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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바람 난 아내를 처벌해 주오” - 제비, 강간범, 춤바람 마녀, 그리고 사랑

강도보다 더 강도같은 경찰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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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스크랩 제16권(1984년)과 제17권(1985년)을 다시 편다. 한국인들의 가정과 가족을 거덜 낸 사건들을 중심으로 두 권을 훑어본다. 주제어를 하나로 잡는다면 ‘가정’이 될 지 ‘가족’이 될지는 헷갈린다. 둘 다 하기로 한다. 덤으로 사랑까지!

가정과 가족은 무엇이 다른가.
둘 다 혈연공동체를 의미하지만, 뉘앙스에 큰 차이가 있다. 가정은 공간을, 가족은 제도와 시스템을 중심에 놓은 것처럼 보인다. 가정(家庭)이라는 한자어에선 개별적이고 안온한 느낌이, 가족(家族)에선 유기적인 관계의 냄새가 풍긴다. 가정이 머문다면, 가족은 진화하는 이미지다. 가정이 탈정치적이라면, 가족은 정치적이다. 각 대학이 개설한 가정학과를 떠올려본다. ‘가정’과 ‘배움(學)’의 만남이 어색해 보인다면 나의 선입견일까? 반면 ‘가족’은 ‘이데올로기’와 만나도 자연스럽다. 2006년 개봉작인 영화 <가족의 탄생>(감독 김태용)은 전근대적인 ‘가족 이데올로기’에 메스를 들이댄 작품이었다.

아버지의 스크랩 제16권(1984년)과 제17권(1985년)을 다시 편다. 한국인들의 가정과 가족을 거덜 낸 사건들을 중심으로 두 권을 훑어본다. 주제어를 하나로 잡는다면 ‘가정’이 될 지 ‘가족’이 될지는 헷갈린다. 둘 다 하기로 한다. 덤으로 사랑까지!



‘제비형사’
유부녀농락 자취감춘 김양수 순경
이혼 후 방탕…끼니 굶는 아이들도 외면


우리나라의 공무원들은 2개의 과중한 짐을 지고 산다고 한다. 박봉과 싸워야 하는 것이 그 하나요, 공직생활이나 사생활에서도 일반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것이 그 둘이다. 그래서 하급공무원의 비리는 국민의 준엄한 지탄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간적인 동정을 받아온 것이 저간의 사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서울마포경찰서 김양수 순경(45)의 경우는 분노와 배신감만을 느끼게 한다.
그는 지난82년 4월 소매치기를 당해 신고하러온 유부녀 이모씨(34)를 꾀어 근 2년간 내연의 관계를 가져왔고 더구나 함께 동거할 전세방값 등을 미끼로 1천만 원을 우려냈다. 그뿐 아니다. 경찰의 수사에 의하면 그는 지난해8월 서울시내 모 여관에서 친구부인인 유모씨(35)와도 간통을 한 사실이 드러나 ‘제비족 경찰관’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해왔음이 밝혀졌다.
지난70년 경찰에 들어와 마포경찰서에서 10여 년 간 주로 수사분야에서만 근무해온 김씨는 지난80년 12월 부인(43)과 이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4남1녀를 어렵게 길러온 성실한 가장이었다.
부인이 하던 계가 깨져 약간의 빚을 지게 된 것이 계기가 돼 이들 부부는 헤어지기로 했고 자녀들은 김씨가 키우기로 했다. 혼자 몸이 되면서 그는 방탕해지기 시작했다. 82년 말, 이모씨와의 관계가 깊어지면서는 아예 짐을 들고 집을 나왔다.
한번 탈선의 길에 들어선 그는 사랑하던 아이들이 끼니를 굶는 것도 외면해 버렸다.
김씨의 이같은 파렴치한 행위는 최근 잇단 경찰관의 비리와 관련, 서울시내 전경찰관에 대한 소양교육이 있은 지 불과 10여일 만에 드러난 것이어서 더 한층 씁쓸하다.
그래서 이번 사건을 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경찰관의 비리의 뿌리는 얼마나 깊은 것이냐”고 사뭇 자조적인 반응이다. 물론 김씨의 경우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긍지와 보람을 갖고 사는 10만 경찰조직에서 있을 수 있는 하나의 예외라면 예외다. 그러나 뭐든지 잦으면 곤란하다는 고사도 있지 않은가.
강도ㆍ강간범이 날뛰고 경찰관이 유부녀를 건드리는 세상에서 누구를 믿고 살 것인가. 김씨는 더 이상 숨어있지 말고 동료경찰과 국민 앞에 나와 사죄하라. 【배정근 기자】

(<한국일보> 1984년 3월27일치)






이혼한 경찰관이 유부녀를 건드렸다. 범법행위다. 게다가 또 다른 친구부인 유모씨와도 잠을 잤다. 이른바 ‘제비’짓이다. 남의 가정을 박살냈다. 가정파괴라 비난하면 할 말은 없다. 작은 기자칼럼이라, 구체적 사실관계가 드러나진 않았다. 유부녀 이씨가 사기죄로 김씨를 고발했나? 아니면 유부녀 이씨의 남편이 부인과 김씨를 간통죄로 고발했나? 기사엔 경찰이 수사를 했다고 나와 있으니 둘 중의 하나인 듯하다.

가정이 아닌 가족의 시선으로 사건을 재구성해본다. 경찰관 김씨의 이혼스토리가 궁금하다. 부인이 빚을 지게 되면서였다는데 더 깊이 알고 싶다. 부인은 4남1녀의 부양의무를 전혀 지지 않았다. 그녀는 왜 양육책임을 거부했을까. 기자는 다섯 명의 아이들을 상대로 파경의 원인에 대한 최소한의 기초조사를 해야 하지 않았을까? 유부녀 이모씨도 그렇다. 경찰관 김씨와 진지한 사랑을 나눈 건 아니었을까? 남편보다 김씨에게서 큰 위로를 받으며 육체적 관계를 넘어선 마음의 교감을 나눴을 수 있다. 기자는 유부녀 이씨와 남편의 관계에 대해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김씨가 또 다른 유모씨와 잤다는 비난 역시 부질없다. 잘했다는 뜻이 아니라, 이렇게 집중조명을 받을 만한 공적인 사건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신문지면을 통한 실명 훈계와 망신 주기는 부당하다. 20년 전 기자는 너무했다. ‘표피적인 가정’은 있되 ‘가족’은 없다.



가정파괴범 사형집행 품신
“강도ㆍ강간풍조 강력 징벌” 대검
“극악무도…공개처형 마땅” 시민
나머지 4명도 금명결정


대검은 28일 강도, 강간을 일삼아오다가 붙잡혀 사형이 확정된 강모씨(36)에 대해 형집행을 허가해 줄 것을 법무부에 구신했다.
검찰은 강력범이 부녀자를 욕보이고 순순히 금품을 내놓는 피해자에까지 칼질을 하는 풍조가 유행화 된 점을 중시, 강력한 징벌효과와 예방실효를 얻기 위해 이같이 조치한 것이다.
검찰은 “흉악범에 대해 법정최고형을 구형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최고형의 집행에까지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히고 “역시 가정파괴범으로 사형이 확정돼있는 황모씨(25)등 3명과 한모씨(28)등에 대한 형 집행 구신여부도 금명간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징벌방침에 대해 대부분의 시민들은 “인간의 최후보루는 가정인데 가정을 파괴한다는 것은 가장 악랄한 폭력이며 이같은 폭력이 일반화 된다는 것은 정말 심각한 일이다. 극적효과를 위해서 공개처형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검찰의 조치를 지지하는 여론이었다. 강모씨는 지난 82년3월29일 상오1시30분께 전남 승주군 송광면 곽모씨 집에 흉기를 들고 들어가 곽씨의 딸(19)을 욕보이는등 강도살인과 강간을 한 죄로 구속기소돼 지난해7월 사형이 확정됐었다.
황모씨(25)등 3명은 지난82년9월부터 12월 사이에 모두21차례에 걸쳐 대낮에 부녀자만 있는 가정집에 흉기를 들고 들어가 임산부ㆍ여대생ㆍ모녀간 등을 욕보이고 금품을 훔친 혐의로 구속기소돼 1,2심에서 사형이 선고되고 지난해12월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었다.
또 한모씨(28)는 지난82년10월26일 하오7시40분께 반상회를 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잠원동 한신아파트 황모씨(43ㆍ여)집에 들어가 문간방에 세들어 사는 박모양(당시24세)를 살해하고 여동생(20)을 욕보인 혐의로 구속기소돼 지난해9월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었다.
그런데 황모씨등 강도강간범3명은 우리나라사법사상 일반형사범가운데 사람을 죽이지 않은 범죄에 대해 사형이 선고된 첫 케이스였으며 형이 집행돼도 첫 케이스에 해당한다.
이들 가정파괴범에 대한 사형선고는 “육체적 살인죄보다 더 무거운 정신적 살인죄”를 극형으로 다스린 것인데 흉폭ㆍ집단화돼가는 범죄추세에 쐐기를 박은 것으로 우리재판의 혁명적변화로까지 간주됐었다.
이같은 변화는 지난81, 82년동안 서울 대구 부산등지에서 기소됐던 33명의 강도살인범에대해 겨우 40% 정도에 이르는 13명에 대해서만 사형이 선고됐던 것과 비교해 볼 때 더욱 두드러진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사형이 확정된 피고인에 대해서는 형 확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법무부장관의 명령에 의해 사형을 집행하는데 집행일자는 법무부장관의 명령이 난 날로부터 5일 이내 이루어지도록 규정되어있다.
검찰내규에는 형 확정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법무부장관에게 형 집행을 구신토록 되어있지만 이 경우 재심청구, 상소권회복청구, 비상 상고신청이 있거나 정신질환자나 임산부에 대해서 그 절차가 끝날 때까지 집행명령을 연기토록 규정돼있어 현실적으로 소송법에 규정된 6개월 기한을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같은 검찰결정에 대해 한 중견판사는 “여태까지 법원에서 형을 확정한 피고인에 대해 사면ㆍ감형등 행정권 행사가 지나쳤던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 “대법원까지 거치며 충분히 심리된 결과에 대해 신속하게 집행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고 말했다.
서울대법대 서원우 교수(공법학과장)는 “강력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때에 강력범에 대한 극형은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측면에서나 심리적 예방효과를 위해서도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며 “인도주의 측면에서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형폐지론도 대두되지만 개인적으로는 극형도 필요하다고 보며 강력범을 이대로 방치할 수 는 도저히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 강구진 교수(형법)는 “극형제도가 문제유발을 더 일으킬 수도 있으니 그것보다도 범죄를 하면 반드시 잡힌다는 인식을 강력범인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법률은 공평하게 집행돼야지 선택적으로 집행되어서는 곤란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 교수는 또 “무엇보다도 시민의 고발정신, 순찰강화, 범죄피해자 보상제도 경찰력 강화등이 선행되어야 할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세대 이훈구 교수(심리학)는 “도시인구의 급격한 증가에 따라 각종 범죄수법이 더욱 지능화되고 악랄해지고 있다”고 전제하며 “검찰의 이번 조치는 범죄꾼에게는 심리적인 경고는 될 수 있겠지만 경찰의 적극적인 범인검거가 선행되지 않는 한 효과를 볼 수 없을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중역 정상근씨(44)는 “가정파괴범에 피해를 당한 친구가 있었다. 그의 고통을 보고 세상에서 가장 악랄한 폭력이라고 절감했다. 법률상 가능하다면 공개처형을 해주어 제2, 제3의 범죄를 예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가정주부 김영숙씨(31ㆍ서울 마포구 성산동 유원아파트2동403호)는 “강도를 한 뒤 피해자가 신고하는 것을 막기위해 유부녀를 욕보이는 것은 가장 잔악한 범죄행위”라며 “이같은 범인들을 극형에 처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국일보>(1984년 3월29일치)






가정을 파괴한 자, 죽음이다. 검찰이 가정파괴범으로 사형이 확정된 이들의 형 집행을 빨리 하자고 법무부에 조르고 있다는 요지의 기사다. ‘강력한 징벌효과와 예방실효’를 얻기 위해서란다. 기사는 한 술 더 떠 “극적 효과를 위해서 공개처형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해 여론을 선동한다. “인간의 최후보루는 가정인데 가정을 파괴한다는 것은 가장 악랄한 폭력”이라는 문장에 옷깃이 여미어진다.

누가 보아도 천인공노할 짓이었다. 범인들은 강도짓을 한 뒤 신고를 못하도록 임산부와 어린 여학생까지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성폭행했다. 사람들의 공분을 산 끝에 이들 ‘가정파괴범’ 5명 중 황모씨 등 강도ㆍ강간범 3명은 우리나라 사법사상 사람을 죽이지 않고도 사형을 선고받은 첫 형사사범들이 되었다. “육체적 살인죄보다 더 무거운 정신적 살인죄”를 극형으로 다스리겠다는 취지였다. ‘우리 재판의 혁명적 변화’라는 수식까지 나오는데, 실제 사법 사상 전무후무했던 케이스였다.

이들에 대한 사형집행은 어떻게 되었을까. 위 기사 속에 등장하는 중견판사의 주장처럼 ‘신속하게 집행’되지는 않은 것 같다. 법무부 자료를 찾아보니 1980년 9명, 1982년 25명, 1983년 11명이었던 사형집행이 ‘가정파괴범’에 대한 증오가 들끓던 1984년에는 하나도 없었다. 이들은 운좋게도 1984년을 넘겼다. 한 해를 쉰 사형집행은 1985년 10월29일에 서울구치소와 광주교도소 등에서 진행되었다. 이날 15명의 사형집행 대상자 중 4명이 위 기사에 나오는 황모씨 일당 3명과 한모씨다.

검찰과 법무부는 기대한 효과를 거뒀을까. 사람을 안 죽인 가정파괴범까지 사형을 선고하고 집행하는 강력한 징벌효과로 무도한 강간범이 줄었다는 통계는 나온 적이 없다.



중동서 5년간 번 5,000만원 유흥비 탕진
“내 아내를 처벌해 주오”
5년만에 귀국한 30대 근로자 고소로 구속
부상한 몸…아내는 외박만
‘중동가족’ 문제, 정부 차원 대책 있어야


열사의 땅 중동에 가 있는 우리근로자들은 고국에서 오는 신문읽기를 두려워한다고 들린다. 신문에 보도되는 중동근로자 부인들의 크고 작은 탈선기사가 남의 일 같지 않아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 뜨거운 땅에 가서 비지땀을 흘리며 애써 벌어 송금한 것을 ‘제비족’이 가로챈대서야 말이 안된다. 돈도 돈이지만 행복하게 살기위해 중동까지 갔는데 남는 게 ‘깨어진 가정’이라면 누구를 탓해야 하는가. 중동에서 5년 만에 병들어 돌아왔더니 그동안 송금한 돈 5천만원은 간 데가 없고 정부에 눈이 어두워진 아내가 말로 다하지 못할 학대를 해 경찰서를 찾아야만했던 김모씨(38)의 비극에 대해 우리는 어떤 해답을 해 줄 수 있는가.
김씨는 지난 78년 중동의 아랍토후국에 D산업 기능공으로 취업, 지난3월 귀국할 때까지 5년여 동안에 5천여만 원을 송금하며 어린 두 아들(장남9세, 차남7세)을 잘 키워달라고 부인 이영자씨(38ㆍ가명)에게 신신당부했다.
그러던 김씨는 지난 1월15일 공사장에서 고성능 모터펌프 연결작업을 하다 파열사고가 발생, 양쪽고막이 터져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었다. 지난 3월22일 귀국해 그처럼 그리던 집에 돌아왔지만 부인 이씨의 태도는 돌변해있었다. 병든 남편을 간호하기는커녕 밥도 한번에 1∼2일분씩을 해놓고 찬밥만 먹게 하며 하루가 멀다 하고 정부 김종국씨(38ㆍ가명ㆍ사진관경영ㆍ관악구봉천9동)와 공공연히 외박을 하더라고 경찰에서 진술하고 있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부인 이씨는 어린형제와 김씨에게 “죽어버려라” “술ㆍ담배를 먹고 춤추고 놀다 와도 묵인하라” “그러지 않으려면 집을 나한테 주고 나가라”는 등의 폭언을 일삼았다.
김씨는 자신이 자살을 하려고해도 어린 두 아들이 불쌍해 죽을 수도 없어 김씨에게 “가정으로 돌아오라”고 수차례 눈물로 호소했으나 전혀 반응이 없어 정부 김씨와 함께 간통죄로 고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귀국 후 부인문제로 고민하다 자주 실신하는 등 정신 이상증세마저 일으켜 을지병원에서 치료까지 받고 있다.
김씨는 중동에서 근무하는 5년 동안 하루도 결근하지 않았고 근무시간외에도 3∼4시간씩 일을 더하며 술ㆍ담배도 끊고 귀국하면 처자식과 행복하게 살 꿈만 꾸며 열사의 고통도 잊고 일해 왔다고 울부짖었다.
부인 이씨는 남편이 해외에 나간 지 3년째인 지난 81년부터 이웃에서 사진관을 경영하는 유부남 김씨와 불륜의 관계를 맺어오며 남편이 송금해온 돈을 유흥비로 탕진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남편이 귀국한 후 옷가지 패물등도 2차례에 걸쳐 다른 곳으로 옮겼고 돈을 쓴 출처에 대해 물으면 “쓸데다 썼다” “무슨 잔소리냐”며 오히려 덤벼들었다.
이웃에 사는 박모씨(34ㆍ여)는 “이씨가 늘 술에 취한 상태로 아무 남자하고나 춤을 추러 다니고 김씨가 이씨 집에 와 자고 가는 등 행동이 점잖지 못했다”며 “김씨와 아이들이 불쌍하다”고 했다. 지금 김씨는 식모살이를 하던 60세의 모친이 와서 병간호와 살림을 하고 있다.
국민학교를 나온 뒤 상경한 김씨는 주물공장 철공소 행상 목공소 등을 전전하다 지난73년에 이씨를 만나 결혼했었다.
한편 경찰에서 부인 이씨는 “내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외로와서 불륜의 관계를 맺고 보니 남편에게 죄책감도 생기고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지어 병든 남편을 학대했다”며 고개를 들지 못해 “그런걸 아는 사람이 왜 그랬는가”고 수사형사의 호통을 받기까지 했다. 서울관악경찰서는 부인 이씨와 정부 김씨를 간통혐의로 25일 구속했다.
한편 해외취업근로자 가정 파탄사고가 늘어나고 있는데 대해 노동부 최철호 직업안정국장은 “해외취업근로자들의 장기출타로 인한 사회규범 파괴에 대비, 취업을 해 성공한 모범가정의 수기와 영화를 제작 보급하고 있고, 교육을 통해 적금 등을 권장하고 있으나 현금에 대한 선호, 심리적 갈등 등으로 효과를 얻기가 힘들다” 고 말하고 “정부 차원에서 계속 직접, 간접의 대책이 적극적으로 취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송대수기자】

(<한국일보> 1984년 4월26일치)






이 기사를 보면서 세 종류의 남자들을 생각해 보았다. 첫째는 1965~73년에 월남(베트남) 건설현장에 간 사람들이다. 둘째, 1974~92년에 중동 건설현장에 간 사람들이다. 셋째는 아이들의 해외 유학길에 아내를 딸려 보낸 2000년대 기러기아빠들이다. 나는 이 중에서 중동으로 일하러 갔던 남성들이 가장 불쌍해 보인다.

60, 70년대 베트남전 파병기간 월남 건설 현장으로 떠난 사업가와 노동자들 중 상당수는 안전을 확보하고 외로움을 달랜다는 명분으로 현지처를 만들어 살림을 차렸다. 총각과 유부남의 구분이 없었다. 아직까지도 한국인 아버지를 찾고 있는 수 천 명의 베트남 현지 라이따이한(한국인 남성들과 베트남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들이 그 증거다. 한국의 본처들은 제때 생활비를 송금받지 못한 채 속병을 앓기 일쑤였다. 2000년대 한국사회의 기러기아빠들은 어떠한가. 한국에서 벌어 송금한 돈으로 해외에 있는 아내들이 바람을 피워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렇지만, 남편을 베트남 건설현장으로 보냈던 부인이나 기러기아빠에겐 홧병을 다스릴 최소한의 수단이 있었다. 능력에 따라 맞바람을 피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하면 중동건설 현장에 간 남성들은 감옥이 따로 없었다. 대부분 사우디아라비아ㆍ아랍에미레이트 등 완고한 이슬람 율법을 고수하는 국가다 보니 술을 자유롭게 마실 수 없다. 현지 여성과 잘못 관계를 맺었다가는 신체 부위 중 한 곳이 잘리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원치 않아도 금욕적인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인간들. 유일한 낙은 돈을 불리는 것 뿐. 한데 한국에서 꼬박꼬박 돈을 타먹는 부인이 그 돈을 흥청망청 써대며 바람까지 났다면!

78년 아랍에미레이트로 떠나 6년 만인 1984년 양쪽 고막이 터져 귀국한 기능공 김씨. 갑갑하다. 좀 더 일찍 돌아와 가족과 시간을 보낼 일이지. 한 푼이라도 더 벌어 기반을 잡으려 했으리라. 부인 이씨를 믿었겠지. 내일을 위해 오늘을 포기했지만, 그렇게 포기한 오늘은 결국 내일을 산산조각낸 쇠망치가 됐다.

그렇다 하여 부인 이씨가 ‘악녀’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녀는 3년 만에 바람이 났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남편을 일편단심 정숙한 자세로 기다렸어야 마땅할 지도 모른다. 법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엔 법의 사각지대(?)가 있다. 그 사각지대에서 일렁거린 욕망의 불꽃이 여인의 기나긴 외로움을 집어삼켜버린 게 아닌지….

70년대 중앙정보부는 중동 특수에 저해요소가 없도록 직접 현지진출 업체들을 관리했다고 한다. 이때 근로자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한국 부인들의 사생활 정보까지 수집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다면 이씨의 춤바람은 80년대 국가안전기획부(전 중앙정보부)의 태만 탓인가? 이씨를 향한 ‘가정파괴범’의 손가락질이 부당하지는 않으나, 남편만큼이나 부인도 안쓰럽다.



길가는 소녀 때려 실신시킨 뒤 매매ㆍ전매…
인신매매 17명 영장
역ㆍ터미널ㆍ심야다방서 여고생ㆍ여공 등에 접근
“취직시켜주겠다” 유인…말 안 들으면 흉기 협박
3억여원 착취 포주까지


치안본부수사2대는 18일 역전이나 심야다방 등에서 소녀들에게 “취직을 시켜주겠다”고 속여 윤락가 포주들에게 팔아넘기고 웃돈을 붙여 전매까지 해온 남호경씨(24ㆍ서울 동대문구 전농동591의2)등 3명을 윤락행위 방지법등 위반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경찰은 인신매매업자들로부터 돈을 주고 데려온 소녀들을 감금폭행하면서 윤락행위를 시키고 돈을 가로채온 이홍식씨(33ㆍ전농동591의2)등 포주2명과 포주들로부터 월급을 받으면서 도망치려는 윤락여성들을 감시해온 강만식씨(34)등 1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이영배씨(32ㆍ전농동620)등 5명을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검거된 사람 중 권두언씨(23)는 지난해 5월 서울용산역부근에서 김모양(18)을 주먹으로 마구 때려 실신시킨 뒤 용산역전 포주 이백용씨(45)에게 30만원에 팔고 한 달 뒤 김양을 이씨 몰래 빼내 다른 포주에게 1백만원을 받고 넘겼다는 것이다.
또 권씨는 지난해12월 김양이 포주 집에서 도망쳐 경기도 부천시의 다방에서 일하는 것을 추적, 붙잡아 청량리 사창가의 포주 나인식씨(33)에게 30만원을 받고 팔아넘기는 등 2년 동안 13명의 소녀를 유인해 1천6백만원에 판 혐의다.
붙잡힌 또 다른 인신매매업자 2명은 지난 2년동안 용산 청량리 수원역전과 시외버스주차장 심야다방 등에서 16명의 소녀들을 “취직시켜주겠다”고 유인하거나 쇠파이프 등으로 협박, 용산과 청량리의 윤락가에 팔아넘기고 웃돈을 붙여 전매하는가 하면 화대를 가로채왔다는 것이다.
한편 나씨등 포주3명은 인신매매업자들로부터 30여명의 소녀들을 30만∼1백만원씩에 사들여 윤락행위를 시키고 1인당 빚과 이자 방값 등으로 하루3만∼5만원씩 뜯고 달아나지 못하도록 감시책 12명을 고용, 따라다니게 하고 달아나려는 2명의 소녀를 쇠파이프 등으로 마구 때려 허리뼈에 금이 가게 하는 등 중상을 입힌 혐의다.
경찰조사결과 이들 검거 또는 수배된 포주 4명은 지난 2년 동안 각각 1인당 2억6천만∼3억5천만원씩의 수입을 올려 부동산 투기등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인신매매업자들에게 유인 또는 유괴된 소녀들은 모두 17∼19세의 여고생 또는 공원들인데 경찰은 이들 중 17명을 부모에게 인계하고 6명은 부녀보호소에 수용했다.

(<동아일보> 1985년 3월18일치)





부녀자 1백여명 ‘인신매매’ 4명 구속 취업유인 윤락강요 억대가로채

서울시경은 잡지 등 취업알선광고를 낸 뒤 이를 보고 찾아온 여자들을 기지촌 등에 팔아 윤락행위를 강요해온 이수길(57ㆍ여ㆍ서울도봉구수유동535) 고선호(37ㆍ서울중구필동2가) 최길수씨(51ㆍ서울은평구대조동186)등 4명을 직업안정법 및 윤락행위방지법 위반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지난 81년9월부터 잡지에 ‘미군장교홀 취직알선ㆍ초보자환영’이란 광고를 내고 이를 보고 찾아온 한모양 (18ㆍ전북 정읍시)등 1백여 명을 “취업현장에 데려다주겠다”고 속여 기지촌인 문산 동두천 평택등지의 미군전용 술집이나 사창가등에 40∼50만원씩 받고 넘겼다는것. 이같은 사실은 최씨가 경영하는 경기 파주군 문산읍 선유4리 432에 있는 미군상대클럽 ‘투원투원’ 안에 갇혀있으면서 윤락행위를 강요받았던 이모양 (19)등 3명이 지난주 탈출, 시경에 알려와 밝혀졌다.
경찰이 지난 25일 현장을 덮쳤을 때 구인광고에 속아 팔려온 10대 소녀 3명을 포함, 14명이 이 클럽에 갇혀 있었다.
최씨는 이들 14명을 클럽밖으로 한 발짝도 못나가게 하고 윤락행위를 시켜 한차례 10∼20달러씩을 가로채 지난 76년부터 지금까지 1억3천여만원을 챙겨왔다.
피해자들에 의하면 기지촌에 있는 대부분의 호스티스 등 윤락여성들은 이들과 비슷한 인신매매조직에 의해 강제로 끌려온 부녀자들로 탈출하고 싶어도 감시가 엄해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

(<한국일보> 1985년 4월27일치)






제비 행각, 강도짓, 춤바람에 이어 더욱 더 악랄한 조직적 가정파괴 범죄행위를 소개한다. 인신매매! 이 단어와 함께 연상되는 것은 봉고차다. 80년대 기아자동차에서 생산한 봉고는 승합차의 대표 브랜드였다. 봉고 같은 승합차로 젊은 여자를 납치한다는 소문이 횡행할 때였다. 80년대 중반엔 “넌 봉고차에서도 내리라고 할 거야”라는 웃지 못할 농담이 유행했다. 외모를 비하하는 놀림이었다.^^

1985년 말에 영화 <에미>(감독 박철수)에 압도된 기억은 선명하다. 신촌의 한 영화관에서 우연히 홀로 관람한 작품이다. 영화 줄거리도 모른 채 들어갔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후회가 밀려왔다. 극중 홍 여사(윤여정)의 딸 나미(전혜성)는 인신매매 조직에 납치되어 사창굴에 팔아넘겨진다. 그곳에서 처참한 폭행을 당하는 장면들이 내 눈에 식칼처럼 꽂혔다. 딸이 마주한 경악과 공포, 정신줄을 놓아버린 어머니의 눈물과 절규가 소름이 되어 내 몸을 뒤덮었다. 딸 나미는 극적으로 탈출하지만 다시 조직의 행동대원에게 붙들려 들어가 린치와 삭발을 당한다. 스물 어름의 나는 여리딘 여린 새가슴이었다. 심장이 두근거리다 못해 터질 것 같았다. 더 앉아있을 수 없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 영화관을 뛰듯이 탈출했다.

80년대는 대한민국 성산업 내수의 도약기였다. 70년대엔 일본관광객을 상대로 한 기생관광이 해외언론의 비아냥을 받으면서도 번창했다. 외화획득의 주요한 창구로 인정받았을 정도다. 한국경제가 가파른 상승세였던 80년대 중반엔 국내 수요가 급증했던 것이다. 영화간판과 모텔의 분위기에서 이를 간접적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애마부인> <산딸기> <뽕> <빨간앵두> 등의 비교적 점잖은 제목은 말할 것도 없고 <뼈와 살이 타는 밤> <훔친 사과가 더 맛있다> <피조개, 뭍에 오르다> <먹다 버린 능금> <여자의 대지에 비를 내려라> 등 젊은이들의 욕정을 충동질하는 야릇한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다. 외국 포르노 영화들을 밤새 틀어주는 모텔들은 불야성을 이뤘다.

대학 1학년이었던 1985년, 친구들은 오로지 포르노 비디오 관람만을 위해 모텔을 찾았다. 집안에 비디오 기기가 없던 시절, 대학생들은 밤새 눈이 붓도록 미국과 일본에서 수입된 하드코어 포르노 주인공들의 갖가지 체위를 텔레비전 화면으로 감상했다. 나에게도 신림동이나 봉천동의 모텔에서 포르노나 실컷 보자고 제안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결국 수동적인 포르노 감상에 그치지 않고 성산업의 적극적인 향유자가 되었다. 6개월도 안돼 나는 그와 함께 동네 보건소를 찾았다. 성병에 감염된 것 같은데 쪽팔려서 혼자서는 못 가겠다며 동행을 간청했기 때문이다. 농촌이나 변두리에 살지 않는다면, 누구나 가까운 거리에서 변종 성매매 업소를 찾을 수 있는 시대였다. 인신매매 조직은 그 수요를 위한 공급책이었던 셈이다.



다방서 ‘윤락티켓’ 판매
중소도시 5천∼1만원에 종업원 ‘출장’


【동해ㆍ부여=이기우 기자】최근 강원 충남등지 중소도시 다방가에서는 사실상 여자종업원들에게 윤락행위를 알선하는 ‘티켓판매제’등 신종변태영업행위가 크게 성행하고 있다.
티켓을 취급하는 다방에서는 고객이나 인근 숙박업자의 요청에 따라 1장당 5천원∼1만원씩 받고 티켓을 발행, 이를 구입한 손님들에게 다방종업원을 ‘출장’ 보내는 방법으로 퇴폐영업을 일삼고 있다.
강원도 동해시 발한동 로터리일대 S다실 J다방등 대부분의 중심가다방들은 여자 종업원을 4, 5명씩 두고 주로 손님이 뜸한 오후시간을 택해 D여관 H장등 인근숙박업소의 투숙객들을 상대로 티켓을 판매, 많은 부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모씨(32ㆍ회사원)는 “지난15일 여관에 투숙했다가 주인으로부터 다방티켓을 사지 않겠느냐는 말을 듣고 찻값외에 1만원을 더주고 티켓2장을 구입, 다방종업원과 함께 지냈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들 종업원들은 Y관 D클럽 K홀 등 유흥업소와 비밀계약을 맺고 밤10이후의 티켓손님들을 이들 업소에 데리고가 호스테스역할을 해주고 티켓료외의 팁을 받아챙기고 있다.
충남부여군부여읍 중심가에 위치한 R장등 일류여관에서는 인근다방 종업원들에게 수수료를 받고 버젓이 윤락행위를 알선해 주고있다.
이들 여관에서는 공공연히 고객에 대한 서비스라며 특정 종업원에게 차 배달을 시킨뒤 투숙객들에게 동침할 것을 권유한다는 것. 이같은 다방의 변태영업행위는 요즘 들어 강원도 동해 속초 태백등 항구 및 탄광지대를 비롯, 충북 제천등지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으나 관계당국에서는 제대로 단속을 펴지 않고있다.

(<동아일보> 1985년 1월19일치)






티켓 다방 기사다. 이 기사가 나온 해인 1985년에 영화배우이자 영화제작자 김지미씨는 우연히 한 다방에 전화를 했다가 아이디어를 얻었다. 영화촬영차 여관에 묵는 동안 커피 배달을 시켰는데 “티켓을 끊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마담의 답변이 돌아온 것이다. 티켓이 무엇이길래? 이듬해인 1986년 영화제작사 김지미필름은 <티켓>(임권택 감독)이라는 문제작을 세상에 내놓는다. 이른바 ‘윤락’에 나서야 하는 티켓 다방 아가씨들의 애환을 그린 작품이었다.

‘윤락’(淪落)이란 남성 중심적인 용어다. 윤리가 땅에 떨어졌다는 뜻인데, 성을 구매하거나 파는 남성을 ‘윤락남’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윤락녀’란 ‘미망인’처럼 편파적인 낱말이다. 미망인(未亡人). 남편이 죽으면 당연히 함께 따라 죽어야 하는데 아직 죽지 않았다는 뜻이다. ‘윤락’에 이어 쓰였던 ‘매춘’(賣春)은 모호하다. ‘성매매’가 좀 더 객관적이다. 요즘엔 ‘성노동자’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이 기사 바로 위엔 ‘성노동자’가 동원된 ‘뽕삐끼’라는 생소한 용어가 등장한다. 70년대 기생관광은 80년대에도 끝나지 않았던 것이다.



외국인관광기생 ‘뽕삐끼’ 성행
관광사 예약자 중간서 가로채 매춘알선
공항ㆍ호텔서 “여대생 있다”유혹
술집 데려가 바가지 씌우기도


관광업체들이 안내하는 외국인관광객들을 빼돌려 매춘 등을 알선하는 속칭‘뽕삐끼’들이 성행하고 있다. 이들 ‘뽕삐끼’들은 주로 공항 호텔 ‘카라오케’ 술집 등에서 외국인관광객들을 유혹, 매춘을 알선하거나 스스로 관광안내도 하며 바가지를 씌우기도 한다.
이에따라 관광업체들은 예약된 외국인관광객들을 위해 호텔 차편 등을 미리 마련해 놓았다가 ‘뽕삐끼’들에게 이들을 빼앗기는 바람에 손해를 입기도 한다. S관광의 경우 지난달17일 2박3일 관광일정으로 일본인5명이 들어오도록 예약돼있어 공항으로 마중 나갔다가 허탕을 쳤다.
S관광은 미리 잡아놓았던 호텔 차편 관광주선 비용 등을 이유로 일본J관광에 해약보상금을 청구했으나 J관광으로부터 “관광객들은 당신들의 안내로 2박3일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는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오히려 반박, 조사결과 이들을 ‘뽕삐끼’들이 가로챘던 것으로 밝혀졌다.(하략)

(<동아일보>1985년 1월19일치)



이번에 살펴본 신문 기사들은 17~18년 전의 것이지만, 그 내용은 대부분 현재진행형이다. 바람, 범죄, 성매매, 바가지 등등. 인신매매는 더욱 무서운 괴담으로 떠돌며 사람들의 공포 심리를 자극하는 게 현실이다. 장기밀매 조직이 봉고차를 타고 다니며 할머니를 통해 유인한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2012년 4월2일 경기 수원시에서 벌어진 한국계 중국인 오원춘의 20대 여성토막살해 사건도 결국 인신매매의 일종이었다. 인육조달을 위한 살해였다는 오원춘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딸을 가진 부모들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안심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다시 가정과 가족타령을 해 본다. 왜 5월은 ‘가족의 달’이 아니라 ‘가정의 달’일까. 아, 국가 공식용어는 ‘가정’이라는 깨달음이 왔다. 시민이 세금을 내고 공공질서를 잘 지키듯 하면 되는 게 가정이다. 가장이라면 생계비를 성실히 조달하고 집에 일찍 들어가며 외도 등의 탈법 행위를 금해야 한다. 가정이 깨진다 해도 책임소재를 가리기는 쉽다. ‘가정’ 문제는 선악 구분이 명쾌한 편이다. ‘제비’는 가정의 적이고, 강도ㆍ강간범과 인신매매범은 가정을 파괴하는 악마이고, 춤바람 난 부인은 가정에 재앙을 부르는 마녀다. 더불어 성매매 산업은 아빠부터 아들까지 명랑가정을 위해 가까이 해선 안 될 불법ㆍ불건전 요소다.

가족은 상대적으로 복잡하다. 법 너머에서 따져야 할 것들이 꽤 된다. 그 제비형사에게 순정과 진심은 없었을까. 실제로는 ‘제비’가 아니라 부인의 무리한 요구에 지쳐, 가족의 재구성을 소박한 수준에서 꿈꿨는지도 모른다. 중동에서 남편이 보내준 돈을 춤바람으로 탕진했다는 부인이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한 가슴 속 깊은 이야기는 없었을까. 그는 기존의 ‘이산가족 관계’를 헤어날 수 없는 고독과 절망의 수렁으로 여기진 않았을까. 사람을 죽이지 않았지만 금수만도 못한 강간행위로 인해 사형당한 범죄자들의 가족관계는 어땠을까. 그런 범죄를 기획한 그들의 머리에 부모들은 어떤 자취를 남겨놓았을까. 인신매매범들은 소녀들을 납치해 성매매 집창촌에 팔아넘기고, 포주들은 이들에게 가족과 같은 공동체생활을 강요했다. 그곳에서 ‘가족’이란 무엇인가.

잡설을 거두고 나의 아버지를 돌이켜본다. 가정이든 가족이든, 그 분은 여기에 충실했던가? 아침마다 출근하는 직장인은 아니었음에도 식구들을 중심에 놓고 사신 분은 아니었다. 집에 있는 시간은 많았지만, 무뚝뚝했던 중년 가장은 서재에서 혼자 침잠할 때가 많았다. 수 십 년이 흐른 뒤에야 이렇게 스크랩의 흔적으로 아들과 대화를 나누지만 말이다. 아버지는 가정과 가족의 울타리가 흔들릴 만한 갈등을 한 적은 없을까? 나는 모른다.

지초 인생론

사랑은 무엇인가
흰 구름 사이로 오락가락하는 바람인가
사랑은 무엇인가
안개 속에서 숨어 다니는 빛이런가
사랑은 무엇인가
물결 속으로 흘러가 사는 해초인가
사랑은 무엇인가
깊은 숲속에 나무 사이사이에 뒹구는 가랑잎인가
사랑은 무엇인가
내 마음속에 여울지는 보이지 않는 그림자인가
세월은 떠돌아다니는 사랑의 밀물과 썰물
해가 저무는데
나그네 그림자가 산마루에 머물고
그래서
묘비에 이름을 새기리라.
1985. 1. 9 지초(芝草)





1985년치 스크랩 제17권 서문으로 적어놓은 시다. 가정과 가족이라는 알쏭달쏭한 개념놀이를 했지만, 결국 마지막 가치는 사랑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러나 사랑조차 가물가물하고 잡히지 않는 그림자에 불과한 것. 그것이 아버지의 허무한 인생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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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고경태

「한겨레」 토요판 에디터. 「한겨레21」「씨네21」편집장과 한겨레 esc 팀장을 지냈다. 지은 책으로 『글쓰기 홈스쿨』(2011)과 『유혹하는 에디터』(2009), 『직설』(공저, 2011)이 있다. 가족을 사골국물처럼 글감으로 우려먹는다는 비판에도 굴하지 않고 아버지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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