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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도 걱정 안하는 곳, 지리산”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리산에서 만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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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와 롯데시네마가 함께하는 작가와의 만남, 12월의 아름다운 책 인터뷰는 공지영 작가였다. 작가와 함께 갈 곳은 지리산 행복학교.

YES24와 롯데시네마가 함께하는 작가와의 만남, 12월의 아름다운 책 인터뷰는 공지영 작가였다. 작가와 함께 갈 곳은 지리산 행복학교. “이 글이 지리산을 오르락내리락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님을 짐작하셨으리라. 다시 말해 지리산에 대한 글이 아니라 지리산을 등에 지고 섬진강을 내다보며 옹기종기 살고 있는 내 친구들과 그 이웃에 대한 글이니까 말이다. 원래 아무개의 뭐 뭐, 라는 식의 제목을 몹시 싫어하는 나이지만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은 딱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p.13)가 맞다고 소개한다.

그리고 떠나기 전, 독자에게 전하는 당부의 말도 있다. “굳이 그들이 누군지 알려고 하지 않으시면 더 좋겠다. 다만 거기서 사람들이 스스로를 사랑하고 느긋하게 그러나 부지런히 살고 있다는 것, 그래서 서울에 사는 나 같은 이들이 도시의 자욱한 치졸과 무례와 혐오에 그만 스스로를 미워하게 되려고 하는 그때, 형제봉 주막집에 누군가가 써놓은 시구절처럼, ‘바람도 아닌 것에 흔들리고 뒤척이는’ 도시의 삶이 역겨워질 때, 든든한 어깨로 선 지리산과 버선코처럼 고운 섬진강 물줄기를 떠올”(p.14, 15)리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녀는 밝은 미소로 객석을 가득 메운 독자들에게 인사말을 전했다.

“경쟁률이 높았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책 낼 때마다 행사를 하니 책 내기가 사실 무섭기도 해요. 많은 내용이 책에 나와 있기도 하고요(웃음). 오프라 윈프리가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의 집에 가서 인터뷰한 방송분을 우연히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방송에서 조앤 K. 롤링이 한 말을 인용하고 싶네요. 마법 학교의 교장이 해리에게 물었다고 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누군지 아냐고 말이죠. 교장이 답을 말하길,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바로 자기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해리포터』1권에 나오는 내용이라고 해요. 말하자면, 제가 지리산에서 만난 것이 그러한 행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녀는 우리의 삶이 다양한 매체에 의해 획일화 되어 가고 있는 것을 경계했다. “물질적인 것을 통해서만 행복을 측정하죠.” 그리고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 나이 서른 한 살 때, 베스트셀러 목록에 세 권의 책이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이 때 물질적인 부를 잠시 누리다, 그대로 빠져나간 적이 있어요.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새롭게 생각해보게 된 건, 종교인 깨달음도 있었지만 지리산에서의 삶을 통해 얻기도 했어요.” 그녀는 지리산을 배경으로 한 글, 즉 지리산에서 만난 이들과 그들의 삶을 써보자는 권유를 많이 들었지만 한동안 내키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다 MB정부에 들어서 마음이 서서히 바뀌었다고 말한다.

“우리가 모두 영어를 잘해야 하고, 피아노를 잘 쳐야 하는 건 아니죠. 모든 아이들은 모두 앞으로 가야하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다양하게 사는 방식을 ?여주고 싶었어요. 오십만 원과 튼튼한 젓가락만 있으면, 그곳에 내려가 언제든지, 얼마든지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녀는 어느 책에서 읽은 한 구절을 이렇게 옮겨 적어두었다. “우리의 욕망은 너무도 획일적이다. 좋은 학벌, 많은 돈, 넓은 집. 우리는 이제 다양하게 욕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p.27) 그리고 말한다. “그곳은 루저일수록, 스펙이 높지 않을수록, 먹을 걱정 입을 걱정 안하는 곳이에요. 대신 이동 수단이 없기 때문에 자동차나 스쿠터가 있어야겠죠(웃음).”

“나 자신 그대로, 그들 자신인 채로 살고 있기 때문에 행복하게 살 수 있고, 살고 있습니다. 나를 돌보고 이웃을 돌보는 법을 가르쳐준 곳이죠.” 그녀는 십년 전부터 그곳에 집을 구하기 위해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가까이에서 그곳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책으로 쓸 테니, 굳이 오실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사회를 맡은 출판사 대표도 지리산 행복학교를 여러 번 왕래했다고 한다. 그는 그곳을 “내 삶에 든든한 배경”으로 표현했다. 지리산 행복학교의 많은 이야기는 책 속에 감춰두고, 독자들과의 질의응답이 시작됐다.

앞으로 더 ‘명랑’해질 것


이제 곧 서른이 되는 독자입니다. 작가님께서는 서른에 무엇을 고민하셨나요.

“서른이 되던 12월 31일, 이태원에 있었어요. 춤을 출 수 있는 술집에서 춤을 췄죠(웃음). ‘이십대가 드디어 간다’ 생각하며 좋아했습니다. 삼십대도 마찬가지였어요. 사십대가 되니 좋더군요(웃음). 이십대의 고민은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는 것이죠. 대학 졸업 후 작가가 되기 전까지 여섯 가지 직업을 짧은 시간에 전전했어요. 그리고 감옥에 갇히는 경험을 통해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작가님께서는 글쓰기 공부를 어떻게 하셨는지요.

“글은 어린 시절부터 혼자 계속 썼어요. 시로 데뷔를 했었죠. 한 번도 글과 떨어져서 산 적은 없었습니다. 출옥한 날, 하루 만에 쓴 소설이 「동틀 무렵」이었어요. 그 소설이 당선되었죠. 당시만 해도 책을 써서 먹고 살 수 있으리란 생각은 못했습니다. 그전에도 장편을 계속 쓰기는 했었습니다. 감옥에 또 오면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뒤로는 소설가란 타이틀을 달아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세 권이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건 단군 이래 처음이었다고 해요. 얼마 전 법정 스님께서 그 기록을 깨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웃음).”

그렇다면 글쓰기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요.

“문창과 강의를 하거나 교수직에 응할 수 없는 것도 그 방법을 잘 모르겠어서 입니다. 가르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어요. 가장 중요한 건, 많이 읽어야 한다는 거예요. 소설을 많이 읽다보면 저절로 써지게 되죠. 마치 일상의 풍경 자체가 문장으로 인식되는 것처럼 말이에요. 일기 쓰기를 권하고 싶어요. 일상을 자세히 기록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도가니』를 쓸 때, ‘장애인 성폭행’이라는 골격만으로는 이야기가 완성될 수 없었죠. 피부와 윤곽 그리고 머릿결 같은 디테일, 즉 살아있는 것들은 삶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그려지니까요. 일기에 쓴 내용들이 바탕이 되어주죠. 소설의 주제는 세계관에서 탄생되지만 디테일은 매일을 기록한 일기에서 탄생되는 것이에요. 기형도 시인의 짧은 여행 산문을 필사하면서 따라가 본다면 좋을 거예요.”

이십대에게 추천하고 싶으신 책이 있으신가요.

“꼭 읽으셨으면 하는 책은 님 웨일즈『아리랑』, 장준하『돌베개』, 조영래『전태일 평전』 이 세권이에요. 최근에 출간한 책 중에는 조국 교수와 오연호 기자의 대담집 『진보집권플랜』을 추천합니다.”

작가님의 작품을 두 시기로 나눈다면,『즐거운 나의 집』이전과 이후로 보는 데요. 어떤 변화로 인해 달라지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작가로서 한국 사회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었죠. 80년대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90년대까지 어두운 글쓰기가 계속되었습니다. DJ, 노무현 정권에서 어느 정도 인권의 문제가 나아졌기 때문에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수 있었어요. 신앙을 찾은 것도 변화가 되었죠. 외적, 내적 두 가지 변화가 있었던 셈입니다. 또한 이러한 변화를 위해 노력을 했죠.

책을 읽고 사색을 하고, 『즐거운 나의 집』을 구상하면서는 여러 강박을 버리거나 달리했습니다. 정의로움과 행복함에 대한 생각이 달려졌어요. 그런 것들이 책에 반영되었을 때, ‘명랑’으로 발현되는 거 같아요. 친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2~3시간은 쉬지 않고 떠들 수 있는 ‘명랑’을 가지고 있어요(청중 웃음). 앞으로는 더 ‘명랑’을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지리산이 공개되면 곤란하시지 않을까요. 혹시 책에 ‘오픈’하지 않은 부분이 있나요.

“물론 있습니다(웃음). ‘아직 추위가 오지 않은 가을날, 미리 나무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오지도 않을 미래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 이 순간 행복해야죠.’ 뛰어난 직관을 가지고 있는 최도사의 말이에요. 어느 곳에 자기 자신을 메워두지 않죠. 지리산이 붐비면 그때 방책을 생각하려고 합니다(청중 웃음).”

행복을 가지려면, 삼십대에 어느 부분을 놓아야할까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정답은 없어요. 그럼에도 절대적인 건 ‘놓으라는 것’입니다. 예컨대 ‘사형제를 폐지해야한다’라고 말하면 무조건적인 ‘용서’를 떠올리는 분들이 있는 것처럼, ‘놓는다’라는 말의 의미는 집착을 버리라는 말을 뜻하기도 해요. 무수히 많은 갈래들이 있습니다. 저 또한 많은 것을 놓지 못했던 삼십대였어요. 그것이 준 선물이 또 있더라고요. 살아가면서 생각하면 되는 거 같습니다. 오늘의 삶과 시간을 오롯이 즐기면서 살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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