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인천펜타포트 록페스티벌, 하늘도 허락한 축제?!
지산록페스티벌(이하 ‘지산록페’)에 가져갔던 옷들이 아직 채 마르지도 않았는데, 팬타포트록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에 가져갈 옷을 챙겨야 했다. 올 여름에는 지산록페와 펜타포트가 한 주 차이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캐미컬 브라더스와 스웨이드와 함께한 환각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콘과 팅팅스, 심플플랜을 영접하기 위해 부지런히 인천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인천 경서동 드림파크에서 열린 ‘인천펜타포트록페스티벌’은 2011년 8월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진행되었다.
이번 ‘펜타포트’에는 관중 5만 5천여 명이 방문해 역대 최고 관중수를 기록했다. 지난 해부터 송도에서 드림파크로 장소를 옮기며 접근성이 높아졌고, 올해는 다시 인천관광공사가 축제를 주관하면서 인천 서구청, 메트로 등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다. 지하철 심야 연장운행, 인천 시내 버스 증편 운행 등을 실시해 ‘24시간 놀거리로 가득한 쾌적하고 즐거운 축제’라는 올해의 모토가 어색하지 않게 진행되었다.
더군다나 여섯 번째 펜타포트록페스티벌은 ‘하늘도 허락한 축제’였다. 펜타포트, 하면 록 음악보다도 질척이는 진흙, 쏟아지는 비, 장화, 우비 등을 먼저 떠올렸다. 게다가 올해에는 축제 일정과 태풍 예보가 겹쳐 염려했으나, 축제 기간 동안 공연을 방해할 만큼의 비는 쏟아지지 않았다. 물론 오전에 뿌려진 비 때문에 드림파크의 바닥은 어딜 밟으나 발이 푹푹 빠졌지만(!), 하늘은 내내 짙게 깔린 구름으로 덮여있고, 선선한 바람까지 불어 공연을 즐기기엔 제격이었다. 날씨만큼은 올해 여느 축제 가운데 최고였다.
펜타포트, 지산에는 없는 게 있다?!
펜타포트는 메인무대인 펜타포트 스테이지, 서브 무대인 드림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펜타포트 스테이지의 무대는 좌우 막힘 없이 개방형 무대로, 시각적으로 넓고 시원하다. 스피커와 스크린이 장착되어 있는 양쪽의 구조물도 나름 아트적으로 잘 디자인되어 있다. 천장에 붉은 색으로 새겨진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로고는, 괜히 관객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펜타포트에는 지산에 없는 게 있다. 펜타포트는 무대 접근성이 좋다. 어디에 서도 잘 보인다. 지산에서는 매번 발을 쫑긋 세워야만 했는데, 여기서는 가까이나 멀리서나 아티스트들이 훤히 보인다. 무대가 조금 높은 탓도 있고, 사람이 붐비지 않은 탓도 있다. 다만, 둘째 날은 아침에 내린 비로 땅이 젖어 마땅히 앉을 곳이 없었다. 아무데나 가방을 털썩 던져놓고 다리 뻗고 놀 수 있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
대신 사람이 붐비지 않아서 줄을 서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화장실이건, 셔틀버스건, 뭔가 지체되는 게 없으니 자유로움이 물씬하다. 메인 무대와 서브 무대의 거리도 가깝고, 죽자고 펜스에 달려들지 않아도, 아티스트들이 가깝게 보인다! @_@ 맥주를 마시다 무대 앞에서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나오면 그대로 일어나 몸을 흔들다가, 잠깐 옆 무대가 궁금하면 편하게 둘러보고 오기도 하고. 다른 곳에 없던 여유로움이다. 다른 페스티벌이 마치 좋아하는 밴드의 대형 공연에 온 것마냥 설레고 동시에 체력적 정신적 소모를 감당해야 했다면, 펜타는 그야말로 축제장에 온 기분이다. 해외 아티스트 라인업이 여타 페스티벌보다 화려하지 않았고, 그래서 사람이 엄청나게 몰리지도 않았지만, 이 사실이 나름대로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
TigerJK & T의 무대 | |
사실 이번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은, 둘째 날 헤드라이너인 콘을 제외하면, 딱히 록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즐길만한 페스티벌이었다. 종일 ‘록’의 열기보다 ‘페스티벌’ 분위기가 물씬했다. 첫 날에는 타이거 JK, GD&TOP, 태양이 무대를 달궜다는 소식이 트위터에 많이 올라왔다. 특히 GD의 삭발 기사는 인터넷에 도배되다시피 많은 기사가 올라오기도 했다. (헤드라이너 B.O.B는…? 공연 잘 하고 돌아가셨는지?) 둘째 날은 가리온의 공연이 흥겨웠다. 축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무대였다. 관객들의 참여를 한껏 일으며 무대를 같이 만들어나갔다. 낮인데도 반응이 뜨거웠다.
펜타포트 올해의 멘트 - 노브레인, 부활
둘째 날 많은 관객을 무대 앞으로 운집시킨 것은 노브레인! KBS <Top Band>에서 코치로도 등장하는 노브레인은 악동의 에너지를 발산하며, 금새 무대를 달궜다. ‘미친 듯 놀자’ 노래가 시작되자 모두가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넥타이」란 곡을 부르려고요. 회사에서 열심히 고생하고, 록페에 놀러 오신 분들을 위한 곡입니다. 그분들이 있기에 우리도 있어요.” 노브레인의 보컬 이성우는
“비가 와서 사람들이 도망가고, 표도 안 사고, 펜타가 망가질까봐 걱정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여기 인천 시장님도 와계신다고 하는데요. 앞으로도 펜타 잘 부탁드려요.”라며 개념인사를 건네 팬들의 큰 환호를 받기도 했다.
셋째 날, 멘트는 부활이 책임졌다. 부활과 별빛 눈동자(!) 박완규의 합동 무대는 에너지가 넘쳤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얼굴을 비춰 그 어느 때보다 반가운 부활 멤버들이었지만, 역시 그들은 무대 위에서 볼 때 가장 아름다웠다. 김태원은 여느 때처럼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근사하게 기타 연주를 했다. 모니터에 김태원이 비칠 때마다 객석은 환호성을 질렀다. 멋지게 연주를 하다가도 김태원은 하이톤의 목소리 때문에 말을 할 때마다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여러분, 제가 20년 후에 여기 서도 되겠습니까? 여러분이 끝까지 밀어주셔야 합니다. 저희는 죽을 때까지 어려웠던 때를 잊지 않겠습니다.”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밴드라고 불릴 만한 자리에 있는 멤버가,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손꼽히는 그가
“어려웠던 때를 잊지 않겠다”고 각오하는 모습은 짧았지만, 펜타포트에서 만났던 인상적인 장면 중에 하나다. 김태원이 고 2때 첫사랑을 위해 만들었다는 노래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마지막 곡으로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떼창으로 부활의 무대는 막을 내렸다.
그날의 헤드라이너 - Korn과 Simple plan
둘째 날, 드림 스테이지의 헤드라이너 격으로 올라온 Plain White T’s는 서부영화를 연상케 하는 단정한 옷차림, 올백의 헤어스타일로 등장했다. 혹시 그들의 노래를 처음 듣는 관객일지라도, 금새 어우러질 수 있을 만큼 흥겨운 무대였다. 뮤즈 혹은 산타나를 연상시킬 만큼, 친숙한 멜로디와 리듬으로 무대 앞에 모인 사람들을 매혹했고 이내 객석에는 춤판이 벌어졌다. 첫날의 헤드라이너인 Korn의 무대 때 가장 많은 사람들이 무대 앞으로 모이지 않았을까. Korn의 무대는 그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켜 줄 만큼 열광적이었다. Korn은 명곡 Blind로 오프닝을 열어 객석을 뒤흔들었다. 아무런 멘트도 없이 20여 곡을 90분 동안 쉬지 않고 이어갔다. 진흙 밭이 90여분간 진동했다.
마지막 날 메인무대에는 일렉트로닉 팝 무대의 팅팅스와 캐나다 펑크록밴드 심플플랜이 대미를 장식했다. 팅팅스는 남녀 2인조 그룹이다. 쥴스가 드럼과 백보컬, 키보드를 담당하고, 케이티는 기타와 보컬, 큰 북을 맡고 있다. 여성보컬 케이티의 (처음부터 끝까지) 깜찍하고 발랄한 퍼포먼스와 쥴스의 리드미컬한 드럼 비트가 관객을 압도했다. 빗줄기가 거세졌지만, 많은 사람들이 우비를 입고 하나되어(!) 춤췄고, 화려한 영상과 음악이 아우러져 오감을 만족시킨 공연이었다.
팅팅스의 무대가 끝날 즈음, 태풍이 북상하고 있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헤드라이너 심플플랜의 무대가 앞당겨졌고, 비바람은 더 거세졌지만, 데뷔 10년 만에 첫 내한공연을 갖는 심플플랜의 무대를 기다리는 팬들은 객석을 지켰다. 심플플랜은 팬들에게
“아름다우십니다”라고 답하며, 「Shut Up」 「Can't Keep My Hands Off You」 등의 곡을 이어 나갔다.
이들은 헤드라이너답게 열정적인 무대를 보였고, 멤버들은 끊임없이 팬들에게 다가가 교감을 시도했다. 팬들에게만 황홀한 시간은 아니었던 모양. 멤버들은 공연이 끝난 후 펜타포트와 한국에 관한 트윗을 남겼다.
“Korea! What a sick show! Thanks to everyone who stayed even if it was raining so hard! You guys are hardcore. We will be back soon!(척) “Korea, You were incredible!”(제프) 곧 돌아오겠다고, 얼른 돌아가고 싶다고 멤버들이 각자 트윗을 날렸다. 조만간 심플플랜은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