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 평론가 전원 만점 극찬 - 프랭크 오션 < Channel Orange >
“우리는 이런 앨범을 기다려 왔다” 드디어 터진 우리 시대의 명반!
세월의 인정을 거치지 않은 채 동시대의 평단과 대중들에게 절대적인 호평을 추수하는 음반은 그리 흔히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아마도 분명히) 올해의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될 프랭크 오션의 < Channel Orange >는 그런 면에서 ‘우리 시대의 명반’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을 것 같네요…
세월의 인정을 거치지 않은 채 동시대의 평단과 대중들에게 절대적인 호평을 추수하는 음반은 그리 흔히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아마도 분명히) 올해의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될 프랭크 오션의 < Channel Orange >는 그런 면에서 ‘우리 시대의 명반’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을 것 같네요. 앨범을 두고 누군가 그랬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런 앨범을 기다려 왔다”고. 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데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깐깐하다는 해외 유수의 음악지에서 모두 만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아낸 충격적 데뷔작! 지금 소개해 드립니다.
Frank Ocean < Channel Orange > (2012)
프랭크 오션의 오렌지색 세계는 천박하다. 약물과 술에 절어있고 포주가 침대 위에서 군림한다. 돈을 가진 이들 역시 하나같이 코카인으로 그어진 하얀 선에 코를 처박고 엎어져있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시궁창에 던져진지 오래라 단절된 개인만이 파편화돼 존재하는 세계다.
결국 천박한 지하세계는 신이 보우하는 미국(God Bless America)의 속살이다. 두 눈으로 보기 싫은 구더기 들끓는 치부다. 프랭크 오션이 주목받는 이유 중에 하나는 혼탁한 실재 속에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를 1970년대에 흑인인권, 반전, 환경 등의 화두를 상기시킨 마빈 게이(Marvin Gaye)에 비견하는 이들도 이러한 맥락 선상에 있다. 물론 프레임은 달라져야 한다. 40년 전에는 뚜렷한 적이자 극복대상에 초점이 맞춰져있었다면 지금의 시선은 쾌락에 철저하게 복무하는 개인으로 향해있기 때문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다수는 상식이 정의한 도덕선을 넘고 있다. 부모를 잘 만난 덕에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있어 급기야 말초적인 쾌락 이외에는 만족할 수 없게 돼버린 어른아이들(「Super rich kids」), 현실 도피를 위해 파란 약을 삼켜버린 달콤한 인생들(「Sweet life」), 코카인에 빠져 가정을 파탄에 빠뜨리는 약물중독자(「Crack rock」), 약물에 탐닉해 사랑의 존재조차 희미해진 연인(「Lost」) 등 허우적대는 인간형의 집합이다.
여기서 작가는 시종일관 환부를 응시하는 쪽을 택한다. 애써 진단하려고 나서지 않으며, 선동의 메시지를 남기지도 않는다. 4분 남짓의 에피소드 안에서 뛰어난 캐릭터의 심리 묘사와 배경 구성으로써 듣는 이에게 생각의 여지를 남기는 데 만족한다. 앨범 전반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허무와 무기력, 나른함은 프랭크가 전달하는 세계의 비천함을 더욱 극대화하는 요소다.
그럼에도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는 가치는 ‘사랑’이다. 앨범 속의 화자는 사람과의 관계에 목말라한다. 문제는 단지 그가 커밍아웃을 했다는 이슈에 그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못해 고뇌하고 자신의 동성애를 모두 용인해줄 수 없는 대중에게 한 번 더 고뇌한다. 고뇌의 감정은 지극히 섬세한 목소리에 실리는 까닭에 울림의 깊이를 짐작케 한다. 상실의 골은 「Thinkin' bout you」에서 팔세토 보컬로 표면화된다. 마빈 게이의 작가적 역량에 프린스의 표현력이 더해진 우성인자를 상상케 하는 대목이다.
일정 부분 힙합에 기반을 둔 작사능력도 앨범의 완성도를 높이게 만든다. 섬세한 표현은 물론이거니와 상당히 지능적인 중의적 단어 선택과 역설적 문장이 난무하는 가사들은 곱씹어볼만한 여지를 선사한다. 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한 연인을 「Forrest Gump」로 치환한 메타포, 의미를 역설적으로 극대화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상황(Got a beach house I could sell you in Idaho)을 설정한 재기 등 셀 수 없는 보석과 같은 표현이 모두 그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즉 양성애자의 커밍아웃을 향한 박애주의의 반작용으로 앨범의 완성도에 찬사를 보내서는 안 된다. 소울, R&B, 싸이키델릭, 펑크(Funk) 등 1970년대 유산을 자신의 목소리로 환생시킨 능력도 간과해서는 안 될 터다. 앨범의 전곡을 스스로 획득한 창조력은 경이로울 수준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시의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 음악가임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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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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