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 박경철 씨를 보면, 범인(凡人)들은 주눅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는 외과 의사가 본업이다. ‘투자’라는 말이 낯설었던 80년대 중반부터 취미로 경제 공부를 해 지금은 증권회사와 투자사 직원들이 조언을 구하는 ‘투자전문가’가 되었다. 또, 사람을 감동시키는 글을 쓰는 사람이기도 하다.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책으로 낸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은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지금까지 꾸준히 팔리고 있다. 덧붙여, 그는 스무 살 이후 읽은 책이 만 권이 넘는 보기 드문 독서광이다.
‘투자전문가’로 그를 아는 사람들이 꽤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책,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이 출간되었다. 1995년부터 IMF 전후까지의 시장 전망, 1997년 이동통신주에 대한 장외 매집, 1998년 성장주 시대 도래에 대한 확신, 1999년 12월 마지막 날 거품 붕괴를 예측한 ‘성장주와의 이별’ 등 투자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 글을 썼던 그는 어느 정도 이름만 알려지면 바로 책을 내는 다른 투자 전문가들과 다르게 오랫동안 책을 출간하자는 출판사의 요청을 계속 거절했다. 전문지식이 부족한 것도, 글 솜씨가 부족한 것도, 인지도가 낮은 것도 아니었다. 다만 ‘대학에서 경제학원론 한 번 배운 적 없는 사람이 경제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까’하는 고민 때문에 책 출간 요청을 계속 거절했던 것이다.
일반인으로서 겪은 시행착오의 기록
|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을 출간한 박경철 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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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학에서 정통경제학을 공부했거나 증권사나 투자사에 근무했던 적도 없다. 그의 직업은 의사이고, 독학으로 경제학, 투자학, 통계학, 재무학을 공부했다. 그래서 투자 공부를 하면서 부딪치는 문제들을 보통 사람의 한계와 범위 안에서 해결해 나가야 했다.
“그러니까 이런 거죠. 저는 의사니까 민간요법 믿는 환자들을 싫어해요. 싫어하기보단 못마땅하죠. ‘왜 정상적인 치료를 안 받고 시간을 이렇게 끄셨어요’하고 불편한 소리를 하죠. 그런데 의외로 환자들이 한 민간처방으로 좋은 결과를 얻는 분들이 계세요. 민간치료는 나름대로 축적된 경험이 산물이니까요. 현대 의학들도 그런 것들을 마냥 무시하지 않고 대체의학에 대한 연구를 병행하죠. 마찬가지로 저도 밖에서 쌓은 경험들, 그리고 그 경험들에서 찾은 의미들을 나름대로 정돈할 필요가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책을 쓰게 되었다. 책 속에 나오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스스로 경험해 본 것이다.
“그러니까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은 경제의 아웃사이더가 겪은 시행착오의 기록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스스로 아웃사이더이자 문외한, 일반인임을 자처하지만 그는 재테크, 투자, 포트폴리오라는 말이 낯설었던 80년대 중반부터 투자 공부를 해온 사람이다. 투자를 공부한 후, 실제 투자를 시작하고 10년 동안은 월급까지 모조리 날릴 만큼 고전했다. 그러다 95-97년 통신주 장외매집을 기점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주식투자만으로 5년간 이익률 100%를 달성하기도 했다. 현재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투자이론에 관한 최정상급 전문가다.
그는 의대 본과 1학년 때, 재테크와 경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계기는 우연히 읽게 된 엘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
“미래 사회가 지식을 기반으로 재편된다는 사실에 참 놀랐어요. 책을 읽고 나도 미래에 올 지식 사회에 대비해 내 나름의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는 우리나라에서 낙후된 분야 중에서 독학으로 공부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찾아보다가 투자경제 부문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분야를 혼자서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미국에서 ?행된 투자서들을 혼자 읽으면서 공부했어요. 포트폴리오, 펀드, 금융에 대한 책도 읽었죠. 우리나라에는 한 5년 전에 소개되었을 정도니까 그때 그 책을 읽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거예요.”
그렇게 공부를 하면 할수록 확신이 들었다. 미래의 어느 시점에 이것이 두드러지는 의미를 가질 때가 올 것이라는.
“엘빈 토플러가 ‘미래는 지식이 권력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믿었죠. 지금 남들이 안하는 것을 해놓으면 나중에 반드시 유용성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경제공부를 시작한 지 20년째인 지금도 계속 공부를 하고 있다.
“책 읽고 공부하는 게 습관이 되어 버렸어요. 남들보다 먼저 시작해서 어느 정도 앞서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턱밑까지 다 따라왔어요. 이제는 거리를 좁히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페달을 밟고 있는 중입니다. 투자 공부를 해서 실제적인 이익을 얻는다는 것보다는 새로운 것에 대한 지식을 얻어나가는 것, 내가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것, 그것을 남들에게 가르치는 것, 이런 부분들이 즐겁죠.”
마조히즘적 책읽기에 익숙한 독자를 위한 책
박경철 씨는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을 쓰면서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읽고 남는 것이 있는 책을 쓰자. 둘째는 자신이 모르는 것을 감추기 위해 현학으로 글을 포장하지 말자. 셋째, 독자들이 몇 년이 지나 다시 읽고 싶도록 책을 쓰자.
“저는 기존의 재테크서 흐름을 바꾸겠다는 생각도 없고, 제가 다른 책을 평가할만한 위치에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책을 쓰면서 정한 이 세 가지 원칙에는 기존 재테크 책에 대한 아쉬움이 표현되어 있는 것인지도 모르죠.”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은 말랑말랑하고 읽기 쉬운 재테크 책이 아니다. 그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마조히즘적 책 읽기에 익숙한 독자를 위한 새디즘적 글쓰기’를 한 책이다.
“경제나 투자에 대한 지식은 입에 떠먹여주면 바로 삼킬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에요. 소설이나 에세이처럼 감동스럽지 울어 봐, 재밌지 그럼 웃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원리와 과정 등을 이해하게 해야 하니까요. 그것을 억지로 쉽고 재밌게 풀다보면 단편적인 지식은 얻게 할지는 몰라도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는 토대를 탄탄하게 하는 데는 도움을 못 주죠.”
출판사에서는 오랫동안 책을 기다린 독자들이 많아 ‘대박’을 기대했지만 막상 그가 보내 온 원고를 보고 난감해 했다. 그는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은 몇 만 권 이내의 판매부수밖에 못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난이도 때문에 소화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쓰지 않았다면 나중에 부끄러울 것 같았어요. 그런데 의외로 독자들이 많이 속았어요.(웃음) 저는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이 재테크 관련서 중에서 내용이 가장 진지하고 무겁다고 생각해요. 나쁘게 말하면 어려운 것이고요. 그렇다고 문외한은 아예 읽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건 또 아니에요.”
진지하게 책을 읽어보겠다는 사람은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책을 썼다.
“일단 경제학에서 꼭 알아야 하는 개념들을 알아야 하니까, 그것을 잘 모르는 분들은 모르는 개념이나 용어들이 나올 때마다 인터넷 검색이나 백과사전을 찾아보려는 의지가 있어야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침대머리에 누워서 후딱 읽어버리기엔 버거운 책입니다. 저는 독자들에게 무례한 요구를 하는 걸지도 모르죠. 이 책을 읽고자 하시면 찾아보고 공부를 하세요, 그럴 자신이 없으면 책값 버리는 셈 치세요, 라고요.”
책값이 같다고 책에 들어가는 작가와 독자의 노력도 똑같은 것이 아니다. 그는 기회비용이 큰 책을 만들고 싶었다.
부자가 되는 비방이나 노하우는 없다
그는 부자가 되는 비방暫나 노하우는 없다고 생각한다.
“부자라는 것이 굉장히 좋은 거잖아요. 굉장히 이루기 어려운 것이고요. 그러니까 당연히 쉽게 얻을 수 있거나 쉽게 배울 수 없다는 건 분명하잖아요. 그런데 대부분 재테크 책을 읽는 분들은 관련서 한 권을 읽으면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는 환상에 빠져 있죠.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하고, 사물을 보는 눈까지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자신의 책이 ‘부자가 되는 길’ 혹은 ‘경제적 독립에 이르는 길’에 약간 보탬이 될지언정 독자들을 부자로 만들어 줄 수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저도 부자가 되는 법은 잘 몰라요. 다만, 직관과 통찰을 갖추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직관과 통찰이 있으면 돈의 흐름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고, 돈의 물꼬가 어떻게 터질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고, 그것이 진짜 부자로 만들어 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것은 그가 스스로 터득한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한 주식투자를 돌아보면 30% 정도는 트레이딩이나 기술적인 분석으로 벌었지만, 나머지 70%는 돈의 흐름을 읽는 직감과 통찰로 벌었어요. 얄팍한 테크닉으로는 절대 큰 돈을 벌 수 없어요. 직관과 통찰이라는 건 어디서 족집게 강의를 듣는다고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죠.”
그는 지금 투자를 거의 하지 않는다.
“2000년, 2001년 말까지 많이 했죠. 그 이후부터는 투자 행위에 매력을 잃었습니다. 왜냐하면 제 책에도 썼지만 ‘부’라는 것은 절대적으로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현재 상태에서 얼마나 더 필요로 하는 상대적인 가치거든요. 지금 제 재정상태는 먹고 사는 데 지장 없고 노후 걱정을 안 해도 될 정도, 재산을 물려줄 만큼은 아니지만 아이들 교육시킬 정도는 되고요. 물론 물려줄 생각도 없어요.”
더 이상 욕심 부리고 싶지 않고, 투자 행위로 에너지를 소모하고 싶지도 않았다. 또, 투자를 그만 둬 좋은 점도 있었다. 투자 시장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
“지금까지 책을 미뤘던 이유 중에 하나가 그거예요. 투자 시장에 발을 디디고 있는 동안은 객관적이지 못하니까요.”
자신이 원하는 자산을 모으는 데 투자가 도움이 되었나, 라는 질문에 그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대답했다.
“제 직업이 한국에서 아직까지는 전문직이고 먹고 살만한 직업이잖아요. 솔직히 투자를 하지 않아도 모을 수 있었는데 왜 했는지 모르겠어요. 시간을 앞당기긴 했지만 그만큼 희생한 것도 있어요. 투자를 하면서 긴장하고 스트레스 받고 시간을 소모하고. 그런 것들은 지금 내가 돈을 주고 되살 수 없는 거잖아요. 그렇게 보면 별로 잘한 일 같진 않아요.”
의사로의 정체성을 위해 쓴 책,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국내 최고의 기술적 분석가’, ‘증권사 직원들에게 주식을 가르치는 외과 의사’로 유명한 박경철 씨가 2005년 첫 책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을 냈을 때, 다들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가 유능한 투자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만큼 투자나 경제경영, 주식에 대한 책을 쓰지 않을까 짐작했기 때문이다. 출판사의 제의 역시 많았다. ‘시골의사’라는 필명이 알려지기 시작한 후부터 우리나라의 출판사라는 출판사는 다 제의를 했을 정도니까. 그렇지만 그는 굳이 ‘시골의사 박경철’이라는 이름을 달고 낼 첫 책으로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을 선택했다.
“출판사에서 저에게 상업적으로 기대한 것은 투자서나 경제관련서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직업이 의사니까 투자나 경제 분야에 있어서는 어디까지나 아웃사이더, 내부자가 아니라 와처(watcher)의 입장이잖아요. 와처는 문자 그대로 관찰하는 것이 어울리지 자기가 느낀 것을 쓰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아 책을 쓰는 것을 많이 망설였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와처는 와처 나름의 내공이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 관점에서 책을 써보자는 결심을 했다. 막상 책을 쓰려고 하자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주전공인 의사로서 자신의 분?에 관련된 것을 제대로 정돈을 못한 사람이 주전공이 아닌 것에 대해 책을 쓴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출판사에 조건을 걸었다. 경제경영서를 쓰는 조건으로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을 출간하기로.
“저로서는 제 직업적 정체성을 확실하게 해두는 게 맞을 것 같고, 그것이 제대로 된 순서라고 생각했습니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은 현재 2권까지 나왔다. 3권을 낼 생각이 있는가, 하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쓸 생각이 없어요. 2권까지는 쓸 수 있는 만큼 편하게 썼던 거지만 앞으로 더 쓰게 된다면 그것은 글을 위한 글이 될 것 같아요. 2권까지는 힘들지 않게, 자연스럽게 쓸 수 있었지만 아마 3권을 쓰게 된다면 작위적인 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이쯤에서 끝내려고 합니다.”
2005년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 출간된 이후, 별다른 홍보도 하지 않았지만 병원에서 만난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지금까지 꾸준히 나가는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그런데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호칭을 불편해했다.
“나는 작가가 아니니까 작가라는 말이 부담스럽고 거북살스럽습니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은 어디까지나 ‘나레이터’라는 역할을 했을 뿐이니까요. 내가 병원에서 나와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의 삶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한 것입니다.”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은 ‘에디터’의 입장에서 책을 썼다.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의 경우도 작가의 입장에서 글을 쓴 것은 아닙니다. 이번엔 에디터죠. 경제 투자 관련 책들은 내가 만들어 내거나 창작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념이나 원리를 내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니까요. 내가 지금까지 배워왔고, 읽어왔던 것으로 퍼즐을 맞추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작가’라는 표현에 걸맞은 책을 쓴 적이 없다고 그는 말했다.
세 권의 책 중 어느 책이 더 소중한가라는 질문에 그는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이 잘 팔리는 것보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 스테디셀러에 오른 것이 더 좋고, 행복하다고 했다.
“실용적인 책은 솔직히 내용이 좋아서 팔리는 것이 아니라, 포장지가 좋아서도 팔리잖아요. 개인적으로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 묻히지 않았던 것이 더 마음이 좋았고, 그 이후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은 잘 팔렸다 못 팔렸다 하는 것에 관심이 없어요.”
일인이역의 비결은 불필요한 시간 통제에 있다
박경철 씨는 월요일에서 수요일까지는 안동의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목요일 오후부터는 투자전문가로 강연과 방송을 한다.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되기도 힘든데 그는 무려 일인이역을 하고 있는 셈이다. 특별한 비결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건방진 말이지만, 저는 나태한 사람,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을 안 좋아합니다. 저는 스스로 ‘시간이 없다’는 말을 죄잾시합니다. 왜냐하면 누구에게나 시간은 많으니까요.”
그는 하루 24시간을 찬찬히 살펴보면 의미 없이 보내는 시간만 모아 봐도 몇 시간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는 생이 짧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짧아서 아쉽다는 것이 아니고 우주나 역사에서 내가 누릴 시간이나 역사가 시계바늘의 눈금만큼도 안 되는 짧은 것인데 그 속에 최소한 내가 존재했었다는 의미를 남기지 못하면 섭섭할 것 같습니다. 저는 술도 안마시고 골프도 안치고 책 읽고 글 쓰는 것 이외에는 별로 좋아하는 것이 없어서 다른 것 하나를 시작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남들은 그가 굉장히 바쁜지 알지만 그의 일상은 생각보다 조용하다. 대개 하는 일이 집에 있는 서재에 앉아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것. 그는 자신의 삶의 방식에 만족하지만 그 방식만이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주변 사람을 바라보면 답답할 때가 있다고 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환자를 보고 강연을 하러다니는 일이 다른 것보다 가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자기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다 다르니까요. 다만, 무엇을 하든 자기 삶에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 자기 삶에 만족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자기가 하는 일은 싫증을 내고, 일이 끝나면 집에 와서 ‘회사에서 피곤했으니까’하고 퍼지거나, 스트레스 푼답시고 술 마시면서 우울해하고, 한탄하고, 그러다 생각 없이 잠들고. 이런 삶은 아무리 돈을 많이 벌고 남들이 보기에 행복해 보이는 삶이라도 허무합니다.”
시골의사가 생각하는 행복과 부
그는 지금 삶에 만족한다. 조금 아는 게 있어서 남들에게 가르칠 수 있어서 좋고, 배운 재주가 있어서 아픈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는 것도 좋다. 아이들도 건강하고 예쁘게 잘 자라고 있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경제적인 기반이 얼마만큼 중요한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적이 별로 없어요. 저는 시골에서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호롱불 밑에서 자랐고, 또 지금 안동에 살고 있어서 상대적인 부에 대해 둔감한 편이에요. 어쩌면 그렇게 곤궁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경제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 통제라고 생각해요. 자기 통제를 할 수 없으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소용이 없는 거죠. 나는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자기 통제를 해낼 것 같아요. 행복하기 위해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틀린 생각이고, 행복의 한 요소인 부를 가지고 싶다는 것이 맞겠죠. 일단 부가 행복하기 위한 손쉬운 수단이라는 것은 맞아요. 그렇지만 부가 행복의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