한 연출은 관객들이 석고라는 인물에게 완전한 감정이입이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묘한 동정심과 공감을 함께 맛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성향은 방은진 감독의 <오로라 공주>에서도 발견되었는데, 어미의 절절한 복수심과 그 슬픔에 동조된 관객은 이미 범죄자인 주인공에게 절대적인 공감을 표하게 된다. 외로움과 설렘을 동시에 갖춘 남성의 섬세한 내면을 드러내는 류승범의 눈빛에 감동한 관객들의 입소문 덕분에 <용의자 X>는 기대 이상의 선전으로 흥행에도 급물살을 타고 있는 중이다. 단아한 이미지로 사랑받아온 이요원 역시 오히려 치열하게 싸우고 오열하는 폭발적인 장면을 통해 가녀린 여성의 우발적 살인에 대한 동정심을 유발하는데 성공하고 있기에, 영화의 결에 맡는 훌륭한 파장으로 이어진다.


여자 주인공이 우발적으로 남편을 살해한다는 이야기와, 모든 사건의 중심에 여주인공이 있다는 원작의 뼈대는 훼손하지 않고 고스란히 담아냈다. 제작발표회를 통해 방은진 감독은 원작자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시놉시스를 보여주었고, 원작자조차도 만족감을 드러냈다고 말한 바 있다. 원작자 히가시노 게이고가 극찬한 부분은 천재 물리학자 유카가 아닌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의 비중을 높여 천재수학자 김석고와 대결을 펼치게 한 것이다. 그래서 물리학자와 수학자의 대결이라는 원작에서 ‘풀 수 있는 문제와 없는 문제’ 대신 ‘증거를 없애려는 자와 캐내려는 자’ 사이의 두뇌 싸움이 더욱 강조가 되었고 그 사이에 파고든 사랑 때문에 미스터리 멜로로서의 매력을 극대화 시켰다.


물리학자와 수학자가 벌이는 치밀한 두뇌싸움을 통해 ‘추리소설’의 매력을 전면에 내세운 원작에 비해, 두뇌싸움이 빠진 이후의 이야기는 다소 느슨해 보이기도 하지만, 민범이라는 새롭게 창조된 인물에게 가벼운 요소를 가미해 무겁게 가라앉는 이야기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한국적인 소소한 정서를 영화 곳곳에 배치해서 일본적 감수성을 지워내는데 성공한다. 원작을 기대한 사람에게 스릴러의 요소가 약해진 것은 아쉬울 수도 있지만, 범죄의 이면에 숨겨진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담아내는 색다른 멜로 영화를 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영화화된 일본 원작들


<링>


<백야행 : 하얀 어둠 속을 걷다>

일본 소설가 미우라 아야코의 원작소설 『빙점』은 우리나라에서 1967년 김수용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 1981년 고영남 감독에 의해 <빙점 81>로 리메이크 되었다. 원작만큼이나 유명한 일본영화를 리메이크한 영화는 1999년 김동빈 감독의 <링>이다. 원작소설이 아니라 영화의 핵심적인 내용을 충실하게 리메이크한 작품 중의 하나였고, 일본판 <링>이 국내에 개봉되기 전이라는 이점 때문에 흥행에도 성공했다.

『용의자 X의 헌신』의 원작자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야행』은 2006년 일본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박신우 감독에 의해 <백야행 : 하얀 어둠 속을 걷다>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 되었는데, 드라마는 호흡이 길기 때문에 원작의 이야기를 대부분 충실하게 재현해내는데 성공한데다 좋은 평가를 얻어냈기 때문에 영화화하기에 더욱 부담스러운 작품이었다. 박신우 감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 속에 거부감이 들 만한 잔인한 장면들은 걷어내고, 주인공의 극단적인 어둠도 살짝 걷어버리고 멜로라는 대안을 찾았지만, 아쉽게도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화차>

일본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중 국내에서 가장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변영주 감독의 <화차>였다. 일본에서 동명의 TV 영화로 제작되긴 했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변수는 원작의 이야기와 그 결말이었는데, 변영주 감독은 원작과 확연히 다른 결말을 통해 범죄자와 피해자 사이의 묘한 경계 속에 악녀를 동정하는 방법과 그 동조의 정서를 느끼게 만든다. 영화 <화차>의 성공은 다소 주춤했던 미야베 미유키의 원작소설을 베스트셀러 반열에 새롭게 올려놓기도 했다.


<검은 집>


<플라이 대디>

앞서 이야기한 영화 이외에도 일본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을 살펴보면 <복면달호>, <검은 집>, <바르게 살자>, <하울링>, <플라이 대디>, <소년은 울지 않는다>,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어깨 너머의 연인>, <파이란> 등이 있다.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제목도 있는데, 원작의 제목을 영화화하면서 바꾸거나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복면달호>


<하울링>

사이토 히로시의 원작소설 『엔카의 꽃길』을 원작으로 한 <복면달호>는 트로트 가수라는 새로운 설정 때문에 원작의 명성을 언급하지 않았고, 키타카타 켄조의 『상흔』을 원작으로 한 <소년은 울지 않는다>는 한국전쟁이라는 소재 때문에 일본작가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또한 일본에서 극찬을 받은 텐도 신의 『대유괴』<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이라는 제목으로 사이토 히로시의 『노는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는 <바르게 살자>라는 제목으로 바꿔 낯선 제목이 되었고, 유하 감독은 노나미 아사의 『얼어붙은 송곳니』를 원작으로 <하울링>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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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
방은진
류승범 | 이요원 | 조진웅
미스테리
15세이상관람가
2012.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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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재훈

늘 여행이 끝난 후 길이 시작되는 것 같다. 새롭게 시작된 길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느라, 아주 멀리 돌아왔고 그 여행의 끝에선 또 다른 길을 발견한다. 그래서 영화, 음악, 공연, 문화예술계를 얼쩡거리는 자칭 culture bohemian.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후 씨네서울 기자, 국립오페라단 공연기획팀장을 거쳐 현재는 서울문화재단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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